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주 아들내미

세 번째 이가 났다. 윗니 가운데에서 왼쪽. 오른쪽도 좀 같이 나주지 왜 하나씩 고생시키니...

요즘 밤에 거의 두 시간마다 깨던 이유가 이건가 싶어서 이제 나왔으니 다시 오래 자주려나 희망했건만... 그 밤이 최근 들어 가장 힘들었다. 대체로 자면서 그냥 누운채로 젖을 입에 물려줘도 먹을 때가 있고, 그래도 안 되면 침대에 책상다리하고 앉아서 무릎에 아기 올려놓고 젖을 물려주기도 하고 그래도 안 되면 아예 수유쿠션을 침대에 앉은 상태에서 사용하면 그래도 내가 일어나서 아기 방까지 이동해서 흔들의자에 앉아 수유하지 않아도 됐는데, 이가 나오기 이틀 전주터 이가 나온 당일 밤에는 반드시 아기를 데리고 제 방에 가서 흔들 의자에 앉아 수유 쿠션을 받쳐 줘야만 젖을 먹었다. 그러지 않으면 빽빽 큰 소리로 울고. 그걸 밤새 두 시간마다 하자니 힘들고. 어휴.
그나마 간밤에는 다시 누운 채로 젖물리는거 받아먹더라. 나는 젖물려주고 나면 바로 잠들곤 해서 수유 기록하려고 앱을 켜면 그 전에 시작했던 게 아직도 기록되고 있어서 1시간 51분째 왼쪽 가슴을 물리고 있다고 나오는 거 한 5분 정도로 편집하고 반대쪽 가슴 시작시켜놓고 다시 잠들기를 반복했다. 비몽사몽간에 그래도 이렇게 해놓으니 간격을 알지.

어쩐지 한동안 젖꼭지 안 깨물다가 다시 깨물기 시작했는데, 그것도 이 여파인가 싶다. 내가 적응한 건지 녀석이 힘뺀 건지 예전만큼 아프진 않지만 그래도 아픈 건 아픈 거다...

그리고 이유식은 아직도 꾸준히 먹이진 않고 가끔 내가 시간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여유가 있을 때 먹이는데, 이쯤 월령에서 Baby-led weaning (퓨레를 건너뛰고 아기가 직접 음식을 손으로 집어먹게 하는)을 하는 부모들이 있는 것을 보고 슬슬 좀 더 고체인 걸 먹여도 되지 않나 싶어서 아주 잘 바스러지고 잘 녹는 쌀과자 같은 걸 주말에 곧 문 닫는 Babies R Us에서 세 종류를 사왔다.
처음에 뜯은 건 콩알보다 조금 큰 크기로 소량 포장되어 있는 거였는데, 하나씩 입에 넣어주니 먹기는 하더라. 한 번은 젖먹인 직후에 먹이니까 방금 먹은 젖까지 토하길래 그 뒤로는 간격을 좀 두고 있다. 자기 앞에 놓아주면 손으로 쥐기는 하는데 입으로 가져가도 넣는 성공률은 낮아서 그냥 조금 핥다가 바닥에 떨어뜨려 버리기 일쑤다.
나머지 두 개는 박스를 뜯으니 전체 내용물이 한 봉지 안에 들어있길래 설마 한 번 뜯으면 다 개봉하게 되는 것인가 싶어 망설였는데, 그 봉지를 뜯으니 아기 손바닥보다 조금 길쭉한 고자 두 개씩 따로 포장되어 있더라. 아직까진 아기에게 줘도 끄트머리 부분 약간만 먹게 되어 나머지는 결국 버리고 만다.



어차피 버리는 거, 내가 맛을 좀 봤는데, 셋 다 각자 다른 flavor가 있었지만 내 혀에는 그런거 모르겠고 다 그냥 밋밋한 쌀과자였다. 저탄수화물식을 하는 입장에서 아기에게 쌀과자를 주는 게 사실 딱히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입 안에서 녹으니까 목에 걸릴 염려가 없고, 퓨레 준다고 실랑이하는 것보다는 덜 지저분해지니까 편하다. 일단 이걸로 고체식 먹는 거에 익숙해지게 하고 슬슬 고기랑 야채도 줘야지.

