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문화/언어

어디에서 조기 유학에 대한 글을 보고 어이 잠깐 상실하고.


전에 친구 이사하는데 도우러 갔다가 만난 다른 도우미들 중에 1.5세 교포가 있었는데,
나보고 그래도 여러 가지 언어를 할 수 있으니까 좋지 않냐고 하더라.

글쎄.
그게 그렇게 간단한 얘기가 아닌데.

나와 내 동생은 나이 차이가 한 3.75년 정도 있다. 그리고 나는 여자, 동생은 남자.
독일에 갔을 때 내가 만으로 5세, 동생은 두 돌이 채 안 됐을 때.
나는 한국말을 하는 상태였고 동생은 아직 말이 안 트였었다.
동생이 다른 아기들보다 말문 트이는게 늦어서 엄마가 걱정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독일을 떠날 즈음에 나는 한국말을 더 잘하지만 독일어도 할 줄 아는 (발음만 교포) 상태였고,
동생은 한국말은 어눌하고 독일어를 더 잘하는 상태였다.

한국에서 사는 동안 동생은 독일어를 완전히 잊어버렸다. 단, 외국인이 말하는 것을 들으면 그게 독일어인지 아닌지는 알 수 있었다. 나는 계속 독일어로 된 책을 읽고 노래를 부르고 해서 어느 정도 유지하고 있었다.

한국을 떠나서 코스타리카와 멕시코에 살 때, 우리는 영어로 수업을 하는, 미국인들이 주로 다니고 교사도 미국인인 학교를 다녔다. 한편 스페인어 수업도 듣긴 들었다. 처음엔 좀 고생했지만 결국 우리 둘 다 영어가 유창해졌고 스페인어도 어느 정도 하게 되었다. 독일어를 아직 기억하고 있던 나는 무의식적으로 영어로 얘기하다가 문장 중간에 독일어로 바꾸어 말하는 일도 가끔 있었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우리 둘 다 미국에서 대학을 다녔다. 방학이면 멕시코에 돌아갔다. 방학과 학기 초기에는 영어 위주 모드와 스페인어 위주 모드를 전환하느라 어버버거리기 일쑤였다. 근데 스페인어가 모국어인 친구도 방학 때 집에 돌아가는데 공항에서 입국 심사할 때 스페인어가 안 나와서 고생한 적이 있다더라. 원래 bilingual research에 모국어일수록 inhibition이 심하다는 가설이 있긴 하다. 모국어인 만큼 잘 activate되기 때문에 그것을 막기 위해 inhibition이 더 심하다던가.

중남미 대부분이 스페인어를 쓰긴 하지만 그렇다고 다 같지는 않다. 멕시코 바로 밑에 붙어있는 과테말라에서 자란 남편과 스페인어로 얘기할 때도 서로 단어 쓰임의 차이 때문에 가끔 엇갈릴 때가 있다. 바닷가 지방 사람들은 말을 빨리 하고 s들은 다 생략하기 일쑤. 남쪽 사람들은 2인칭 단수 대명사 (맞나? '너'에 해당하는 단어)를 다른 걸 쓰더라. 억양도 좀 다르다. 우리가 멕시코에서 살던 P시는 또 거기대로 사투리가 있었다. 코스타리카에서 스페인어를 처음 배웠던 나는 P시 특유의 문장 끝을 강조하는 억양을 습득하기 전까지는 여러 번 말을 반복해야 하곤 했다.
우리가 대학교 다닐 때쯤에는 그런 P시 스페인어에 어느 정도 적응을 한 상태였다. 그런데 어느 방학 때인가, 간만에 집에 돌아와보니 동생의 스페인어가 바뀌어 있었다. 대학교에서 남미 쪽 친구들을 사귀어서 그 친구들 억양이 옮아온 것이었다. 근데 본인은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더라. 우리와는 다른 억양으로 스페인어를 하는 동생에게 나와 아빠는 왜 말을 이상하게 하냐고 구박했다.

