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주 아들내미

한동안 9개월 사이즈 옷을 입히다가 12개월 사이즈로 넘어갔는데
어느 사이에 그것도 너무 꼭 맞아서 18-24개월 사이즈가 넉넉하게 입혀진다. 갑자기 쑥 크는 것 같다.

아들내미는 확실하게 외할아버지를 좋아했다. 울먹울먹하다가도 할아버지를 보면 방긋 웃고, 할아버지와 잘 놀았다. 반면 외할머니한테는 그만큼 친해지지 않았다. 얘도 아는 거겠지. 할머니 이상한 거.

하루는 똥을 세 번이나 쌌는데, 이 녀석이 기저귀 갈 때 워낙 가만 있지 않는지라 녀석의 팔을 붙잡아줄 손이 있는 건 도움이 많이 되었다.

화요일에는 임신 6개월인 친구를 만나서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우리 아들내미 보면서 얌전해 보인다고 했는데 나는 고개를 도리도리... 그 친구와 얘기하면서 내 임신 기간이 생각났다. 벌써 아득하군. 전혀 앞날을 예상할 수 없이 두근거리고 기대와 걱정이 넘쳐나던... 지금은 그저 정신없이 사니 그 때의 여유? 단조로움?이 새삼 판이하게 다가온다.

수요일에는 아침에 도서관 가고, 오후에는 수영장에 갔다.

나는 원래 귀찮아서 수영장 가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부모님이 가자고 하시니까, 아들내미 데리고 가고 싶어서 가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며칠 엄마가 수영복을 사기 위해 쇼핑을 다니셨다. 암튼 그래서 수요일에 드디어 몇 년인지 기억도 안 나는 세월만에 수영장에 갔다. 미국에서는 처음인 것 같으니 최소한 17년이다.

마침 수요일은 60세 이상은 공짜래서 나만 입장료 내고 들어갔다. 만 3세 이하도 공짜.



아들내미는 처음엔 무서워서 울었다. 좀 익숙해지고 나서도 나한테 꼭 붙어서 떨어지지 않으려 했다. 그러나 결국에는 할아버지하고도 잘 놀았다. 엄마는 열심히 폰으로 사진을 찍으셨는데, 나는 폰 물에 떨어뜨리실까봐 조마조마했다.

수영은 당연히 안 했고 그냥 얕은 데서 아들내미 데리고 물장구만 치다 나왔다. 재미 있어서 언제 또 남편이랑 같이 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먼저 아들내미 씻기고 엄마에게 건넨 뒤 샤워를 하는 동안 엄마가 아기를 수건으로 닦아주고 기저귀 채우고 옷을 입혔는데, 애가 내내 울고불고 소리를 질렀다. 내가 얼른 샤워를 마치고 나와서 엄마가 샤워하러 들어가셨는데, 애한테 새로 입힌 옷이 그새 젖어서 다시 갈아입혔다. 정신없어서 그 때는 몰랐는데, 나중에 집에서 남편이 애 기저귀 갈면서 기저귀가 거꾸로 채워져 있었다고 했다. ...엄마가 기저귀를 거꾸로 채우신 것이었다. 뭐 안 새면 그만이지만...

아무튼 이 부분이 너무 힘들어서 수영장 다시 가는 건 좀 고민이 되는 부분이다. 그런데 가족 탈의실도 있으니까 남편과 같이 간다면 거기를 이용하면 훨씬 수월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아침 저녁으로 거버 이유식을 먹이는데, 당근 건더기를 뱉어내기 시작했다. 씹기 귀찮아서 그러는 것 같다. 동결 건조 과일은 바나나를 제일 잘 먹는다. 라즈베리는 너무 시어서 바로 뱉어낸다.

모유만 먹는 아기는 똥냄새도 고약하지 않다는 말을 읽었었는데 얘 똥냄새는 처음부터 구려서 믿을 수 있는 말이 아니었나 했는데, 확실히 이유식 먹기 시작하면서 더 쿠려지더니, 요즘 똥은 진짜 어른 똥 같은 냄새가 난다. 형태도 덜 물러져서 어른 똥에 가까워졌고.

뭘 잡고 일어서는 것도 이젠 잘 한다. 아직 바퀴 달린 보행기는 스스로 사용하지 못하지만, 의자를 잡고 밀어서 앞으로 전진하기도 한다.

한편.
얘가 기회만 되면 내 안경을 집더니 어느샌가 안경 다리의 부분이 부러졌다. 그래서 안경을 쓰면 제대로 고정이 안 돼서 어지럽다. 그래서 요즘 콘택트 렌즈를 끼고 생활한다. 옛날에 괜히 대량으로 샀다고 후회했는데 이게 이렇게 될 줄이야...
아무튼 안과에 가서 시력 검사도 하고 새 안경을 맞춰야 할 탠데 이게 과연... 어쩌면 다음 달에 시부모님 오실 때나 가능할 지도? 일단 안과 가면 동공 확대도 하니까 내가 운전해서 돌아올 수가 없으니...

옹알이도 조잘조잘 많이 하더니
요즘은 혀로 똑딱거리는 소리를 낸다.
어느 날 아침은 우리 침대로 찾아온 케일리와 야옹거리는 소리에 깼다.
음마, 맘마, 이런 소리를 많이 하는데 나는 아직 그게 나를 가리키는 소리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남편은 알고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시부모님과 스카이프하다 이 얘기가 나왔는데 맘마 하니까 나를 쳐다봐서 정말 아나? 싶은 생각도 든다.

기운도 넘쳐서 점퍼루에 앉히면 마구 뛰어서 움직인다. 어느 날 저녁은 한 삼십 분은 계속 뛰었다. 보는 어른 넷이 웃으니까 더 신나서 뛰는 것 같았다.

노래를 틀어주면 마치 따라부르는 것처럼 길게 소리를 낸다. 춤도 추려는지 몸도 흔든다. 엄마 아빠랑 다르게 아주 활달하다.

한편 나는 가슴골에 뭐가 나기 시작해서 한선염이 여기에도 나는 건가 했는데... 왼쪽 가슴이 벌겋게 붓고 멍든 것처럼 아픈 게... 유관이 막힌 게 아닌가 싶다. ㅠㅠ 아무래도 이유식을 늘리면서 먹이는 젖량도 줄고, 밤에는 애가 내 왼쪽에 있어서 잠결에 오른쪽 젖을 자꾸 주다보니 그렇게 된 것 같다. 일단 뜨거운 샤워를 하고 마사지를 하고 일부러 왼쪽부터 젖 물리고 침대에선 수직으로 물리는 등 (이거 자세 정말 웃기다) 열심히 해보고 있다. 가장 괴로울 땐 젖 먹이려는데 얘가 그 부분을 손이나 팔꿈치로 누를 때... ㅠㅠ 아 너무 아프다...

부모님은 오늘 아침에 가셨다. 대체로 큰 마찰 없다가 공항 가는 길에 엄마가 그간 참았던 것을 폭발시키고 가셨다. 우리야 뭐 공항에 내려드리고 나면 한동안 뵐 일 없으니 그냥 웃어넘길 수 있지만, 같이 가는 아빠가 불쌍했다. 어쩔 수 없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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