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7월 04일
엄마하고 통화하다가 UP을 볼 수 있으면 보라고 추천했다.
무슨 영화냐고 묻는 말에 그저 우리 둘 다 울 정도로 감동적이었단 말밖에 할 수 없었다.
무엇에 대한 영화냐구 묻는 말에는 그저 '인생'에 대한 것이라고밖에 생각이 나지 않았다.
한편, 디즈니 픽사의 영화라고 부언하자,
디즈니에 대해 나쁜 소문이 있다고 하시더라.
무슨 나쁜 소문이냐고 물었다가 돌아온 대답에 벙쪘다.
게이나 레즈비언이 나오고, 뉴에이지 사상이 나오고, 마법이 나오고.. 그래서 나쁘다고 했다.
엄마는 매우 보수적인 교회에서 자라서 아직까지도 극장에서 영화보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며 아버지가 007 영화 모으시는 것을 매우 경멸하는 사람이다.
옛날에 내가 은비가 내리는 나라 만화책을 모을 때, 표지에 미소년 시리우스나 미청년 동도깨비대마왕님의 그림이 있는 것이 있었는데.. 뿔이 있다고 악마라고 엄마가 내다버린 적도 있었다.
하지만 마법이 나온다고 다 배척해야 한다면 C.S. 루이스의 나니아 연대기도, 톨킨의 이야기들도, 다 배척해야 할 텐데? 읽을 것이 없어진다고 하자 엄마는 그래서 기독교인들이 거룩한 문화를 더 퍼뜨려야 한다고 했다. 뭐, 믿는 사람들이 그리스도의 향기를 더 퍼뜨려야 한다는데엔 이의가 없지만 그 내용에 대한 내 생각은 엄마의 definition과는 많이 다르다. 예를 들어 Harry Potter. 작가가 믿는 사람이든 아니든 간에 그 시리즈의 메시지는 매우 godly했다. 예를 들어 모차르트. 그가 프리메이슨의 멤버였든 아니든 간에 그의 음악은 그 자체로 그 재능을 준 신에게 pleasing.
신이 이 세상을 창조한 것은 인간보고 그것을 누리라고 한 것이다. 그래서 각자 자기의 potential을 개발하고, 한계에 도전하고, 마음껏 삶을 즐기는 것이 바로 신에게 감사하는 방법이다. 다만 인간의 선조가 신에게 credit을 주기 싫어하여 현재 신을 모르는 사람들이 생긴 것이고, 그래서 신을 아는 사람들은 모르는 사람들에게 신에 대해서 알릴 의무도 추가된 것이지만. 기본적인 의무는 celebrate life as a gift from god.
그러나 자신의 재능을 찾고 개발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특히 요즘에는 다들 commit하는게 두려워서, 기회 비용이 아까워서, 실패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커서, 스스로의 길을 개척하기보다는 두리번거리면서 남들이 어떻게 하나, 대세가 무엇인가, 가장 실패할 확률이 적은 길을 도모한다.
그러다보니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 대해서도, 알려고 하는 마음이 없다. 그저, 대세를 따르려고, 그리고 대세를 따르라고, 종용할 뿐이다. 그리고 그 '대세'는 종교의 규칙이 되어 여러 사람들을 옭아맨다. 하지만 옭아매더라도 괜찮다. 내 자유가 제한되는만큼 남의 자유도 제한되고, 그에 따르지 않는 사람들은 손가락질 할 수 있으니까. 매우 편한 시스템이다. 내가 그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알려고 하지 않아도 되고, 내가 굳이 성경을 읽어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 알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선입관대로, 편견대로 '종교란 이런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에 따르는 삶을 살면 된다.
신은 그보다는 인간과 직접 교제하고 싶어하시는데, 인간은 그에는 관심이 없다.
신은 인간들이 서로 사랑으로 어울리기를 원하시는데, 인간은 그에는 관심이 없다.
그저 신이 주신 자유에 대해 스스로 제한을 하고는,
그 희생을 신이 기뻐하시겠지 생각하여 자기만족.
그리고 그런 희생을 하지 않는 남들에 대해서는 시기 질투.
혹은 '너넨 나중에 지옥 갈 거야 ㅋㅋㅋ'
그러나
모두 god-shaped hole이 있는 인간으로 지음받은 이상
신과의 교제가 없는 삶 자체가 지옥이라는 것을 간과하고 있다.
다들 탕자의 형이다.
나도,
엄마도.
이런 종교를 택하면
다른 사람이 왜 어떤 행동을 하는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현재에 이르게 된 배경에는 관심 가지지 않아도 된다. 그저어쩌다가 생긴 기준에 따라 흑백으로 나눌 뿐. 술 마신다고 하여 차단, 담배 피운다고 하여 차단, Wicca라고 차단. 그렇게, 스스로의 활동 범위를 제한하다보면 어느 사이에 매우 comfortable한 bubble안에서 살고 있지. 그럼편하다. 아무런 위험 요소가 없으니까. 하지만 그만큼 성장의 기회도 없다.
하지만 엄마는 이것을 ideal로 삼는 사람이다.
항상 원하는 것이 어떤 공동체에 들어가서 사는 것이니까.
그럼 세상의 '죄인'들과 어울리지 않아도 되고
매일 경건한 척 성경을 묵상하며 비슷한 사람들하고만 지낼 수 있으니까.
사실은 세상 속에서, 나와 다른 사람들과 부대껴가며 살면서
그들과 어울리고, 그들과 삶을 나누고,
그 속에서 그리스도의 향기를 퍼뜨리는 것이 더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엄마는 내가
그 속에서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잃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고
나도 뭐 그다지 향기롭지 못한 사람이라는 건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산 속에 틀어박혀서 도 닦는게 답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일단 사회성이 너무 빈약한 나니까
조금씩 조금씩
사람들과 어울려 사는 법을 배우고 있는 단계일 뿐...
그리고
조급해할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게임의 엔딩은 정해져 있다.
각 개인의 삶은 각 개인의 플레이 과정.
나는 내 페이스대로 가는 거야.
엄마가 나를 바꿀 순 없어.
그저, 여전히 무시무시한 action figure나 포스터 등을 집에 걸어두고, vampire 와인병을 진열하며, 해골 마크가 달린 기타 히어로 게임을 하고, WoW에서 뿔달린 사자로 변신해 피튀기는 플레이를 계속하고 싶은 변명이라고 여기겠지만.
# by Semilla | 2009/07/04 02:50 | lo que sea | 트랙백 | 덧글(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