지금 동생은 한국에서 군대에 있다. 통역병을 하고 싶어했는데 한국말이 부족해서 못 됐다;; 그런데 영어를 안 쓰니 잊어버리고 있다고 한다. 스페인어도 마찬가지. 그래도 나나 부모님과 통화할 때 주변 사람들이 들으면 안 되는 얘기는 스페인어로 한다.

나는 한국말이 점점 어색해져가고 있다. 독일어와 스페인어도 가끔 책을 읽거나 youtube에서 재미있는 영상 찾아보긴 하지만 희미해져간다. 영어 하나만 확실하게 하고 있다.

나나 동생에게는 모국어라는게 없다고 할 수 있다. 나의 경우 한국어가 첫번째 언어였지만 쓸 일이 별로 없어지면서 퇴화하고 있고, 동생의 경우 첫번째였던 독일어는 완전히 잊혀졌다. (뭐 다시 배운다면 savings는 있겠지만.) 이것저것 찔끔 찔끔 하고, 어려서 소리에 대한 감각이 틔워졌던 덕에 발음이나 억양은 유창한 것처럼 들리게 하지만, 실제 알맹이를 보면 매우 허술하다.

언어란 것은 쓴만큼 는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안 쓰면 안 쓸수록 잃게 된다(라기보단 activation threshold가 그만큼 높아진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보면 일생을 한가지 언어만 하고 살아온 사람의 그 언어에 대한 실력에 비해 나나 동생의 각 언어의 실력은 매우 형편없는게 된다. 왜, 와우에서 특성 찍을 때도 한 특성에 몰아 찍으면 궁극기가 나오지만 여러 특성을 골고루 찍으면 궁극기는 없잖아. 대신 뭐 자기 캐릭터의 플레이 스타일에 맞춰서 이 특성의 장점과 저 특성의 장점을 살리는 대신 다른 플레이는 못하는 것처럼, 나나 동생의 언어 생활도 그렇다. 한국어로 간단한 일상 대화 정도는 되지만 복잡한 이야기는 못한다. 내가 석사 마칠 때쯤 부모님이 논문의 내용이 뭐냐고 물으셨는데 난 꿀먹은 벙어리였다. 반대로 그런 어른의 얘기는 영어로 잘하지만 어린애들과의 대화는 잘 못한다. 내가 아는 자장가나 민요는 주로 독일 것고, 동화도 그림 동화를 위주로 읽었는걸. 미국의 어린아이들이 자라면서 당연하게 접하는 nursery rhyme이나 유명한 캐릭터에 대해서 나는 잘 모른다. 나중에 자식을 낳으면 그 때 접하게 되겠지 뭐.

한편으로는 그런데, 언어라는게 원래 일정 능력만 되면 기본적으로 필요한 소통에는 문제가 없다. 운전도 뭐 면허 따고 사고 잘 안 내고 다닐 정도의 실력이면 다들 자동차 몰고 다니는 것처럼. 모두가 다 완벽하게 평행 주차를 할 줄 알고, 항상 차선의 정중앙을 유지하며, speed limit을 딱 맞추어야 하고, 길찾기도 항상 optimal하게 하지 않아도 된다. 비록 여러 번 돌아가고, 기름을 많이 소모하거나, 다른 사람들보다 느리게 운전하더라도 내 필요를 채울 수 있으면 괜찮다. 언어도 마찬가지. 일단 내 본업인 연구나 나중에 추가될 가르치기에 필요한 언어는 충분하다고 본다. 미국에서 태어나 일평생 영어만 한 사람의 영어보다는 내 영어가 많이 부족하지만 내 삶에서 요구되는 것은 만족할 수 있겠지.

걱정되는 것은 내 동생이다.
나처럼 언어에 대한 passion이 있어서 그걸 자기 career로 만든 것도 아니고
자기가 앞으로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살 지도 불투명한 상태에서
그 애가 그동안 접한 언어들은 서로 경쟁하면서 실력을 깎아먹고 있다.

