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9 The Rock Low Dough Show by Semilla

지난 목요일, KC에서 집에 가는 길에 라디오에서 콘서트 티켓 나눠주는 것에 남편이 '난 맨날 안 돼'하며 전화걸어 응모했는데 당첨되어서 싱글벙글 돌아오고.  그 다음날 금요일, 남편은 작은 차로 출금했다가 점심 시간에 방송국에 가서 티켓을 받아오고, 나는 남편이 퇴근할 때쯤 큰 차를 끌고 가서, 남편과 같이 콘서트가 있는 미주리쪽으로 넘어가기로 했었다.

그러나 그 날 오전 11시쯤, 방송국에서 전화가 왔으니.. 사진이 있는 신분증 외에 SSN이 나와있는 서류가 필요하다고.  남편이 한때 자기 지갑에 SSC 넣고 다녔으니 혹시나 해서 gmail로 접속해서 물어보니 옛날 지갑에 넣어서 safe에 뒀다고.  pay stub에도 SSN은 안 나와있고.

결국 남편의 점심시간에 맞춰서 SSC 챙겨서 떠났다.  노트북 가져가서 시간 때우려고 인근 커피숖 나와있는 지도까지 프린트해갖고.  티켓 받아오는 길에 Mi Ranchito라는 멕시칸 식당이 보여서 점심은 저기서 먹자고 생각.  남편을 다시 직장에 떨구고 게에 갔다.  가는데 missed a turn and had to go back in a very round-about way.. discovered Costco in the process, almost ran into an old lady.. ...gosh I hate KC traffic.
어쨌거나 무사히 란치또에 도착, 들어가서 혼자라고 말했는데도 6인용 테이블에 앉혀주더라.  사람들 꽤 있었는데도.  점심 메뉴에서 대충 아무거나 시켰다.  ...따꼬 하나 (carne asada라는데 전혀!! 하지만 맛은 괜찮았..) 밥과 콩.  근데 콩이 꽤 맛있더라.  하지만 역시, 밥과 콩보다는 그냥 따꼬만 먹는게 더 좋은데.

먹고 나서, 아무래도 무선 인터넷을 쓰고 싶은데 스타벅스가 괜찮겠지 싶어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곳을 찾아갔다.  (그 주변 커피숖 열 개 중 네 개가 스타벅스였다-_-;;)  일단 뭘 마실까 메뉴를 훑어봤는데 frappucino중에 녹차가 있네.  괜찮겠지 싶어 주문했는데... ...너무 달았다. T_T 마시는게 고역이었다.

인터넷을 하려고 노트북을 꺼내고 보니.. ..스타벅스 카드가 있어야 접속이 가능하다.  인터넷 사용 자체는 무료지만 스타벅스 카드는 최소 금액이 15불이던가.  게다가 카드도 한 번 사면 30일 안에 꼭 사용해야 하고.  내가 스타벅스 갈 일이 또 언제 있다고 카드를 사리?  그냥 spider solitaire좀 하고, 혹시나 해서 가져갔던 책 읽고, 그렇게 빈둥거리면서 2시간여 때우다 남편의 직장으로 갔다.

가서 남편이 나오기까지 몇 분 기다리는데 땀은 어찌 그리 나던지.  콘서트까지는 아직 시간이 좀 남아서 일단 한인가게 옆 분식집 무지개로 가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보통 나는 게로 가면 항상 고추짬뽕을 시키지만.. 전날 중식당에서 짬뽕을 먹었으므로 자중했다.  대신 순대, 쫄면, 김밥을 시켜서 사이좋게 나눠먹었다.

순대는 중짜가 한 접시에 13불 정도 한다. T_T 한국에선 훨씬 싸고, 허파랑 염통이랑 귀랑 그런거 다양하게 나올 텐데.  하지만 간이랑 족발 자투리나마 어디냐.  김밥은 4불, 쫄면은 얼마더라.  어쨌거나 맛있게 먹었다.  그러고 보면, 쫄면도 한국에 있을 땐 거의 먹은 적이 없다.

배도 채우고 다시 차를 타고 동북쪽으로 이동.  Midland 극장을 찾아.. 바로 옆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요금은 10불.  그리고 극장에 들어갔는데.. 헤에, 꽤 격식있게 차려놓은 극장이네.  이런 곳에서도 록 콘서트를 하는 줄은 몰랐다.  지난번 Rockfest보다 훨씬 괜찮았으니.. 일단 밤이라 서늘하고, 건물 안이라 에어콘 나오고, 의자가 있어서 앉을 수 있고 (비록 앞쪽은 의자를 치워서 다들 서있었지만), 사람들이 3천명 밖에 없었다.  지난 번에 땡볕 아래서 고생한 것에 비하면 이건 정말 쾌적한 환경.  그래서 여유롭게 기다릴 수 있었다.  핸드폰으로 스도쿠 게임하면서.

