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les en Nogada Essen




내가 직접 순대 만들어 먹는 것도 결국 엄마를 닮은 거구나 싶은게
단지 마트에서 칠레 뽀블라노 파는 걸 보고 엄마는 칠레 엔 노가다를 만들자고 했고
결국 정말로 만들었다.

물론, 저탄수식을 하는 나와 남편을 위해 과일은 사과와 석류만 사용하는등 조금 레시피를 바꾸긴 했지만.

고기랑 과일을 양념해 볶고
뽀블라노 칠레를 구워 겉을 태워 껍질을 벗기고
남은 칠레에 볶은 속을 채우고
호두, 염소치즈, 우유 등을 갈아섞은 노가다(소스 이름이 정말로 노가다인데 만드는 방법이 정말 노가다다) 소스를 부어
석류와 파슬리를 뿌려서 내는 멕시코 P주 전통 요리로,
웬만한 식당에 가면 400페소쯤 받는다고 한다. (연초에 P시에서 간 브라질 고기 부페가 인당 약 200페소였다. 캔자스시티에선 브라질 고기 부페가 인당 50불이다. 물론 캔자스시티에 있는 부페집이 더 고급스럽고 고기 상태가 더 좋긴 하다.) 멕시코 국기의 하얀색, 초록색, 빨간색이 있는 것도 특색이고.

사실 노가다 소스 만드는 게 노가다인 이유는 호두가 왕창 들어가는데 그 호두를 속껍질을 다 까서 흰 알맹이만 써야 하기 때문이다. 옛날에 그래서 방학 때 집에 가서 이거 만들면 호두 알맹이를 물에 불리고 이쑤시개로 섬세하게 수술하듯이 속껍질을 까곤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바이타믹스가 곱게 갈아줄 것을 믿고 그냥 속껍질채 돌렸다. 약간 쌉싸름하긴 하지만, 맛은 괜찮다. 그리고 사실 아직도 아침햇살이 그리운 나는, 앞으로 이렇게 견과류와 치즈와 우유를 갈아마시면 되겠구나, 즉 묽은 노가다 소스를 마시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만들면서도, 이거 서민적이지 않은 음식이란 생각이 새삼 들었다. 일단 수고가 많이 든다. 재료 썰고, 불에 그슬리고, 탄 껍질 벗기고... 석류 씨 빼는 것도 섬세한 작업이 필요하다. 재료도 많이 든다. 쇠고기 돼지고기 들어가고 원래는 사과, 건포도, 복숭아 등이 들어가고 아몬드, 호두 등의 견과류도 들어가고. 쉽게 만들 수 없는 요리다. 엄마는 앞으로 만두 먹고 싶으면 만두 속 만들어다 이 고추에 채워서 구워먹으라고 하시더라. 으음... 그것도 그럴싸 한데?

한편, 항상 많은 사람을 대접하기 위해 만드시던 엄마의 레시피라 이것 역시 많은 양을 만드셨다. 노가다 소스만 1리터가 넘으니...;

과일을 싫어하는 남편의 입맛에는 맞지 않았지만, 나한테는 맛있었다. 고추가 생각보다 매워서 놀랐고, 씹는 맛이 있는 속에 노가다 소스가 어우러지니 맛이 있지 않을 리가.

내가 딱히 엄마를 닮았다는 생각을 한 적이 그리 많지 않은데, 이제 보니 요리하는 스타일이 엄마 딸이구나 싶다.

그렇다고 앞으로 내가 직접 이걸 만들어 먹겠냐 하면... 아니다. 일단 남편이 안 좋아하는걸.



역시나. 가족

엄마가 오셔서 처음엔 잘 지내려나보다 했다.
하하하 그럴 리가.

토요일. 아침에 잠이 덜 깬 표정을 보고 엄마가 와 있는 게 싫은 것이냐 트집을 잡는 것으로 시작해 폭발했다.

어찌어찌 진정시키고 이케아로 갔다. 거기서도 또 잘 구경하다가 갑자기 엄마가 그렇게 싫으냐, 평생 용서 안 할 거냐, 엄마는 널 사랑해서 왔는데 네가 이러면 난 자살하고 싶다, 하는 식으로 또 마구 쏟아내서 그 사람 많은 이케아에서 드라마 찍었다.

내가 당장 비행기표 끊어드릴 테니 바로 한국으로 돌아가시라 했다. 그건 절대 못한다고, 차라리 돌아가는 날짜까지 교회에 있겠다고 하시더라. 우린 그 교회 나왔는데.

아무튼 지금은 다시 진정된 상태지만, 나는 결심했다. 이번에 동생 결혼식 보러 한국에 갔다오고 나면, 정말로 연을 끊자고.

