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를 집으로 개조한 건물 교회

우리 성경공부 모임 리더인 G부부의 딸 H가족은 아들 셋 딸 둘이 있다. 여태 몇 번 이 동네 안에서 이사를 했는데, 이번에 교외로 나가서 큰 집을 얻었단다. 우리 아들내미를 종종 봐주는 KG에게서 이사할 집을 알아볼 때부터 얘기는 많이 들었다. 그러다 큰 집을 발견했다고, 하지만 좀 할머니 할아버지로서는 좀 걱정된다는 식으로 얘기해서 뭐 너무 멀어서, 혹은 집이 보수공사할 게 않아서 그런가보다 하고 넘겼다.

지난 일요일, 슈퍼볼 출전권을 놓고 캔자스시티 치프스의 경기가 있었다. 그래서 성경공부 다신 H가족의 집에서 모여서 경기를 보기로 했다. 우리야 스포츠에 관심이 없지만 사람들과 어울리기 위해 갔다.

과연 동네애서 한참 떨어진 곳에 있었다. TG가 근처에 도착해서는 정확한 장소가 어디냐고 문자를 보냈는데, 우리가 곧 도착하여 우리를 따라왔다. TG는 KG아저씨의 설명과 반대방향에서 접근했기 때문에 햇갈렸던 것.

...가까이 가보니 이건 집이 아니라 무슨 건물이더라. 집을 나서기 전에 남편이 장화를 신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드라이브웨이에서 눈은 치웠겠지, 하고 일반 신발을 신었는데 이건 드라이브웨이가 아니라 주차장 수준이었다. 외관은 꽤 낡아서 좀 을씨년스럽기도 했다. 가니 그집 셋째 아들이 나와서 현관을 가리켜줬다. 가면서 보니 농구할 공간도 있고 뭐 애들이 밖에서 뛰어놓을 자리는 많더라.

안에 들어가니 완전히 미로였다. 아래층은 가정집이라기보단 무슨 체육관 같은 느낌? 실제로 한 방에는 운동기구가 잔뜩 있었고. 그런데 위층으로 올라가니 좀더 집 같은 분위기가 나더라. 다만 구조가 특이해서 완전 미로 같았다. 결국 부엌에 당도하여 가져간 음식 (미트볼과 비엔나 소세지, 브라질 치즈볼) 풀고 일단 먹었다. 그 집에선 타코 재료를 준비했는데, 고기가 세 종류였는데 다 맛있었다.

아들내미는 천장에 다는 선풍기를 매우 좋아한다. 우리 집에는 하나도 없어서 더 좋아하는지도. 그 집에도 곳곳에 있었다. 부엌 옆 식탁이 있는 공간에도 하나 달려 있어서, 좋아하는 걸 보고 KG 아저씨가 틀어주니까 아주 흥분했다.

그 집 아이들 다섯 외에도, 다른 초대된 가족들의 아이들조 있어서 아이들이 많았다. 우리 아들내미가 가장 어렸다. 이집 큰아들과 둘째아들은 전에 캔자스시티에서 코믹콘이 열리면 우리가 하루 대려가기도 했었다. 큰아들은 어느새 훌쩍 커서 할아버지랑 키가 비슷하더라. 체격만 보면 어른이 다 된 것 같다. 동생을 넷 둔 형답게 우리 아들과도 잘 놀아줬다.

우린 경기는 안 보고 그냥 아들내미랑 같이 다른 애들과 놀곤 했다. 아이들이 음악을 틀고 춤추는데, 아들내미도 몸을 흔들고 추임새 넣고 그래서 다들 즐거워했다.

다른 아이들이 우리 아들내미 이뻐해주는 거 보니까 좋더라. 이런 시간을 더 자주 마련해야 할 것 같다.

곧 아들내미 재워야 해서 일찍 나섰다. 남편은 인터넷으로 경기 결과를 체크했다. 연장전까지 가서 졌다고 한다. 뭐, 치프스로선 이 정도도 잘한 거라고 하니 그런갑다 한다.