콘서트는...
...3세대 밴드 종합선물세트라고 할까.;;

일단 첫 주자는 Nigel Dupree Band.  Jesse James Dupree라는 남편 말로는 노장이라는 사람의 아들내미 나이젤과 친구 소년 둘 (드러머 하나 기타 하나)이 올라왔다.  드럼 치는 애는 웃통을 아예 벗고 있었는데 음.. 보기 좋더라.  다들 머리는 길었다.  음악은 매우 패기 넘쳤고, 나이젤은 처음엔 어느 정도 긴장된 듯도 했지만 매끄럽게 잘 하더라.  꽤 마음에 들었다.  무대에 있을 때는 몰랐는데, 나중에 우리 옆으로 지나가는 걸 보니까 완전 애들이더라;;;; 풋풋한 소년들이었다.  ...앞으로 잘 크길.

몇 곡 하고 break.  다음 밴드를 위한 준비 작업을 하는데 드럼 셋 등을 해체하고 치우는게 보였다.  그러고 보니 옛날에 나도.. 토요일과 일요일을 저런 일을 하며 보내던 시절이 있었지.

다음 주자는 Rev Theory.  전에 Rockfest에서 첫 주자였던 밴드다.  그 때 보컬을 보고 어떤 익숙한 이미지가 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이번에 다시 보고 깨달았다.  전에 대학교에서 남편의 친구들이 과제로 만들었던 Geek video에서 Geekus Rex였던 JB!  ...사실 저건 A series of unfortunate events 영화에서 짐 캐리를 따라한 것이었는데.;; 아무튼 보컬의 움직임이 어째서인지 자꾸 공룡을 생각나게 했고, 얼굴 생김새도 JB랑 꽤 닮은 것 같고.  (JB 신입생 때는 정말 귀여웠는데...ㅠㅠ...)
아무튼, Nigel네 밴드보다는 아무래도 관록이 있어서 그런지 더 자신만만한 공연이었다.  밴드에 멤버도 더 많고.  그리고 커버에 사인한 CD를 10불에 팔고 있어서 덥썩 샀다.  저거 사인하느라 멤버들 팔 아팠겠다 싶더라.

마지막 곡은 역시 Hell Yeah.  그리고 Rev Theory 퇴장.  또 긴 break.

그리고 드디어 Jesse James Dupree와 Dixie Inc.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관록을 보여줬다.  록에 대해서 모르는 나도, 아까 Rev Theory만 해도 어느 정도 performance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는데, 이 밴드는 정말로 즐기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겠더라.  아저씨는 청바지에 티셔츠를 입었고, 과장된 몸짓을 하지 않았는데도, 자연스럽게 흥이 녹아나오더라.  그리고 드러머.  내가 옛날에 드럼을 치겠다고 헛짓을 좀 했었던지라 드러머를 특히 유심히 보았는데, 와아.. 드럼 스틱이 소모품이네.  한 노래에서만 몇 번을 교체하게 되는 건지.  앞의 밴드들도 드러머들이 파워풀하긴 했지만 저 정도로 드럼 스틱이 날라가진 않았어.

기타치는 사람이 셋이었는데, 한 명은 굉장히 과장된 움직임을 보여주었고, 한 명은 암스테르담에서 주워왔다는데 비교적 평범해보였고, 다른 한 명은 긴 생머리에 굉장히 얌전히 기타를 쳐서 (연주는 좋았지만) 얼핏 보면 여자같은 실루엣이었다.  중간 중간 보컬 아저씨가 놀리더라.

어, 이 아저씨, 노래 하나 끝날때마다 말을 그렇게 많이 했어.  게다가 Are you in a hurry?라고 묻고는, Hell, no라고 대답하라고 해서, 이걸 가끔씩 반복하는 거야.  처음에야 재밌었지만.. 점차 지루해지기 시작했던 나는 저 소리가 나올 때마다 짜증이 나더라.  아직도 남았어? 하고.

