씁쓸. 아들내미

수요일에 도서관에 가서 애를 좀 놀렸다. 베이비 스토리 타임은 다음주부터 재개하지만 여전히 또래 아이들이 많았다.



처음엔 나한테 딱 달라붙어서 떨어지지 않으려 했다. 기차 장난감을 가지고 놀으라고 했더니 좀 더 큰 애가 와서 다 자기 기차라면서 자기 쪽으로 끌어모으길래 내가 Can you share?하니까 하나 선심 쓰듯 줬다. 아들내미는 그걸 받아서 노는둥마는둥 하다가 다시 나한테 돌아왔다.

조금 시간이 흐르고 그 큰 아이가 가고 나서야 아들내미는 기차와 블록이 있는 테이블에 다가가 블록을 가지고 놀기 시작했다. 블록을 가지고 한참 놀다가 컴퓨터와 태블릿이 있는 곳으로 갔다.

저번에는 컴퓨터나 태블릿으로 별로 할 수 있는 게 없었지만 그새 아들내미는 숫자는 대부분 익혔고 알파벳 글자도 몇 개 익혔는지라 글자나 숫자를 가지고 노는 게임을 틀어줬더니 잘 놀더라. 컴퓨터에서는 (키도 크고 크고 색깔도 다양한 어린이용) 키보드 자판을 누르면 해당 글자나 숫자가 화면에 표시되고 터치 조작이 가능한 화면을 터치하면 원숭이였나 강아지였나 캐릭터가 움직이는 게임을 했는데, 아마 헤드폰을 썼으면 해당 글자의 이름도 나왔을 것 같지만 아들내미는 착용을 거부했다. 그냥 자기가 아무 글자나 누른 다음 화면에 나타난 글자를 소리내어 읽으며 놀았다.

한참 그러다가 아이패드로 자리를 옮겼다. 이번에는 단어를 선택하면 그 단어를 이루는 글자가 흩어지고 화면 가운데에 해당 글자의 윤곽만 남아서 아이가 손가락으로 글자를 끌어다 맞는 자리에 놓는 거였다. 아들내미는 왼손을 주로 사용하면서 플레이했다.

둘 다 영상으로 조금 녹화해서 시부모님과 친정 식구들과 공유했다. 그리고 다음 날 시어머니랑 친정 어머니와 각각 영상 통화를 했다. 시어머니는 아들내미를 보고 글자랑 숫자를 잘 알아본다며 기특해 하셨다.
그러나 내 친정엄마는... 게임보다는 책을 읽게 하라는 잔소리. 역시나. 게임은 도서관에서 처음 해본 것이고 평소엔 집에서 책을 보거나 냉장고 문에서 자석 가지고 논다고 설명했지만 속으로 짜증이 울컥. 게임이 뭐 어때서! 아이가 글자를 알아보고 즐기면 그게 어떤 형식을 취하든 무슨 상관이냐 생각하는 나로서는 그저...

아 맞다 엄마가 최근에 전자 책 읽으면 뇌 주름이 없어지니 어쩌니 하는 기사도 이메일로 보내셨지. 제목만 보고 그냥 무시했는데. 엄마는 내가 대학원에서 무슨 공부했는지 모르시는 게 확실하다.


아무튼, 수요일에 그렇게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낸 후, 밖으로 나가서 놀이터에 갔다. 여기도 큰 애들이 꽤 있었다. 아들내미는 미끄럼틀을 조금 타다가 그네로 갔다. 그네를 밀어주고 있는데, 옆에서 그네를 탄 큰 (여덟 살쯤 되었을까?) 남자아이가 자기딴에는 중국어처럼 들린다고 생각하는 아무말을 시전하고 China를 반복했다. 나는 못 들은 척 무시하고 아들내미 그네 미는 데 집중했지만 속으로는 불쾌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나 역시 어렸을 때 그런 실수를 많이 한 것을 알기에, 그 아이도 악의는 없고 그저 신기해서 그런 거려니 생각하기로 했다. 유학생이 많은 이 대학 도시에서 그렇게 동양인을 볼 기회가 적은가 하는 건 둘째로 치고.