우리도 큰 집으로 이사가고 싶지만, 그 정도로 큰 집은 관리하기도 힘들 것 같아 사양이다. 게다가 아직도 공사할 게 많이 남았더라. 뭐, 그 집이야 식구가 많고, 아들들이 일을 도울 수 있을 테지. 아버지 하는 일도 집 보수공사 쪽이고. KG 부인의 말이, 원래 교회였던 건물이란다. 아, 그래서 아래층이 그랬구나 싶었다.
.

눈이 많이 왔다 아들내미



지난 토요일에 눈이 많이 왔다. 일요일에 교회 가는 길에 보니까 여기저기 눈사람이 많더라. 저런 걸작도 있어서 사진을 찍었다. 얼마나 걸렸을까. 언젠가 우리 아들내미와도 눈사람을 만드는 날이 오겠지? 썰매도 타고...

눈이 많이 왔고 춥기 때문에 이번주에는 대체로 집에만 있었다. 그러다 보니... 매일 남편 퇴근만 고대하며 버티는 게 일상.

일단 아침 여섯 시 반쯤에 남편이 출근하면, 자기 방에서 크립에서 혼자 자던 아들내미가 깨서 운다. 그럼 내가 가서 기저귀 갈고 우리 침대로 데려와 젖 물리고 더 재운다. 보통은 아홉 시까지 더 자는데, 더 잘 때도 있고 안 잘 때도 있다.

완전히 깨고 나면 거실에 나가서 식탁 앞에 앉히고 온디맨드코리아(광고 없애기 위해 유료회원이 되었다)에서 TV유치원을 틀어준다. 그리고 아침으로 또르띠쟈에 치즈랑 햄을 말아서 주거나, 찌개가 있으면 냉동밥 해동해서 말아주거나, 기타 먹일만한 음식을 차려준다. 그리고 그새 나는 화장실에서 방해 안 받고 영치하고 세수하고 콘택트 렌즈룰 착용한다. 하도 내 안경을 자주 찌그러트려서 거의 매주 안경점에 가서 고쳐오다 보니 이젠 웬만하면 콘택트 렌즈 끼고 산다.

아직 혼자서 잘 먹고 있으면 나는 커피를 타고 내 아침을 준비해 옆에서 같이 먹는다. 이 때 내가 먹는 음식을 뺏어먹기도 한다.


왼손에는 자기 또르띠쟈롤을 쥐고, 내가 거의 다 먹은 내 걸 오른손으로 뺏어서는 한 입 먹고 다시 나 주더라. 가끔은 교환하기도 한다.
하루는 (쌀밥대신 콜리플라워밥을 넣은) 카레라이스를 먹었는데, 나는 내 그릇에 캡사이신 가루를 넣어 더 맵게 만들었는데... 아들내미가 말릴 새도 없이 자기 숟가락을 푹 집어넣고는 제 입으로 가져갔다. 그리고는 매워서 울더라.
한동안 귤을 그렇게 먹어대더니 이젠 귤은 거들떠도 안 본다. 딸기는 여전히 잘 먹는다. 사과는 이제 좀 시들해진 듯. 마트에 가면 바나나를 볼 때마다 나나, 나나거리며 신나 해서 결국 바나나를 한 개 사오긴 했는데 아직 퍼래서 주진 않았다.

티비유치원이 끝나면 이번엔 훌루(블프 때 월 1불짜리 12개월 구독 플랜에 들었다)로 세서미 스트리트를 한 화 보여준다. 처음엔 별 관심 없어 보였는데 점차 좋아하는 것 같다. 나도 어렸을 때 제잠 스트라세로 봤었는데. 기억은 잘 안 나지만.

그 다음엔 유튜브로 음악을 틀어주는데, 요즘은 업타운 펑크를 제일 좋아한다. 뭐 비트가 신나기만 하면 춤 추듯 몸을 흔들곤 한다. 우쿨렐레를 들고 기타치는 흉내를 내기도 한다. 정말 깜찍하다.

