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주 아들내미

월요일에 시부모님이 떠나시고, 남편이 일하는 동안 혼자 집에서 아들과 단둘이 있는 생활을 다시 시작했다.
대충의 루틴은 저녁 7시쯤 아이 옷 벗겨서 물수건으로 닦아주고 바셀린 발라주고 (아토피는 많이 좋아졌는데 바세린 바르는 걸 소홀히 하면 다시 나더라) 엉덩이크림도 발라주고 밤 기저귀 채운 다음 젖먹이고 나서
남편이 안고 토닥여 재워서 크립에 눕힌다. 그 뒤로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또 애가 깨서 우는데 그게 2 시간이 지나기 전이면 남편이 가서 토닥이고, 2시간이 지났으면 내가 가서 젖을 다시 먹이고 다시 눕힌다. 그러다가 우리도 잘 시간 되면 잔다. 밤 중에는 2시간에서 5시간 사이로 아기가 깨면 내가 가서 기저귀 갈고 젖먹이고 재운다. 그런데 내가 그렇게 눕혔는데 또 깨면 남편이 가서 토닥여 재운다. 근데 가끔은 그래도 애가 안 자려고 해서 나나 남편이 한 시간 넘게 안고 있을 때도 있다.

요즘 들어선 새벽 네 시 이후에 그럴 경우 나는 그냥 우리 침대로 데려와서 나랑 남편 사이에 놓고 팔베개 해주고 같이 잔다. 레딧 같은 데서 출산 전엔 절대 cosleeping 안 한다고 했다가 애 나오고 나서 잠을 통 못 자서 결국 cosleeping 한다는 이야기 많이 봤는데, 정말 이상하게도 우리랑 같이 자면 잘 자는 경우가 많더라. 암튼 그렇게 해서 남편이 출근한 뒤에도 나는 아들과 같이 늦잠을 종종 자곤 한다. 어제 밤의 경우 매 2시간마다 깨서 새벽 한 시쯤 내가 힘들어하자 남편이 그럼 침대로 데려오라 했는데, 내가 이번만 크립에 재우고 또 2시간만에 깨면 그 때는 침대로 데려오겠다 했더니 그제서야 주욱 6시간을 잤다.

깨고 나면 일단 기저귀부터 갈고 젖먹이고 물수건으로 온몸을 닦아주고 바세린 바른 다음 옷을 입힌다. 그런 다음에 거실에 있는 피아노 짐에 눕혀 놓고 나서야 내가 양치질과 세수를 할 수 있다. 그 다음에는 다 식은 커피를 마시며 아점을 먹는다. 요즘은 풀드 포크 만들어둔 거 처리하느라 매일 오믈렛을 만들어 먹었다. 오믈렛을 다 만들 즈음이면 아들내미가 피아노 짐에서 혼자 노는 데 싫증을 내서 무릎 위에 앉히고 먹곤 한다.

그 뒤로는 뭐 두 시간마다 젖 먹이고 수시로 기저귀 확인해서 갈아주고 그러면서 틈틈이 일한다. 중간에 바운서에 앉혀서 이유식도 먹이고, 졸려 보이면 아기띠로 매서 잠들 때까지 집안을 돌아다니다가 (이젠 짐볼에 앉아있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 잠들면 그제서야 짐볼에 앉아서 노트북으로 일한다. 

이유식은 하루에 한 번만 먹이고 있다. 오트밀만 먹이면 토하길래 오트밀은 버렸다. 그래서 지금은 고구마+젖, 콜리플라워+닭육수, 사과+키누아+젖으로 만든 걸 얼음 틀에 얼린 거 돌아가면서 주고 있다. 별로 좋아하는 것 같지는 않지만 뭐 익숙해질 때까지 먹여야지. 중간에 바나나랑 아보카도도 줘봤는데 대충 잘 먹었다. 장보러 나가면 완두콩을 사올까 생각 중이다. 

