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글루는... 인사

한국에서 태어나 독일, 코스타리카, 멕시코를 거쳐 지금은 미국에서
남편과 아들과 고양이 두 마리와 동거하며
프리랜서로 한영/영한 번역 일을 하며
우울증, 제2형 당뇨병, 갑상선기능저하증, 화농성 한선염을 앓고 있으며
저탄수화물 고지방식을 먹고
뜨개질/코바느질을 취미로 하는
예수 그리스도를 주인으로 모시는
한 여자 사람의 일기장입니다.

병치레 아들내미

가끔 하루 이틀 열 났다가 내리고, 내가 몸이 좀 안 좋을 때 아들내미도 같이 비실거리던 때가 있긴 했어도, 여태 아들내미가 크게 아파본 적은 없었다.

그런데 수요일. 이 날 나는 시어머니랑 같이 도서관에 갔다가 우체국, AT&T 지점, 월마트, 그리고 우리가 주로 장보는 마트에 들렀다가 집에 돌아올 생각이었다.

도서관은 마을 북쪽에 있고 우체국과 AT&T와 월마트는 남쪽에 있기 때문에 나는 도서관에 먼저 간 뒤에 다른 목적지에 들를 생각이었다. 여기서 우체국과 마트는 내 볼일이었고 AT&T와 월마트는 시어머니가 용무가 있으셨다.

그런데 시어머니가 도서관 가기 한 시간쯤 전에 일찌감치 나가서 일 보자고 하셨다. 나는 솔직히 한 시간이면 빠듯하다고 생각했지만 시어머니가 금방 할 수 있다고 하셔서 내키지 않으면서도 얼른 아들내미 준비시켜서 나갔다. 나는 일단 남쪽에서 볼일 보다가 늦으면 도서관 프로그램을 9시 반 대신 10시 반 것을 가면 되겠지 생각했는데, 시어머니는 또 그러지 말고 두 군데서만 볼일 보고 도서관 갔다가 다시 오자고 하시더라. ...안 그래도 차에 기름도 간당간당하던 차인데 그런 시간과 기름 낭비를 하는 건 더더욱 내키지 않았지만 아무튼 우체국 가서 내 볼일 보고 AT&T 지점에 갔는데... 아뿔싸, 문을 10시에 여네.

그래서 일단 월마트부터 갔다. 시어머니가 금방 몇 가지 물건만 사오신대서 나는 그냥 차 주차하고 에어콘 켠 상태로 대기했다. 아들내미가 칭얼대서 뒷좌석으로 가 놀아주고.

물론, 시어머니는 한참 걸리셨다. 물건은 그리 많이 사지 않으셨지만 계산대가 두 군데만 직원이 일하고 있어서 줄이 길었다고. 9시 20분쯤 돼서 도서관으로 출발했다. 뭐 늦어도 할 수 없지 하는 생각이었다.

도서관에는 조금 늦게 도착했는데, 다행히 아직 시작을 안 했더라. 전 주에 독립기념일 때문에 쉬어서 어수선해서 그랬나? 아무튼 아들내미는 여전히 노래나 책보다는 주변 사물에 더 관심을 보였다.

끝나고 노는 시간에도 아들내미는 별로 장난감에 관심을 안 보이고 짜증을 내서 우린 일찌감치 나섰다. AT&T 지점이 동네 북서쪽에 하나 더 있는데, 집과의 거리는 약간 멀기는 하지만 그래도 아까와는 다른 길이니 가볼까 하는 생각에 그리로 갔다.

여기서도. 나는 아까와 같은 실수를 되풀이했다. 시어머니 혼자 들어가시게 하고 아들내미와 함께 차 안에 남은 것이다. 에어콘 틀었으니까 괜찮은줄 알았다. 그런데 시어머니는 한참 걸리셨고, 아들내미는 짜증을 내다 울기 시작했다. 결국 같이 AT&T 지점에 들어가니 시어머니는 볼일을 거의 마치셨다.