거실에서 퍼즐이나 블록을 가지고 놀기도 하고, 스케치북이나 부기보드에 낙서를 하기도 한다. 아직 크레파스나 스타일러스를 잘 쥐지도, 잘 그리지도 못하지만.
요즘은 책을 자주 본다. 내가 읽어주려고 해도 무시하고 자기가 그냥 알아서 책을 펼치고 책장을 넘기며 옹알종알 열심히 소리를 낸다. 그 억양이 재미있기는 하다. 요즘 특히 잘 보는 책이 원숭이가 나오는 건데, 남편이 읽어줄 때 우우아아 원숭이 흉내를 내서 그런지 자기도 비슷하게 우우아아거리기도 한다.



오늘은 유튜브에서 여러 고양이과 동물들이 내는 울음소리 모은 것을 봤는데, 그 뒤로 자기도 야옹거리고 으르렁거리더라. 아니 사람 새끼면 말을 배울 것이지 왜 동물 소리를 흉내내니... 라지만 귀여우니까 괜찮아.

말은, 우리가 뭘 시키면 제대로 반응하는 걸로 보아 확실히 알아듣기는 잘 알아듣는다. 근데 말을 고집스럽게 안 한다. 뭐 때 되면 다 하겠지.
아, 새로운 단어로는 쿠키를 가리켜 코코라고 하기 시작했다. 맨날 이거저거 다 치즈라고 부르더니 이제 단짠의 구분을 하는 걸까. 덕분에 쿠키를 자주 굽고 있다.

하루는 김치찌개 마지막에 국물 다 쫄아서 짜게 된 거 내가 혼자 먹어치우려 했는데, 아들내미가 관심을 보이며 막 뺏어먹었다. 그래서 짠거 중화도 할 겸 냉동밥 해동해 섞어주니까 엄청 잘 먹더라. 이번엔 김치도 포함해서. 뭔가... 뭉클해지는 순간이었다. 김치찌개를 이리 잘 먹다니 내 새끼 맞구나.

내가 대학교 일학년 때, 처음 맞는 땡스기빙데이 연휴를 교포 인 친구네 집에서 보냈었다. 그집은 아들둘 딸둘의 사남매가 있었는데, 마침 어머님이 신김치로 김치찌개를 큰 솥에 잔뜩 끓이셨지만 아무도 안 건드리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거기서 지내는 동안 그걸 기꺼이, 맛있게 먹었다. 그 집 식구들은 그걸 굉장히 신기해 했다. 그리고 그 기억 때문에 나는, 내심 내 자식이라도 김치찌개를 싫어할 수 있다는 걱정이 알게모르게 있었던 것 같다.
사실 나는 남편과 연애할 때도, 김치찌개를 먹여보고 잘 먹는 걸 보고 결혼해도 되겠다고 생각했을 정도로 김치찌개가 중요한 사람이다.
그런데 그 김치찌개를 아들내미가 잘 먹으니 어찌나 이쁘던지. 안 그래도 애 입에 먹을 거 들어가는 거 보는 게 큰 즐거움인데, 그게 김치찌개가 되니까 그 뿌듯함이 몇 배가 되더라.

소 양을 작게 잘라서 에어프라이어에 구웠다. 바삭하게 해서 돼지껍질튀김 먹듯이 간식으로 먹었는데, 아들내미가 이것도 역시 손을 대더라.



단, 삼키지는 않고 한참 빨다가 뱉고, 다시 다른 조각을 입에 낳고 우물거리더라. 그 얘길 남편에게 하니까 맛은 좋아하는데 식감을 안 좋아하는군.이라고 정리하더라. 그래. 내장도 좀 먹어줘야지. 조만간 간도 먹여봐야지.

그렇게 먹기도 하고 놀기도 하고, 목 마르면 내 트래블 머그를 손가락으로 가리켜 내가 가까이 갖다주먄 빨대로 마신다. 놀다가 쿠린 냄새가 나면 응가한 것이다. 요즘 워낙 먹성이 좋아서 거의 매일 두 번 이상 응가를 본다.

