이 이글루는... 인사

한국에서 태어나 독일, 코스타리카, 멕시코를 거쳐 지금은 미국에서
남편과 아들과 고양이 두 마리와 동거하며
프리랜서로 한영/영한 번역 일을 하며
우울증, 제2형 당뇨병, 갑상선기능저하증, 화농성 한선염을 앓고 있으며
저탄수화물 고지방식을 먹고
뜨개질/코바느질을 취미로 하는
예수 그리스도를 주인으로 모시는
한 여자 사람의 일기장입니다.

46주 아들내미

여전히 밤에 날카로운 소리를 지르며 깬다. 젖꼭지를 정확하게 입에 꽂아주지 않으면 매우 짜증을 낸다. 낮에 젖먹일 때는 딴짓을 자주 해서 억지로 입에 물려야 한다.

이유식은 이제 제법 잘 받아먹는다. 물론 Laurie Berkner 영상을 틀어줘야만. 한 번은 다른 동요 영상을 틀어줬더니 애가 막 난동을 부리는 게, 꼭 로리 버크너 틀어달라고 떼쓰는 것 같았다. 틀어주니까 과연 얌전히 먹더라. 남편은 얘가 로리 버크너한테 반한 거라고 드립 친다.

밥 먹는 만큼 젖량이 줄었는지는 모르겠다. 밥 먹고도 젖을 빨기는 한다. 먹다 말고 일찍 떼면 줄줄 샌다. 나는 그게 그렇게 싫더라. 젖이 마르면서 약간 끈적끈적해지니까.

잠은 꼭 안거나 업어주지 않으면 안 잔다. 포대기, 온부히모, 릴레베이비로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쓰고 있다. 외출하면서 남이 링 슬링 쓴거 보고 좋아보여 지르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는데 (지금 있는 건 더워서 하늘거리는 얇은 소재로) 아들내미 무거워서 과연 얼마나 쓰겠나 싶어 안 사고 있다. 걷기 시작하면 굳이...스러운 마음도 있다.

지난 토요일에 10개월 형이 있는 집에 놀러갔는데, 그 형은 태어날 때부터 4파운드대였던가 그렇고 지금도 2%대라서 우리 아들내미랑 덩치가 비슷하다. 신체 사이즈만 그렇고 움직이는 건 훨씬 잘한다. 알아서 걷고, 숟가락 사용하고, 미끄럼틀 혼자 올라가 타고, 기타 등등. 우리 아들내미는 이제 뭘 잡고 일어서는데.

그 집에서 아들내미는 처음으로 치리오를 먹었다. 원래 어린 아이들한테 만능 간식인 건 알고 있었지만 저탄수화물 생활을 하는 우리인지라 선뜻 사게 되지 않았는데, 아예 그 집에서 한 봉지 얻어왔다. 아직 잘 먹지는 않고 손가락으로 만지작거리다 떨어뜨리기 일쑤지만.

여전히 평일엔 아기 안고 공원 돌고 오는데, 집에 오면 땀으로 옷이 흠뻑 젖는다. 근데 어차피 이유식 먹일 땐 옷 벗기니까. 빨래를 줄이려는 꼼수다.

한동안 남편이 집에 오면 좋아했는데, 이젠 나한테서 떨어지지 않으려 하고 남편이 안으면 운다. 아니 나보다 아빠가 더 재미있게 해주는데 왜?!

아무튼, 적극적으로 나를 꼭 끌어안고 내 품에 파고들면 뭔가 마음이 뭉클해지는 기분이다. 나를 이렇게 좋아하는구나, 나를 이토록 의지하는구나. 근데 아빠한테도 똑같이 좀 하라구.

월요일 밤에 친정 부모님 오셔서 열흘 있다 가시는데, 과연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닥치면 생각하자. 시부모님 같으면 애 맡기고 생활이 좀 수월해질 텐데 믿을 수 없는 내 부모님인지라... 게다가 와계시는 동안에 아버지 생신도 있어서...

아기 어릴 때 사진을 보면 지금 정말 많이 컸구나 싶다. 아기에서 소년이 되어간달까. 어느 사이에 이렇게 컸니.



그저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모처럼 훈훈한 모습 Kaylee & Inara



어젠가 그저껜가 산책에서 돌아오니 둘이 저러고 있었다. 아니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케일리가 제 엄마보다 덩치가 커진 이래 둘이 사이가 나빠서 저런 모습은 한겨울에 추울 때나 볼 수 있었는데 (그리고 생각해보니 지난 겨울엔 못 본 듯).

전에 J언니가 첫 애 낳고 키우던 고양이를 파양 보내는 걸 보고 속으로 그냥 키우지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지금에 와서는 그 심정이 이해가 된다. 우리도 냥이들에게 예전만큼 신경 써주지 못해서 많이 미안하다. 그래서 둘이 너무나 외로운 나머지 저러고 있던 걸까?

요즘 밤 늦게까지 일하느라 컴퓨터 앞에 앉아있다 보면 이나라가 무릎에 와서 애교를 부리곤 했다. 원래는 고고하고 도도한 이나라가!