어제는 윗층 거실 바닥에서 놀다가 쌀과자를 주니까 갑자기 냥이들 두 마리가 다 관심을 보이며 아기에게 다가오더라. 아기는 냥이들이 다가오니까 좋아하고. 얼마 안 있으면 쌀과자를 자기가 안 먹고 냥이 꼬시는데 쓰지 않을까...

한편, 대변은 하루에 한 번 혹은 이틀에 한 번 싸는데, 거의 이틀에 한 번은 기저귀가 넘치게 싸서 옷도 갈아입혀야 하는 지경이 지금 일주일 넘게 계속되고 있다. 어제 같은 경우엔 하루에 똥을 세 번이나 쌌는데, 처음엔 적당량을 싸서 안 넘쳤는데 두 번째에서 다시 넘쳤다. 그리고는 저녁 때 세 번째로 또 싸서 놀랬다. 요즘 밤에는 두 시간마다 젖먹고 낮에는 한 시간만에 젖을 찾을 때도 있어서 그런가보다 싶기도 하다. 똥이 새면 기저귀를 다음 큰 사이즈로 바꾸라던데, 사실 지금 사이즈가 신체 사이즈에선 딱 적당한 크기이고 팸퍼스든 하기스든 가리지 않고 이러니 기저귀의 문제라기보단 그냥 양이 너무 많은 거 같은데. 그래도 다음에 기저귀 살 땐 다음 사이즈를 사볼까.

기저귀는 아마존에서 subscribe and save로 20% 할인해 샀었는데, 타겟에서 가끔 아기용품 일정액 이상 사면 그 금액의 20-25%에 해당하는 기프트 카드를 주는 딜이 있고 다른 쿠폰도 같이 쓸 수 있어서 그냥 이 쪽으로 갈아탔다. 대신 아마존에서는 영양 보충제랑 퀘스트 바를 다달이 받고 있다.

여전히 아기를 우리 부부 사이에 두고 자고 있는데, 가끔가다  자려고 누웠을 때 애가 안 자고 열심히 종알종알 떠들곤 한다. 그 목소리가 참 귀여워서 웃게 된다. 나나 남편이나 말수 적고 내향적인 편인데 누굴 닮아 이러니, 아무래도 친할아버지 닮아서 그런가보다. (시아버지는 생판 남에게도 서슴없이 말을 잘 걸고 얘기하기를 좋아하는 분이시다.)

기저귀 갈이대나 크립에 뉘이면 발길질을 힘차게 한다. 낮잠 자야 할 시간에 크립에서 자게 하고픈 마음에 거기 뉘이고 나는 옆에 앉아있곤 하는데 스스로 잠들긴 개뿔. 하도 발길질을 해대서 더 깬다. 결국 울기 시작하면 다시 내가 안아서 왔다갔다 걸어야만 잔다.

교회 식구들과 브랜슨에 가는 게 벌써 일주일 뒤로 다가왔다. 그동안은 다른 가족의 차를 얻어타고 기름값을 보탰는데 올해는 처음으로 우리 차로 간다. 내년부터는 아기 맡길 데가 마땅치 않으니 못갈 수 있으니 한동안 이게 마지막일 수도 있겠다. 아기 데리고 장시간 여행하는 건 처음이라 과연 어떨까 모르겠다. 남편은 중간에 스프링필드에 들려서 자기가 원하는 술 (한국 술도 구할 수 있으면 더 좋고!) 살 생각에 즐거워하더라.

2주만에 달손님이 다시 온 것 같다. ...난 하나도 안 반가운데... 아직 몸이 임신과 출산에서 회복하느라 그런 거겠지. 제발 앞으로도 계속 이러진 않겠지...

덧글

  • 밥과술 2018/02/12 15:15 # 답글

    참 빨리 크는 것 같네요. 스타트렉 목마는 언제나 탈 수 있으려나요. ㅎㅎㅎ
  • Semilla 2018/02/14 10:36 #

    그렇지 않아도 며칠 전에 한 번 앉혀 봤는데 바로 옆으로 쓰러지더라구요. 아직은 이르네요.
  • 밥과술 2018/02/12 15:16 # 답글

    이 글 읽고 저희 집사람한테 더 잘해야 겠다 싶습니다. 저는 아무 고생없이 애들이 자란 것 같으니 힘든 몫이 다 다른 쪽으로 갔겠죠.
  • Semilla 2018/02/14 10:37 #

    발렌타인 데이를 빌미 삼아 작은 이벤트라도... 아 한국은 반대이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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