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플레이데이트랄까. 아들내미


어제는 산부인과 예약이 있었다. 절개 부위도 살펴보고 피임약 처방도 받고 뭐 그런.

차는 시아버지가 고치셔서 내가 혼자 운전해 갈 수는 있는데 얘를 데리고 간다면 카시트가 꽤 무거워서 좀 걱정이 되던 차, 지난 주에 HG가 자기 이번 주에 시간 되니까 우리 집에 와서 애기 봐줄 수도 있고 아님 자기 집에 애 맡기고 나 할 일 하라고 하길래 그럼 이 진료 보러 가는 동안 아기 맡기기로 했다.

시부모님한테 아기 맡기고 나간 적은 있지만 그 외에는 처음이라 막 불안하고 역시 별의별 이상한 망상이 떠오르고 그랬지만 HG 본인도 만으로 다섯 살, 두 살 아이가 있고 특히 첫째는 남자애니까 아기 잘 보겠지 하고 이성으로 마음을 다스렸다.

그래서 어제 아침, 나가기 전에 젖병으로 수유하고 집을 나섰다.

가니까 그 집 애들 둘이 아주 신났다. 큰 애는 자꾸 얘를 가리켜 she/her라고 해서 HG가 정정해줬는데, 아무래도 아기에 대한 얘기는 주로 자기 여동생에 대해서 말해버릇 하다보니 그런 것 같았다. 엄마가 지적해준 뒤로는 스스로 고치더라. 장난감 쥐어주고 깊어하는데 아직 이르다고 말렸다.

작은 애는 스스로 냉장고에서 자기 젖병을 꺼내 물더라. 그걸 보고 아 우리 아들도 언젠가는 저럴 수 있겠지 하는 희망이... 암튼, 간식으로 포도를 먹었는데 아기에게도 먹이고 싶어해서 역시 말렸다.

아기를 위해 팩엔플레이를 준비했다고 하는데 나는 것도 모르고 바운서를 가져갔지. 근데 바운서가 거실에 두고 보기엔 더 나았을 거라고 생각을... 아무튼. 그렇게 아기를 두고 나는 병원에 갔다.

산부인과에 접수하고 나서, 직원에게 돈 문제에 대해서 물었다. 임신 초기에 여기 다니기 시작할 때, 출산 비용을 미리 어느 정도 나온다 계산해서 할부 플랜을 주길래 그 당시에는 그냥 그 플랜에 맞춰 내기 시작했는데, 그 계산은 디덕티블을 반만 채운다는 가정 하에 산출된 거였다. 다섯 달쯤 내고 나서 디덕티블 채워졌기애 어쩌냐고 물으니 더 낼 필요 없다 하여 멈췄다. 그리고 이 산부인과에서 받는 진료나 초음파 촬영은 청구서가 안 날아오는데 보험 클레임 확인하면 처리된 내역이 나오길래 이 돈에서 떨어져 나가겠거니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막달 진료 비용에 대한 청구서가 날아왔다. 계산해보면 아직 할부로 낸 돈이 한참 남았는데. 그래서 병원 가기 전 마구 그 돈 떼먹혔다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괴롭히곤 했다.
접수 데스크의 직원이 이 일에 대해 잘 몰라서 믿음이 잘 안 가는 것도 있었다. 결국 안에 들어가서 아는 사람에게 물어본다고 하길래 기다리다가 간호사가 와서 내 이름 부르기에 들어갔다.

그러니까. 기분이 한참 안 좋을 때 들어간 거다. 산후우울증 증상을 묻는 종이를 줬는데 나는 주로 잠과 걱정에 대한 부분에 답변했다. 속으로 병원비 문제가 가장 큰 걱정거리라고 투덜대면서. 하지만 간호사는 그런 거랑 상관 없으니까.

체중은 임신 전 몸무게보다 약 4킬로 더 나간다. 뭐 서서히 빠지고 있으니 걱정은 안 한다. 혈압은 조금 높은 편이었지만 정상 범위 안에는 들었다.

간호사가 나가고 의사가 들어왔는데, 어떻게 지내냐고 묻는 말에 눈물이 나왔다. 의사는 자기 경험을 들려주며 따듯한 위로와 격려의 말을 건넸는데, 그 동안 BH에게서 이 의사에 대해 안 좋은 소문을 듣고 나도 편견을 가졌던 것이 부끄러워지더라. 뭐 의사 앞에서 내색한 적은 없지만...
그나저나 산부인과 의사는 소아과 의사가 아니구나 싶더라. 아기에 대해서 건네는 말은 그냥 비전문인으로서, 단지 역시 아이를 키워본 엄마로서의 경험을 토대로 한 거였다.