다만, 아들내미가 앞으로 겪을 일들을 엿본 것 같아서 마음이 아팠다. 차라리 내가 없었으면 그렇게 동양인인 게 부각되지 않아서 그런 말 들을 가능성이 줄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그렇다고 내가 얘를 안 데리고 다닐 생각은 추호도 없다. 내가 당당해야 얘도 자신의 한국적인 부분을 받아들이고 인정할 것이다.

한편, 누군가가 우리에게 중국인이냐고 물으며 접근했을 때 한국인이라고 답했는데 혹시 방탄소년단을 아냐고 물으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순간 스쳤다. 그래서 집에 와서 유튜브로 방탄 노래를 몇 개 틀어봤는데 관심이 없어서 그런지 딱히 인상에 남는 게 없다. 양파 님이 좋아하셔서 궁금하기도 했는데.

모처럼 케이팝 튼 김에 트와이스의 TT도 틀었는데 아들내미가 그건 또 알아보고 자기도 티티 거리더라.


수수께끼가 풀렸다 Crack

게임을 번역하다보면
개발사가 전에 내놓은 게임을 배경과 설정만 바꿔서 또 내놓은 물건을 맡을 때가 있다.
지금 하는 것도 그런 류인데 (그래서 일부는 기존에 번역된 문장에서 용어만 바꾸기도 한다)
이 장르에서 내가 아는 것과 
QA에서 개발자가 내놓은 답이 달라서
전작을 확인해보려고 유튜브에서 리뷰를 봤다.
설치해서 플레이해볼까 하는 생각도 했는데, 리뷰 영상을 보고 그럴 생각이 사라졌다.

전작은 전에 모바일 광고를 많이 본 게임이었다.
그런데 그때도 의아했던 것이, 비슷비슷한 게임 광고를 여러 개 봤는데, 스킨만 다르지 내용이 똑같은 거였다. 암만 장르가 같다 해도 너무 구체적으로 똑같아서 정말 다른 게임이 맞나 광고가 나올 때마다 유심히 보게 되어서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다.
광고 영상을 봐서는 꽤 재미있어 보였다. 그런데 장르가 뭔지 좀 종잡을 수가 없기도 했다. 잘 보니 같은 이름의 게임 광고인데 영상이 판이하게 다르기도 해서. 즉, 여러 게임의 광고 영상이 서로 알맹이는 너무 비슷하고, 한편 한 게임의 광고 영상이 서로 너무 다른 상황이었다는 얘기.

리뷰 영상을 보니, 이 게임의 광고 영상은 다른 게임에서 따온 장면이나 광고 회사에서 사용하는 스톡 영상을 짜집기한 것이었다는 것이다. 헐. 그래서 그랬던 거구나.

뭐 나야 번역한 돈만 제대로 받으면 상관없지만... 씁쓸한데.



저녁 먹고 낮잠(!)을 잤더니 너무 개운해서 삼천포 잡담

요즘은 평일에는 남편 출근한 동안 애 보고 애 낮잠 자면 나도 낮잠 자고 남편 퇴근하면 저녁 먹고 같이 TV 좀 보다가 애 재운 다음에 일했는데
오늘은 애 낮잠 잘 때 나도 자는 대신 부엌에 며칠째 쌓였던 설거지거리를 처리했다. 저녁 먹고 나서는 남편이 목사님 어머님 추도식에서 사운드 담당하러 교회에 가야 했다. 오전에 비가 억수로 왔는데 (모교는 어제부터 토네이도 경보를 계속 날리고 우리 동네는 홍수 경보를...) 늦은 오후에 활짝 개어서 아들내미 데리고 드라이브웨이에서 공 튀겨주며 놀았다. 나는 아들내미가 나한테 공을 던지거나 발로 차기를 원했지만 그런 개념이 아직 없는 아들내미는 엉뚱한 방향으로 공을 던지거나 차거나 공을 손으로 들고 나한테 가져오곤 했다.