이유식 먹이기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팔을 마구 휘두른다는 것. 숟가락을 입으로 갖다대는데 팔로 밀어서 다른 데에 흘리고 튀고 그러기 일쑤다. 한입 한입 먹이는 게 꼭 게임하는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젖먹을 때도 이젠 주의를 다른 데 돌리는 일이 잦다. 오늘 아침의 경우, 나는 배고플까봐 기저귀 빨리 갈아주고 얼른 젖을 물리려고 했는데, 얘는 천천히 뜸을 들이면서 나한테 방긋 웃어주고 내가 같이 웃어주니까 그제서야 젖을 물더라. 그리고 젖 잘 먹다가도 시야에 고양이의 움직임이 들어오면 그 쪽을 보느라 다시 젖을 놓기도 한다. 

수유 쿠션을 평소에 수유용 흔들의자의 발 받침 위에 놓아두는데, 이나라가 그 구멍에서 자기를 좋아한다. 사실 내가 아기 방에서 젖 먹이고 있으면 한 마리는 창가에 앉아 있고 한 마리는 저 발 받침 위에 있는 식으로 두 냥이 다 같이 아기 방에 있는 일이 많다. 

그저께 밤이었나, 아기가 칭얼대는 소리에 내가 일어날 준비를 하는데 처음 듣는 괴랄한 소리가 들려 나랑 남편이랑 둘 다 허둥지둥 아기 방으로 달려가는 일이 있었다. 나는 그게 이나라 목소리인 것을 알아차렸지만 혹시나 이나라가 아기를 공격한 것일까 걱정이 되었고, 남편은 그게 아기가 낸 소리인가 싶어서 걱정했던 것이었다. 다행히 아기는 제 침대에 잘 있었고, 이나라는 거실에서 창밖에서 약올리는 토터셀 뚱냥이한테 화를 내고 있던 거였다. 남편이 봤는데 꼬리를 잔뜩 부풀렸다고 한다. 전에도 가끔 있던 일이지만 전에 내던 소리와는 사뭇 다른, 더 짧고 격한 소리라서 우리 둘 다 새로운 상황인 줄 알았던 거다.

아무튼, 냥이들은 대체로 아기를 무시하거나 피하지만 아들은 이제 냥이들을 좋아한다. 시야에 보이면 관찰하고, 내가 냥이를 가까이 데려오면 까르륵 웃으면서 손을 뻗어 만진다. 이나라는 발톱 숨긴 앞발로 조금 놀아주기도 하지만 케일리는 그저 도망가고 싶어한다.

응가는 이제 거의 5일에 한 번 보는 것 같다. 지난 주 수요일에 보고, 이번 주 월요일에 보았으니 이제 슬슬 또 볼 때가 되었는데.

점퍼도 하나 페이스북에서 중고로 샀다. 아직 이른 것 같긴 한데 뭐 바운서가 곧 작아질 것 같아서. 처음엔 울어서 금방 꺼내줬는데, 나중에 기분 좋을 때 다시 앉혀 주니까 열심히 잘 놀더라. 

어디선가 링크를 따라 어느 소아과 의사의 블로그를 읽게 되었는데, 일단 infants에 관한 글부터 보다가 teething에 대한 걸 보고 경악했다. 1부는 토끼의 뇌를 아이 잇몸에 문지르는 등 과거의 괴랄한 치료법(?) 등을 설명하는데, 멀쩡한 잇몸을 째는 얘기가 나오면서는 너무 끔찍해서 마저 못 읽었다. 2부는 현대로 돌아와서 좀 더 유용했다만. 아무튼 옛날에는 이래 죽고 저래 죽고 치료법도 이상한 게 많았으니, 의학이 발달하고 인터넷이 가능한 오늘날 이 환경에서 태어난 것이 너무나 감사하다.



23주 아들내미

오늘도 상당히 힘든 하루였다.
그저께쯤부터 이나라가 밤에 시끄럽게 울어서 잘 자고 있던 아기를 깨우기 시작했다. 어젯밤에도 그랬다. 그래서 밤에 여러 차례 깼다.
새벽 다섯 시에 젖먹이고 나서 아기가 안 자고 말똥말똥했다. 결국 거의 두 시간 동안 안고 있다 다시 젖먹였다. 이번엔 자려나 했는데 여전히 안 잤다. 시어머니가 맡아주셔서 나는 도로 잤다.
아홉 시 조금 넘어서 애가 배고파하여 내가 다시 깨서 젖먹이고 난 뒤 역시 안 자려고 하여 시부모님깨 도로 맡기고 나는 더 잤다.