솔직히 동생에게도 별 정 없다. 한국 방문은 그저 건강이 많이 악화되신 친할머니를 다시 한 번 뵙는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


동생이 하나 더 있을 뻔했던 얘기를 들었다. 나는 그 애가 차라리 부럽더라. 나야말로 안 태어나고 그 애가 태어났으면 아들 둘 데리고 오손도손 잘 사셨을 텐데.

아직도 엄마에게 이렇게나 휘둘리는 내가 싫다.

그나마 아프던 게 어느 정도 나은 상태에서 폭발해서 다행이랄까. 아직 골골거릴 때 이랬으면 진짜...


내가 아스퍼거 경향이 있단 얘기를 하면서 그게 자폐증과 비슷한 거라고 설명하자 처음엔 어쩐지 아빠를 보고 자폐아 같다는 생각 했다 하시더니
금세 본인도 아스퍼거 같다고 하실 때 알아챘어야 했는데. 여전히 모든 것이 엄마 중심이고 언제나 엄마만이 피해자인 세상에서 사신다는 걸.
심지어 그 동생이 생길 뻔했던 상황에서 엄마의 전화를 이틀 못 받은 당시 다니던 교회의 목사님 자녀분이 지금도 미혼인 것을 들어 그때 그걸 못 막은 죄로 벌 받아 손주가 없는 거라는 소릴 하는 거 보고 진짜 제대로 미쳤구나 생각했다.
물론 나는 상담치료 받으라고 권했지만 본인을 치료할 수 있는 이는 없다며 거부하신다.

나도 넉살 좋게 그냥 뭐라고 하든 웃고 고개를 끄덕였으면 드라마 안 찍었을 텐데 너무 욱해서 참.


지금까지는 동생 약혼자에 대해 좋은 소리만 하시는데, 그게 과연 얼마나 갈까, 동생이 제 부인 잘 보호할 수 있을까, 뭐 그런 생각도 들었지만, 내가 알 바 아니다.
나는 남편과 결혼하기로 했을 때, 시아버지가 welcome to my dysfunctional family라고 하시며 콩가루 집안인 거 다 밝히셨지만, 우리 부모님은 그러시지 않겠지.

뭐, 동생 약혼자는 나보다는 현명한 사람 같으니까 잘 헤쳐나가겠지. 적당히 거리 유지하면서.


기분 더럽다.



자기도 기도하겠다고 중얼중얼 아멘~ 아들내미

저녁 여덟 시가 넘으면
아이 기저귀 갈아주면서 butt paste도 발라주고
잠옷으로 갈아입힌 다음
기도를 한다. 원래 우리 부부가 자기 전에 같이 기도하던 것을
아이가 태어난 후 아이와 함께 하자고 하여
남편이 먼저 기도하고 내가 기도한 다음에 나는 아들내미에게 잘 자라고 인사하고
남편이 아들내미에게 책을 읽어주다가 흔들의자에서 좀 흔들다 크립에 재우는 것이다.

어제는 내 기도가 끝나고 나서도 아들내미가 뭐라 중얼거리다가 아멘 하더라.
자기도 기도하겠다는 듯이.
아직은 무의미한 우물거림이지만
조만간 말로도 하겠지!


화요일 오후에 공항에 가서 엄마 모셔왔다. 아들내미는 가는 길에 낮잠을 자다 깨서 기분이 안 좋아 보였는데, 할머니 보니까 부끄러운지 얼굴은 돌리면서도 순순히 안기더라. 의외로.

그리고 할머니라고 하니까 제법 따라 하더라. 결국 ‘하이마이’ 또는 ‘마이’라고 부르고 있다.

수요일에 옷을 사러 Kohl’s에 갔는데, “마이, 컴” 하면서 챙기고, 탈의실에서 오래 계시면 “웨어 마이?” 하면서 찾고, 정말 의외로 할머니한테 정을 쉽게 붙였다. 눈웃음도 살살 치고, 허그해달라면 해주고.

...맨날 집에서 나랑만 있으면 심심해서 그런가?
어쩌면 어린이집에서 같은 반에 있는 한국인 여자애를 가끔 할머니가 데려다주고 데리러오는 모습을 부러워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젠 자기도 자기 엄마를 닮은 할머니가 있다 이런.



엄마가 옷을 한참 보셔서 나는 얘 데리고 장난감 코너에 갔다. 이젠 아이언맨은 잘 알아본다. 콜스 옆에 Ross도 갔는데, 슈퍼윙스의 작은 피규어 세트가 있길래 사줬다. 주인공인 빨간 애는 없는 세트라서 아마존에서 좀 더 큰 걸로 빨간 애랑, 아들내미가 좋아하는 분홍 애랑, 이 작은 세트에 포함되지 않은 경찰 애를 주문했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줄 것이다.

