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주 아들내미


앱 하나는 파인애플, 하나는 버터넛 스쿼시, 하나는 양배추 크기란다.
파인애플이라고 한 앱은 아기 손바닥 크기도 대조해서 보여주는데 제법 많이 커졌다.

오늘 오후에 동네 산부인과 가서 심박수도 들었다. 145에서 150. 이젠 그냥 갖다대기만 해도 들려. 처음에 못 찾고 초음파 촬영하던게 언제니...

그 병원에서 일하는 친구가 내가 보는 의사는 별로라고 자꾸 말하고, 아직도 그 의사를 보냐고 하는 걸로 보아 바꿨으면 하는 눈치인 것 같은데, 나는... 잘 모르겠다. 나중에 가서 후회하게 될까? 그렇지만 지금까지 딱히 안 좋을 것도 없었는데 굳이 바꾸기도 그렇고... 아무튼. 오늘은 티댑 백신도 맞았다. 그리고 33주부터 39주까지의 초음파 예약도 다 잡았다. ...정말 얼마 안 남았구나.


어제 밤에는 케빈 스미스랑 제이슨 뮤즈가 우리 동네에 왔다!! 팟캐스트 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게 제이슨 마약 중독에서 벗어나게 하는 방책인 건 몰랐다. 이제 거의 7년째 손을 안 댔다고 하는데, 계속 잘 해내길.

아무튼, 제이슨이 어린 딸이 있다보니 그 얘기가 자꾸 나왔는데, 그러다보니 둘 다 자기 부인 출산할 때 얘기까지 나와서 뜻밖에도 출산 당시 상황에 대해 참 적나라한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매우 교육적이었달까. 으음, 무셔라.


카시트를 샀다. 타겟에서 이런저런 할인 적용도 하고 리뷰 사이트에서 세척이 쉽다고 한 모델이 있어서 그냥 그걸로. 어제 도착했는데 아직 박스에서 꺼내진 않았다. 차차 해야지 뭐.

좀 비싸더라도 세척/세탁이 쉬운 물건으로. 그게 현재 물건 고르는 방침이다. 뭐 베이비 샤워가 지난 다음에나 본격적으로 쇼핑 태세에 들어가야겠지만.

한편, 타겟에서 레드카드 발급 받을까 하는 생각이 모락모락 들고 있다. 멀리 있는 코스트코에 회원 가입하는 것보다는 매번 5% 할인 받는게 더 실속있지 않나 싶어서.


하루는 케일리를 안고 계단을 올랐는데 곧바로 후회했다. 숨이 차고 머리가 어질어질.

다운타운에 포켓몬 잡으러 갈 때도 이젠 천천히 걷고 자주 멈춰줘야 한다. 배가 뭉치기도 하고 숨이 금방 차기도 하고. 아 케빈 스미스가 여긴 평지라 마음에 든다 했는데 그런데도 힘드니 오르막길이 있었으면 얼마나 더 힘들었을까.


이번 주에 내 혈당 기록 확인한 의사는 내가 인슐린 사용을 들쭉날쭉하는 걸 보고 일정하게 맞추라고 하는데, 내가 그렇게 할 리가... 하지만 대놓고 그렇게는 못한다는 소리는 안 하고 그냥 부활절 핑계를 댔다. 아니 혈당 봐가면서 해야지 그냥 무조건 처방한 대로 주사하면서 저혈당 오면 쓸데없이 탄수화물을 더 먹어야 하잖아...
지난 주에 확인한 의사가 좋았는데. 내가 올릴까 하니까 아직 이르다고 했는데 정말로 그 다음날 밤에 너무 떨어져서 다시 낮추게 되었다. 에휴.


친구가 나보고 얼굴에서 빛이 난다고 (glowing), 행복해 보인다고 하는데, 글쎄...? 눈에 띌 만큼 그런가? 아직도 많이 불안하고 걱정이 많긴 하지만, 기대에 들뜬 것도 사실이다. 남편과 나의 아기라니, 얼마나 고대해왔던 일인가.

내가 엄마가 된다는 건 그다지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남편과 나를 섞은 새로운 존재가 생긴다는 것은 신나는 일이다. 물론 우리 고생도 많이 하겠지만... 그래도, 궁금하다. 얼른 만나고 싶다. 열심히 사랑하고 싶다. 우리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나하나 소개해주고 싶다.


엄마가 된다. 내 엄마와는 다른 엄마가 되자.


정말 줏대없다니까. 가족

친구가 보내준 배트맨 로고가 있는 아기 옷에 대해 엄마가 뭐라고 한 것 때문에 화가 나서
만약 엄마가 또 얘기한다면 그냥 오시지 말라고 할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모가 아기 선물 사라고 엄마한테 돈을 주셔서
그 돈으로 돌복이랑 생활 한복을 사셨다고.
그래서 그 사진을 보여 주시니까

간사하게도 마음이 또 누그러진다.
아니 돌복은 여기서도 살 수 있는데 말이야.

