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면담. by Semilla

수요일 아침은 지도교수님과의 정기적인 면담 시간이다.  선배가 있을 때는 다같이 하는 lab meeting이었지만 지금은 나 하나니까 그냥 현재 연구실 상황, 내가 하고 있는 것들, 이러저런 사소한 잡담이 다 짬뽕되는 시간이 되었다.

오늘은..
지난주에 다녀온 학회에서, 지금은 은퇴해서 UT-Dallas에서 연구실을 하나 차지하는 대신 무료로 봉사해주는 어느 교수님이 우리 지도 교수님에게 접근해서 norming study 하나를 시작할 생각인데 어떠냐고 해서 collaboration하기로 됐다는 뉴스.  분야는 옛날에 교수님이 날리셨던 semantic ambiguity.  일거리 늘었다!  ...학부 연구생 더 받아도 될 것 같은데?

그 다음엔 이 프로젝트의 배경과 약간 관련된 K노교수님 이야기.  옛날에 K노교수님보다 유명한 R이란 연구자가 논문을 냈는데, K노교수님이 그 연구를 다른 재료와 방법을 가지고 replicate해보니까 R이 주장하는 이론과 결과가 다르게 나왔다고.  그래서 어느 학회에서 둘이 만나서 사이좋게 얘기하고, R이 K교수님의 자료를 달라고, 그럼 자기가 자기가 원래 하던 방법으로 연구를 해보겠다고 했더란다.  해서 K노교수님은 순순히 자료를 내어주셨는데.. 그 이후로 아무 소리 없다가 갑자기 어느 저널에 R의 새 논문이 실렸던 것이다.  K교수님의 재료로 실험을 해보니 과연, K교수님이 다른 방법으로 하신 것과 같은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R은 쓰인 stimuli중에서 이것 저것 트집을 잡아 골라내고, 나머지의 결과를 보니 자기가 처음에 했던 것과 같은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다.  R은 자기가 직접 norm을 만들어서 썼고, K교수님은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norm을 사용했다는 차이.  R의 주장은, 지역에 따라 단어의 의미가 다르게 쓰이므로 자기처럼 local norm을 쓰는게 낫다는 것.  ....그러면 norming study는 왜 하는 건데?  지금 내가 준비하고 있는 실험 중 하나도 K노교수님이 쓰셨던 그 norm을 쓸 예정인데...

뭐, 사실 단어의 쓰임에는 지역에서만 차이가 나는게 아니다.  직업이나, 나이나, 취미나, 시간의 흐름, 뭐 그런 것과도 연관이 있지 않나.  컴퓨터를 많이 쓰는 나한테는 mouse라는 단어를 들으면 입력장치의 하나를 먼저 떠올리게 되지만 컴퓨터를 안 쓰는 사람에겐 '쥐'가 먼저 떠오르듯이.  어쨌거나, 단어의 의미에 대한 norm이라면, 이런 단어들은 피하는게 좋겠고, 아니라면 실험을 할 대상들에게서 local norm을 뽑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겠지.  나도 지금 그러고 있고.

하여, 미국의 곳곳에서, 5년에 한번씩, norm을 수집해서, 어떤 단어가 지역에 따라 변하고 어떤 단어는 이런 것에 구애받지 않는지
조사하자는게 이번 collaboration.

어쨌거나 10여년 전에 이런 식으로 K교수님과 R사이에 공방이 이어져서, K교수님이 논문을 내면 R이 리뷰해서는 퇴짜 놓고, 뭐 그런 식이었다고.  가끔은 우리 지도교수님한테 이에 대한 리뷰 요청도 들어왔었는데, 균형을 지키느라 고생하셨다고.  에휴... 무서운 세계.


