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주 River

어제 정기 검진? 받으러 갔다. 소변 컵에 담아 한참을 기다렸다. 그러다 간호사가 나와서 내 이름을 부르기에 일어서는데... 다리가 저려서 풀썩. 요즘 팔다리가 금방 금방 저리곤 하더니.

체중은 여전히 그대로다. 배는 동그랗게 나오고 있는데.

소변에 딥스틱 두 개 담그었는데, 간호사가 뜬금 오늘 식사했냐고 묻는다. 했다고, 열두시쯤에 연어랑 크림치즈 먹었다고 답하니까 근데 왜 소변에 케톤이 있지 한다. 아 그거야 나는 케톤생성식을 하니까 당연한 거라고. 그러니까 아 그렇구나 한다. 케톤생성식을 아는 걸까? 그리고 임신한 상태에서 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걸까? 레딧에서 하도 적대적인 의료인들 얘기를 많이 봐서 이런 쿨함이 신기하다.

그리고 백혈구도 높게 나왔다고. 그럼 요로 감염인가? 싶은데 사실 바로 옆에 화농성 한선염도 있어서... 뭐 암튼 단백질은 안 나왔다고 해서 안심.

배가 좀 더 자주 아프다고 하니까 아기가 자라느라 그런 거란다. 생리통 비슷하냐고 해서 그렇다, 다만 더 오래 지속된다고 했다.

태동은 느껴지냐고 하길래 아직. 그저 배고프면 배가 진동하고 난리법석을 떠는 것 외엔... 임신 앱도 그렇고 다들 곧 태동 느낄 수 있다는데... 내가 너무 둔해서 못 느끼는 건가?

도플러 모니터로 애기 심박을 들으려고 했는데, 처음에 한참 못 찾길래 또 덜컥 겁이 나더라. 그런데 한 순간 잠깐 잡혔다. 그렇게 어렵게 들으니까 거의 감동이야. 근데 애가 움직여서 피하네? 그래서 또 한참 실랑이하다 비로소 안정적으로 들을 수 있었다. 분당 150. 검색해보니까 140 아래면 아들, 그 위면 딸이라는 속설도 있던데 정확도는 50%... 하하하.

아무튼, 아기 잘 있는거 확인하니까 괜히 기분이 좋더라.
사실 그 전에 살짝 우울해지고 있는 타이밍이었다.
친정엄마, 자매, 절친 등의 도움을 받는 다른 임산부들 얘기를 읽으면서 갑자기 내가 급 외로운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 뭐 나한테도 가족같은 친구들이 있고 그 중에는 산부인과 간호사도 있으니까 든든한데... 도 괜히.

근데 사실 훈훈한 얘기만큼이나 짜증을 성토하는 얘기도 많다. 특히 고부간의 갈등. 친정엄마나 비슷한 시기에 임신한 자매와의 갈등. 그런거 보면 내 상황이 딱히 나쁜 것 같지도 않은데.

사실은 페북을 통해 어느 친구가 다른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을 보고 약간 소외감 같은 걸 느꼈던 게 발단인지도 모르겠다. 임신한 이후로 거의 매일 잠만 자고 밖에 별로 나가질 않으니까 친구들하고 시간 보내는 것도 소홀해졌는데, 그 사이에 다른 친구들과 친해진 이 친구를 보니까... 괜히 심통이 났나보다.

하지만 뭐, 내가 가겠다고 하면 얼마든지 그 친구들이 환영해줄 것은 뻔하고. 게다가 아기가 나오면 나 역시도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게 되겠지. 단지 지금은 그냥 집에 콕 박혀 있는 게 제일 편하니까...

아마존에 베이비 레지스트리를 만들기 시작은 했는데, 뭘 넣을지 도무지 모르겠다. 그냥 수건류, 포대기류만 들입다 저장했다. 젖병 같은 것도 뭐가 좋은지 모르고, 기저귀도 뭐가 뭔지 모르고... 하아아 갈 길이 태산이다.

남편은 직장에서 동료들이 이름은 정했냐, 애기 방은 꾸몄냐 묻는다고 한다. 정작 당사자인 자기보다 더 신나하는 것 같다고. 그 중 한 명은 아들 이름이 캐스퍼인데 맨날 유령이냐고 놀림 받고, 딸은 아나이스인데 그냥 애나로 불린다고 이름 선택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이유를 상기시키고.