아들내미를 다시 카시트에 앉혔는데 또 울면서 싫어했다. 나는 장을 그 근처에 있는 곳에서 볼까 했는데 아들내미가 너무 울어서 일단은 그냥 집에 가야겠다고 정했다. 집으로 가는 길 내내 아들내미는 경기하듯이 울다가 토했다.

지금 생각하면 더위 먹은 게 아닌가 싶다. 에어콘이 불어도 카시트 바구니 안에까지는 잘 안 닿고, 아들내미의 등은 땀에 절어 있었다.

집에 와서 젖먹여 한잠 재우고 나도 낮잠 같이 잤다가 일어나서 다시 집 근처 마트로 장 보러 갔다왔다. 아까 집에 오는 길에 주유 등 켜져서 일단 마트 가기 전에 기름부터 넣고.

남편이 퇴근할 때까지 아들내미는 별로 달라보이지 않았다. 퇴근한 남편이 애 밥먹일 동안에도. 밥을 잘 안 먹기는 했다. 참, 이 날 아침에 내가 밥먹이려 시도할 때도 뱉어내고 안 먹어서 내가 포기했었다. 남편이 먹일 때는 그래도 어느 정도 먹었는데.

이내 토했다.

결국 옷 갈아입히고 젖 물렸다.

애가 열 있는 것 같아서, 귀 체온계로 쟀는데 화씨 101도인가 나왔다. 귀로 쟀는데 그런 거면 높은 거라서 기겁을 하고 타이레놀을 먹였다. 밤에 잘 때는 열이 떨어진 것 같았다.

목요일. 여전히 음식에는 관심 없고 젖만 먹었다. 가끔 열이 났다가 다시 내렸다 했다. 금요일에도 마찬가지. 금요일 밤에는 애가 종종 깨서 우느라 잠도 잘 못 잤다.
토요일. 원래는 다같이 캔자스시티에 나갈 계획이었지만 아직도 애가 아프니까 나랑 아들내미는 집에 있기로 했다. 남편과 시어머니 없는 동안 나랑 아들내미는 주로 잤다. 자주 젖을 물고, 먹다가 또 잠들고. 나도 새벽까지 번역을 했던 터라 잠 보충이 필요했고.
의사한테 전화했었는데, 화요일까지도 차도가 없으면 데리고 오란다. 일단은 애가 열 날 때 투정하는 것과 고형식을 거부하는 것 외에는 평소랑 다르지 않아서 지켜보기로.
밤에 자기 전에 억지로 모트린 먹였다가 되레 토해서 남편이랑 아들이랑 샤워했다. 오밤중에 깨서 서럽게 울고 달래지지 않아서 내가 포대기로 업고 복도를 왔다갔다 했다. 그래도 업으면 진정하니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포대기는 위대해!

일요일. 그냥 일찌감치 교회 가는 건 포기했다. 아침에 내가 자는 동안 남편이 아들내미에게 밥 먹여봤는데, 거버 한 통의 사분의 일 정도를 먹었댄다. 그래도 조금이라도 먹었다는 게 어디야.

반면, 젖을 잘 안 물고, 물어도 매우 짧게만 먹었다. 그리고 침대에 눕히는 걸 너무 싫어해서 낮잠도 거의 안 잤다.

대신 저녁 때는 다시 거버 반 통을 먹었다. 역시 남편이 먹였는데, 거의 평소와 비슷하게 먹었다고 한다. 그리고 아직까진 토하지 않았다...

잠은 침대에 눕는 걸 여전히 거부해서, 내가 포대기로 업고 왔다갔다 좀 하니까 (이렇게 업고 저탄수 빵도 굽고 쵸코컵케이도 구웠다) 결국 내 등에서 곯아떨어졌다. 조심조심 침대에 올려놓고. 남편도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다.

나는 번역 좀 하다가 모니터로 애 우는 소리 들리면 다시 침실로 돌아오는데, 중간에 또 젖은 안 물고 와락 울고불고 하는 순간이 있었다. 그럼 남편이 안아서 진정시키다가 다시 내가 젖을 물리고. 재우고.