왠지 그런 생각이 드는 거야.  저 아저씨, 왕년에 활동 왕성히 하던게 생각나서 새 밴드도 만들고, 아들내미도 띄워주고, 자기도 신나게 한 번 놀려고 이 콘서트를 연게 아닌가 하는.  그게, 콘서트가 밤 열두시까지 계속됐는데, 그러더라고.  약속된 시간을 넘겨서 벌금 3천불을 내게 됐다고.  그러면서 이 즐거움을 위해서 만오천불짜리 수표를 쓰겠다고.  아니, 이 공연 자체가 티켓값이 10불도 안 되고, 3000명이 왔다고 하니까 티켓값만 3만불이 안 되는데, 그 반을 벌금으로 내겠다면, 돈은 어디서 나오는 거야?  남편 왈, 스폰서가 대주겠지 했는데.. 난 모르겠음.  이런거 어떻게 운영되는 건지.. 그 사람들 말대로 먹고 사느라 힘든 사람들을 위해 저렴한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해주는 건 좋은데.. 저 사람들 자선사업하는 거 아니잖아.  뭐 라디오에서 공짜로 나눠주는 표는 라디오 애청자들에 대한 보상이라고 쳐도.

아무튼, 지루함의 돌파구는...
...옛날의 감각을 더듬어서..
...드러머를 흉내내는 것으로 찾았다.
하지만 옛날과 마찬가지로
내 팔은 저만큼 빠르게 움직여지지 않는다는데 대해 좌절.

...어쨌거나 기필코 Guitar Hero World Tour 를 사고 말 테닷!


콘서트 시작하기 전에, 남편이, Lumberjack을 꼭 했으면 좋겠다고,
chainsaw로 공연하는거 라이브로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었는데
진짜로 하더라.
마지막 곡으로.
나무 의자 놓고
chainsaw 틀고
..마지막에는 부수고
총도 쏘고
That's the way we like it

...늙어서도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데다,
아들내미까지 자기의 발자국을 쫓고 있다니
저 아저씨 행복하겠구나 싶더라


끝나고 주차장에 돌아갔는데
나오는게 문제였다.
한 30분은 기다려서야 겨우 빠져나올 수 있었던 듯.

귀가 매우 멍멍했다.
이상하게
남편이 하는 말은 그래도 좀 잘 들리는데
내가 하는 말이 나한테 더 잘 안 들리는 거야.

남편 직장 근처 편의점에 들러서
red bull하나 사마시고
남편은 작은 차를,
나는 그 뒤를 따라 큰 차를 운전해서
집에 도착.

침대에 누웠는데
이제는 white noise같은게 constantly 들리는거야.
...귀가 멀어서 예민해진 건가 (이게 말이 되나?)

....이런걸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은 대체 어떻게..
...뭐, 적응이 되면 괜찮은 건가.


뭐 그렇게
두번재 록콘서트 경험이 끝났다.


아. 하나 더.

마지막 밴드는 나중에 가서 공연 중간 중간에 술을 마시고..
같은 술병을 멤버들끼리 돌려 마시던데
...저래도 되는 거야?!
근무 중 금주 같은거 록커한테는 해당이 안 되는 건가?

그리고 이번 콘서트의 쾌적함 중 하나 더, 가 건물 안이라서 금연구역이라는 것이었는데
나중에 가니까 그래도 피우는 사람들이 나오더라.
-_-;;;

남편 왈 기절하는 사람도 보였고,
경찰한테 잡혀가는 사람도 보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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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택씨 2009/06/30 11:19 # 답글

    그래도 지난 번 보다는 좋은 환경에서 보셔서 감상을 잘하신 듯한 느낌이에요.
    예전에 드럼을 치셨군요!!!!

    아주 큰 소리를 들으면 그걸 해소하면서 원래 정상상태로 돌아올 때 white noise 같은 것이 들리더라구요.
    기절한 것은 왜 그런지 궁금해요?
  • Semilla 2009/06/30 21:54 #

    드럼을 쳤다기보다는 드럼 치는 오빠들 옆에서 뒤치닥거리 하면서 엿보았지요...

    기절은.. ...마리화나 피우던 사람들도 있었거든요....
  • Mannoya 2009/06/30 18:52 # 답글

    오호라! 근데 3천명이면 엄청 맣은거 같은데...벌금 보니까 어림도 없..ㅋㅋㅋ
    공연하는 사람들이 그 자기가 한마디하고 관객이 호응하는 그걸 좋아라 하더라구요. 하지만 해주는 입장에서는 자꾸 반복하면 힘들죠 ㅎㅎ
  • Semilla 2009/06/30 21:55 #

    그러게 말이예요... ...빨리 집에 가고 싶은데 꾸물럭 꾸물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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