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는 예측불허, 아들내미

그리하여 육아템은 그 의미를 갖는다.
(A4 본지 정말 오래됐구나... 애엄마가 된 지금 생각해보면 그 네자매 엄마가 왜 그 첫 세 애들 아빠를 좋아했는지 참 이해된다. 좋은 육아파트너는 천금보다 귀하지...)
혹은 한 육아템에 너무 집착할 필요 없다.

며칠 전에 세번째 이가 나서 이제 좀 살만해지려나 기대했는데 네번째 이가 나오려고 기를 쓰고 잇몸을 뚫고 있는 건지 오히려 더 고생하고 있다. 금요일에는 내가 남편에게 I quit이라고 메시지 보내고 싶은 생각마저 들었고, 그 밤에 전혀 달래지지 않으며 쩌렁쩌렁 우는 아기를 보고 남편도 두손두발 다 들었다. 타이레놀과 모트린을 번갈아가며 주고 있지만 그것도 크게 도움이 안 되는 모양이다.

낮 동안에 내가 혼자 애를 볼 때는 그 동안 주로 릴레베이비 아기띠로 앞으로 매서 재우곤 했다. 포대기도 가끔 써봤지만 오래 못 가 아기가 내려달라고 떼를 쓰곤 했다. 뒤로 매면 훨씬 집안일 하기가 수월해서 아쉬웠지만 애가 싫다 하니 어쩌겠어. 그래서 릴레베이비 사서 다행이다, 라는 생각과 포대기 아깝다, 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이번주 들어서는 상황이 반대가 됐다. 릴레베이비로 매면 금방 싫다고 소리를 지르고 포대기로 매면 잠잠하다. 금방 잠들지는 않지만 역정을 내지 않는 것만도 다행이다. 지금도 포대기로 업고 복도를 왔다갔다 하고 있다.

그러고 보면 정말 아기가 자라면서 금방 금방 변해서 처음엔 관심 없던 장난감을 나중엔 잘 갖고 놀기도 하고, 한때 정말 유용하던 아이템도 시간이 지나면 아무 효과가 없게 되니 계속 변화하는 아이에게 맞춰 부모가 잘 따라가줘야 하는 것 같다.

아기 용품 준비할 때, 기저귀 갈이 패드로 무엇을 살까 고민하면서 키카루 피넛 체인저에 눈이 갔다. 백삼십불이나 하는 가격에 선뜻 내키지 않아서 그냥 좋은 할인 딜 없나 찾아만 보다 결국 안 샀다.

일반적인 기저귀 갈이 패드는 폼으로 된 알맹이가 15~40불 정도 하고 천으로 된 커버를 여러 장 사서 더러워지면 교체하고 빨래하는 시스템인데, 나는 그게 마음에 안 들었고, 키카루는 그럴 필요 없이 세척이 용이해 보여서 관심이 갔던 것이었다. 비슷한 걸로 70불짜리 범보 모델도 있는데 사이즈랑 후기랑 다 따져보니 그래도 키카루가 나은 것 같다 싶더라. 지금은 이름이 기억 안 나지만 저울 기능도 있는 다른 브랜드도 있었다.

그러다 결국에는 이케아에서 폼으로 된 알맹이 패드를 샀다. 어차피 플라스틱 재질로 싸여 있으니  커버 없이 그냥 이것만 써도 될 것 같아서. 근데 갈이 테이블에 놓아보니 너무 커서 놓을 수가 없어 못 쓰다 좀 더 큰 두 번째 테이블을 아랫층에 들여놓은 후 거기에 사용하고 있다. 윗층 갈이 테이블은 원래 얇은 폼 매트가 따로 있어서 그냥 쓴다.