...돌복 사진 보면서 우리 결혼할 때 입었던 전통혼례복 입고 가족 사진 찍는 상상이나 하고 헬렐레~해져서는.


안 그래도 아기 방에 걸려고 엊그제 타겟에서 배트맨 로고 벽걸이를 샀는데.
엄마가 여름에 오시면 아무래도 우리 결혼하고 처음 방문하셨을 때처럼 한바탕 난리 나는 거 아닐까.
사악한 영의 기운 아래에서 아기를 키운다고 경악하고 통탄하실 것 같은데...
...만약 그러신다면 그냥 당장 돌아가시라고 해야지 뭐.



한편
동양인 부모 얘기 섭레딧에 레진에서 연재되는 단지라는 웹툰이 올라왔다.
...한국어 연재분은 꽤 되는데 영어로 번역된 부분은 별로 없길래 한국어로 보려고 했더니 해외결제수단에 비자 카드가 없다. 아멕스나 마스터 카드를 만들어야 하나...? 영어로 설정 바꾸니까 비자로 결제는 되는데 코인 가격이 더 비싸다. ...일단 영어로 구매한 코인으로 한국어 웹툰을 보는 데 사용할 수는 있는 것 같아서 그건 다행.

아무튼, 나는 저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울컥하는 게 있고 궁금해져서 볼까 하는 생각.
그리고 영어 번역도 꽤 깔끔하게 잘 되었던데
레딧에 올라온 걸 보니 영어권에서 자란 동양계 사람들에게도 공감이 많이 되는 모양이다.




역시나. 가족

밑의 글에 올린 사진을 친정 단톡방에도 올렸었다. 대학 때 친구가 소포로 아기 옷 보내줬다고. 배 나온 것도 보일 겸.

엄마의 반응: "좋지 않은 그림이 있는 옷은 다 버리면 좋겠다."

??? 뭐가 좋지 않은 그림이라는 거지? 배트맨 말씀하시는 건가? 근데 남편이 가장 좋아하는 수퍼히어로가 배트맨이라서 그게 가장 많은데? 그리고 선물을 버리라고?

역시 엄마가 오시지 않는 게 더 나을지도...


28주 아들내미

앱 하나는 코코넛, 하나는 콜리플라워, 하나는 가지. ...서로 채소 교환하나?

어제 대학병원 가서 초음파 봤는데 예상 몸무게는 2.5파운드. 팔다리 길이나 머리 배 둘레는 다 주수에 어울리게 나오더라.

근데 초음파 기사가 신입이었는지 끝에 가서 다른, 좀 더 숙련되어 보이는 사람이 와서 아직 측정 못한 부분 빠르게 측정하고, 의사도 와서 빠르게 얘기하고 그 사이에 초음파 기사들이 주섬주섬 떠나는 등 아마 다음 예약 시간이 임박해서 서두른 듯? 초음파 사진도 전혀 인쇄하지 않았다. 뭐 어차피 나도 굳이 초음파 사진 원하진 않았다. 전체적으로 아기인 걸 알아볼 수 있는 사진이 아니라 내장 기관이나 신체 부위에 집중해서 찍은 거라. 

그리고 그동안 Gestational Age (주수?)가 첫 초음파 기준에 맞춰서 나타났는데, 이번에는 마지막 생리일 기준으로 나오더라. 그래서 5일 정도 더 진행된 것으로... 왜지? 어차피 아기가 나오는 건 예정일이랑 크게 상관 없겠지만...

아무튼. 아침에 일어나서 태동이 안 느껴지면 막 불안하고 그랬는데 잘 있는 거 보니까 안심이 되더라.
벌써 머리가 밑으로 가 있어서 얼굴은 이번에도 못 봤다. 근데 벌써부터 나올 준비 하는 건 아니지? ...역아여도 걱정이고 제 자리에 있어도 걱정이네. 

슬슬 병원에서 이런저런 수업을 들을 생각을 하고 스케쥴을 보니까... 어이쿠, 모유수유 수업은 못 받을지도? 예정일 열흘 전에 하나 있는데 그 때 받을 수 있다면 받고... 출산 수업은 우리 결혼기념일에 듣게 될 듯.

남편 직장 동료에게서 받은 유모차가 있는데 그것과 호환되는 카시트 후기를 보니까 무겁고 손잡이가 불편하다고 해서 그냥 다른 유모차 + 카시트 세트를 살까 고민 중이다. 마침 타겟에서 호환되는 카시트를 30% 할인해서 살 수 있어서 그냥 그걸로 사고 싶은 마음도 들기는 하는데. 일단 기본적으로 인기 있는 모델이니까 그냥 사도 상관 없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대학 때 친구인 SB한테서 소포가 왔다. 받는 사람 이름은 Baby D_____(우리 성). 요 녀석 앞으로 온 첫 우편물이구나! 작은 버블랩 봉지 안에 알뜰살뜰하게도 여러 벌의 아기 옷을 챙겨 넣었더라. 배트맨 옷 여러 벌, 스파이더맨 하나, 그 외에 공룡이나 뭐 그런. 아이고 고마워라. 