매년 봄마다 성경공부 모임에서 가는 여행. 늘 여자들끼리 쇼핑 나가면 다들 주로 육아용품점 가서 옷 고르는데 나 혼자 뻘춤하게 구경하거나 다른 가게 가곤 했는데 올해는 나도 본격적으로 쇼핑 가능하다! 이 생각을 하니까 신났는데, 사실 지금 봐도 애기 물건 뭘 살지 모르겠는데 그 때 간다고... 아 성별은 알 테니까 옷 고르기는 쉬울 지도. 하지만 옷은 물려주겠다는 사람들이 엄청 많은데 굳이 뭘 살까... 라고 해도 마음에 드는 것이 보이면 분명히 지를 테지. 아, 여자애일 경우 물려받을 집이 많은 거지 남자애면 그렇게 많지 않으니 좀 더 자유롭게 사도 되겠구나. 뭐 일단 성별을 알아야.

...아참, Thinkgeek에서 스타트렉 제복 원지 하나 주문했다. 빨간색으로. 스타워즈보다 트렉 물건을 먼저 사다니... 이런 날이 올 줄이야.

아무튼. 우리에게서 태어나는 아기는 성별에 상관 없이 geek/nerd이 되는 건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매직더개더링도 필연적으로 하게 될 테고.

근데 애가 삼촌을 더 닮아 외향적이고 활발한 체육 활동을 즐긴다면... 뭐 거기에 맞쳐줘야지...

훈제연어에 크림치즈. 키친에이드 믹서. Essen

월드 마켓에서 훈제 연어를 샀다.
스모크드 프로볼론이랑 같이 먹었는데 좀 남았다.

남은 연어랑 크림치즈에다 우스터 소스, 파프리카, 파 썬 것, 마늘 가루를 넣어서 섞었다.

그리고 아마씨가루 베이스 저탄수 베이글을 만들어 반 가르고 발라 먹었다.

정말 맛있다.
진작에 좀 이렇게 해먹을 걸, 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도넛 팬을 막 샀는지라 베이글도 이제야 만들게 된 걸.

베이글은 여러 레시피로 실험해볼 생각이다.
키친에이드 믹서도 샀으니 반죽도 두렵지 않아!

순대를 만들기 위해 고기 그라인더 옵션을 보니
키친에이드에서는 플라스틱으로만 만들길래
가격이 세 배긴 하지만 스테인레스 스틸로 만든 다른 회사 걸 주문했다.
텍사스에서 만든 거라는 게 이런 데에선 믿음이 가네.

아침식사용 소시지 패티 냉동 팩을 큰 걸 사다놓고 가끔 부쳐먹었는데
임신 이후로는 맛이 없다고 느껴진다.
다 먹고 나면 직접 소시지도 만들 생각.
간 소시지도 만들 생각.

그걸 발라먹기 위해 열심히 저탄수 빵도 실험을 계속해야.


지난 주말에 처음으로 저탄수 팬케이크를 그동안 삼겹살 굽는 용도로만 쓰던 그리들에 구웠다. 넛멕을 잔뜩 쏟아버린 바람에 향은 좀 이상했지만 텍스쳐는 팬케이크 같았고 맛도 나쁘지 않았다. 코코넛 가루만 썼는데 이번 주말에는 아몬드 가루도 넣어서 해볼 생각이다.

주방 살림이 많아지니 다시 카운터 정리를 해야겠다. 안 쓰는 물건 - 예를 들어 전기밥솥 -은 과감하게 치우고.

현재 가장 많이 쓰는 주방 기기는 단연코 전기포트 주전자다. 메밀차를 물처럼 마시다보니... 그냥 보리차처럼 한꺼번에 많이 끊이는 게 나을라나? 근데 지금은 따뜻하게 마시는 게 좋으니까...
보온 컵도 내 걸 새로 샀다. 남편이 40온스짜리 보온컵에 커피 넣어가지고 다니는데, 나도 같은 걸 사서 메밀차를 넣어서 종일 마신다. 요즘 혈당이 상당히 낮은데 이게 도움이 되는 건지는 모르겠다. 그냥 감기 걸렸을 때 뜨거운 차가 마시기 좋아서, 근데 허벌 차는 임신 중에 조심하라니까, 마시기 시작한 건데. ...그냥 귤이랑 꿀을 끊어서 내려간 걸 수도.


15주 River

지난 일요일, 교회에서 사람들이 이제 baby bump가 보인다며 좋아하더라. 두 명은 다가와서 내 배를 만졌다. 나는 둘 다 가족같은 사람들이라 괜찮았는데 남편은 조금 당황한 듯.