슬슬 대학원생 지원서가 들어오고 있다고 한다.  교수님한테도 어느 학생이 대학원생 받냐고 이메일이 왔었다고.  미주리의 어느 주립학교 학생인데, 원래는 방위와 주 이름이 붙은 보통 주립학교 (커뮤니티 칼리지 비슷)였는데 언제부턴가 그 학교에서, 미주리 주립학교 시스템에서 honors학교로 만들자고 해서 이름도 바꾸고, 명문으로 거듭났다고.  이 설명을 하시면서 교수님의 지인 중에도, 똑똑한 딸이 있는 사람이 있는데, 집에 돈도 충분히 있어서 미국 어디든지 갈 수 있었는데 딸이 그 학교를 선택했다는 예까지 드시더라.  아무튼 그런 학교 출신인데다, 어느 여름에 어디더라-에서 reasearch 경험도 쌓고 왔다고.  그리고 그 경험 쌓은 연구실의 연구자를 이번 학회에서 교수님이 만나서, 그 학생에 대해 물어보니까 과연 괜찮은 학생이라고 추천하시더란.  그리고 우리 학교 말고도 여러 학교에 지원을 하긴 했는데 일단 중부 지역을 벗어나고 싶지 않아한다는 말도 했다고.  그 말을 들은 우리 교수님은 '그럼 St. Louis에 있는 Wash U로 가겠네'하고 약간 낙담하셨는데, 그 연구자 말로는 거기에는 지원하지 않았다고.  그럼 우리 랩으로 올 희망이 조금은 있는거 아닌가?  아무튼, 많이 탐을 내고 계신 것 같았다.  나는 어땠냐고 묻고 싶었는데.. 아직은 그런 용기가 나지 않는다.  어차피 좋은 말만 하실 텐데 뭐.  (K여교수님이나 사악하신 A남교수님이 아니시니까...)

해서 교수님의 마지막 말은..."There is a fine line between recruiting and stalking."
......에이 설마요.
...물론, 그 학생의 이름을 주시면 facebook에서 찾아볼 용의는 있습.........;;; (쿨럭쿨럭)

하긴, 나한테도 이 도시의 자랑이며, 이 도시를 취재한 유명한 잡지 스크랩이며, 를 보내주시면서 꼬시긴 하셨지........ 충분히 subtle했던 건지, 내가 둔해서 그런 걸 못 느낀 건지....... ....뭐 나야, 내가 당시 조교로 도와드리던 교수님도 여기 출신이라, 이 학교 칭찬에 이미 익숙해져 있었긴 하지만.


뭐 꼭 그 학생이 아니더라도
누군가 들어왔으면 좋겠다...
내 경험을 살려 많이 도와줄텐데.....
참견이 되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뭐 내 동기도 순수하진 않다만... 나중에 독립할 때를 위한 연습이 필요하다고....)

작년엔 정말 괜찮은 사람이 면접 보러 왔었고, 우리도 받아들였는데, 직장을 몇 년 다니던 사람이라.. 차마 대학원생의 박봉으로 살 각오를 못해서 포기해버렸는데.  이번엔 부디.. 좋은 사람 와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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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쿨짹 2008/11/20 06:26 # 답글

    아니 그새 스킨이 바뀌였네요 ㅋㅋ 이쁜데요. :) (흐 갑자기 따라 바꾸고 싶은 욕망이... ㅎㅎ) (쓰고 보니 본문과는 전혀 상관 없는 ㅎㅎ)
  • Semilla 2008/11/20 07:19 #

    네 하루만 (여긴 미국이니 내일까지 이틀 둘지도;)이예요...
    근데 기왕 한거 도로 바꿀 때도 다른 스킨을 찾아볼 듯...
  • 택씨 2008/11/20 08:41 # 답글

    랩에 좋은 사람 들어 오길 바랍니다.
    학회에서의 파벌도 의외로 무섭더라구요. 무조건 반대부터 하는 분위기...
  • Semilla 2008/11/20 09:06 #

    가끔 구경하는게 재미있기도 해요. 단 제가 거기에 이해관계가 얽히지만 않으면.....

    꼭 좋은 사람이 왔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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