수요일날 내가 시어머니 말 안 듣고 원래 계획대로 도서관에 먼저 갔다가 느긋하게 다른 장소를 돌면서 차에서 애랑 기다리지 않고 같이 다녔으면 안 아팠을까?
아니면 수요일 아침에도 밥을 거부했으니까 전날 시어머니 모시러 공항 갔을 때 뭔가 옮아서 어차피 아플 거였던 건 아닐까?

알 수 없는 일이고, 어차피 지금 와서는 상관 없는 일이다.
돌 지나서 애가 그래도 체력이 좀 있을 때 아파서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그냥 서럽게 울기만 하고 달래지지 않을 때는 정말 미칠 것 같다. 내가 대신 아팠으면 좋겠다는 심정이 정말 절실히 느껴진다.

한편은 씁쓸하다. 나는 어렸을 때 아프면 부모님한테 폐 끼치는 걸 걱정했다. 아픈 이유를 알 수 없을 때는 내가 쓸모없는 인간이라는, 역시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다는 죄책감이 더 심해졌다.
내 아들이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면 내 마음이 찢어질 거야.
그런 생각을 안 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무튼, 아들내미가 말끔히 낫기를. 다시 밥도 잘 먹고 잠도 잘 자기를.
그리고 나는 좋은 엄마가 되기를 빈다.



녹두전과 미호이야기와 한줌물망초 감상

요즘 아들내미가 아파서 침대에 누워서 젖물리는 시간이 많다보니 폰으로 게임도 질려서 스퀘어에서 영업글 보고 웹툰을 봤다.

녹두전

내용은 뻔한 것 같은데 전개가 안 뻔해서 신선했다. 반전은 앞부분에서 떡밥 충분히 던져서 어느 정도 눈치챌 수 있었는데 그래도 보면서 긴가민가하게 만들더라. 아무튼 해피엔딩이라 다행. 이거라면 드라마로 만들어도 꽤 괜찮을 것 같은데. 요즘 웹툰으로 드라마 많이 만들던데 (계룡선녀전 기대 중이다) 이것도 기다리면 나올라나... 아 근데 남주 역할을 선뜻 맡을 배우가 있을라나...

미호이야기

...등장인물이 너무 많아서 누가 누군지도 모르겠고, 페이스가 화마다 들쭉날쭉한 것 같았다. 끝났을 때는 그게 끝인줄 몰랐다...
구가의 서가 생각나는데 좀더 잔혹한 이야기. 뭐 사실 구가의서도 월령 처리가 무리였다고 생각했었는데, 씁쓸하지만 이 만화의 결말이 더 자연스럽지. 그나저나 녹두전에선 유사모녀관계가 굉장히 훈훈했는데 여긴 친모녀관계가 참 헐스러워서...

미호이야기 시즌2라는 한줌물망초

미호이야기 등장인물들도 어렴풋이 조금만 기억하는 상태에서 보니까 뭐 딱히 굳이 다 기억할 필요는 없는 것 같은데 또 모르지. 둘 다 본 상태에서 둘을 다시 보면 전에 놓쳤던 게 보일지도. 근데 나는 지금은 굳이 그러고 싶은 생각이 없는데...

소재 때문에 옛날에 강경옥의 두 사람이다가 생각난다. 이게 훨씬 더 복잡하긴 하지만. 천진난만한 능력자 때문에 가해자 없이 피해자만 속출하는 분위기는 다른 데서도 비슷한 걸 본 적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은 드는데 딱 생각나는 건 없네.

여기도 모녀관계가 좀 복잡한데 별로 나한테 와닿지는 않았다.

아무튼 줄거리에서 주 줄기인 도깨비와의 내기 외에 흥미로웠던 것은 이담이와 만수의 연애. 서로 좋아하는 남녀의 연애가 왜 엇갈리는지 꽤 진지하고 그럴싸하게 풀어냈다고 생각하는데, 결말을 생각하면 이건 주성치의 선리기연이 또 생각나잖아. 단 선리기연은 영화 내내 배꼽 빠지게 웃다가 끝에 가서 숙연해지고 괜히 애틋하고 아련해서 좀 어이가 없다면 이건 오싹하고 우울한 중에 피식거리게 만든달까...