그리고 커버 대신에 강아지 배변 패드를 300장짜리를 아마존에서 30불에 주문한 걸 깔아서 쓰고 있다. 이렇게 하니까 너무 편하다. 요즘 똥기저귀 자주 넘치는데 그냥 이 위에서 갈아주고 난 다음에 배변 패드는 그대로 쓰레기통에 넣고 똥 묻은 옷만 물에 헹궜다 빨래하면 된다. 신생아 시절에 하루에 한 장 이상 쓰다가 한동안 며칠에 한 번 가는 정도에 그쳤는데 요즘 들어서 다시 자주 갈고는 있지만 300장 박스가 아직 반 이상 남았다.
결국 키카루 피넛 패드 안 사도 전혀 아쉬운 게 없다는 얘기.

한편, 워낙 육아템을 인터넷으로 뒤지고 다니니까 한동안 뜨는 광고도 다 육아관련용품이었는데, 기계로 애기 흔들어 재우는 침대가 거의 이천불이나 하는 걸 보고 저런 걸 사는 사람도 있나 싶었는데, 요즘 잠 못 자서 고생하다 보니까 정말로 재워주기만 한다면 그 정도 가격 쯤은 투자할만 하다 싶은 생각이 든다. 물론 우리 애한테 그게 먹힐지, 과연 지금은 먹힌다도 나중에도 먹힐지 알 수 없으니 우리가 그런 걸 사는 일은 없겠지만. 만약 내가 집에서 일하지 않고 남편처럼 출퇴근해야 했으면 더 진지하게 고려했을 듯.

첫 사개월 정도 유용하게 썼던 바운서를 이제 슬슬 치워야 할 것 같다. 마지막으로 아기를 거기 앉힌 게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난다. 아직 거실에 있는데 가끔 케일리가 거기 앉는다. 초반에 아기가 거기서 잔 적도 있는데 무조건 사람 품이나 등에서만 자는 지금 (거울로 보니 포대기로 업힌 녀석이 드디어 잔다!)  생각하면 아득하다.

바운서도 그렇고 많은 물건을 주변 사람들에게서 그냥 받거나 빌리거나 헐값에 구했는데, 카시트나 유모차처럼 안전에 관련된 게 아니면 굳이 새거 쌩돈 주고 살 필요 없는 것 같다. 사용하는 기간이 정말 짧다.

하도 발길질을 해대서 샀던 피아노짐도 이제 슬슬 앉아서 칠 수 있게 키보드 각도를 바꿔줘야겠다. 이렇게 아기가 자라면서 거기 맞춰 변신하는 제품도 마음에 든다. 이 물건은 하도 인기더니 요즘은 더 업그레이드된 제품이 조금 더 높은 가격에 (사실 정가는 둘 다 50불인데 온라인 가격이 28불 대비 42불) 나왔더라. 근데 버튼과 음악을 추가한다고 딱히 더 유용한 것 같지는 않다.

지금 아기가 이유식 안 먹는 것도 내가 굳이 스트레스 받아가며 억지로 먹일 필요 없는 것 같다. 언젠가 또 바뀌겠지. 그리고 점차 어른이 먹는 음식도 목에 안 걸릴만한 걸 조금씩 줘도 될 테고.

캔자스 날씨가 워낙 변덕을 부려서 우스개소리로 지금 날씨가 마음에 안 들면 조금 기다려 보라고 하는데,
육아도, 적어도 우리 아들은 그런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지금 이런 부분이 잘 되고 있다고 안심할 수 없고, 저런 부분에서 고생하고 있다고 앞으로도 계속 그러리란 보장이 없다.
그냥 하루하루 살아남다 보면 어느 순간 지 스스로 살아갈 수 있게 성장하겠지. ...그 때까지 화이팅.

덧글

  • 밥과술 2018/02/12 15:17 # 답글

    이 글 읽고 저희 집사람한테 더 잘해야 겠다 싶습니다. 저는 아무 고생없이 애들이 자란 것 같으니 힘든 몫이 다 다른 쪽으로 갔겠죠.
댓글 입력 영역
* 비로그인 덧글의 IP 전체보기를 설정한 이글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