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주 아들내미

토요일에는 아침에 다운타운의 라틴미 브런치 가게에 가서 오믈렛을 먹었다. 사이드는 토마토와 코티지 치즈. 아들내미는 하이체어에 앉아 넙죽넙죽 오믈렛 조각을 받아먹었는데, 계란은 안 넘기고 계속 입 안에서 오물거렸다.

은행에서 현금을 인출하고 (ATM이 고장나 직접 창구로 가야 했다) 파머스 마켓에 가려는데 길 건너기 전에 아들내미가 아까 그 계란 조각과 함께 약간 토했다. 남편이 아기띠로 매고 있던 상황이었는데 다행히 옷이나 아기띠에는 많이 묻지 않아서 물티슈로 닦고 일단 파머스 마켓에 갔다.

교회 장로님한테서 오리알 한 다스랑 항정살 베이컨 일 파운드를 사고, 바베큐 양념을 한 돼지껍질 튀김을 샀다.

집에 와서 좀 쉬다가 오후에 다시 나가서 도서관의 스페인어 스토리 타임을 갔는데....
한 예닐곱 살쯤 되어보이는 여자 아이 하나밖에 없었고, 그 아이의 엄마, 프로그램 스탭 둘, 그리고 도서관 스탭이 둘 정도? 에 우리 부부와 아들내미. 그러니까 우리가 안 갔으면 그 여자애 혼자 단독으로 스토리 타임을 했을 거라는 얘기.

그 아이는 아마도 스페인어를 하기는 하지만 자신이 없는지 아니면 낯을 가리는지 질문에 (책의 양 그림을 가리키며 무슨 색이죠? 양 몇 마리죠? 이런) 답을 잘 안해서 내가 어른 입장에서 대답하기도 민망해 나는 아들내미 붙잡고 속삭이듯 대답하곤 했다. 양 그림 오린 종이를 숫자를 늘려 가며 부직포 벽에 붙이는 것을 그 애랑 아들내미한테 번갈아가며 시켰는데, 아들내미가 하나 손에 쥐게 하고 내가 벽 앞에 데려가 어찌어찌 붙이곤 했다. 재빨리 안 하면 아들내미가 종이를 구겨서 입 안에 넣으려고 해서 빨리 빨리.

이야기 한 두 가지 읽고 노래도 몇 개 하고 나서는 공작 시간이 있었다. 양 몸통과 머리와 다리 모양으로 이미 오려 놓은 종이를 풀로 붙이고, 몸통에 솜뭉치도 장난감 눈깔도 붙이는 거였다. 우리는 내가 아들내미 붙잡고 어르는 동안 남편이 붙여서 만들었다.



병아리 가면은 다른 노래 부를 때 받은 것. 미국에선 병아리 소리를 찝 찝이라 하는데 스페인어는 삐오 삐오 해서 한국어의 삐약삐약이랑 비슷해서 마음에 들었다. 뒤의 빨간 비행기는 친할아버지 작품이다.

다 끝나고 지도하던 사람 말고 다른 스탭이 와서 이거 원래 한 달에 한 번 하는데, 여름엔 쉬어서 다음 번은 9월에 재개한다고 얘기해줬다. 아... 다른 사람들은 미리 방학해서 안 왔나 싶더라. 솔직히 난 여기 오기 전엔 스페인어 배우려는 미국인이라도 많이 오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그럼 한국어 스토리 타임도 여름엔 쉬려나. 가을에 다시 가면 그 땐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다. 아직 아들내미는 말 못하겠지만.

도서관 내 아동 서적 부분을 살펴보니 세계 여러 나라 언어로 된 책들이 있는 부분이 있었다. 한국어 책을 하나 들고 아들내미에게 읽어줬는데 아들내미는 관심이 없었다. 독일어도 책을 골라봤는데 내용이 너무 긴 책만 많아서 그냥 포기. 나중에 좀 더 크면 읽어주지 뭐.

주중에 아들내미의 분리불안이 더욱 심해졌다. 나는 그동안 어금니 나는 것에 대해 다른 부모들의 경험담을 읽으면서도 어차피 아기마다 다른데 우리 아들도 그렇게 심할까 하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 ...정말로 헬이었다. 화장실에서 양치질이랑 세수할 때도 아들내미가 내 다리 붙잡고 안 놓고 있고, 저녁 때 원래는 아빠가 보는데 젖 배불리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울고불고 난리쳐서 내가 다시 올라오니까 뚝 그쳐서 남편이 서운해 했다. 안 그래도 이번 주에 여러 일감의 상황과 타이밍이 꼬여서 바빴는데 그 덕분에 잠을 많이 못 잤다. 그리고 잠결에 이메일을 받고 회신하다 보니까 실수도 많이 했다. 에구구.