아무튼 재미있었다. 언젠가 단행본을 구해서 아들내미 크면 보여주고 싶다. 언급되는 전래동화부터 섭렵시켜야겠지만.

외전격인 두줌물망초를 보기 위해 네이버에서 페이팔로 쿠키를 결제했다! 한국 서비스는 항상 결제가 까다로워서 포기했었는데! 역시 페이팔 만만세!



아 엄마 가족

페이스북에서 얼마 전에 프로필 사진을 바꿨다. 아들내미 태어난 이래 프로필 사진은 언제나 아들내미와 같이 찍은 사진으로 올리고 있다.

그런데 엄마가 그 새로 올린 프로필 사진에 나를 웬 엉뚱한 사람과 같이 있다고 태그를 붙이셨다. 그 사람이 누군가 프로필을 찾아가 보니 무슨 한국의 동성애 반대 단체 대표래. 뭐 이런 황당한 일이. 기분이 확 나빠졌다. 그런데 이 태그는 대체 어떻게 제거할 수 있는지 모르겠네. Edit 눌러봐도 전혀 모르겠다. 그래서 그냥 지우고 다시 같은 사진을 올렸다. 엄마가 뭐라고 덧글도 달았었는데 그냥 같이 지워졌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시어머니가 새로 올린 프로필 사진에 덧글을 다셨다. 뭐 설마 싶긴 하지만 어째 우리 엄마한테 약올리는 것 같은 모양새다. 니 딸은 네 덧글은 거부하지만 내 덧글은 그냥 두지롱~ 하는 그런?
엄마가 덧글 단 건 상관 없는데 그 이상한 사람을 태그한 게 문제였는데.

엄마하고는 여전히 연락 안 하고 있다. 아직 내 마음이 안 풀렸다.



간만에 의료 쪽 테스트 번역/통역

한동안 게임 번역만 줄곧 하면서 의료 쪽 일거리는 계속 무시하고 있었는데, 새로운 에이전시에서 연락이 와서 뭐 안 해도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요율을 세게 불렀는데 테스트를 보냈다. 뭐 통과하더라도 그 요율 준다는 보장은 없지만 일단은 테스트를 해서 보냈다. 사실은 더 일찍 보내고 싶었는데 돈 받는 일감 먼저 다 하고 보내느라 결국 마감 딱 맞춰서 보내게 됐네. 간만에 숨은그림찾기도 하고. 시간 단축을 위해 꼼수를 쓰긴 했다만... 뭐 통과하든 안 하든 지금의 상황엔 별 영향 없으니까.

의료 쪽은 기계적으로 직역할 수 있어서 편하긴 하지만 한편은 또 기존 스타일에 맞춰야 하기 때문에 번거로운 점도 있다. 그래서 오랜만에 하려니까 또 영 안 땡기더라. 뭐 돈만 많이 준다면야... 하지만 지금은 게임 번역거리 잔뜩 있잖아... 그것도 이번에는 내가 좋아서 결제했지만 시간이 없어서 못 플레이하고 있는 게임이야... 일찍 끝내면 들어가볼까. 그새 얼마나 변했나...

게임이 마음도 편하고 몸도 편하달까. 뭐 팬 커뮤만 안 들어가면 말이야...

사실 새 게임 에이전시에서도 연락이 왔는데 필요한 문서 하나 안 보내서 거 보내달라고 했는데 아직 답이 없네. 뭐 어차피 지금 일감 충분하니까 서두를 건 없다.

그리고 사실  몇 달 동안 중단됐던 다른 분야 장기 프로젝트도 곧 재개한다는 연락이 오긴 한 상태인데.
아 뭐 시어머니 오시니까 나도 시간을 더 낼 수 있겠지. 앞으로 아들내미를 위해 돈을 많이 벌어야 하니까 가능성은 다 열어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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