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주 아들내미

화요일부터 내가 으슬으슬 아팠다. 콧물이 나고 목이 잠기고. 근데 아들내미도 같은 거였는지 내가 아파서 낮잠 자면 같이 자곤 했다. 체온은 안 재봤지만 만져보면 열이 있는 것 같았다. 콧물도 나서 오랜만에 노즈프리다를 썼다. 여전히 싫어한다.

덕분에 수요일엔 도서관에 안 가고 그냥 집에만 있었다. 잠 많이 자고. 젖먹이고. 짬짬이 일하고.

나는 날이 지나면서 상태가 많이 좋아져서, 아들내미도 그런줄 알았다. 그래서 오늘 토요일, 모처럼 외출을 계획했다. 원래는 아침에 파머스 마켓 갈 생각이었으나 늦잠 자느라 안 가고, 다운타운에 있는 브런치 가게를 지나면서 보니 너무 사람이 많아서 지나치고 (남편 직장 동료가 지난 주에 갔는데 음식이 나오는 데만 한 시간 반이 걸렸다더라) 다른 브런치집에 가서 오믈렛을 먹었다. 남편과 내가 번갈아가며 오믈렛에서 계란, 햄, 시금치, 버섯 등을 아이에게 조금씩 떼어 줬는데, 입을 벌리면서 잘 받아먹어서 웬일인가 했다. 그러다 퍼뜩 평소에 집에서 내가 아들내미한테 이렇게 자꾸 음식을 주면 곧 토하던 게 얼핏 생각났지만, 지금 그렇게 많이 주는 것도 아닌데, 하면서 그냥 무시했다.

브런치 먹고 나서는 그 근처에 있는 그로서리 마트에 가서 장을 좀 보고 나왔다. 아이가 배고파하길래 차 안에서 젖을 먹였다. 그리고 다시 카시트에 태우고 쇼핑하러 이동했다.

그리고 아기가 토했다. 아까 먹던 시금치며 계란이며 다 나왔다.

일단 기저귀 가방에 있던 여분의 옷으로 갈아입히고 카시트 를 대충 닦은 뒤 남편이 아기띠로 안고 우리는 일단 쇼핑했다. 나는 한 번 토했으니 이젠 괜찮을 거라 생각했던 거였다.

월마트에서는 카시트채 카트에 태워서 돌아다녔는데, 또 토했다. 이번에는 갈아입힐 옷도 없고 해서 계산한 후 그냥 바로 집에 왔다. 카시트 커버를 벗겨내서 지금 세탁기에 돌리고 있다. 기저귀 가방 내용물도 다시 정비해야겠다.

집에 와서는 아기 옷 갈아입히고 모트린을 먹인 후 젖을 물리니 애가 거의 두 시간 반을 잤다. 아 참, 오전에 집을 떠나기 전에 기저귀를 갈았었는데, 그 기저귀가 젖먹이기 전에 옷 갈아입힐 때도 여전히 깨끗했다. 평소에 한두 시간이면 갈아줘야 했는데. 오늘 내내 먹은 걸 소화 못 시키고 있었던 것일까. 결국 낮잠에서 깨고 나서야 기저귀를 가니, 그게 거의 열 시간만에 가는 거였다.

9개월 검진 때 의사가 음식을 더 자주 먹이라 해서 내가 조바심이 났던 것 같다. 음식의 문제인지 아니면 아직도 아파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어차피 food before one is just for fun이라는 말을 생각하면 굳이 많이 먹일 필요가 없는데. 그냥 다양한 것을 맛만 보게 할 것이지 왜 굳이 자꾸 자꾸 줘서는.

한편, 비슷한 시기에 애낳은 엄마들 섭레딧에서 누가 아기에게 먹이기엔 동결건조한 과일이 생과일보다 깔끔하다고 쓴 거 보고 우리도 종류별로 샀다. 딸기, 바나나, 사과, 파인애플, 망고에 오늘은 동양 배도 발견해서 두 봉지 샀다! 일반 건조 과일은 딱딱하거나 질긴데 동결건조는 입에서 녹으니까 딱 좋다. 비싸긴 하지만 뭐... 근데 채소를 이렇게 한 건 없나.



이건 주중에 김 먹고 있을 때 찍었다. 김은 거의 거부하는 일이 없는데 대신 응가 후 처리가 번거로워서 요즘은 가끔씩만 주고 있다.

주초쯤이었나, 한동안 계속 초록색 똥을 싸서 설사인줄 알고 걱정했는데, 검색해보니 녹색 채소를 많이 먹어도 그럴 수 있다 하여 그 즈음에 완두콩도 먹이고 브로콜리도 먹여서 그런가보다 했다. 그렇게 많이 먹인 것 같지는 않지만...