디즈니 플러스에거 도리를 찾아서가 안 보이길래 이상하다 싶었는데 아이 프로필에서 PG 등급이 안 보이는 거였다. 요즘 니모를 찾아서랑 이 영화를 “Dory fish”라고 부르며 찾았는데, 도리는 그래서 티비로 블루레이로만 보여줬었는데 어른 프로필로 바꾸니까 이젠 아무 기기로나 보여줄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혹시나 싶어 찾아보니까 굿 다이노소어도 있더라고. 그래서 그걸 보여줬더니 요즘은 그거에 완전히 푹 빠졌다. 전에 아이 이름 찾아볼 때 남편 집안에 아를로라는 이름이 있는 것 보고 고려했었는데.

남동생의 약혼자가 선물로 타요 책을 보냈는데, 지금까지 한국어로 된 책을 읽어달라고 한 적이 별로 없는 아들내미가 몇 번이고 읽어달라고 한다. 우와. 역시 캐릭터의 힘은 위대해! (물론 나도 이걸 노린 거지만...)





목요일에는 H가족의 집에 갔다. 역시나 우리 아들내미는 그 집 딸들의 융숭한 대접을 받았다. 그집에선 구운 칠면조와 그레이비, 그린빈 캐서롤, 매시드 포테이토, 크랜베리 소스, 피칸/펌킨/스윗 포테이토 파이 등 보편적인 땡스기빙 음식을 했고, 우린 엄마가 잡채를 만들고 남편이 라자냐에서 면을 콜리플라워로 대체한 캐서롤을 만들어 갔다. 둘 다 인기가 좋았다.

그러나 아들내미는 디너롤만 세 개 먹고, 피칸 파이만 두 입 먹었다. 다른 건 고집스럽게 전혀 입을 열지 않았다.

H가족 외에 H부인의 조카와 그 남자친구도 와있었는데, (차 번호판이 텍사스 거였다) 남친 쪽이 자기도 어릴 땐 디너롤만 먹던 적이 있다고 하더라.

내 엄마 앞에서 내가 엄마 노릇하는 기분이 이상하다.

처방약의 위엄 건강

돈 나간 건 쓰리지만 OTC 귀약 넣을 땐 악화되기만 하던 귀 상황이 처방약 넣으니깐 생활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 나아졌다. 아직 완전히 낫진 않았지만.
(물론, 그냥 regression to the mean일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겠지만 그 때문이라면 이렇게 빨리 회복하진 않을 듯. 게다가 돈 아까워서라도 약효라고 믿고 싶은 자기 합리화 심리가 있다.)

기침은 아직도 하면 왼쪽 늑골 주변이 아픈데 일단 빈도가 훨씬 떨어져서 살만하다.

중이염, 외이염, 폐렴 건강

오늘 아침. 데이케어 가기 싫다는 아들 억지로 데이케어 보내고
다행히 금방 예약을 잡을 수 있어서 이비인후과에 갔다.
귀 안을 들여다보고는 양쪽 다 중이염이 있고
오른쪽 (누우면 찌르는 듯이 아프고 귀 주변의 피부까지 멍 든 것처럼 아프다) 귀의 경우 외이염도 있어 부어 있단다.
청력 검사를 했는데 귀 압력?재는 도구 쓸 때 오른쪽은 엄청나게 아팠다.
양 귀 다 청력이 떨어졌고.

진료와 청력검사 비용이 250불 나왔다.

남편도 상태가 악화되어 오후에 주치의와 진료를 잡아서
조퇴하고 갔다가 엑스레이 찍고 폐렴 진단 나왔다.
여긴 아직 청구서가 안 나왔는데 과연 얼마일지.

약값도 백 불 넘게 들었으니 순식간에 삼백 불이 사라진 거다. 나는 코에 뿌리는 거, 항생제, 귀에 넣는 약 등을 처방받았다.
귀에 넣는 약은 원래 이백 불 넘는데, 그걸 깎아주는 쿠폰을 받아서 오십 불 나왔다. 그나마 코에 뿌리는 약은 진료한 간호사가 공짜로 줬다.

미국에서 아프면 비싸다니까.
엑스레이는 얼마 나올라나. 전에 초음파는 팔백 불이었던가 천이백 불이었던가 그랬는데.
남편 직장에서 HSA(봉급에서 세전에 의료 비용으로 떼어놓는, 세금 면제에 금액을 투자에 쓸 수 있는 계좌) 만들어줘서 그 안에 돈이 조금 있긴 한데 뭐 굳이 그거 꺼내 쓸 건 아니지만 (근데 그렇다고 그걸로 적극적으로 재테크 알아보는 것도 아닌데 굳이 묵혀둘 필요 있나 싶기도 하고. 뭐 사람 일은 모르는 거니까 더 큰 일 있을 때에 대비하는 거라고 치자).

수요일에 엄마 오신다. 그 전에 회복하고, 산더미같이 쌓인 빨래도 하고 (아들내미가 자주 토해서..) 집도 청소해야 하는데. 일단 나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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