뭐가 그렇게 웃긴지 내가 공을 다룰 때마다 까르륵거리며 웃다가 드라이브웨이 앞에 시내처럼 빗물이 흐르는 부분에서 넘어져 바지가 젖었다. 그게 찜찜한지 얼굴이 울상이 되며 풉 풉 그러더라. 요즘 '풉'은 응가했다는 뜻이 아니라 기저귀 갈아달라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었는데, 옷도 갈아입혀달라는 뜻이 되었다. 그래서 다시 집에 들어가 아예 잠옷으로 갈아입히고 좀 더 놀아주다 내가 너무 피곤해서 그냥 일찌감치 재울 생각으로 책 읽어주기 시작했는데...
...내가 얼마나 졸렸던지 책을 읽어주다가 거의 잠이 들어서 횡설수설 책에 없는 단어를 나열하고 있더라? 그래서 거기에 내가 화들짝 놀라서 깨고 다시 읽다가 또 그러고. 그래서 아들내미에게 미안했지만 그냥 첫 번째 책을 반쯤 읽은 상태로 그만두고 백색소음기 틀어주고 크립에 넣어주고 반드시 필수인 검은 냥이와 백호 인형 안겨주고 담요 잘 덮어준 뒤 불 끄고 나왔다.

그리고는 나도 좀 눈 붙여야지 생각하고 침대에 누우니까 남편이 돌아오더라. 추도식은 아직 진행 중이었는데, SH가 나머지는 자기가 한다며 보내줬다고. 나 애 책 읽어주다가 졸았다고 하니까 자라고 하더라. 그래서 한 두 시간쯤 잤다.

지금 큰 프로젝트가 두 개 있어서 매일 꾸준히 일정량은 해놓고 자려는데 (하나는 오늘 아침에 아들내미 보면서 노트북으로 좀 해보려고 했는데 집중할 수가 없어서 포기) 너무 개운하니까 레딧도 기웃기웃 이글루스도 기웃기웃 영 일이 손에 안 잡힌다.

아 저번의 그 신비주의 고객님이 드디어 자료를 보내줬다. 출시만 되면 우린 당장 호갱이 될 거다. 물론 사놓고 과연 어느 시간에 플레이하겠느냐만은... 아무튼 내가 게임의 출시가 기다려지는 게 얼마만이냐...


어차피 소뼈가 많은데, 사골국처럼 잔뜩 끓여놓고 얼렸다가 찌개에 쓰는 국물 말고 그냥 수시로 마시는 bone broth를 만들 생각이다. 그리고 앞으로 간헐적 단식을 하면서 하루에 한 끼만 먹고 출출하면 이걸 마시려고.
한국음식은 고기가 들어가는 건 대부분 핏물 빼는 작업이 꼭 들어가고, 사골국물을 끓일 때 처음에 잠깐 끓인 물은 버리기까지 하는데, 이번에 만들 육수는 뼈를 오븐에 삼십 분 정도 구웠다 쓰고 (풍미를 더한다고 한다), 야채랑 향신료랑 같이 끓였다가 나중에 국물만 걸러서 먹는 거다. 여태 레시피는 여기저기서 많이 봤지만 실제로 해본 적은 없었는데, 이번에 해보고 괜찮으면 다음번에 사골국물 낼 때 도 핏물 빼는 작업 대신 오븐에 구웠다가 해볼까 싶다.

비 때문에 이번에 새로 산 소의 스테이크를 아직도 개시 못 했다. 내일은 비가 안 온다 하니 내일을 노릴까.


7월 초에 BJ가 우리 집에서 차로 다섯 시간 거리인 친정 동네를 방문한다면서, 혹시 괜찮으면 중간 지점에서라도 만나자고 연락이 왔다. 그 동네에 다른 친구들도 있는지라, 나는 남편에게 아예 독립기념일이 목요일이니까 그 다음 날 금요일은 휴가를 내서 우리가 거길 다녀오자고 했다. 우리가 애가 없으면 수요일에 남편 퇴근 후 떠나겠지만 애가 있으니 목요일 일찍 떠나서 일요일쯤 돌아오면 되겠지.