기저귀는 갈 때 가만 있지 않아서 애먹는데, 가장 좋아하는 고양이 인형을 들려주면 안고 있느라 가만 있는다. 단, 응가한 기저귀면 인형이 응가에 닿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간식거리 크래커나 과자, 동결건조한 과일 등은 보통 뚜껑달린 용기에 보관하는데, 자기가 열어달라고 나에게 들고 온다. 그럼 열어주면 자기가 하나 꺼내 먹곤 하는데, 요즘 들어 부쩍 자기가 용기를 들고 알아서 꺼내 먹겠다고 고집을 피운다.
문제는... 그렇게 들고 다니다 쏟는 일이 많다는 것. 일부러 자기가 꺼내서 주위에 던지기도 하고, 아니면 실수로 기울여서 쏟기도 하고.
웃기는 건 그렇게 바닥을 지저분하게 만들고는 마치 자기가 청소하겠다는 양 쓰레받기와 빗자루를 들고 쓰는 흉내를 낸다. 물론 지금은 더 멀리 퍼지는 효과만 있지만. 아무튼, 하루에도 여러 차례 바닥을 쓸게 만든다.

내가 화장실에라도 가면 꼭 따라온다. 문 닫으면 대성통곡을 한다. 문 열어놔도 울 때도 있다. 내가 자기를 안아주지 않는다는 게 그렇게 서러운 거다. 그래서 큰 일 볼 때는 그냥 변기에 앉은채 안고 있을 때도 많다.

잘 놀던 애가 좀 짜증을 낸다 싶으면 낮잠 잘 때가 된 것이다. 그럼 다시 우리 방 침대에 같이 누워서 재운다. 바로 잠이 들 때도 있고, 한참 걸릴 때도 있다. 가끔은 그냥 울어제껴서 뭘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그럴 땐 남편에게 구글톡으로 우는 소리 하곤 한다.

낮잠 재우다 나도 같이 잠들 때가 많다. 근데 나는 아직 자는데 아들내미가 깨서 내 폰을 조작할 때도 있다. 비번 걸어놔서 뚫지는 못하지만 비상 연락처로 지정된 남편에게 전화를 걸 때가 종종 있다. 이젠 남편도 나에게서 전화가 걸려오면 아들내미가 걸었겠거니 한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남편 목소리에 깬 적이 여러 번이다.

남편이 퇴근할 때까지 낮잠 잘 때도 있고, 그 전에 깰 때도 있다. 남편이 올 때쯤이면 난 녹초가 되어서 그대로 침대에 눕곤 한다. 남편이 도착하면 그대로 바통 터치. 나는 해방이다.

저녁은 주말에 미리 메뉴를 계획해서 전날이나 아침에 재료 해동하고 남편 퇴근하고 나면 요리한다. 요즘은 날씨가 나빠서 내가 많이 한다. 날씨가 좋으면 남편이 그릴로 고기를 구울 텐데.

다같이 식탁에 모여 앉아서 저녁을 먹는다. 그리고 시부모님이 시간이 되면 영상 통화를 해서 아들내미를 보여드린다.
여덟 시쯤 되면 남편이 아들내미 기저귀 갈고 잠옷으로 갈아입히고 나는 치약 칫솔을 준비한다. 양치 시켜준 후에 나는 굿나잇 뽀뽀를 해주고 아들내미 방에서 나온다. 남편이 아들내미에게 책을 몇 권 읽어주고, 백색소음기를 켜고, 크립에 넣어놓고, 불을 끄고, 나온다.
아들내미는 조금 칭얼대다 이내 잠든다. 밤중에 잠깐 깨서 칭얼댈 때도 있지만, 응가를 한 게 아니라면 금방 다시 잔다.

이 일상은 다음 날 아침 여섯 시 반쯤에 다시 되풀이된다.

내가 좀더 체계적으로 아들내미와 놀아준다거나, 규칙적으로 밥 때 간식 때를 지켜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기는 하지만
지금으로선 아직도 서바이벌 모드라서 그럴 여력이 없다.
하지만 차차 생각해봐야 하겠지...