열한 시 조금 넘어서 또 애가 배고파할 때쯤 드디어 나도 일어났다. 내가 깬 걸 확인하고 시부모님은 볼일이 있어 외출하셨다. 젖 먹이고 (이쯤되니 나도 무진장 배가 고팠다. 잠을 보충하느라 아침을 거른 셈이었으니) 아기띠로 매고 나서 음식을 챙겨먹는데, 하품하고 눈 비비길래 금방 잠들 줄 알았건만 안 자더라. 외출에서 돌아오신 시부모님이랑 번갈아가며 안아줬다. 가끔 아주 잠깐 자다가도 깨서 신경질을 부리며 날카로운 소리로 울기 일쑤였다. 기저귀 갈아줘도 울고 젖먹이려 해도 울고.

자다가 깨서 우는데 아무래도 코가 막힌 것 같아 흡입기로 꺼내고 면봉으로 파줬는데 아주 무슨 고문 당하는 것처럼 자지러지게 울었다.

평소에 잘 웃고 금방 만족스러워하는 녀석이 이러니까 참 당황스럽고 불안해졌다. 볼도 이틀째 발그스레 해서 어디 아플 조짐인가 싶기도 하고.

적응이 안 된다...



냥이들이 아기 자는 거만 안 깨워도 훨씬 도움이 될텐데.


몽고 반점과 키누아 문화/언어

아들내미 태어나기 전부터,
비백인 아이들의 경우 몽고 반점 때문에
탁아소 직원이나 베이비 시터 같은 타인이 기저귀 갈다가 멍이 든 줄 알고
아동 학대로 신고하는 일도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역시 혼혈 아기를 낳은 친구의 경우
소아과 의사에게 필히 말해서 이건 원래 있는 반점임을 문서화한다고 했었다.

우리 아들내미도 태어나면서
몽고 반점이 있더라.
엉덩이가 전반적으로 푸르딩딩한데
내 눈에는 옅어서 별로 멍처럼 보이지도 않아서 문서로 기록을 남기는 일은 생각지도 않았다.
소아과 가면 의사가 항상 온 몸을 다 살피지만 별 말도 없었고.

기저귀 갈면서는 잘 보이지도 않는다. 등 쪽만 퍼래서.
그래서 시어머니도 여태 모르시다가
며칠 전에야 기저귀 갈다가 발견하시고는 멍이 들었나? 하셔서
내가 그거 원래 태어날 때부터 있던 거라고 설명했다.
물론 시어머니는 처음 듣는 이야기. 신기해 하셨다.


사과와 키누아 이유식을 먹이는데 아이가 별로 좋아하지 않자
시어머니가 It's an acquired taste라고 하셨다.
키누아가 뭔지 몰라서 그런 말씀을 하신 것 같은데,
나는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키누아가 오트밀이랑 다를 게 뭐라고 acquired taste야.
따지고 보면 엄마 젖 아니면 분유만 먹고 자란 아기한테는 모든 이유식이 다 acquired taste지.


전에 아는 한국인 언니가 집에 잠깐 방문하셨을 때 아기가 빤히 쳐다보는 게
마치 엄마 말고도 이상한 말(=한국어) 하는 사람이 있어서 놀란 것 같은 그냥 내 주관적인 느낌이 들었는데
크리스마스 때 친정 부모님 오시면 아들내미도 나름대로 문화 충격을 겪지 않을까 싶다.
지금까지 영어 위주로 생활하고, 미국식으로 길러졌는데
나도 우리 부모님이 오시면 어떻게 될지 상상이 안 되니...



두 번째 이도 났다 아들내미

그저께 시아버지가 발견하셨다. 아기가 시아버지의 손가락을 자꾸 물어서.

그 덕분인지 그저께랑 어제 밤은 아기가 거의 8시간을 내리 잤다. 덕분에 오늘 아침은 새벽에 일어나 Haakaa를 달고 컴퓨터 앞에 앉았지만. 5온스나 모았다! 맹물 같은 전유뿐이라 그냥 이유식 만드는 데에만 써야겠다.