그리고 그 동네 사는 친구들에게 연락하니 자기 집 넓다고 와서 지내라고 하는 친구가 있었는데, 처음에 난 떼쟁이 아들내미 데리고 가기가 미안해서 거절했다. 그런데 남편이, 호텔에 묵으면 8시에는 애 재워야 하기 때문에 저녁 때 친구들과 시간을 못 보내는데, 그 집에서 묵으면 애는 팩앤플레이에 재우고 계속 얘기할 수 있지 않느냐고 해서 결국 그 집에서 지내기로 했다. 오오 신난다!

한 친구는 아직 반응이 없는데, 며칠 전에 페이스북에서 얼핏 낙태 금지법 옹호하는 글을 썼다가 다른 사람들의 맹공격을 받았는지 한동안 페북 안 한다고 선언했던 것을 보았다. 나는 페이스북에서 내 생각을 표현한 적이 없는데, 나도 자길 공격한 사람들과 같은 편이라고 생각해서 무시하는 걸까? 하지만 디스코드 친구 요청은 받아줬는데. 그냥 바빠서 대답 못 한 거겠지.


한편, 이 친구들과 친했던, 이 동네는 아니지만 이 동네와 같은 주에 사는 다른 친구는, 페이스북에 곧 할머니가 된다고 썼다. 의붓딸이 임신했다고. 그집이 의붓딸이 셋인데 누군가 싶어 보니까... 아직 고등학생이다. 이번에 졸업해서 아직 정보를 갱신하지 않은 걸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그냥 조용히 경악했다. 덧글에 아들이라며 Thank God!이라고 썼던데 이렇게 느닷없이 임신할 걱정 없는 아들이라 다행이라는 뜻일까 하는 생각도 들고. 아무튼. 나는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다. 순수하게 축하할 마음이 들지 않으니. 당사자들이 기뻐하면 그만이지.

사실 페이스북은 옛날 친구들과 연락할 길을 살려놓기 위해, 양파님 페이지 구독을 위해, 그리고 테스트하는 게임들 혜택을 받기 위해, 그리고 요즘은 딸 낳은 친구들 스토킹하기 위해 하는 거라 어차피 내가 뭘 올릴 일은 없다만. 친구들에게 적극적으로 연락하지는 않고 소극적으로 올라오는 소식에 하트 눌러주곤 하기는 하는데... 이건 봤다는 것도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나는 원래 그렇게 비겁한 사람이니까.

다만, 낙태라는 이슈에 사람들이 이렇게 갈리는 건 슬프다. 정말 중요한 건 아이를 안심하고 낳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일 텐데.
탕자의 형이 너무 많다.

비슷한 글자가 너무 많아 아들내미

결국 알파벳 자석도 사줬다. 그래서 지금 한글 자석은 식기세척기에, 알파벳과 숫자 자석은 냉장고에 붙어 있다.

숫자는 0을 보면 ten이라고 하고 1부터 9까지는 확실히 안다. 다만 one은 mon이라고 발음하고, three는 발음이 ree 내지 hee에 가깝고, six는 shik, seven은 shen 비슷하게 들린다. 어딜 가든 번호가 보이면 가리키며 말한다. 아주 귀엽다.

글자는 아직 다 알지는 못한다. 지금 확실하게 아는 건 A, B, P, R, Y 정도? 폰트 때문에 1, I, T, 7은 서로 헷갈리는 중이다. 지금 대문자만 아는데 사실 실생활에선 소문자가 더 많이 쓰이는데 자석도, 아이가 글자를 배운 책 ABC-3PO도 대문자만 있어서 그게 좀 아쉽네. 뭐 어차피 앞으로 차차 배울 테지만.

물론 글자를 보고 그 글자의 이름을 말하는 게 나중에 독서로 이어진다고는 장담할 수 없지만, 나나 남편이나 어려서 책을 팠던지라 아들내미가 책을 펴들고 나름대로 읽는 (즉, 아는 글자 보고 이름을 말하는) 걸 보니 기분이 묘하다. 이것도 유전일까.