아 그래서..
여러 가지 언어를 접한다는게
나처럼 그걸 연구 대상으로 삼은 사람에게야 천운이겠지만
직업에서 요구하지 않는다면
그렇게 좋은 일은 아니라는 것....
이왕이면 하나에 올인해서 궁극기를 얻으세요.랄까.


뭐 여러 언어를 하는 것의 좋은 점도 있긴 하다.
치매가 늦게 온다던가, 주의 집중력이 더 좋다던가,
그리고 비슷한 언어를 여러 개 하면
상호작용으로 더 표현력이 정확하게 된다던가
뭐 그런 이득도 있다.
근데 그게 모든 사람에게 유용한지는 모르겠다.
치매 방지 효과를 위해 필요한 언어공부에 대한 노력이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
주의 집중력을 기르는 다른 방법보다 언어공부가 더 효율적인지.


조기유학을 하는 사람들의 목적이 무엇인지 모르겠는데
'그래도 영어는 잘하게 되지 않겠냐'는 생각은 정말 아니라고 생각한다.
일단 본인의 의지가 없으면 영어도 못 배우고, 한국어 실력도 멈추거나 깎일 수 있다.
그리고 설령 영어를 잘하게 된다고 해도
영어만 잘해서 번역이나 통역 일을 할 게 아니라면 (이건 한국어 실력도 필요하다)
결국 밥벌이하기 위한 다른 전문 기술도 필요하다.

한국에 돌아갈 사람이라면 한국에서 필요한 기술이 필요하고
유학지에 머물 사람이라면 유학지에서 필요한 기술이 필요할 것이다.
그럼 한국에서 언어의 장벽 없이 배운 사람보다 잘할 수 있는가?
유학지의 현지인보다 잘할 수 있는가?

물론 한편으로는
유학이라는 것 자체가
젊어서 사서도 하는 고생으로서
유학생의 생활력을 기르는 훈련코스가 될 수도 있긴 하겠다.
독립심, 자립심을 기르는 계기.
근데 인생의 challenge라는 것도
원래 그 사람의 능력과 노력으로 커버할 수 있는 challenge일 경우에만 극복이 가능하고 경험치가 주어지지 (와우로 치면 주황색 퀘스트), 그 사람의 능력 밖에 있는 crisis라면 오히려 그 사람의 인생을 더 힘들게만 할 뿐 (절망으로 우울증이 생긴다거나..), 별 이득이 없을 수도 있다 (와우로 치면 빨간색 퀘스트 시도했다가 수리비만 왕창...). 결국은 자신을 잘 탐구하고 유학지를 잘 연구해서 해볼만한 일인지 가늠하는 것이 중요하겠다.


결국
그 사람의, 내가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살아온 것이
여러 가지 언어를 접할 수 있어서 좋지 않냐는 말에 대한 답은
지금은 그것을 수긍하고 내 천직으로 삼아서 좋은 결과를 만들기는 했지만
그 과정에서 내가 겪은 고생과 얻은 우울증과 피해망상과 기타 등등을 생각하면
남한테 쉽게 추천할 만한 삶은 아니고
게다가 아직도 림보 상태인 내 동생을 생각하면
균형을 맞추는 것도 어려운지라
꼭 좋다고 할 수도 없다는
여전히 찝찝한 상태밖에 되지 않는다.


아 나 진짜 한국말 못하는구나.

덧글

  • 2009/09/22 06:02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Semilla 2009/09/22 07:12 #

    일단 저는 애한테 한국어로 말하고, 남편은 영어로 말하면 둘다 동시에 습득이 되기를 희망하고 있어요. 그리고 집에 한국어로 된 영화 DVD나 만화책, 책, 등등을 구비해놓으면 아이가 접하면서 익히겠지요... 뭐 관심 없으면 어쩔 수 없고요.
    방학 때 할머니 할아버지 방문하면서 스페인어도 좀 배우면 더 좋고요.
    아니면 부모가 모은 일본 애니메이션 같이 보면서 일본어를 배우려고 할 지도 모르지요.
  • 큐브 2009/09/22 06:11 # 답글

    아니에요~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잘 들어오는걸요.
    좋은 글에 필요한 건 기본적인 언어능력+진심이지 유창한 언어구사는 아니라고 생각하는 1인...

