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illa를 택한 이유. by Semilla

은사자님의 은사자라는 닉네임을 읽고 저도.


저는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 직장 때문에 이 나라 저 나라 옮겨다녀서 어느 한 곳에 마음 붙이기가 힘들었답니다.  제가 노력해도 그 곳 사람들이 저를 받아주지 않거나 배척하기도 했고, 아니면 서로 무심해서 친해지려는 노력을 않거나, 혹은 서로에 대해서 너무 몰라서 특별히 악의가 있는 것도 아닌데 오해와 오해가 쌓이면서 사이가 나빠지거나...
그런 환경에서 자라서 '고향'이라고 부를 만한 곳도 딱히 없고, 앞으로도 계속 어디에서 살게 될 지 불투명한 가운데 저와 제 동생의 정체성은 '방랑자'로 굳어져갔지요.

한편 저는 성경을 믿는 사람입니다.  성경에는 씨앗과 관련된 비유가 몇 가지 나오지요.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천국은 겨자씨 하나와 같으니 작은 씨앗이지만 심으면 커다란 나무가 되어 공중의 새들도 깃든다.  겨자씨만한 믿음이라도 있으면 못할 것이 없다.  그 외에 예수의 사랑을 전하는 것을 씨 뿌리는 것에 비유하는 얘기가 많지요.

한 때는 그래서 '민들레씨앗'이라는 이름을 썼었습니다.  바람을 타고 떠돌아다니다가.. 잠시 어느 곳에 내려앉기도 하지만.. 더 센 바람이 불어오면 다시 다른 곳으로 떠나기도 하고.. 하지만 언젠가는 땅에 내려서 뿌리를 박고 싹을 틔울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었지요.  이글루스를 처음 시작할 때도 이 이름을 쓸 생각을 했던 것 같은데.... 닉과 주소를 통일하지 않아도 된다는 데에 생각이 못 미쳐서 아마 포기했던 것 같아요.
DandelionSeed은 이미 다른 분이 사용하고 계셨던 것 같고, 그렇다고 Seed만 쓰자니 이건.. 악튜러스 주인공의 이름도 시드고.. 그다지 '씨앗'의 의미가 살지 않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스페인어인 Semilla로 결정한 것입니다.  뭐.. 스페인어를 모르는 분에게는 그 의미가 잘 전달되지 않겠지만 제가 만족하니까 된 것... 

한편, 저는 한때 같은 집에 살았던 친구들 중에 Josh Groban의 팬인 친구가 있어서, 그의 노래도 곧잘 듣게 되었는데, 그 중에 '네가 나에게 다시 돌아와준다면 (Si Volvieras A Mi)'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그 노래 가사 중에 '너의 거칠고 잔인한 이별인사 이후로....(중략)... 나의 마음은 사막이 되고 말았어, 아아 네가 나에게 다시 돌아와준다면 태양이 천 개의 봄 (Mil primaveras)을 틔워줄 텐데'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사실 노래 가사 내용은 그저 헤어진 연인을 그리워하는 남자의 안타까운 탄식이라 그다지 관계 없지만 저 '태양이 천 개의 봄을 발화'한다는 구절은 매우 인상적이었어요.  

옛날엔 아직도 바람을 타고 있는 민들레씨앗이었던 저는 그래서, 이제는 어딘가에 자리잡아서 천 개의 봄에 싹을 틔우자는 생각에 블로그 이름도 Mil Primaveras로 지었고, 저의 닉네임은 싹을 틔울 씨앗 - Semilla로 지었습니다.
한글날 여기저기서 한글화 하는 것을 보고 '즈믄 개의 봄'을 덧붙였고요.

하지만 아직은 겨울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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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쿨짹의 유래 두둥... 2008/11/27 04:04 #

    예전에도 어디에 썼습니다만 (아마 이 블로그였던 거 같은데 ㅡㅡ;;) 아무리 찾아봐도 못찾겠어서요.  이글루스 서치 별로 안좋은듯 ㅠㅜ 제가 쿨짹이라는 아이디를 쓰게 된 건 어언 11년이 넘었네요.  그때 icq라는 메신저 시스템을 쓸 때는 아이디가 필요 없었는데 학교 이메일만 주욱 쓰다가 드디어 웹상에서 이메일 주소를 만들게 된 것이었던 것이었죠. 친구 중에 mark lee라는 이름을 쓰는 친구가 있었는데 갸의 컨셉이 쿨~가이었던 것이었죠...... more

  • 풋디싸는 왜 풋디싸인가 2008/11/27 05:52 #

    Semilla를 택한 이유. 간만의 트랙백. 그 누구와도 중복되지 않을 나의 닉네임 풋디싸에 나름 자부심을 갖고 있다.으하하// 무슨 뜻이냐면.. 사실 뜻은 딱히 없는데 대학교때부터 생긴 별명이다. 누구나 그렇듯이 대학교에 입학하면 고등학교때의 꾸질함과 어리숙한 외모를 변신(;)시키기 위해 필사적이었는데.. 고3 수능 끝나면 다들 염색하고 파마하고 귀를 뚫고..ㅎㅎ귀엽다!으하하// 여튼, 옷도 사고 머리도 하고 그렇게 나름 멋을 내고 캠퍼...... more

덧글

  • 풋디싸 2008/11/27 03:03 # 답글

    그랬군요! 닉네임 예뻐요 Semilla님:)
    맨 처음에 제 블로그에 남겨주셨을 때 예쁘다고 생각했어요//
  • Semilla 2008/11/27 04:49 #

