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수 위주로 가도 되겠다. 아들내미

임신하기 훨씬 전부터
무거운 가슴 달고 다니는 것을 한탄하며
언젠가 반드시 아기를 낳으면 젖 물려 먹이리라 생각했었다.
(비슷한 맥락으로 매달 손님을 치르는 것을 진저리치며 반드시 아기를 한 번은 낳아보리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자연스러운 일이니까 쉬울 줄 알았던 모유수유는
사실은 굉장히 어렵고 복잡한 일이었다.
그나마 나는 젖꼭지가 친정엄마처럼 함몰유두도 아니고, Lactation Consultant 말로는 적당한 크기에 적당한 모양이라고 하고, 아기도 tongue이나 lip tie 없이 잘 물었는데도 힘들었다.

내가 힘들었던 이유는 아들내미가 너무 느리게 젖을 먹어서였다. 젖 돌고 나서 직수만 했더니 금방 잠들고, 늘 배고프고, 체중은 안 늘고, 황달은 점점 심해지고. 결국 황달치료 받을 때부터 유축 위주로 바꿨다.

생후 열흘쯤 LC한테 가서 먼저 체중을 재고 40분 모유수유 한 다음 다시 재니까 약 1.5온스 먹은 것으로 나왔다.
병으로만 모유든 분유든 먹일 때 하루에 30온스 정도를 먹었으니, 직수로 그 정도 하려면 하루에 13시간 이상은 젖을 물리고 있었어야 한다는 얘기다.
LC는 매 수유마다 젖 물린 다음 유축 모유를 병으로 먹이랬는데, 그렇게 하기 귀찮아서 그냥 유축 모유/분유를 병으로 먹이고 하루에 한두번 정도만 젖을 물리곤 했다. 그렇게 하니까 애가 쑥쑥 크더라. 체중도 평균 이상으로 늘고.
밤에는 남편이 아기 기저귀 갈고 젖병 물리는 동안 나는 유축만 하면 되니까 편했다.

남편이 직장으로 복귀하고 시부모님도 아이오와로 떠나시면서 낮 동안에 혼자 아기를 볼 때는 유축하기가 꺼려졌다. 애가 자고 있다면 모를까, 깨어 있을 땐 자주 보채서. 그래서 낮에는 가급적이면 직수를 했다. 그러면 병으로 먹이는 것보다 간격이 짧았다. 애가 먹는 시간도 뭐 5분에서 한 시간으로 뭐 범위가 다양했다. 근데 뭐 그러려니. 직수하면 병을 씻지 않아도 되는 것도 편하다.

아무튼, 직수하면 얼마나 걸릴지 모르고 대체로 금방 다시 물려야 한다는 것 때문에 외출할 때는 반드시 전후로 유축하고, 병으로 먹였다. 밤에도 잘 수 있는 시간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4-4.5온스씩 병으로 먹이고 유축했다.

어제 아침 다섯 시쯤. 어차피 남편이 곧 출근해야 하는 시간이기 때문에, 내가 기저귀 갈고 젖을 물렸다. 이전 수유도 자정 즈음에 20분 물린 게 전부였고, 이번에도 20분밖에 안 먹었다. 마지막 유축은 밤 10시에 했었다. 그래서 애가 다 먹고 난 다음에 나머지 젖 짜려고 유축을 했다.
... 반 온스밖에 안 나오네? 보통 일곱 시간만에 유축하면 7-8 온스는 나오는데? 
그러니까, 20분씩만 먹어도 애가 네 시간 넘게 자고, 그 다음에 깨서도 적당한 양이 된다는 거다.

며칠 전에는 애를 먹이기 전에 우션 남편이 샤워를 하면서 같이 목욕을 시키고
남편이 마져 샤워하는 동안 내가 허기 달래주려고 한 7분 젖을 물렸다가
남편이 나오면서 젖병으로 마저 먹이고
나는 유축을 했더니 안 먹인 쪽 가슴하고 먹인 쪽 가슴하고 유축량이 2온스가 차이가 나더라. 그렇다고 7분 동안 2온스나 먹은 건 아니겠지. 젖병으로도 3온스나 먹었으니. 하지만 아무튼 40분에 1.5온스 먹던 시절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을 한 것은 분명했다.


그래서 어제는 병으로는 10온스만 먹었다. 나머지는 다 직수. 총 1시간 50분이었는데, 대충 20온스 먹었을 거라고 계산하면 20분에 거의 3.6온스로 맞춰지기는 한다. 병으로 먹여도 빠르면 10분이지만 보통은 이리저리 움직이느라 20분 걸리는 일이 많으니 이 정도면 괜찮네.


그래도 외출할 때나 밤중에는 유축하는 게 더 편하니 완전히 직수로만 할 것 같지는 않다. 아직도 가끔 젖 물다가 병 달라는 듯이 투정할 때가 있기도 하고.


며칠 전에 젖 물리는 동안 이나라가 와서 자기도 내 무릎에 앉겠다고 어찌어찌 찡겨보더라.

요즘 자주 웃는 아들내미. 밤에 안 자고 울 때는 힘들지만 이렇게 웃는 모습 보면 나도 같이 웃지 않을 수 없다.


덧글

  • 밥과술 2017/09/14 16:10 # 답글

    오랜만에 잘생긴 아기가 활짝 웃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흐뭇해집니다~~
  • Semilla 2017/09/16 03:20 #

    감사합니다~ 요즘 정말 잘 웃어서 너무 행복해요.
  • 요라 2017/09/17 10:13 # 답글

    오랜만에 들어와 보니 잘생긴 아드님 사진이 보여서 반가웠어요 ㅎㅎ
  • Semilla 2017/09/17 15:47 #

    감사합니다!!
  • 2017/09/19 13:35 # 답글

    분유먹이신게 어느정도 효과가 있을거 같아요. 저는 한국에서 100일 정도 있으면서 수유상담 받았는데, 2.6키로로 작은 아기기도 했고 빠는 힘도 부족하다고 분유보충 어느정도 해주라고 하더라구요. 5키로 될때까진 매번 하라고 했는데, 아이도 분유먹고 몸 키우고 체력증진해서인지 빠는 힘이 좋아져서 잘 먹더라구요. 맡길때는 분유먹였는데 11개월까지 혼합하면서 잘 키웠어요. 사실 수유든 뭐든 육아는 엄마 편한게 제일이라고 생각해요. 잘하셨어요 ㅎㅎ
  • Semilla 2017/09/23 03:32 #

    황달 탈출할 때는 분유에 많이 의존했어요. 그 뒤로는 젖량이 늘면서 분유는 줄다가 1개월쯤부터는 거의 안 먹였어요. 사실 유축한 젖 먹이는 건 모유와 분유의 번거로운 작업이 합쳐지는 거라서 더 직수를 늘리고 싶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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