    저는 영어가 너무 안늘어서 걱정이에요. 안 는다기보단 머랄지...
    영어로 무슨 말을 들어도 제 머릿속에 저장되려면 한국어 형태로 변환이 되어야만 하는 게 너무 잘 느껴져요.
    물론 생각은 무조건 한국어로 하는거고. 영어로 공부하려니 좀 답답하긴 해요. 그렇다고 한국어로 된 책을 보면 이번엔 용어가 너무 낯설어서 잘 이해 안되고;;; ㅎㅎ
  • Semilla 2009/09/22 07:17 #

    저도 한국어로 된 전문적인 글을 보면 낯설어서 이해가 잘 안 돼요.

    근데 언어가 느는 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더딘 것 같아요. 저도 언제 제가 한국어로 변환하는 걸 멈췄는지 모르겠더라구요.
  • 몽키 2009/12/03 06:51 #

    "영어로 꿈을 꾸기 꿀때까지" 영어 공부를 미친듯이 하라고, 울 지도교수가 그러더군요. 근데 아무리 열심히 해도, 꿈에서는 절대 한국어로 대화합니다. 내 생애 영어로 꿈을 꿀 날이 있을까요?
  • 위장효과 2009/09/22 08:01 # 답글

    Semilla님은...전공때문인지 몰라도 글을 매우 잘 쓰시는 걸요 뭘.
    그러니까 그 언어를 잘하느냐는 발음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도 사람이 얼마나 Logic하냐, 그리고 얼마나 많은 단어를 제대로 알고 그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느냐 이게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 Semilla 2009/09/22 08:44 #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감사합니다.
    정말 발음은 그렇게 중요한 요소가 아닌데 그것만 좋아서요.ㅠㅠ.
  • 2009/09/22 09:18 # 답글

    그 사람의 능력 밖에 있는 crisis라면 오히려 그 사람의 인생을 더 힘들게만 할 뿐 (절망으로 우울증이 생긴다거나..), << 요부분에서 잠깐 움찔. ㅋㅋㅋ 이제 회복되었으니 얻은게 없는건 아니겠지요? ㅎㅎㅎ



    한국이 싫다고 영국에서 살겠다고 작정한 친구가 있는데, 영어도 미대 다니는 유학생치고도 못하는 편이고;;; 우리말도 잊어가는 속도가 빨라서 걱정입니다. 성인이 되어서 와도 관리를 제대로 안하면 그런데 정말 조기 유학이라는게 사실은 오히려 해가 되기 쉽다고 생각해요; 특히 사춘기 민감한 시기에 문화권을 옮기면 정체성이라던가 이런 것이 정말 혼란스럽게 될듯;;; 성인이 되어서 문화권을 옮겨도 그럴지언데 아직 사춘기인 애들은 어떨런지 생각해보게되네요;;;
  • Semilla 2009/09/22 22:01 #

    사실 오프라인에서야 모든 경험이 다 배울 점이 있겠지요.... 다만 겪는 사람이 어디에 초점을 맞추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정체성 혼란도 문제지만 저 같은 경우는 무조건 한국! 한국! 만을 외치시는 부모님 때문에 더 악화되었던 것도 있는 것 같아요. 솔직히 말해서 한국에 돌아갔을 때 가장 괴로웠기 때문에 resentment도 강하게 있었고.
  • Mannoya 2009/09/22 09:38 # 답글

    저도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드는 것이..말레이시아에 와서 영어 언어생활을 시작한 것이고 개인적인 노력으로 이곳 사투리에서 벗어나 좀 더 향상시키는 것까지는 했지만 단어력이 매우 딸리고 새 단어를 배우는 속도도 느려서 좀 걱정이에요. 저도 제3국어에 신경쓰기 보다는 일단 한국어가 더 버벅대지 않도록 하고 영어랑 두개라도 좀 맞춰가려고 방향을 잡았지만, 쉽지 않네요.
  • Semilla 2009/09/22 22:03 #