아무튼 진료는 잘 마치고 다시 대기실로 나와서, 아까 얘기했던 직원에게 다시 말을 걸고 질문을 몇 가지 더했더니 결국 그 잘 아는 사람이랑 얘기하라고 불러주더라.
명찰을 보니 직함이 보험 어쩌구였다.

일단 이 오피스에서 날아온 청구서는 내지 말고 기다리면 6-8주 내로 전에 낸 할부금에서 떨어져 나가니 걱정하지 말란다. 그 6-8주가 출산일 기준이냐 오늘부터 세는 거냐 물으니 오늘부터란다. 그리고 다 떨어지고 나면 환불 수표가 날아올 거란다. 단, 병원 측 출산 비용이 청구된 것이 있으면 거기로 들어간단다. 그런데 병원에서 날아온 청구서는 기한이 한 달도 안 남았는데. 그럼 그 전에 병원비 청구된 건 다 내고, 할부금은 환불을 기다려야 한다는 얘기다. 결국 할부 플랜은 안 하느니만 못한 거였다는 생각. 에이 참. 짜증나는구만.

뭐 어쨌거나 돈 떼인 건 아니니까 기분은 풀어진 채로 산부인과를 나왔다.

그 다음엔 병원 측 빌링 오피스로 내려갔다. 출산 비용은 제대로 청구되었는데, 문제는 일주일 뒤 황달로 아기가 재입원 했을 때 입원비였다. 병실 사용비가 천육백불이었는데, 병동이 Mother and Baby Unit이었고, 서류상으로는 obstetrics여서, 보험사에서는 아들이 산부인과에 입원한 것으로 나타나 적용이 안 된다고 (dependent의 임신 관련 의료는 적용이 안 된다) 거절한 것이었다. 그래서 보험사에 전화했더니 병원에서 코드를 바꿔 보내야 한대서 지난 주에 병원에 전화했었는데, 전화 받은 직원이 알아보고 연락 준다고 하고선 여태 아무 소식이 없었던 것이다.

가서 병원에서 날아온 청구서와 보험사에서 날아온 EOB를 보여주면서 설명하니 일단 전산 상으로는 코드를 고쳐서 다시 보낸 것으로 나타난다며, 그걸 한 직원에게 직접 확인하겠다며 안으로 들어갔다. 한참 기다리니 다시 나와서, 오늘 아침에 막 처리했단다. 그래서 알았다고 하고 나왔다. 병원 빌링 사이트에 들어가 확인하니 obstetrics가 pediatrics로 바뀌었더라. 그럼 이제 제대로 처리되겠지.

그동안 천육백불을 디덕티블에도 적용 안 되는채로 그냥 내야 하나 하는 걱정으로 속을 많이 썩였던지라. 뭐 아직 처리가 끝나기 전까진 마음을 놓을 수 없지만.

병원을 나서면서 폰을 확인해보니 HG에게서 문자로 사진과 메시지가 와있었다.

잘 놀고 응가도 누고 이젠 잔단다. 고맙다고, 나도 이제 병원에서 볼 일 마치고 곧 돌아간다고 답문했다.

그래서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그 집에 돌아가서 아들내미 데리고 집에 갔다. 그 집 아이들 역시 낮잠 자고 있어서 인사는 나중에 전해달라고 하고.

평소엔 낮에 잘 깨어 있는데 피곤했는지 아들내미는 그 뒤로도 잠을 많이 잤다. 단, 내 품에 안겨 있을 때만... 깨면 아무 이유 없이 소리지르며 울고. 그래서 남편이 올 때까지 아무 것도 못하고 둘이 같이 잤다.

요즘은 그래서 낮 동안에는 일을 거의 못하고 남편이 퇴근하면 같이 저녁 먹고 그 때야 내가 비로소 일을 한다. 어차피 일거리는 많이 맡고 있지 않다만.

아무튼. 그러고 자기 전에 마지막 수유는 젖을 물리고, 그 동안 남편은 샤워하고, 잤다.

여섯 시간 뒤에 아기가 칭얼대는 소리에 깼다.
그 동안 다섯 시간 간격은 있었어도 여섯 시간은 처음이다!
첫 플레이데이트 덕에 피곤했나.