어제는 오후에 우체국도 가고 은행에도 갈 일이 있어서 아기 젖먹인 직후에 시부모님께 맡기고 외출했다. 두 시간이 되기 전에 돌아왔지만 이미 시부모님이 젖병에 해동모유를 담아 먹여보려 하셨었다. 반 온스만 먹었단다. 아무튼, 젖병에 입댄 모유가 3온스나 남았으니까 나중에 배고파하면 더 먹일 생각으로 나는 유축했다. 아기는 낮잠 중이었다.

나중에 깼는데, 나를 보고 엄청 반가워하는 게, 직수를 기대하는 듯했다. 하지만 젖병을 물리니 그냥 입으로 꼭지를 놀리기만 하고 빨지를 않더라. 결국에는 울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나는 유축을 한지 얼마 안 돼서 젖을 물려도 역시 역정을 낼 게 뻔했으니 그냥 계속 젖병을 물렸다. 시부모님이랑 번갈아가며. 아무 소용 없었다. 결국 배가 덜 고픈가보다 하고 포기했다. 외출하기 전에 바나나를 체에 걸러서 두큰술 분량을  준비했었는데 그거 다 먹었다고 하니까.

한 한 시간쯤 뒤에, 의자에 앉아있던 아들내미가 나를 보고 너무나 반색을 하며 초롱초롱 빛나는 눈과 활짝 벌린 두 팔로 애타게 호소하는데 도무지 못 버티고 결국 젖을 물렸다. 힘차게 빨아댔는데 과연 젖이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뭐 역정을 내지는 않았으니 그런가보다 한다.

젖병 수유는 이제 포기해야 하나 싶다. 나도 이젠 바깥에서 젖먹이는 데 익숙해졌고. 그래도 캔자스 시티처럼 멀리 나가면 젖병을 준비하기는 할 생각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배고파하면 그 때는 먹을지도 모르니까. 실제로 마지막으로 성공적으로 젖병 수유한 게 그렇게였기도 하고.

키누아와 사과를 섞은 이유식 믹스를 하이비에서 발견하고 사와서 어제 남은 해동 모유 중 입 안댄 분량과 섞어서  만들었는데, 맛을 보니 상당히 달더라. 아기도 딱히 좋아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지금까지 얘가 잘 먹는 건 고구마, 콜리플라워, 바나나. 아보카도도 먹여보려고 사왔다.

시어머니께 남편은 어떻게 6개월에 단유했냐고 여쭈었더니 자기가 더 안 먹더란다. 나는 여태 시어머니가 일부러 6개월만 모유수유하고 이유식 시작하면서 끊으셨던 건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란 걸 알고 놀랐다. 시아버지가 아마 시어머니의 젖량이 모자랐던 것 같다고 거드셨다. ...내가 초기에 유축하느라 고생할 때 자기는 문제 없이 6개월까지 젖먹였다고 하셔서 내가 열폭했었는데... 그럴 필요가 없었던 거다.

아빠를 많이 닮은 아들이니 얘도 갑자기 그럴 수 있지 뭐. 그럼 우리도 이유식과 분유로 바꿔야 하겠지. 하지만 지금은 편하게 젖 물리는 데 만족해야겠다.

블랙 프라이데이 때 타겟에서 일정 금액 이상 구매하면 특정 기간 동안 한 번의 쇼핑에 대해 20%를 일괄 할인해 주는 쿠폰을 줘서 릴레베이비 아기띠를 샀었다. 이번 주에 냥이 화장실 모래가 카트휠로 20% 할인되길래 쟁여놓으려 갔다. 가서 기저귀도 사고 (아마존에서도 어차피 20% 할인 받으니까) 수유 패드도 사고 (생리대 패드를 세일한다고 잔뜩 쟁여놨더니 임신했는데 이제 수유 패드를 쟁여놨으니 단유하게 되려나...) 뭐 잔뜩 골랐는데, 아기 용품 코너에서 범보 멀티시트를 떨이로 내놓았더라. 원래 기본형을 살까 고민 중이었는데 이건 트랜스포머처럼 다양하게 조립해서 세 돌까지 쓸 수 있는 거라 잘 됐다 하고 집어들었다. 나중에 리뷰 보니까 기본형은 다리 부분이 너무 좁아서 우리 아들내미처럼 허벅지가 굵은 아기들에게는 안 맞는다더군.