    언어공부란 평생이 걸리는 투쟁 같아요. 매일 매일 새 단어를 만나다 보니..
  • 2009/09/22 10:00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Semilla 2009/09/22 22:08 #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감사하지만.. 글을 쓰는 것은 사실 시간을 많이 들일 수 있는 거라서 실제 말하는 것과는 많이 달라요. 그리고 사실 한글로 글 쓰는 것도 제가 원하는 대로 되지는 않아서 항상 좀.. 모자란 느낌이 많거든요. 그렇지만 논문 쓰는게 아니니까 그냥 냅두는 거죠.; 어투도 이게 한국식인지 아닌지 가물가물하고 영어 표현을 한국말로 옮긴게 아닐까 싶지만 역시 고치기 어렵고.

    비슷한 언어를 여러 개 하면 상호작용으로 표현력이 정확하게 된다는 건 사실 그냥 제가 생각하기에 그런게 아닐까 싶은 것이지 연구 결과가 있다거나 한 건.. (뭐 제가 안 읽은 것에 나와있을 수도 있지만) ..아니예요. 그냥 그렇게 얘기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더라구요.
  • 밤비마마 2009/09/22 10:54 # 답글

    세밀라 님이나 양파님이나 본인들은 한국어실력이 불만이신 모양이지만 사실 요점나열과 표현력이
    한국어만 하는 사람들보다 더 뛰어나시다니까요!
    가끔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이 발음은 어눌해도 한국말 표현력이 군더더기 없고 더 설득력 있기까지 한 경우도 봐요. 본인들은 답답하게 여기는지 몰라도요. 이런 경우는 어찌 생각하시나요?? ㅎㅎㅎㅎ
  • Semilla 2009/09/22 22:10 #

    그건 영어가 발음이 어눌해도 조리 있게 전공 수업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한국/기타 유학생과 마찬가지 아닐까요. 오히려 언어의 장벽이라는 핸디캡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더 노력하고, 더 신경 써서 준비하면 대충 wing it 하는 현지 학생보다 잘 할 수 있겠지요. 현지 학생 중 overachiever들보다는 못할 수도 있겠지만...
  • duddnek 2009/09/22 14:18 # 답글

    정말로 경험에서 우러나온 얘기군요. 맞아요. 사람들이 언어가 도구라는 사실을 잊고있는거같아요. 영어로 유창하게 의미 없는 얘기를 할 수도 있는건데 일단 영어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뿐인거죠. 중요한건 영어로 무얼 말할까 일텐데말이죠.

    그런데 Semilla님 포스팅 하시는거 보면 한국어를 평균 이상으로 잘 사용하시는거 같은데요. 특히 논문 얘기를 한글로 설명하시는거 보면 이해하기도 쉽구요. 전공이 언어쪽이신지라 그런가ㅎ 쓰는것과 말하는 것은 또 다른 걸까요?

    그런데 주의력이 훈련을 통해 정말로 향상될 수 있는 걸까요? 몇가지 예를 보긴 했지만(숨은그림 찾기, 틀린그림 찾기를 이용한 훈련이 주의력을 향상시킨다는) 주의력이 지능의 영역이고 뇌의 기능과 관련된다는걸 생각한다면 이게 정말로 가능한건지 싶습니다. 혹시 주의력 훈련에 관한 문헌을 추천해줄수 있으세요? 사실 이게 요즘 제 관심사라서요^^
  • Semilla 2009/09/22 22:14 #

    쓰는 것과 말하는 것은 다르죠. 말하는 것은 실시간으로 working memory의 제한을 받으니까요. 쓰는 것은 무한정 리필이 가능하고.. (대신 작업이 느려지긴 하지만)

    사실 주의력 쪽에 대해선 전 잘 몰라요. 훈련이 가능한지 아닌지도 모르면서 저 부분을 썼네요;; 언어를 여러 가지 한다는 것 자체가 원래 지금 사용 중인 언어에 집중하면서 동시에 사용하지 않고 있는 언어를 무시하는 스킬을 요하는 것이기 때문에 주의력과 관계 있다는 것인데, 다른 건 모르겠네요. 옆 연구실 친구들에게 물어볼게요.
  • Semilla 2009/09/23 09:15 #