뭐 요즘 기저귀 가는 횟수도 조금씩 줄고,
아기가 커가는 과정일 테지만.
아무튼 희망이 보여서 기쁘다.
보통 그렇게 오래 자고난 다음 다음 수유는 까탈스럽긴 하지만.


6주 아들내미


육아 관련 섭레딧에서 종종 힘들고 지쳐있는 와중에 아기 웃는 거 보고 힘낸다는 글을 보곤 하는데, 클리셰 같지만 우리도 마찬가지다. 요즘 들어 밤마다 변을 보는 게 힘들어서 얼굴 빨개지며 우는 아들내미 때문에 많이 피곤한데, 그래도 간혹 기저귀 갈 때, 혹은 젖먹일 때, 싱긋 웃곤 하면 정말 날아갈 것 같이 기쁘다. 사진으로 남기는 것은 어렵지만.

여전히 유축한 젖을 병으로 주고 있다. 젖 물리는 건 하루에 두 시간 정도로 늘렸는데, 그 뒤에 병으로 먹는 양이 좀 줄긴 한 것 같다. 전에는 하루에 병으로 거의 30온스 먹고 한 시간 젖 물렸다면 요즘은 하루에 22 온스 먹고 두 시간 젖 물린달까. 분유를 괜히 큰 통으로 샀다. 반도 못 썼는데 다음 주면 버려야 한다. 앞으로는 2온스씩 들어있는 액상 분유만 사야겠다. 지난 주에 토피카에 쇼핑 갔었는데 가져갔던 5온스 병을 두 차례에 나눠 다 먹고도 집에 가는 길에 배고파해서 스틱 하나 뜯은 거 외엔 요즘 분유는 전혀 먹일 일이 없다. 지금 냉장고엔 짜놓은 젖이 16온즈 넘게 있다.

짜놓은 젖 보관은 거버 이센셜 5온스짜리 병에 한다. 이 병이 메델라 유축기랑도 호환되고 이 병의 젖꼭지가 스틱 분유에도 맞는다. 그런데 뚜껑을 메델라 병뚜껑으로 했더니 흔들면 새길래 결국 아마존에서 검색 후 닥터브라운 병뚜껑을 주문했다.

장시간 외출하면 젖이 탱탱 불어서 힘들다. 토피카 갔다온 날 8.5온스 짰다. 수유 패드 떼자마자 젖이 뚝뚝 떨어지더라. 아니 아예 패드가 묵직했어.

수동 펌프를 살까 고민하다 모유수유 섭레딧에서 Haakaa라는 실리콘병에 대한 걸 보고 결국 아마존에서 주문했다. 어제 아기가 오른쪽 젖만 먹고 잠들어서 왼쪽 젖에 해봤는데 한 15분 붙이고 있었는데 1온스가 못 되게 나왔다. 오른쪽에 젖 물리고 있을 때 했으면 더 많이 나왔을까?

모유수유 하는 아기들은 늘 한 번에 3-4온스만 먹고 대신 젖의 성분이 아기의 성장에 맞춰 바꿘다는 얘길 읽고 괜히 코모토모 병 큰 걸 사뒀나 싶다. 저번 프라임 데이 때 조금 가격이 내렸길래 미리 샀는데. 뭐 일단 두고 보자.

29주만에 태어난 미숙아가 엄마가 유축기 부품을 비눗물에 몇 시간 담갔다가 헹궈서 써서 세균 때문에 죽은 일이 있고서 CDC에서 유축기 세척 가이드를 매 사용 시마다 문질러 하라고 업데이트했다는데, 나는 여전히 하루에 한 번만 세척하고 중간에는 냉장고에 보관하고 있다. 아기용품 씻는 싱크대를 따로 두라는 식으로 했던데, 그냥 전용으로 큰 풀라스틱 보울을 정해서 그 안에 넣어서 씻는다.

Haakaa도 사고 거버 이센셜 병도 더 사고 하다보니 일일이 열탕 소독하는 게 귀찮아서 전자 레인지에 돌리는 소독기도 샀다.

기저귀는 전에 아마존이랑 월마트랑 경쟁하듯이 가격을 내릴 때 사이즈 1 216개들이 박스를 두 개 주문했었는데, 한 박스 당 1개월치 정도 된다는 거 보고 남을 것을 걱정했는데, 이젠 모자랄까 싶다. 한 박스가 2주를 못 갈 듯. 파란 선 보고 갈아줬다가 돌아서면 또 칭얼대서 확인하면 또 파란 선인 경우가 많다. 일단 지금 박스 하나는 남았고 다음 사이즈가 2주 뒤에 도착하니까 그 때까진 버티겠지. 아 다음 사이즈는 하기스 것도 한 박스 있지.