쿠바에서 온 아저씨가 특히 기뻐하면서 이런저런 조언을 많이 해줬는데, 새삼, 맞다, 이 아저씨 원래 의사였지, 하는 생각이 들더라.

몸을 앞으로 굽히는 게 이제는 힘들다. 배도 좀 더 자주 아프고.

어제는 첫 임부복을 샀다. 타겟에서 clearance rack에서. 얇지만 긴 팔의 줄무늬 터틀넥. 편하다.

그동안 잠만 자는 것 외에 거의 뭘 할 수가 없었는데 두번째 trimester에 들어서서 그런지 기운이 다시 나기 시작한다. 슬슬 요가도 해보려고.

아기 크기는 한 앱은 아보카도, 다른 앱은 오렌지라고 한다. 조만간 태동도 느낄 수 있을 거라는데 과연?

주말에 캔자스 시티에 가서 모처럼 영화도 (신비한 동물사전) 보고 Toys R Us에 가서 아기용품도 들여다봤다. 근데... 암만 봐도 뭐가 뭔지...

성경공부모임에서 베이비 샤워를 해줄거라는데 무엇이 필요한지를 알아야 레지스트리를 만들지...

일단 레딧에서 이런저런 육아섭레딧을 구독하고 들여다보고는 있지만...

아참, 헌책방에서 한국어로 된 출산 및 신생아 육아 지침서를 발견하고는 신기해서 샀다. 한국 산모들에게 제공되는 정보도 알아두면 좋겠지.

슬금슬금 시간이 지나간다.
우린 과연 제대로 준비할 수 있을 것인가...


14주 River

지난 금요일, 화장실에 갔는데 팬티에 피가 묻어 있었다.
그런 일이 가끔 있다는 얘기는 읽었지만 막상 봤을 때는 덜컥 겁이 나더라.
근데 그 뒤로는 더 없어서 일단은 안심 중.

배도 제법 나왔고 체중도 슬슬 느는 것 같고
배가 콕콕 아픈 빈도가 더 높아졌고
허리를 굽히면 불편하다.
대신 쪼그려 앉으면 편하다.

그리고 배가 고프면 참기가 힘들다.
한꺼번에 많이 먹지 못하기 때문에
조금씩 자주 먹어야 한다.

키친에이드 스탠드 믹서를 샀다.
어차피 매주 한두번은 베이킹을 하니까.
사실 베이킹보다는 순대가 더 큰 목적이지만.

아무튼 그래서 요즘은
새벽에 남편이 출근하면
귤을 두 개 정도 까먹고 다시 잔다.
배가 너무 고프면 메밀가루와 찹쌀가루를 섞어서 익반죽한 다음 전자렌지에 돌려서 떡처럼 만들어 먹는다.
이게 탄수화물이 좀 있어도 메밀 덕분에 혈당을 낮춰주더라.
이러고 자서 한 10시쯤 다시 일어나면
커피 마시면서 아몬드/코코넛가루로 만든 저탄수 쵸코 머핀을 먹고
찐계란도 하나 까먹고
슬슬 그 날의 일을 시작한다.

점심으로는 김치찌개 또는 미역국.
저녁은 고기와 채소.
간식은 견과류와 말린 과일 약간. 요거트에 냉동 딸기 섞은거. 그리고 귤.

메밀 차를 계속 마시고 있다.
원래 메밀 차를 사던 중국식품점이 갑자기 문을 닫아서 살 수가 없게 되었는데
그냥 메밀을 직접 볶아서 뜨거운 물 부어 마시고 있다.

저탄수화물식을 하면서 떡이 참 먹고 싶은데
메밀묵을 만들면 그 쫄깃한 식감을 느낄 수 있을까?
선뜻 내켜지지는 않는데
조만간 만들어보지 않을까 싶다.
뭐 내가 여기서 구하는 메밀가루로 묵을 만들 수 있는지조차도 모르지만 말이다.

주말에 사촌동생이 여친을 데리고 왔는데
애기 옷도 조금 사왔더라.
몰랐는데 애기를 매우 좋아한대.
딸이었으면 하는 눈치더라.
뭐 성별은 애가 협조해주면 발렌타인 데이에 알 수 있게 될 테지.