    그러셨군요, 감사합니다. (__)
  • 쿨짹 2008/11/27 03:26 # 답글

    와.. 다들 ㅎㅎ 심오한 뜻이 있으셨군요. Semilla 넘 이쁜 거 같아요. 흐 저도 예전에 쿨짹에 대해서 썼던 거 같은데... 쿨짹을 쓰게된 동기가 너무 아동틱해서 ㅡㅡ;;
  • 은사자 2008/11/27 03:39 #

    듣기만해도 발랄상큼한 "쿨짹"이라는 이름의 숨겨진 비밀!! 둥둥둥! 도 알고 싶어요, 알고 싶어요~ ^___^
  • Semilla 2008/11/27 04:50 #

    아동틱하긴요~ 오히려 진짜 이름에서 출발했다는게 더 큰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 은사자 2008/11/27 03:36 # 답글

    아..그래서 "씨앗"이라는 의미의 Semilla를 쓰신 거였군요!
    아.. 근데 "네가 나에게 다시 돌아와준다면 태양이 천 개의 봄을 틔워줄 텐데" 이 구절 정말 좋네요.. 그리고 "즈믄 개의 봄"..어디서 연유한 건지 몰랐을텐데 "즈믄"이라는 어감이 참 좋아서 인상적이었는데 뜻 알고 보니 더 좋아요.
  • Semilla 2008/11/27 04:52 #

    네.. 저 구절에서 특히 '틔워주다'혹은 '발화하다'의 동사가 encender.. 불 붙이다라는 뜻이라서 정말 역동적인 느낌이라 더욱 인상적이었어요.
  • 새벽안개 2008/11/27 06:59 # 답글

    도마복음 번역 마무리 하고 겨자씨 비유 해석들어가야 할텐데요...
  • Semilla 2008/11/27 07:17 #

    아하하... 잊은 건 아닙니다....
  • 새벽안개 2008/11/27 07:38 #

    독촉하는 것은 아니고 제 나름 부담을 느끼며 결심을 다지는 것입니다. ㅎㅎㅎ
    '즈믄 개의 봄'이 오히려 천국에 대한 시적 비유라는데 공감하면서 저도 소망을 다시 돌아봅니다.
  • churrr 2008/11/27 07:25 # 답글

    첫 인상이... 근사한 이태리 식당 메뉴를 보는 느낌이었어요.
    "Semilla를 곁들인 Mil premaveras" 같은? :)
  • Semilla 2008/11/27 07:34 #

    하하하.... 스페인어랑 이태리어랑 비슷하긴 해요. (아는 커플 중에 이태리남+멕시코녀 가 있는데 서로 자기나라 말 하면서 잘 통하더란...)
  • 택씨 2008/11/27 08:59 # 답글

    이름대로 뭔가가 하나하나씩 성취되는 느낌이에요.
  • Semilla 2008/11/27 09:12 #

    노력해야죠....
  • peace 2008/11/27 15:01 # 답글

    아, 그런 깊은 뜻이 있었군요. 세미쟈.라고 발음한다고 알려주신 기억이 나는데, 저는 계속 쎄밀라라고 연상이 됩니다.
  • Semilla 2008/11/27 15:19 #

    뭐 사실 어떻게 불리든 크게 상관은 안 해요..... (현실에서도 이름이 원래 발음과는 동떨어진 채 발음되는지라..)
  • 양파 2008/11/27 18:27 # 답글

    닉넴 너무 이뻐요 >.<! 블로그 이름도 이쁘고요 ㅡㅜ
    전 이민가면 블로그 이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중이라는 ㅡㅜ
  • Semilla 2008/11/28 01:04 #

    아핫 감사합니다..
    '안개의 나라' 같은 건.. 이상하려나요;;
  • etiole 2008/11/27 20:27 # 답글

    안정을 찾으신 것 같아 좋아 보이셔요. 자주 블로그 들르면서 응원하겠습니다!

  • Semilla 2008/11/28 01:07 #

    앗 감사합니다. etiole님도 화이팅!
  • Mannoya 2008/11/28 05:54 # 답글

    전 단순하게 아랍식으로 친근하게 발음한 제 본명인데. 즈믄개의 봄이라는 말이 참 예쁘다고 생각했지요. 한글도 정말 "예쁜" 말이에요.
    자신을 함축하는 그런 닉네임을 찾으신 Semilla님이군요!
  • Semilla 2008/11/28 12:54 #

    앗 그러셨군요. 본명을 활용할 수 있는 이름이 좋은데 제 이름은 그닥...
    예쁘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svaradeva 2008/12/02 00:23 # 삭제 답글

    아하하 세밀라가 씨앗이란 뜻이었군요!
    링크타고 인사드립니다~ 반갑습니다.
    와우 좋아하시나봐요 인간여자 28레벨. 요리 137/300 고급요리책은 찾으셨나요? ㅎㅎ
  • Semilla 2008/12/02 02:32 #

    앗 반갑습니다..
    네 와우를 좀 많이 좋아합니다...
    고급요리책은 서점 가면 눈독만 들이고 선뜻 집어들지 못하고 있네요.....
  • 2008/12/07 13:09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 Semilla 2008/12/07 14:58 #

    정말 그렇네요... 천 개의 봄과 여름이 충분히 녹여주길 기다려요...
  • 제이미 2009/04/26 01:21 # 삭제 답글

    ^^ 저도 지금 남미에살고있는데
    Semilla... 이쁜거같아요!
  • Semilla 2009/04/26 05:02 #

    감사합니다~ 남미 어디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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