팸퍼스 스와들러 리뷰 보니까 흡수율이 썩 좋지는 않다는데, 우리 아기는 싸면 거의 금방 갈아주게 되니까 굳이 흡수율이 좋을 필요가 있나 싶다. 뭐 밤에 오래 자게 된다면 또 다른 얘기지만...


머리가 저렇게 선 게 꼭 께짤꼬아뜰 같다. 그래서 가끔은 께짤이라고 부른다. 나만...

안은 채 컴퓨터 앞에 앉으니까 신기한 듯이 주변을 둘러보더라. 눈에 저런 fascination을 담고 있다는 게 나한테는 신기. 귀엽다.

시부모님은 슬슬 더 큰 집으로 이사해야 하지 않겠냐고 하시는데, 지금으로선 이사 같은 건 엄두를 못 내겠다. 그러고 보니 이제 곧 돌 되어가는 아들 둔 집이 요즘 집 보러 다니던데. 우리도 그쯤 되면 여유가 생기려나.


내 자격지심이겠지만... 당뇨병과 우울증

어제는 두 번, 아기가 겉잡을 수없이 울어대서 나는 (그리고 두번째의 경우에는 남편도) 어쩔 도리가 없는 일이 있었다. 젖병으로 유축한 모유를 먹이던 중이었는데, 아마도 대변을 보지 못해 괴로웠던 게 아닌가 싶다. 처음에 아침에 그랬을 때는 시아버지가 아기를 잘 어르고 달래서 진정되었는데, 밤에는 딸꾹질까지 겹쳐서 애는 배고파하면서도 먹지를 못하고 부르르 떨면서 서럽게 울어댔다.

엄마한테 카톡으로 나나 동생도 이렇게 변 보는 것을 힘들어했냐고 물었더니 우린 하도 순해서 친할머니가 이런 애기라면 열 명도 보겠다고 하셨단다.

시부모님에게 남편도 아기 때 이랬냐고 물으니 아니라고, 순하고 잘 자는 아기였단다. 그런데 이 때 시어머니가 자긴 육개월 동안 젖만 먹였다는 말씀을 하셔서 나는 순간 이게 다 내가 애한테 젖 안 물려서 그러는 거라는 비난의 소리로 들렸다.

내가 속으로 발끈한 걸 감지했는지 시아버지가 자기가 colicky baby였다고 말씀하셔서 일단 그 상황은 지나갔는데, 자존감도 낮고 모든 것을 비관의 필터로 보는 나는 아직도 시어머니의 그 말에 꽁해 있다.

내가 젖 안 물리고 싶어서 애 먹일 때마다 유축하고 젖병 씻고 이 짓하나...
안 그래도 차츰 젖 물리는 시간을 늘려가고 있지만 여전히 애는 그러고 난 다음에도 배고프다고 젖병을 찾는데.

남편에게 얘기하니 그 때 그 말은 젖을 물려서 애가 순했다는 뜻이 아니라 그냥 그 때는 유축기도 없고 우리가 지금 누리는 여러 문명의 이기가 없었던 거라고 하는데, 그 말을 들으니 뭐 젖먹여 키울 수 있을 정도로 순했다는 뜻이었나 싶기도 하지만 그 상황에서 그런 말이 어울렸는지는 내 머리로는 모르겠다.

아기는 결국 지쳐서 잠이 들었다.


엄마가 와계실 때, 얘가 기저귀를 금방 갈아달라고 하는거 보고 예민한 아기라고 하셨던 게 기억이 났다. 그 때는 아무 생각 없었는데, 지금 생각하니 나나 동생은 안 그랬다는 얘기 같다.

정말로 나랑 남편은 순하기만 한 아기였을까?
저렇게 자지러지게 울어대기만 하고 아무런 수로도 달래지지 않는 순간이 한 번도 없었을까?

언젠가 내가 힘들어서 우니까 엄마는 자기도 그런 순간이 있었다는 투로 얘기를 했는데. 뭐 엄마의 경우엔 나보다는 시집 식구들의 노예로 사느라 힘들었던 게 더 크지 않을까 싶지만. (산후조리로 한 달 친정에 가있었는데 외할머니는 일하시느라 돌봐줄 순 없었고 단지 시집에 있지 않아서 일을 안하는 게 조리였단다. 그리고 한 달만에 다시 돌아가서 시할머니 시부모님 그리고 다섯 시누이 시중 드는 생활을 재개해야 했단다. 나 백일 때 음식 준비하느라 고생하는거 보고 친할머니가 설거지라도 도우려고 하니까 셋째 고모가 엄마! 설거지 해주지 마!하고 빽 소리 지르더란다. 그런 얘기 들으면서 참 기막히고 어이가 없었다.)