간만에 순대 Essen



그냥 순대만 했으면 좋았을 것을. 아니면 쇠고기든 돼지고기든 하나만 갈았어도 좋았을 것을. 괜히 욕심을 부려서 쇠고기 돼지고기 각각 열 근씩 썰어다 갈고, 소분해 냉동하고, 돼지고기는 세 근 정도 더 잘게 갈아서 순대를 만들었다.







이번엔 당면도 찹쌀도 하나도 안 넣고 오직 야채(숙주나물, 부추, 파)와 고기와 돼지피만 넣었다. 간이 좀 심심한데 김치랑 먹으면 딱 알맞겠다.

옛날에 멕시코 살 때 정육점에서 주렁주렁 달린 초리소를 보며 저거 만드는 케이싱 있으면 집에서 순대 만들 수 있을 텐데 생각했지만 당시 칼자루는 엄마가 쥐었고, 엄마는 딱히 해보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결국에는 내가 내 부엌에서 해냈다. 그리고 지금, 기회만 되면 만들곤 하고 있다.

힘들지만 맛있어서. 끊을 수 없다니까.

조금씩 쉬워지고 있긴 하다 아들내미



요즘 아들내미에겐 아침에 또르띠쟈에 치즈를 얹고 전자렌지에 잠깐 돌려 녹인 다음 칠면조 햄도 얹고 돌돌 말아서 준다. 그럼 자기가 알아서 들고 먹는다. 이렇게 편할 수가!

사실 내가 저탄수 또르띠쟈로 이렇게 먹었는데 아들내미가 관심을 보이며 내 걸 뺏어먹어서 시작하게 되었다. 이젠 아들내미 주기 위해 또르띠쟈를 산다.



된장찌개나 김치찌개에 밥을 말아서 주기도 한다. 이건 아직 숟가락질이 서툴러서 거의 삼분의 일은 턱받이의 주머니로 들어가거니 바닥에 떨어진다. 정 배고프면 나한테 떠먹여달라고 숟가락을 건넨다. 그렇게 한 입 받아먹고 나면 다시 자기가 해보겠다고 숟가락을 도로 가져간다. 이런 날은 밥 먹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뭐... 경험치 쌓아야 하는 걸.

물은 여전히 내 걸 뺏어마시길 좋아한다. 그런데 배트맨 로고가 있는 병을 꺼내니까 그건 자기 거라고 인정하는지 관심을 보여서 거기에 물 담아 주니 그건 곧잘 마시더라. 단, 목마르지 않을 땐 뒤집어서 물을 흘리곤 한다.

우유는 여전히 거부 중. 그냥 포기할란다. 어차피 치즈를 많이 먹으니 칼슘 같은 건 모자라지 않겠지.

어느 저녁, 우리가 먹는 것을 보고 김치를 달라고 마구 떼를 써서 김치 그릇을 가져다주니까 자기가 한 조각 집어서 입에 넣어보고는 매웠는지 울더라.
그런데 카레라이스는 미국 기준으로 extreme hot이라고 써있는 건데 잘만 먹고, 김치찌개도 밥 말아주니까 (건더기에 김치는 포함하지 않았지만) 잘 먹더라. 조금씩 매운 음식에 적응하는 거겠지.

어제는 계란을 두 입 먹었다! 그동안 내가 얘한테 계란을 먹이려고 얼마나 애를 썼는데. 늘 뱉고 거부했는데 드디어!

지난 토요일에는 모처럼 캔자스 시티로 나갔다.
Thrift store에 가장 좋은 물건이 많이 들어오는 시기가 크리스마스 직후라는 글을 레딧에서 봤더랬다. 선물 덕분에 쓸모없어진(하지만 아직 쓸만한) 옛날 물건을 처분하거나, 마음에 안 드는 선물을 처분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그래서 일단 한 곳에 들어갔는데, 오호라! 전에 아는 집에 가서 아들내미가 아주 신나게 갖고 놀았던 Sit n Spin이 있었다. 이게 단종된 물건인지 파는 곳이 없더라고.
아들내미는 핑크색 우쿨렐레를 집어들었다.