아기 침대에 걸쳐 놓고 사진 찍어서 고맙다고 인사했다. 크기가 안 맞으면 교환할 수 있게 태그도 다 그대로다.


배는 계속 커지고 있다. 앞으로 더 커질 텐데.
전에 배뭉침을 겪은 이후로 배가 아팠는데 복대? belly band를 하니까 나아졌다. 그래서 이젠 스스로 찾아서 한다. 배뭉침은 그 뒤로 다시 느끼진 못했다. 그 날 무리했던 걸까?

슬슬 기저귀랑 물티슈 같은거 쟁여놓아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월요일에는 올해 처음으로 남편이 앞마당 뒷마당 잔디를 깎았다. 그리고는 페이스북에 앞으로 한 7년쯤 뒤엔 다른 사람에게 잔디 깎는 거 시킬 수 있겠지? 라고 써놨다. 남편 본인도 약 6-7세 쯤부터 잔디를 깎았다고. 같은 기계로 (시외할머니한테서 물려받은 것이다).

일요일에 시부모님이랑 스카이프했는데 시아버지와 남편과 아들의 3대가 같이 모이면 볼만할 거란 얘기가 나왔다. 맞아, 바로 그걸 난 기대하고 있었어. 어쩌면 처음 시아버지를 만났을 때부터 난 그런 순간을 꿈꿔왔는지도 몰라... 흐흐흐흐... 시아버지는 처음에 나보고 경고했는데 안 도망간 내 잘못이라고 했지만, 난 사실 시아버지가 정말 좋은걸. 물론 트럼프를 지지한다는 건 빼고...

전에 레딧에서 누가 가난한 어린 시절에 대한 스레를 올렸는데, 그걸 보고 남편이 자기 어린 시절이 생각나서 우울했다고 말해서, 잠깐 얘기를 나누다가 불현듯, 시부모님 눈에는 우리가 굉장한 낭비를 하는 것으로 보이겠구나 싶었다. 그런데도 별 말씀 안 하신 걸 보면 자제력이 대단하신 듯. 

우리 집은... 지금 내가 생각하면 신기할 정도로 경제적으로 부족함이 없었다. 다만 내가 알아서 나 때문에 나가는 학원비 학비 그런 걸 걱정했지. 엄마가 얼마나 경제 감각이 없는 사람인지는 여기 방문하실 때 쇼핑하시는 걸 보면서 깨달았고, 아버지도 얼리어답터로서 이것 저것 지르시는거 보면 딱히 경제적인 마인드는 아닌 것 같은데... 대체 어떻게 살아온 걸까.

우리 아기는, 자기 때문에 돈 쓰는 것에 죄책감 같은 거 받지도 않고, 하지만 그래도 책임 의식 있게, 잘 키워야 할 텐데.

그래서 용돈 벌이로 잔디 깎는 일 같은 걸 시킬 거라는 거지만.



열불 잡담

일요일에 시부모님과 스카이프 했는데 굳이 트럼프 얘기를 꺼내셔서는 심기가 매우 불편했다. 난 어차피 정치에 관심 없는데 요즘 버니 샌더스가 인슐린 값 낮추려고 이런저런 활동을 한다니 차라리 버니가 나왔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만 뭐 무슨 소용이랴. 아무튼. 도대체 어떻게 아직도 저렇게...

하기사 페이스북에서도 심심찮게 트럼프를 옹호하는 친구들이 보인다. ...그래서 더더욱 페이스북에 들어가기 싫다.

유나이티드 항공사에서 승객을 강제로 끌어내린 것을 보고는 정말 기가 찼다. 어차피 비행기 자주 타지도 않지만 앞으로 절대 유나이티드는 타지 말아야겠네. 엄마가 여름에 오실 때가 걱정이 되기도.

최근에 이 동네에서 총격 사건이 둘 있었다. 하나는 섭웨이에 든 강도였고 다른 하나는 잘 모르겠지만 주거지에서 벌어졌다는 듯...? 옆도시 과학 수사대에서 일하는 RM이 요즘 범죄율이 늘어서 전 부서에서 증원을 계획 중이라더니, 이 동네에서도...!

그냥 집에 틀어박혀서 일에나 집중하는 게 낫지. 내가 걱정한다고 뭐가 되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인터넷으로 불편한 소식은 자꾸 접하니까 도루묵이다.

해밀턴 전기를 살까말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일단 위키피디아에 가서 그 사람 페이지를 읽다가 질려서 나가떨어졌다. 물론 책으로 읽는 건 또 다르겠지만 아무튼. 정말 열심히 살던 사람이었구나, 싶다. How do you write like you're running out of time? 나도 저렇게 미친 듯이 글을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뭐 내 문제는 글을 쓸 소스가 없다는 거지만...

해밀턴이라면 어떻게든 세상에 뛰어들어서 뭔가를 바로잡아보려고 했겠지. 아마 SNS도 신나게 이용했을 테지. 하지만 나는 그저 아기나 무사히 낳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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