하여튼 그래서, 치즈도 다시 주고 있다. 그 때 그게 설사가 아니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그리고 요즘은 괜찮은 것 같기도.

여전히 기지는 않고 있지만 바닥에 앉은채로도 잘만 돌아다닌다. 요즘은 부엌에서 냥이들 식수용 분수에 다가가 손으로 물장구치며 놀기도 한다. 물만 갖고 놀 때는 내가 지켜보기만 하고, 냥이들 밥그릇으로 손을 뻗으면 그 때서야 저지한다.

크립에 있으면 저 스스로 난간을 잡고 일어선다. 눕거나 엎드린 상태에서 제 스스로 상체를 일으켜 앉을 수도 있다.



이건 뒤의 의자에 기대서 선 모습인데 꼭 혼자 서 있는 것처럼 보여서 남편이랑 친정어머니는 사진을 보고 처음엔 놀랐다. 시어머니는 바로 간파하셨지만...

저 바지는 바로 농기구 대표 브랜드인 John Deere 상표가 가슴팍에 붙어있는데, 아마 가라지 세일에서 남자 아기옷 한꺼번에 살 때 포함되어 있었지 않을까 싶다. 촌사람 패션의 대표적인 아이템이라 내가 꼭 입혀보고 싶었는데 주중에 며칠 따뜻해져서 기회다 싶어 입혔다. 그리고는 다시 추워져 버렸지만...

손님 방에 시외할머니가 생전에 쓰시던 서랍장이 있는데, 윗부분은 세 개의 거울 패널이 있어서 양옆의 패널은 문처럼 움직인다. 아기를 자주 그 앞에 놓고 거울 보면서 놀곤 하는데, 요즘은 측면 패널을 손으로 잡고는 뒤에 사람이 없는 걸 확인하는 듯한 행동을 한다. 뒷면을 만져본다거나, 자기 쪽으로 끌어당겨서 뒤를 본다거나.
루즈 테스트도 해봤는데 당연히 무반응이었다. 돌쯤 되면 다시 해봐야지. 사실 지금은 얼굴에 뭐가 묻어도 그게 이상하다는 개념도 없을 것 같다.

하루는 애가 배고플 시간인데 다른 걸 하느라 젖먹이는 걸 지체했더니 한 손을 입으로 가져가 eat의 수화와 비슷한 동작을 반복했다. 수화는 두 손으로 해야 하는 것이고 내가 꾸준히 가르치지도 않았으니 진짜로 얘가 수화를 한 건 아닐 테지만, 그리고 사실 그냥 우연일 수도 있지만, 어쩌면 얘가 소통하고자 신호를 보낸 것일 수도 있어서 신기했다. 그 뒤로도 비슷한 일이 종종 있었다. 수화를 제대로 하면 좋겠지만... 요즘 나는 그럴 여유가 없다. 아이에게 말할 때 영어와 한국어로 반복하는 것도 의식하고 노력해야 겨우 하고 있는 중이다.

아까 남편이 아기를 안고 있는 동안 내가 컴퓨터 앞에 앉았더니 모처럼 케일리가 와서 무릎에 앉았다. 그래서 간만에 실컷쓰다듬어주고 턱이며 귀며 긁어주면서 말을 걸었는데, 그러다보나 사실 아기가 태어나기 전에도, 고양이들에게 말할 때 나를 가리켜 mommy라고 했던 게 기억났다. 그니까, 고양이들한테는 영어로 mom 노릇을 이미 하고 있었던 건데, 아기가 태어난 후에야 의식적으로 한국어를 사용하면서 나를 ‘엄마’라고 지칭하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내 엄마를 한국어로 ‘엄마’라고 불러왔고, 다른 사람에게 mom이라고 불러본 일이 없으니 (시어머니한테 그렇게 할까 생각한 적도 있고 허락도 받았는데, 아직까지는 낯간지러워서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 시아버지한테 dad이라고 하는 쪽이 더 먼저일 것 같다.), 아무래도 ‘엄마’가 가장 다가오는 의미가 클 것 같지만, 한편으로는 내 엄마와의 관계 때문에 emotional baggage가 많은 단어이기도 하다. 아들내미가 실제로 나를 뭐라고 부르든 그저 불러만 준다면 그것만으로도 기쁘겠지만, 한편으로는 그 순간이 두려워지기도 한다.

뭐 어떻게 불리든, 중요한 건 좋은 양육자가 되는 거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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