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주 아들내미



14주째 밤에는 무려 거의 아홉 시간을 내리 잤다. 어찌 보면 마지막 생리일 기준으로 딱 예정일에 태어난 셈인데, 이렇게 딱딱 금요일마다 새로운 마일스톤에 도달하는 것도 신기하다. 간밤에는 도로 여섯 시간 다섯 시간씩 잤지만. 오늘 아침에는 사실 우리 방의 모니터가 작동을 멈춰서 화들짝 놀랐다. 하긴 G가족이 두 애들을 위해 쓰던 것이니 좀 낡긴 했다. 또 이런 일이 있으면 그 때는 새걸 살 생각이다. 아무튼 방에 들어가니...



완전히 스와들에서 탈출한 채로 옆으로 누워 자고 있었다. 대체 어떻게 하는지 보기 위해서라도 비디오 카메라가 있는 모니터를 살까, 아니면 안 쓰는 스마트폰을 카메라로 쓰게 설치할까 싶은 생각이다.



이제는 제법 목도 가누어서 새로운 의자에 앉혔다. 손가락도 펴서 뭘 집을 줄도 안다. 장난감보다 침 닦는 천을 더 좋아하는 것 같다. 침을 늘 줄줄 흘려서 burp cloth는 필수다.

시부모님이 입 안에 손가락을 넣어 잇몸을 만져보셨는데, 이가 조만간 나올 것도 같다고. 지금도 가끔 젖먹다 잇몸으로 물어서 아픈데 이가 나면... ㅠㅠ

내일이면 백일이다. 교회에서 dedication (헌납? 그냥 사람들 앞에서 성경 말씀대로 아이 양육할 것을 다짐하며 기도하는 시간) 하기로 했다.

부모의 언어에 따라 아기들 옹알이도 다르다는데, 얘가 내는 소리가 한국 아기들과 비슷한지 미국 아기들과 비슷한지 섞였는지 알고 싶지만 어찌 알아낼 수 있을라나. 지금은 시부모님이 계셔서 영어를 주로 들으니 미국 아이들과 비슷하겠지.

책을 읽어주면서 한 문장 영어로 읽고, 한국어로 다시 말해준다. 과연 이렇게 하는 게 도움이 될지 아니면 더 혼란스럽게 만들지는 모르겠다만.

크리스마스 때 비행기표가 싸게 나와서 친정 부모님도 그 때 오시게 되었다. 지금 일 때문에 한국에 가셨는데 마침 추석도 보내게 되어서 친할머니께 아기 사진이랑 동영상도 보여드렸다고. 할머니랑 잠깐 영상 통화했는데 정말 많이 늙으신 게 보여서 마음이 아팠다.

언제 아기 데리고 한국에 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 때 할머니가 아직 살아계실 가능성은 희박하겠지. 그래도 영상으로나마 뵐 수 있어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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