집에 돌아와서 아빠가 열심히 닦아줬는데, Sit n Spin은 잘 안 갖고 놀지만 우쿨렐레는 종종 가지고 논다.

부엌에 점퍼루가 있던 자리에서 점퍼루를 치우고 작은 탁자와 의자 세트를 놓았다. 탁자는 윗면 뚜껑을 벗기면 레고판도 된다. 의자가 두 갠데, 자기만한 곰 인형을 들고 오더니 한 의자에 앉히려고 애를 쓰더라. 귀여워서 내가 조금 도와줬다.



아직 크레파스는 쓰기보다 입으로 맛보는 데 더 관심 있다. 그래도 스케치북을 펴놓으니까 자기가 조금씩 흔적을 남기기는 한다.

주초엔 날씨가 꽤 좋아서 종종 데리고 나갔다. 하루는 작은 유모차를 끌도 나갔는데 처음엔 타지 않고 자기가 유모차를 밀었다. 그러다 지쳐서 유모차에 태워줬는데, 내가 아직 기운이 있어서 빨리 밀어주니까 좋아하더라. 그렇지만 이내 나도 체력이 바닥나고 그냥 천천히 미니까 싫증을 냈다. ...그래서 우는채로 유모차에 태우거나 내가 기운이 조금 나면 팔로 안아주면서 빈 유모차를 밀어서 집에 간신히 돌아갔다.
다음 날은 그래서 아기띠를 두르고 갔는데, 이번에는 자기가 잘만 걸어다녔다. 인도보다는 인도 옆 잔디에서 걷는 걸 좋아했다. 낙엽을 밟아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좋았는지도.



수요일엔 다시 도사관에서 열리는 스토리타임에 갔는데, 문득 이젠 우리 아들내미가 거기서도 큰 편에 속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날 특히 겨우 4주 된 신생아도 와서 더 대비가 되더라. 이제 토들러반으로 옮길 날이 반 년도 안 남았구나.

음악을 틀어주면 신나서 몸을 흔들고, 아는 노래면 따라 부르려는 듯이 행동한다. 티비유치원에서 액션 잉글리시 오프닝할 때 애, 애, 애거리는 부분이라거나. 업타운 펑크에서 아우~하고 추임새를 넣는다거나.

옹알이는 참 많이 하는데, 진짜 단어로 말하게 되는 날은 언제 올까? 아직까지는 말로 하기보다 손가락으로 가리켜서 뭘 원하는지 표시하는데, 우리가 눈치 없는 척 안 따라주면 자기가 답답해서 말문이 트이려나? 근데 그러기 전에 마구 성을 내고 난동을 부려서 우리가 금방 원하는대로 해주기 마련이다.
우리가 너무 물러서...

우리가 하는 말은 제법 잘 알아듣는다. 자기 내킬 때만 말을 들어서 문제지.

조금씩 조금씩
사람이 되고 있다.



크리스토퍼 기억하고싶은사람들

어쩌다가 남편과 대화 중에 크리스토퍼란 이름이 나왔는데, 남편이 웃으며 내가 그 이름을 독일 발음으로 말한다고 하더라. 나는 물론 의식하지 못했고.

뭐, 내가 처음 안 크리스토퍼는 독일 사람이었으니 뭐 그럴만 하지. 내가 여태 만난 미국 크리스토퍼들은 다 크리스까지만 사용했고.

사실 독일의 크리스토퍼아 대해선 별로 기억 나는 게 없다. 어떤 생김새였는지, 어떤 성격이었는지.
당시 내가 유일하게 1점(수우미양가라면 수) 맞던 과목이 산수였는데, 수업 중에 문제 풀기 하면 그 애랑 내가 일등을 다투었다는 기억이 거의 유일하달까. 한 번은 굉장히 어려운 문제가 나왔는데, 나랑 걔랑 둘 다 맞았지만 내가 크리스토퍼보다 훨씬 빨리 풀어서 뿌듯해했던 적이 있다.

아무튼. 여전히 독일어의 흔적이 남아있기는 하구나. 신기하다.




1 2 3 4 5 6 7 8 9 1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