다음 월요일에 내가 치과 가야 해서 KG가 잠깐 아들내미 봐주러 오는데 그 때도 이러면 곤란한데...

낮에 계속 날씨가 좋아서 아들내미 데리고 공원에 산책을 날마다 간다. 그냥 걷기만 하면 공원 한 바퀴 돌고 오는 데 한 시간 반 걸리지만 자연체험관이나 놀이터 들르고 포켓몬고 퀘스트한다고 돌아다니거나 체육관에서 전투하면 더 걸린다.

처음엔 유모차로 한 번 끌고 갔다가 아들내미를 볼 수 없는 게 싫어서 릴레베이비 아기띠로 안고 다녔다. 그런데 땀과 젖과 침으로 범벅이 되어 빨려고 빨래 바구니에 넣어만 놓고 아직 빨래를 못 돌린 상황이라 하루는 온부히모로 업고 나섰는데...

아뿔싸, r/babywearing에서 이름난 브랜드 제품 추천하는 이유가 있구나. 온부히모는 집에서 잠깐 쓰면서 부엌에서 일하다 아들내미 잠들면 내려놓기 좋았지만 장시간 산책하면서는 못 쓸 물건이었다. 내가 제대로 매지 못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같은 코스를 릴레베이비로 돌 땐 한 번도 앉아서 쉴 필요를 못 느꼈는데, 이걸로는 벤치가 나올 때마다 앉아서 쉬어줘야 했고, 나중에 가서는 등이 너무 아팠다.

그래서 그 다음부터는 그냥 유모차를 밀고 다니고 있다. 근데 유모차 다시 끈 첫 날은 내가 아침도 부실하게 (삶은 오리알 한 개, 퀘스트 바 한 개, 커피 한 잔) 먹고는 점심 시간 다 돼서 나서는 실수를 하고 말았다. 그래서 반쯤 갔을 때 배가 너무 고파서 기진맥진.

이제 주말이니 얼른 빨래 돌리고 다시 릴레베이비를 써야지.

한편, 어제 같은 경우는 마감 다가오는 일거리도 있고 해서 공원에서 호수를 지나면 나오는 오르막길 부분에서 그냥 돌아갈까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오르막길 부분 끝에 나오는 놀이터에서 그네 태워주면 신나하는 아들내미의 모습이 보고 싶어서 그냥 힘 내서 계속 갔다. 클리셰지만 이렇게 나도 엄마가 되어간다.



한편, 손님방 침대에 냥이 둘이 있으면 내가 일부러 아들내미를 그 가운데 놓고 어떻게 하나 지켜보는데, 처음엔 무작정 냥이 한 마리에게 다가가 털을 거의 잡아뜯듯이 쥐고, 그러면 케일리는 그냥 도망가고 이나라는 하악거리며 아기 손에 이빨을 대거나 (실제로 물지는 않는다) 앞발질을 좀 하다가 도망가는데, 한 번은 그래서 아기가 울었다. 그리고 그 뒤로는 케일리한텐 여전히 선뜻 다가가지만 이나라는 눈치 보면서 슬금슬금 다가가더라. 그리고 이젠 기어갈 때 다리를 제대로 가용한다!

이유식도 받아먹는 게 조금씩 늘고 있다. 결국 직접 만드는 건 포기하고 거버에서 나온 육류와 야채 덩이가 조금 있는 죽같은 걸 사서 먹이는데, 처음에 반씩 덜어서 줬더니 그 반도 안 먹고 짜증을 냈는데, 어제 오늘은 삼분의 일씩 줬는데 깨끗이 비웠다. 물론, 그냥은 안 먹고 유튜브로 Laurie Berkner 비디오를 틀어주면 그거 보느라 정신없는 틈을 타 숟가락으로 떠먹여줘야 먹는다.

그저께는 실곤약으로 짜장면을 만들어 먹었는데, 애호박 조각을 주니까 잘 먹더라. 그나저나 지금 사흘째 응가 소식이 없는데 얼마나 큰 대변 폭탄이 터질지 걱정이다. 고구마를 다시 먹여야 하나.

요 이틀 밤은 거의 한 시간 반마다 깨서 울어서 남편도 나도 잠이 부족하다. 정말 어금니라면 얼른 나와서 이 고생을 단축해줬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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