가끔 밤중에 잘 때 케일리가 아기 옆에 앉아서 골골거리기도 한다. 깨어있을 때는 도망 다니기 바쁘지만 잘 때는 괜찮은가 보다.



가끔 저렇게 나란히 빨래 바구니를 하나씩 차지하기도 한다. 저거 깨끗한 빨래였는데. 뭐 우리 집에서 고양이털은 안 끼는 데가 없으니 새삼.

조금만 더 버텨다오. 아기가 좀 더 크면 너희들과 잘 놀아줄 거야. 뭐 지금도 장난감 가지고 종종 같이 놀고 있지만.


GDPR 개정의 여파... 생활

요즘 일이 바빴던 이유는 GDPR 개정 때문에 약관 같은 거 업데이트하는 게임이 많은 것도 한몫 했다. 지금 나랑 남편이랑 같이 하는 게임 중 하나는 아예 효력일부터 유럽 지역에선 서비스 안 하겠다는 과감한 선택을 했는데, 아예 개발사가 유럽에 기반한 게임은 어쩔 수 없지...

덕분에 우리가 든 길드도 아마 대규모 물갈이 할 듯. 처음엔 독일어 구사자 길드였는데 (그냥 아무 데나 받아주는 데 가입신청하다보니 그렇게 됐다) 어느새 포르투갈어 사용자로 바뀌었다가 저 공지 뜨고 나서 리더가 바뀌긴 했는데 길드챗은 조용해서 이젠 뭐가 뭔지... 요즘 길드전에서도 자꾸 지는데 새 길드를 찾아야 하나...

아무튼 정신 없이 달려서 이제야 쉴 수 있게 되었다. 일단 잠 좀 자고... 오늘 저녁거리도 준비 안 한 것 같은데... 간만에 외식이나 할까. 동네 피자 체인 중에 Pie Five에서 저탄수 콜리플라워 크러스트를 팔아서 요즘 애용하고 있다. 앱으로 메뉴를 저장해서 재주문하고 픽업하기만 하면 되니 너무 편하다. 전에는 캔자스 시티에 있는 체인점이 아닌 피자 가게에서 치즈기반 크러스트로 파는 피자를 가끔 먹었는데 가격도 거의 반밖에 안 하고 훨씬 가까우니 좋다. 물론 토핑의 수준은 캔자스 시티 것이 더 좋지만...

아무튼, 입에 발린 고객님의 정보는 소중합니다 같은 소리를 잔뜩 쓰다보니 바쁘지 않았으면 작업하면서 좀 오그라들었을 것 같다.


잠깐 쉬어야겠다 생활

지난 주부터 일이 꼬여가지고 계획에 없던 밤샘 작업을 좀 하고 있다. 이제 하나 남았다. 이것만 끝내고 나면 이제 잠깐 쉬자. 다음 주에 친정 부모님도 오시는데.

번역 일은 대체로 즐겁게 하고 있지만, 방금 마친 작업은 정말 따분하고 지루한 작업이었다. 게다가 원문이 다른 언어인 것을 영어로 옮긴 것을 또 한국어로 옮기는 것이라 중간에 영어 자체도 좀 이상하게 쓴 게 많았다. 뭐 어차피 대충 감으로 그 상황에 쓰일만한 적당한 문구로 대체하고는 있지만...

가르치던 수업도 끝났다. 중간에 withdraw한 사람 빼면 낙제자가 하나도 없었다. 진행될수록 온라인 토론에서 대부분 학생들의 게시물 수준이 올라가는 게 보여서 꽤 기뻤다.

조금만 쉬고, 일은 쉬엄쉬엄 하면서 아들내미 돌 맞을 준비나 하자. 아직 구체적으로 세운 계획은 없다. 지금은 하루 하루 겨우 버티고 있다. 어금니 대체 언제 나오니. 애는 짜증을 부리며 우는데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다시 치발기 얼렸다 줘볼까?

낮에 치과 다녀왔는데, 나는 요즘 나한테서 통 떨어지지 않으려는 녀석이 울까봐 걱정했지만 자주 외손주 다섯을 봐주는 KG는 역시 애 다루는 솜씨가 대단했다. 처음에 약간 nervous하게 웃었지만 하나도 안 울었다!

치과에는 6개월마다 가는데, 이번엔 평소보다 아팠다. 잇몸에 염증이 있다며, 임신의 여파일 수 있다고 하더라. 아직도...?
치실 꼬박 사용하라는데 난 지금 양치질도 겨우 하고 있는데...

요즘 같은 나날에는 둘째는 상상도 못하겠다. 너무 힘들어서.
남편의 직장 상사는 우리 아들보다 2개월 먼저 태어난 딸 쌍둥이가 있는데, 부인이 또 임신했단다. 딸들은 멕시코까지 가서 시술해서 겨우 임신했던 거라 아마 자연임신이 되리라고는 생각 안 해서 방심했던 것 아닐까. 아무튼 축복이지만 한편으로는 고생하겠구나 싶다.

암튼. 우린 일단 지금을 버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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