동영상도 알파벳이나 숫자 나오는 걸 보면 신나서 따라한다. 10 넘어가는 숫자는 끝 숫자만 말한다. 16이 나오면 식! 하는 식으로.

한편, 그동안 옷은 우리가 골라서 입혀줬는데, 이젠 자기가 원하는 것을 고집하기 시작했다.



저건 여름 잠옷인데 굳이 입겠다고 고집해 낮에도 그냥 입혔다. 가장 먼저 고집한 캐릭터 옷이 라이온킹이 되었다. 정작 옷장에는 아빠 취향을 반영해 배트맨 옷이 많은데. 당연히 딸기물이고 요거트고 잔뜩 묻혀 금방 빨래통에 들어가는 신세가 되었는데, 다음 날 다른 깨끗한 옷 입히니까 저걸 빨래통에서 꺼내며 입겠다고 울고불고 떼를 썼다.

잘 때 반드시 끌어안고 자는 검은 고양이 인형과 백호 인형, 그리고 외출할 때 자주 동반하는 겟코 도마뱀 인형을 빨았다. 그간 요거트나 때도 많이 묻었지만 특히 하루는 내가 신라면 스프에 표고버섯과 숙주나물을 넣어 끓여먹다가 애가 안 먹은 핫도그 소시지도 넣어 먹었는데, 그냥은 안 먹던 아이가 신라면 국물에 빠진 소시지는 먹는 것이었다. 잘 먹길래 또 나는 달란 대로 덥썩 줬지. 지난번 불닭볶음면의 교훈을 또 잊고. 아니 신라면은 불닭만큼 맵지 않으니까 괜찮을 줄 알았지.
다음날 아침, 아들내미가 밤 사이에 토해서 매트리스도, 잠옷 상의도 빨갛게 물들었다. 토한 건더기가 목에 걸리거나 하지 않아 다행이지. 아무튼 백호 인형도 주둥이가 뻘개서 마치 사냥해서 뭐 잡아먹은 것 같은 모습이 되었다. 검은 고양이 인형도 까매서 보이지 않아 그렇지 마찬가지일 터. 결국 얼른 세탁기에 돌리고 건조기에 약불로 돌렸는데 다행히 멀쩡하게 깨끗해지고 말랐다.
매트리스 커버를 벗겨 보니 매트리스에는 묻지 않아서 커버의 방수 기능을 확인해 안심이 됐다.

교회에 가니까 다른 애 아빠가 우리 아들을 보고 참 빨리 큰다고, 그새 키가 훌쩍 컸다고 말했다. 나는 잘 모르겠는데 또래 아이들하고 비교해 보면 키랑 발이 더 커보이긴 한다. 밥도 잘 안 먹는데 어찌 그리 크나 몰라. 요 며칠은 하루에 응가를 세 번이나 누기도 했다. 싸는 게 있는 걸 보면 들어가는 게 충분하긴 한 모양이다. 내 성에 안 차서 그런가...?

외식할 때 키즈 메뉴에서 치킨 텐더를 시켜줬는데, 그닥 잘 먹지 않는다. 그냥 하던 대로 닭날개나 베이컨을 시켜주는 게 나을지도. 감자 튀김도 잘 안 먹는다.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어제는 SM의 고등학교 졸업을 축하하는 자리에 갔다. M가족의 친척들을 많이 봤는데, 우리 아들내미 또래의 여자 아이도 있었다. 우리 아들이 겟코 인형을 들고 있었는데, 그 아이가 관심을 보여서 아들내미에게 빌려주라고 하니까 순순히 내어주더라. 그리고 그 여자아이는 겟코에게 뽀뽀 세례를 퍼부었다.
그집은 여자아이만 넷이었는데, 바구니 카시트에서 자고 있던 아기 빼고는 다들 예쁜 공주님 드레스를 입고 있더라. 아버지가 히스패닉이라 아기까지 다 귀를 뚫고 귀걸이를 하고 있었다. ...딸도 키워보고 싶지만 나는 저렇게는 못 할 듯. 예쁜 드레스도, 남의 딸 입은 걸 보니 이쁘다 하는데, 내 자식이면 더럽힐 게 뻔해서 굳이 입힐 것 같지 않다. 자기가 주인공인 자리에서만 잠깐?