    점심 먹으면서 물어봤는데 별 신통치 않은 대답이 돌아오더군요. 해봤자 practice effect, task specific이라면서....
  • duddnek 2009/09/23 11:56 #

    그렇겠군요. 쓰는건 계속 수정하면서 할 수 있지만 말은 우선 뱉고보는거니 다르겠네요.

    음 해봤자 연습효과라.. 하긴 제가 본 논문에서도 훈련 기간이 끝나니까 다시 본래 수준으로 회귀하더군요. 정신분열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주의력 훈련을 했던 연구였는데... 제가 지금 고민하는것은 아이들이 공부할 때 어떻게 집중하게 할것인가 하는거에요. 자기점검, 보상으로 어느정도 가능하겠지만 주의력 자체를 향상시킬 방법이 있을까하고요.
  • Semilla 2009/09/23 21:43 #

    아이의 눈높이에 맞춘 작업, 흥미를 유발시키는 환경, 뭐 그런 것이 도움이 되겠지요...
    저는 아이들에 대해선 더더욱 몰라서...;;
    논문 볼 때 장애, 어린이, 등의 population이 있는 건 일단 안 보고 말아요;;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게 아니면...
  • 2009/09/23 15:17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Semilla 2009/09/23 21:48 #

    저는 그걸 이렇게 생각해요. 최소한 한 가지 언어는 확실하게 하고 있어야 그만큼 인지 활동의 range가 넓어지고, 그래서 외국어로 표현할 때도 설령 그게 모국어를 수동으로 변환하는 형태이더라도 내용은 풍부해질 수 있다고. 그래서 제 동생처럼 잘하는 언어가 하나도 없는 사람이 불안한 거예요. 물론 언어가 사고에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도움이 되는 것은 맞으니까요.

    그러고 보니까 생각나는게, classified information이었나, 왜 사람이 말을 할 때는 항상, 듣는 사람이 아는 범위를 생각하고 그 안에서 설명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주의력이 낮아지면 나만 알고 상대는 모르는 정보도 마치 상대가 아는 것처럼 얘기하기도 하고 그러지요. 여러 언어를 하는 사람은 그런 상황에 대해서 좀더 잘 알기 때문에 상대방의 입장을 더 고려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 roja 2009/09/23 23:58 # 답글

    내 아이가 겪게 될 일이라 늘 고민되는 주제예요. 말문이 트이기 전이라 집에서는 한국어로 대화하고 있는데 일단 유치원을 가기 시작하면 포르투갈어를 배울것이지요.(사립유치원은 영어도) 남들은 3개국어 한꺼번에 해서 좋을것같다고 하지만 잘 모르고 하는 소리인거 같아요. 언어혼란이 아이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을지 걱정이랍니다. 뭐 semilla님 정도로 한국어만 하면 완벽하지요~ 이곳에서 자란 아이들은 고급한국어 쓰기가 쉽지가 않으니까요.
  • Semilla 2009/09/24 00:23 #

    전에 혼두라스에서 태어난 교포 오빠를 알았는데 스페인어와 영어는 모국어처럼 잘하고 한국말도 대화할 땐 잘 했는데 부모님한테 이메일을 한국말로 쓰는거 보니까 유치원생 같아서 벙 깬 적이 있었어요. 연구에 따르면 나면서부터 여러 언어를 배우는 아이들은 각 언어의 진행이 한 언어만 하는 애의 진행보다는 느린 것처럼 보이지만 (단어 수라던가) 곧 따라잡는다고 하니까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거예요. 집에 한국 책이랑 비디오가 많이 있으면 자연스럽게 흥미가 가는대로 접할 수 있을 거고요. 제가 독일에 있을 때 어머니가 열심히 발품 팔아서 어린이 마을이나 따개비 한문숙어 같은 책들을 구비해놓으셨던게 많이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 몽키 2009/12/03 06:48 # 답글