주변에 젖 먹이고 싶어도 못 먹여서 분유를 먹일 수밖에 없었던 친구들이 있는지라 나는 유축해서라도 모유 먹이니까 다행이다 싶기도 하고 섯불리 그 친구들에게 쓰라릴까 싶어 난 아예 얘기도 꺼내지 못하는데...

내 머리 속에선 이미
시어머니는
우리 아들이 당신 아들과 덜리 더 힘들게 하는 점이
모두 다 내가 젖을 자주 안 물려서 애가 정서적으로 불안해서 그러는 거다라고
결론을 내리신 분으로
이미지가 정착되고 있다.

나도 참 피곤한 성격이지.

엄마. 아기 때 순하다고 커서도 순한 게 아니야. 겉으로는 순해도 속으로는 가시를 잔뜩 세우고 있어. 그 가시로 자기를 찌르니까 남들한테는 안 보이지.

우리 아들은 나처럼 이렇게 미련하지 않았으면.
벌써 솔직하게 싫은 건 싫다고 표현하니까 시작은 괜찮은가.

PGo에서 첫 전설 레이드 뛰어보다. Crack

팀 미스틱이지만 Articuno가 나올 때는 전혀 시도조차 못해봤다. 애보기 바쁜데 매일 포케스톱 하나 돌리고 몬 하나 잡는 거나 간신히 했다. 주로 남편이 내 폰까지 가지고 집 근처 공원에 가서.

오늘 저녁, 시부모님한테 아기 맡기고 집을 나섰다. 다운타운에 갔지만 없었다. 페이스북에 있는 동네 포켓몬고 그룹 페이지를 확인해보았더니 병원에 Moltres가 있다길래 가보았지만 아무도 없어서 포기. 중간에 가는 길에 역시 인적 드문 구석에서 뜬 것을 보아서 내가 스샷을 페북에 올렸지만 관심 보인 한 사람은 운전하기 너무 멀어서 사람들이 더 모이지 않으면 안 가겠다고 하고.

결국 포기하고 장보러 마트에 갔는데... 마트 주차장에도 떴네. 한 시간 십 분 정도 남아 있고. 그 주변에 주차된 차 안에 사람들도 있고. 그래서 우리도 근처 약국에서 볼일 본 다음 그리로 갔다. 마침 나도 피카츄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있어서 차에서 내리자마자 우리의 목적이 뻔했다. 한 다섯 명 정도의 사람들이 대기하고 있었고, 더 올 사람들이 있다고 했다. 차츰차츰 사람들이 모였다. 갓 돌 지난 아기를 데려온 부부도 있었고 한 차에는 젊은 남자 둘이 왔는데 레이드 시작하기 전에 카시트에 앉은 아기에게 이유식을 먹이고 있더라. 남편은 젤다 티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다른 사람들도 캡틴 아메리카라든가 너드 티나는 옷을 입고 온 사람들이 제법 되었다.

결국 거의 서른 명이 모여서, 열 명 정도 되는 팀 발러는 자기들끼리 비공개로 하고, 인원 수가 많은 팀 미스틱은 공개파티로 했다. 내가 마지막으로 확인했을 때는 19명까지 들어왔었다. 인스팅트 멤버도 한 명 끼었더라. 동네 체육관에서 자주 보던 사용자 이름도 눈에 띄었지만 거기 모인 사람들 중에서 누구였을지는...

처음에 시작하려고 했을 때는 다들 네트워크 에러가 나서 각자 폰을 재부팅시키곤 했다. 그러다 결국 시작. 나는 갸라도스랑 샤미드로 갔다. 세 번째 몬으로 공격하는 중에 잡았다. 남편은 첫 볼로 불닭을 잡았는데 나는 자꾸만 빠져나오더라. 보다 못한 남편이 대신 던져줬지만 여전히 못 잡았다. 남편은 많이 미안해했지만 나는 그냥 전설 레이드 뛴 거 자체가 즐거웠다. 최소한 남편은 잡았으니까 됐다. 주말에 다운타운 가서 다시 시도하자는데 과연...?

간만에 즐거웠다.
장 보고 집에 돌아오니 아드님은 그새 오줌 두 번, 응가 한 번 싸고 젖도 4온즈나 먹었단다.