아들내미 두 번째 생일이 이제 한 달 조금 넘게 남았다. 나는 사는 게 바빠서 생각도 안 하고 있었는데, 남편이 생일 파티 준비해야 하지 않겠냐고 말을 꺼냈다. 나는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넘어가자고 했는데, 자기는 어려서 자기 생일 파티 안 하는 게 서러웠다면서 치러주자고 하더라. 비록 아들내미는 기억 못해도 사진은 남을 테니.
다운타운에 애들 노는 공간(키즈 카페?)이 있는데, 생일 파티용으로 공간을 대여해주기도 한다. 그래서 거길 알아볼 생각이다. 작년에 돌잔치 하면서 남았던 물품 또 쓰고. 이번엔 컵케이크도 그냥 다 저탄수로 통일하지 뭐.

나도 어렸을 때 엄마가 생일 파티 해주느라 힘들어하셨던 거 기억이 난다. 나중에는 그냥 아무것도 없었지만, 뭐 원래 그런 거려니 받아들였다. 어차피 내 생일은 별로 기분 좋은 날도 아니고.

하지만... 내 자식에게는 우리 인생에 찾아와줘서 고맙다는 표현을 하고 싶기는 하다. 나나 남편처럼 생일날 더 초라하게 느껴지고 위축되는 사람으로 자라지 않기를 바란다.

뭐... 어딜 가나 다들 귀엽다고 이뻐해주는 지금은 반대의 경우를 걱정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지만.

기타 요즘 본/보는 것들 감상

훌루와 넷플릭스를 구독하면서 저녁 때 한두 에피소드씩 뭔가를 본다. 오르빌은 이제 3시즌 나오기로 결정 났고 에이전트 오브 쉴드는 6시즌 막 시작했는데 우린 엔드게임을 아직 못 봤으니까 보류중이고 엄브렐라 아카데미는 시즌2 기다린다.

오르빌은 우리가 워낙 세스 맥팔렌 좋아하니까 훌루 구독하자마자 보기 시작했다. 그러다 넷플릭스에서 쉴드도 보다 보니까 에이드리안 팰리키의 캐릭터가 겹쳐 보이더라. 쉴드에서 다시 볼 수 있으면 좋겠지만 오르빌에서라도 계속 볼 수 있어서 다행.

스타 트렉 시리즈와 비슷하면서도 훨씬 코드가 잘 맞는다. 뭐 트렉 시리즈가 옛날에 나온 것도 있지만. 트렉은 너무 진지하고 점잖뺀다면 오르빌은 거침없고 노골적이다. 그런데 그러면서도 막 나가지 않고 잘 수습한다. 그래서 좋다. 오래오래 장수했으면 좋겠다.


쉴드는 완전히 빠져버렸다. 시즌을 이어가야 하기 때문에 자꾸 일이 터져서 맨날 고생하는 요원들이 안타깝지만 보는 나로선 참 즐겁다. 근데 슬슬 소재 떨어지면서 막나가는 조짐이 보여서 걱정 되기도 한다. 아무튼 피츠시몬스 좀 행복하면 안 되냐고...

시리즈로서는 재미 있지만 과학이 너무 허무맹랑해서 좀 깨기는 한다. 근데 그거야 뭐 코믹스의 세계에서 파생된 작품이니 어쩔 수 없겠지.


엄브렐라 아카데미는 이제 한 시즌밖에 안 나왔는데, 엔딩을 보고 경악했다. 요즘 이런 게 유행인가... 아무튼, 다음 시즌 나오면 무조건 본다. 시즌 1은 일곱 남매를 소개만 한 셈인데 (것도 유일한 동양인은 제일 안 다뤄져서 불만이지만 뭐 설정이 그러니 어쩔 수 없지) 앞으로 제대로 팀을 이루어 활동한다면 어떤 전개를 보일지 궁금하다. 음악 선곡도 강렬하다.