이것저것 다 집어들어서 원래 금액 280불에서 20% 쿠폰에 카트휠 오퍼랑 레드카드 5% 할인까지 합하니까 80불 할인되었다. 아기띠 값은 벌었네.


잘 논다. 그럼 된 거지.

답답하다 당뇨병과 우울증

Frustration. 좌절감이라 해야 하나? 아무튼, 꽉꽉 눌러담은 느낌이다.

나는 리스크를 병적으로 싫어하는 사람이다. 게임으로 치면 난이도가 초록색이 될 때까지 레벨업한 다음에나 도전하는 성격이다. 무엇을 하기 전에 가능한 한 인터넷으로 미리 검색하고 계획을 짜며,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예상을 하고 그에 따라 어찌 행동할지를 대충이라도 정해놓아야만 무언가를 감히 시도할 용기가 생긴다.

이는 곧, 뜻밖의 상황이 닥치면 패닉에 빠져 아무 것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게다가 나는 모든 것을 극단적으로 비관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나면 금방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그 두려움에 눈이 멀고 귀가 멀어버린다.

모처럼 성경공부모임에 나갔는데 (집에서 시부모님과만 있는 것도 갑갑해져서) 아기가 여러 차례 토했다. 나는 뭔가 크게 잘못됐구나 싶어서 걱정의 미궁에 스스로 빠지고 있는데 남편은 침착하게 아기 이마에 손을 대보고는 열은 없다며 아기들이 토하는 건 자주 있는 일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모임의 사람들 다 우리보다 한참 부모로서의 경험치가 많은 사람들이고 그 중엔 베테랑 간호사도 있기에, 그들 또한 별로 걱정하지 않는 모습을 보고 조금 진정할 수 있었지만, 처음 토하고 나서 아기 옷 갈아입히느라 다른 방에 아기와 단둘이 있는데 아기가 토했을 때는 정말 눈앞이 캄캄해졌다.

생각해보면 부모, 특히 엄마됨에 대해 자주 따라오는 수식어 중에는 토가 묻은 옷이 있으니 아이가 토하는 것도 흔한 일임을 유추할 수 있는데도, 아직까지 우리 아들이 이런 적이 없다보니 많이 당황했던 것 같다. ...라는 것은 나는 우리 아들을 너무 온실 속에서 키우는 건가? 하지만 집에서는 청소도 그렇게 깔끔하게 하지 않는 편인데.

면역력을 기르기 위해선 어느 정도 균에 노출시키는 게 좋다고 머리로는 알고 있으면서도, 집에 와서는 애꿎은 젖병만 소독시켰다.

토요일엔 남편의 직장에서 연 크리스마스 파티에 갔었는데, 6개월된 사내아이랑 7개월된 쌍둥이 여자아이들이 있었다. 그 중 여자아이들 장난감 중에 우리가 두 개나 갖고 있는 Oball이랑 비슷하면서도 더 유연하고 아이 입에 들어가기 알맞은 Ogosport Bolli라는 장난감이 있었는데, 우리도 저거 구해야겠다고 어디서 샀냐고 묻자 아이 엄마가 어디 좋아하는지 보라고 그 공을 건네 주었고, 남편은 그걸 그대로 우리 아들의 손에 쥐어주었다. 당연히 아들은 그걸 입으로 가져갔고.

머리로는 괜찮다고, 설령 이로 인해 아프게 되더라도 건강해지기 위한 단계라고 알고 있었어도, 옆에서 지켜보는 나는 속으로 경악...

이래서는 나중에 유치원 가게 되면 몇 주 내내 아프게 되는 거 아닌가. 얼른 다른 아이들에게 더 자주 노출시키고 해야 하지 않나 싶으면서도. 일단 당장의 내 심정은 아이를 진공 청정 상태에 가둬놓고 싶은 것 같다.

요즘 시부모님이 낙엽을 주워다 아이에게 만져보게 하시기도 하는데, 그것도 나는 은근히 불안하더라고. 말은 안 했지만.

아이가 아프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니까.
안 그래도 패닉에 쉽게 빠지는데, 그게 아들의 문제가 되면 더욱 머리가 마비되니까.

좀 느긋해지자. 숨 좀 쉬자.



1 2 3 4 5 6 7 8 9 1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