한 달. 아들내미


어제 소아과 가서 몸무게를 재니까 4.8킬로란다. 신장은 약 55cm. 신장은 딱 평균이고 체중은 65 백분위라고. 떡두꺼비 맞네.

Baby Tracker 앱으로 열심히 먹이는 거랑 기저귀 가는 걸 기록하는데, 먹이는 건 하루에 약 30온스 정도 먹고 기저귀는 하루에 열댓 개 정도 쓴다. 하루에 한 번이나 두 번 정도 젖을 물리고, 한 번이나 두 번 정도 분유를 줬는데 요즘 젖이 는 것 같아서 분유 안 줘도 될 듯. 거의 3 시간마다 유축하다보니 젖소가 된 기분이랄까.

기저귀는 오줌을 싸면 노란 선이 파랗게 변하는데, 거의 발견하는 즉시 갈아준다. 시부모님은 애가 보챌 때까지 기다리라고 하시는데 우린 찝찝해서... 그리고 대체로 애도 빨리 갈아달라고 칭얼대곤 한다. 대변을 봤는지는 엉덩이를 들춰서 확인하기도 하는데, 보통은 먹으면서 요란한 소리를 내며 싸기 때문에 굳이 그럴 필요가 자주 있지는 않다.

애는 냉장고에서 막 꺼낸 차가운 젖/분유도 잘 먹고 잘 자는데, 다만 대변을 보는 것을 힘들어해서 가끔 소리지르거나 걷잡을 수 없이 울거나 한다. 눕히고 다리를 자전거 페달 밟듯이 움직여주거나 크립에 엎드리게 하거나 배를 문질러주지만 별 도움이 되는 것 같지 않다. 전에 타겟에서 떨이로 팔던 프로바이오틱스 드롭을 샀는데 매일 다섯 방울씩 주고는 있지만 도움이 되는지는 모르겠다. 검색해봐도 이건 애가 똥싸는 근육을 조절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만 해서 그냥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 듯...

지금 시부모님이 와계셔서 날 밝은 동안에는 최대한 시부모님이 애랑 많이 시간 보내시게 하고 있는데, 문득 애가 엄마의 품을 그리워하는 건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 내 목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거나, 내 품에서 가슴을 향해 입을 가져간다거나. 그래서 의식적으로 신체 접촉을 늘리려고 한다.

전에 페이스북에서였나, 스타트렉의 엔터프라이즈호 모양의 목마 사진을 보고 남편이 시아버지에게 보냈었는데, 시아버지가 기어이 만들어오셨다.

얘가 이걸 타려면 아직 한참 멀었는데...
그 외에도 장난감으로 경비행기랑 트럭 모형을 만들어오셨다. 내년에는 디테일이 상당한 소방차를 만들어오실 계획이라고.

애기는 참 귀엽다. 낮 동안에 깨어 있는 시간이 점점 늘어서 지켜보는 게 참 즐겁다. 눈을 크게 뜨고 두리번거리고.

울 때 정말로 응애하고 운다. 응애, 응애애애애애하고.

전에 월마트에서 계산하러 줄 선 동안 남편이 화장실에 데려가서 기저귀 갈았는데, 어찌나 우렁찬 소리로 울던지 계산대 줄에서도 뚜렷하게 들리더라. 내 아들 우는 소리인거 확실하게 알아들을 수 있고.

아직도 좀 얼떨떨하다. 얘가 정말 내 뱃속에서 나왔단 말인가. 질식분만 못하고 배 갈라서 꺼낸 게 지금도 생각하면 좀 서운한데, 뭐 어쩌겠어. 그래도 그 때 생각만 하면 자꾸 눈물이 난다.

주지사의 이름으로 뭐가 날라와서 뭔가 보니 아기 태어난거 축하한다며 백신하라고 당부하는 카드였다. 카드의 한 면은 아예 떼어서 백신 접종 기록용 표로 사용하게 되어있었다.

한편 교회에서 누가 신생아 패키지를 전달해주겠다고 해서 주소를 가르쳐줬는데, 보아하니 이 동네로 처음 이사한 사람들에게 주는 전단지와 쿠폰 등이었다. 그와 함께 어느 베이커리에서 사온 커피케이크와 쿠키를 가져다줬는데, 우린 못 먹는다는 얘긴 안 하고 그냥 고맙게 받았다. 시부모님이 아침에 드시고 계신다.

힘들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나아진다는 걸 희망 삼아 버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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