지금은 데어데블을 보기 시작했다. 지금 2화까지 봤는데 떡밥 잔뜩 까느라 좀 답답하긴 하지만 나름대로 재미있다. 주인공 마스크가 참 마음에 든다. 변호사할 때는 여리여리해 보이는데 조로처럼 두건 쓰고 액션할 땐 또 듬직하고.

그리고 알리 웡과 랜달 박의 롬콤 트레일러를 봤는데, 이것도 기대된다. 어찌 보면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스보다 더.

CRA의 콘스탄스 우가 요즘 뭇매 많이 맞고 있는 상황에서 FOTB의 작가와 상대역이 것도 넷플릭스에서 (거기다 극장 개봉하는) 이런 영화로 나온다는 게 꽤 의미심장해 보이는데, 나야 뭐 트레일러 끝에 나온 깜짝 인물 덕분에 전개가 어떻게 흘러가도 분명히 만족할 거라고 벌써 장담하고 있다.

누가 여주의 연애상대 세 명이 다 아시아계 배우라는 점에 주목하던데, 하하하... 뭐, 엄밀히 말하면 그렇게 되기는 하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다른 둘은 한국계라는 점에도 의미 부여하려면 얼마든지...

김씨네 편의점도 다시 처음부터 보기 시작했다. 인슐린 맞아야 하는데 주스 마신다는 장면은 씁쓸했지만, 아무튼 엄마 아빠의 서툰 영어 대사가 제일 좋다.

더쿠에서 영업글 보고 A pesar de todo라는 스페인 영화를 봤는데, 초반에 잠깐 미국을 배경으로 하는 장면에서 배우의 연기나 대사가 매우 어색하더라. 해당 생활권에 속하지 않은 사람이 연기하는 데서 오는 위화감일까? 실제 배우들이 어디 출신인지는 모르겠지만.  연출자의 기량도 한몫 하겠지. 그런 점에서 그런 걸 전혀 느끼지 못하게 하는 뉴질랜드나 호주 영국 출신 배우들은 정말 대단하다. 특히 하우스의 휴 로리와 빅 피쉬에서 본 이완 맥그리거. 특히 인터뷰 같은 데서 원래 말투/목소리 들으면 진짜 깜짝 놀란다.

아들내미에게 Sing, Cars, Coco, Happy Feet를 보여줬는데, 코코는 영어로 한 번, 스페인어로 한 번 틀어줬다. 딱히 스페인어라고 거부하지는 않아서 안심했다. 몇 달 전에 멕시코 가니까 곳곳에 코코 merchandise가 보였는데, 정말 멕시코 사람이라면 좋아할 수밖에 없는 작품이겠구나 싶다. 언젠가 디즈니 픽사에서 한국을 배경으로 하는 애니메이션도 나올 수 있을까?

요즘 자동차에 집착하는지라 Cars는 처음엔 좋아했는데, 오히려 내용이 전개되면서 금방 흥미를 잃더라.

해피 피트는 처음에 멈블이 발 놀리는 장면을 보고 까르륵거리며 웃었는데, 뭔가 장애가 있는 사람을 웃음거리로 삼는 것 같아서 기분이 묘했다. 당연히 아들내미야 그런 거 모르지만...

어느 날은 유튜브에서 큰 고양이과 동물들에 대한 다큐를 일부 봤는데, 사자의 짝짓기 부분에서 내레이터가 진지한 목소리로 암사자들은 숫사자를 고를 때 가장 큰... 갈기를 기준으로 삼는다고 the biggest까지 말하고는 한 박자 쉬었다가 mane이라고 해서 나 혼자 막 웃었다. 그건 내레이터의 아이디어였을까, 읽을 지문을 쓴 사람의 아이디어였을까.

아무튼, 한동안 TV와 담 쌓은 생활을 했는데 다시 이것저것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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