지금은 그저 얘가 남자앤지 여자앤지 알고 싶다.
그게 그렇게 중요한가 싶기도 한데
일단 이름을 고르는 데 좀 더 집중할 수 있을 것이고...
...딱히 뭐 달라지나?
여자애면 인형놀이 하기가 더 좋다는 정도?
근데 남자애라고 인형놀이 안 할 것도 아니잖아?


레딧에서 다른 임산부들 얘기 읽다보면 참...
나는 현재로서는 매우 순탄하구나 싶은데
그래서 더 출산의 순간이 무섭기도 하다.

뭐 앞으로 아직 한참 많이 남았는데
어떻게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
그저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지.


전에는 페이스북에서 다른 친구들 임신 소식이나 애기 사진/영상 올라오는 거 보는 게 괴로웠는데
이제는 마음 편히 감상할 수가 있다.
아마 우리도 그러게 되겠지...



13주 River

앱에서 몇 주 남았다고 할 때
11주가 되면서 29주로 앞자리 바뀌는거 보고 괜스레 시간 빨리 간다 느꼈는데 어느새 거의 1/3이 지나간다.
크기는 한 앱은 할라뻬뇨, 다른 앱은 복숭아랜다. 그냥 월넛이 입에 익어서 계속 월넛으로 부르고 있다.

체중은 여전히 정체 상태지만 배는 조금 나왔고 자는 게 불편하다. 원래 똑바로 누워서 자고 베개는 메모리폼 하나만 사용하는데 이젠 옆으로 자고 베개도 하나 밑에 더 깔았다. 감기 때문에 그런 것도 있지만. 그리고 바디필로우를 다리 사이에 끼면 편하다길래 어제 하나 사왔는데 확실히 숨쉬기 조금 더 편하더라. 오늘 아침에 깨보니 침대 옆으로 밀려났더라만.

지난 주 목요일에 고위험군 임산부 전문의? 보러 가니까 또 초음파 한다기에 이틀 전에도 봤는데 또 필요하냐고 하니까 기형아 검사를 위한 거라고 해서 받았다. 화요일은 그냥 심박수 확인만 한 거라 짧았는데 이번에는 목 뒤 두께, 심장이랑 기타 기관의 blood flow, 등등 뭘 많이 재더라. 애기가 활발하게 움직이는 게 보이고 한 손을 들어 이마 위에 놓는 순간에는 손가락까지 다 보여서 정말 신기했다. 직원이, 다 정상이고, 애기가 얌전해서 재는 게 수월했다고, 다른 애기들도 이랬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근데 나는 속으로 너무 얌전해도 별론데... 하는 생각이. 나나 남편이나 내성적이니 얘도 내성적일 수 있겠지만 손해 많이 보는 성격이라 생각하니...
하지만 또 부모랑 너무 달라도 갈등이 생기겠지.
아니 뭐 뱃 속에 있을 때 움직이는 게 애 성격하고 무슨 큰 연관이 있을려고.

애기 성별은 아마 아직 알기 너무 이르겠지만 임신 커뮤니티 보니까 각도법이란 게 있다던데 우리 사진으로는 모르겠다. 다음 초음파는 20주에 잡혔으니까 그 때 가면... 보여지겠지? 아가, 그 때도 협조 잘 부탁한다?

입덧도 거의 없고 귤은 감기 때문에 실컷 먹고 뭐 그냥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편하게 지낸다. 잠도 많이 자려고 하고.
감기 때문에 더 고생했다. 기침이 그냥... 결국 꿀을 우유에 타먹기 시작했다. OTC 약 먹어도 된다고 했지만 성분 일일이 검색해보니 미심쩍어서.
차도 Throat coat 잔뜩 마시다가 상자에 임신부는 마시지 말라고 써 있어서 찾아보니까 어딘 괜찮다, 어딘 안 괜찮다 이러고.

사실 다 충분한 실험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혹시라도 잘못되면 안 되니까 보수적으로 조심하는 쪽으로 고소 당하지 않기 위해 적는 문구라고 생각하지만, 그래서 평소의 나라면 개의치 않고 계속 마셨을 테지만, 이건 나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서 그런지 소심해진다. 뭐 이미 마신 것에 대해선 별 걱정 안 하고.
결국 꿀과 우유에 기대다보니 혈당은 좀 올라갔다. 뭐 어쩔 수 없지. 이제 거의 나아가니 끊으면 다시 괜찮아지겠지. 그래도 꿀 효과를 봐서 다행.