    답글따라 건너 왔습니다.. 양파님이나 세밀리아님이나 참 겸손하신 것 같아요.. 제가 봤을 때는 표현력이나 구성력이 참 좋으신데 말이죠.. 전 영어는 제2외국어라서 잘 못한다쳐도, 한국어는 모국어이니까 잘해야하는데, 요즘은 한국어도 가끔 단어 생각 안날때가 왜케 많은지.. 점점 언어 장애인이 되어가고 있다는.. 그나마 언어를 좋아하지도 않아서 이공계 선택했고, 그러다 보니 더 안쓰고, 그러다보니 더 퇴화하고..중얼중얼..
  • Semilla 2009/12/03 22:48 #

    사실 제가 이글루스를 시작한 동기 중 하나가 퇴화하는 한국어를 좀 연습하려고 그런 거였어요. 안 쓰면 안 쓸 수록 희미해져가니까요..
  • nadia 2009/12/05 07:37 # 답글


    감동하면서 읽었어요. 특히 와우로 비유해 놓으신 부분이 팍 와닿던데요.

    조기유학붐은 무서워요.
    작년에 서울에 잠깐 있을때 그때 서초구를 흔들던 대유행은
    중국어로 영어를 가르치는 (만1세아이들에게)학원이었어요.
    서울 사람들은 참 재미있게 아이를 기르는거 같아요.
  • Semilla 2009/12/08 03:20 #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중국어로 영어라니...;; 거 참 무섭군요;;
  • 체리파플 2009/12/25 23:31 # 삭제 답글

    우~~ 부러워요.. 그럼, 독일어, 스페인어, 영어, 한국어 하시는거네요..^^ 영어발음 좋으시겠어요.. 20대에 영어배우면 영어발음;; 한국식억양있다고 하는데ㅠㅠㅠㅠㅠ꼭 제 자식은 한국어, 영어, 일본어, 중국어, 프랑스어, 독일어 할수있게 만들고 싶네요. 도대체 3~4개국어하는 사람들 천재일까요?? -_-;; 20대 목표 영어, 일본어.....쩝;;;
  • Semilla 2009/12/28 11:12 #

    저기.. 이 글은 그런게 부러울 게 없다는 뜻으로 쓴 건데요;;; 여러 언어 하는거 전혀 천재라고 불릴만한 일도 아니고요. 특히 유럽 같은 데는 서로 비슷하니까 금방금방 배우고요. 그리고 발음만 좋아봤자 전달할 가치가 있는 알맹이가 없으면 소용 없지요..
  • 2010/10/09 19:32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Semilla 2010/10/10 02:35 #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그냥 모국어가 두개라고 하시거나.. 아니면 나중에 나이가 들어서 stroke같은게 왔을 때 두 언어 중 하나를 잃어버리게 된다면 어느 언어를 잃고 싶지 않은지 생각해보시는게 (실제로 stroke로 그렇게 되는 사람들이 유지하는 언어가 그런 것이라고 하더라고요) 어떨까요. 아니면 숫자 같은거 세실 때 어느 말로 세시는지요?

    사실 저는 요즘 생각하기에 여러 언어를 하는 사람에게 있어선 그 언어들이 다 discrete하고 separate하다기보다는 한 언어 안에서도 상황과 상대에 따라 달라지는게 있듯이 상황에 따라 다른 언어를 골라 쓰는 것일 뿐, 무엇 하나가 기본적인 모국어다 라고 꼭 굳이 구분해야 할 필요가 없을 것 같기도 해요.
  • js594 2011/05/08 14:11 # 삭제 답글

    안녕하세요, 어쩌다가 놀러왔는데 semilingualism에 대해서도 그렇고 정말 가슴을 절절하게 울리는 ㅠㅠ 포스팅 잘 읽고가요!
  • Semilla 2011/05/09 08:28 #

    감사합니다, 그리고 반갑습니다. misery loves compa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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