차는 결국 메밀차를 마시고 있다. 이건 상자를 확인해보진 않았지만 뭐 숭늉 같은 건데 뭔 일 있을라구. 민들레뿌리차도 임산부는 마시지 말라더라고. 다른 허벌차도 임신 중엔 조심하라고 하고.

주말에는 사촌 동생이 여친 데리고 온다. 몇 년 만에 보는 거냐... 2004년에 한국 갔을 때가 마지막이라면 12년만인가? 그새 군대도 다녀오고 대학 다니면서 어디 벌써 취직도 했다는 듯. 어릴 때 얘는 형한테 많이 치여서 내가 마음 속으로 많이 응원했는데.

사촌 동생이 다녀가고 난 다음에는 손님방을 지금의 작업실로 옮기고 지금의 손님방을 아기 방으로 꾸밀 생각이다. 지금의 작업실이 차고 위에 있어서 애기 방으로 쓰고 싶지 않아서. 원래는 서재를 아래층으로 옮기고 거기에 아기방을 꾸밀까 했었는데 남편이 서재 옮기는 게 내키지 않아서 내놓은 절충안이다.

작업실은 현재 뜨개질 비즈 서예 등 수작업 용품 창고로 쓰이는데 아래로 옮길 듯. 아기용품을 많이 떠서 털실 소모도 좀 하고.

근데 너 진짜 아들이니 딸이니? 뭐 핑크만 아니면 무슨 색으로 뜨든 상관 없겠지만... 아오 너무 궁금하다. 알면 이름도 더 열심히 찾을 텐데.

뭔가 상상이 안 간다. 우리가 세 식구가 된다니.
셋이라니!

아참, 페이스북에 드디어 공개했다. 최대한 subtle하게. 벽걸이 트리 아래에 큰 스타킹 두 개 사이에 작은 스타킹을 걸고 사진을 찍은 다음, 메리 크리스마스! 하지만 우린 7월에 축하하기 위해 지금은 스타킹 비어있음. 이런 문구를 썼다. 그리고 얼른 공개하고 싶어서 근질거리시던 시어머니가 바로 본인 타임라인에 구체적으로 여름에 할머니가 된다고 우리 태그해서 쓰셨다. 그 때서야 비로소 뭔 소린지 알아채고 축하하는 메시지들이 하나 둘씩 달리기 시작하더라. 이브 날 교회 가니까 목사님이, 얼핏 보고는 우리가 예수님 생일이 여름이라고 믿어서 크리스마스를 안 지킨다고 쓴줄 알았다가 사모님이 다시 찬찬히 읽어보래서 그 때야 깨달았다고 하시더라. 하하...하.

이브 날 교회에서 사람들이 축하해주면서 어떠냐고 해서 괜찮다고, 다만 감기로 고생한다니까 That's wonderful!이라고 한 사람이 있어서 기분이 묘했다. 그 사람은 임신 중에 너무 힘들어서 감기가 훨씬 편했나보다.

엄마한테 나랑 동생이랑 달랐냐고 물어보니까 나 때는 시집 식구들 밥 차려주느라 고생했고 나중에 임신중독증이 와서 힘들었다고. 그래서 임신중독증이 뭔가 찾아보고는 또 덜컥 겁이 나더라. 근데 뭐... 어쩔 수 없는 것 아녀.

솔직히 난 지금 밥도 거의 남편이 다 하고 집안일도 남편이 거의 다 하고 있다. 지금 당장은 감기 때문에 그런 것도 있지만. 심지어 일일 보상 때문에 포켓몬 잡는 것도 남편이 내 폰 가지고 나가서 해준다. 얼른 나아야 같이 나가서 산책 겸 잡는데.

아무튼 결혼하자마자 나를 가져서 시조모, 시부모, 시누이들 시중들면서 고생했다는 엄마의 경험과는 매우 동떨어진 경험인 건 확실하다. 뭐 지금의 내가 그 때의 엄마보다 10살 더 먹었고 고질병도 있으니 신체적인 조건은 불리하겠지만...

옛날에는 엄마가 나 가졌을 때 힘들었다는 얘기 들으면 늘 그러게 나 왜 생겼냐는 마음이 들었는데 지금은 글쎄... 그냥 슬프다. 뭐 엄마라고 일부러 임신한 것도 아니고. 아빠는 아무 생각 없었을 테고. 나는... 그냥 눈치 없이 신혼 때 덜컥 들어섰을 뿐이고.

지금 품은 이 아이가 무사히 태어나준다면
자기 태어난 거 원망하는 마음이 생기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엄마가 나인 이상... 어렵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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