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주 아들내미

지난 주엔 깜박하고 잊었는데, 교회에서 찬양 시간이 끝나고 아이들이 각자 연령별 그룹으로 흩어질 때, 우리도 아들내미를 nursery - 영아부?에 2주 데려갔다. 첫 날엔 바로 옆방에우리 그룹의 일원이고 세 돌 지난 딸내미도 같이 보던 TG가 있어서 든든했다. 그 날은 세 돌 이하의 아이가 우리 아들보다 나이가 좀 많은 여자아이 하나, 한 달 뒤에 태어난 여자아이 하나밖에 없었다. 연휴라서 출석률이 낮았다. 나중에 들으니 잘 놀았고, 중간에 울려고 하는 순간이 있었는데 잘 주의를 분산해서 넘겼다고 한다.

지난 주는 남편이 혼자 애 데리고 내려갔는데, 애들이 여섯 명이나 되었다던가? 그리고 우리 아들이 가장 어리고. 데리러 갈 땐 내가 갔는데 선생님 품에 안겨 있다가 나를 보고 반색을 해서 뭉클. 이번에도 잘 지냈다고 했다.

가끔 우리 집에 와서 애 봐주는 KG 부부도 거기서 2주 보고 4주 쉬는 격으로 로테이션하니까 조만간 K 할아버지하고 시간을 많이 보내는 날이 오겠군.

가슴을 짼 부위가 아파서 산책도 안 나가고 도서관도 안 가다가 어제 속을 채웠던 헝겊 빼내고 별로 심하지 않은 것 같아 그대로 아물기를 기다리면 되겠다는 말을 듣고 와서, 오늘은 마음먹고 산책을 나갔다. 그런데...

일단 그네. 태워주니까 좋아했는데 얼마 안 가서 갑자기 몸을 쑥 앞으로 빼더라. 이건 내리고 싶다는 의사 표시인데 (유모차에서 버클 매기 전에 이러면 밑으로 빠져나올 수 있으므로) 설마 그네 타기 싫은가 하여 다시 그네 안에 자리를 잡아줬는데, 금방 또 그러고 찡찡거리기도 시작했다. 그래서 그네는 금방 그만뒀다.

지금까지 산책은 주로 릴레베이비로 아기가 나를 향한채 내 앞으로 매서 했고, 녀석도 별 불만이 없었는데, 오늘은 무척 더워서 그랬는지 아님 그새 커서 스트랩을 조정할 필요가 있는 건지 그네를 뒤로 하고 나서 또 금세 찡찡거렸다. 아기띠를 풀고 그냥 팔로 안아주니 또 가만 있는다. 일단 지붕이 있는 피크닉 장소로 갔다.

거기서 릴레베이비 힙 캐리 방법을 영상으로 봤다. 근데 별로 마음에 안 들어서 차라리 앞보기 앞매기로 릴레베이비 안장 부분을 고쳐매고 아들내미를 앞을 향하게 해서 안고 다시 나섰다. 호기심이 많은 아이니 앞을 보고 싶어하나 싶어서. 근데 그것도 얼마 못 가서 또 찡찡거려.

이번엔 호숫가 벤치에 앉아서 다시 안장 부분 원래대로 바꾸고 힙캐리를 시도했다. 조금 나았다.

공원 입구에 테이블이 있는 곳의 의자에 앉아서 젖을 먹였다.
자연체험관에 들어가서 급수대에서 물을 마셨다. 어제 달손님이 찾아와서 그런지 목이 자주 마른다. 앞으로는 귀찮아도 물병을 가지고 다녀야 할 것 같다. 산책도 더우니까 차라리 이른 아침에 가는 게 낫겠다.

자연체험관을 나와서 집으로 가는데, 맴, 하고 부르는 소리가 들려 돌아보니 어떤 여자분이 얼음 낀 생수병을 가지고 나에게 다가왔다. 오늘 유독 덥다며 물병을 건네주너서 나는 고맙다고 하고 찬 물병을 보고 신난 아들내미 목부터 축여줬다. 그 뒤 나도 한 모금 마시고 아들내미 안고 가라고 줬다.

받을 때는 지쳐 있던 상태라서 간신히 thanks라고밖에 안 했는데, 집에 가는 나머지 발걸음이 조금 가벼워지니 고맙다는 표현을 좀 더 했으면 좋았을 텐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뭐 이해하겠지.

집에 거의 다 와서 또 아들내미가 찡찡거려서, 아기띠 풀고 팔로 안고 집 앞에 와서는 기진맥진해서 일단 현관 앞 그네에 아들내미를 내려놓았다. 나도 그네에 앉아서 숨 좀 돌리고 물도 마신 다음에야 일어나서 열쇠로 문을 열고 일단 아기띠부터 집 안에 넣어놓고 다시 나와서 아들내미를 안고 집에 들어갔다.

냥이들 두 마리 다 다가온 덕분에 아들내미는 신나하고, 나는 그렇게 아들내미 거실에서 놀게 두고 전날 사서 잘라놓은 수박을 꺼내 먹었다. 수박 사놓기 정말 잘했다.

앞으론 꼭 물병 챙기고 다니자. 그리고 날이 더우니 차라리 아침 일찍, 남편이 출근할 때쯤 나가는 게 낫지 않을까.

한편, 그렇게 냥이들 쫓아다니면서 거실에서 잘 놀던 아들내미는 좀 있다가 또 투정을 부렸다. 근데 이 소리가 요새 응가할 때 내는 소리라, 혹시...싶었는데 곧 냄새가 확인해줬다. 끙끙거리는 소리를 낼 때도 있지만, 대체로 이렇게 높은 음으로 팍팍 짜증을 내는 소리를 더 잘 내는 것 같다. 나도 이제 얘가 응가할 때를 분간할 수 있게 된 듯. 요즘 들어서 갑자기 이유 없이 저러면 십중팔구는 응가더라.


친정 부모님이 얘 보고 잘 웃는다고 좋아하셨는데, 어제 가슴 짼 부분 살피러 클리닉 갔을 때도 보는 사람마다 웃어주니까 다들 좋아하더라. 그런데 내가 고름 빼내라고 속에 끼워넣은 헝겊을 뺄 때 아파하니까, 신음 소리를 크게 낸 것도 아니고 숨을 몰아쉬는 정도였는데도 바닥에 카시트에 앉아서도 느낄 수 있었는지 자기가 울려고 하더라. 금방 끝나서 다행이었다.

어제 밤에는 아기 첫 돌 때 교회에서 생일잔치를 하기 위해 초대장을 만들었다. 아마존 프린트로 해서 앞면엔 아들내미 사진을 넣고 일시와 장소를, 뒷면엔 초대 문구와 선물 사절 문구를 넣었다. 나는 선물 사절은 생각 안 하고 있었는데, 남편이 어차피 장난감 같은 건 지금도 충분하지 않느냐 하여 생각해보니까 정말, 선물을 받아도 애물단지가 될 확률이 더 큰 것 같아서 정중하게 축하하러 와주시면 그게 선물로 충분하다 썼다. 어차피 아들내미 이뻐하는 사람들이 오다가다 괜찮은 옷이나 장난감 보이면 선물하기도 한다.

난 가능하면 이번 주 일요일에 교회에서 돌리고 싶었는데, 다음 주 수요일에나 도착한다는군. 그냥 그 때 우편으로 부치지 뭐.


이유식은 잘 먹는데, 가끔 뱉기도 하고, 입으로 방구 소리 내는 걸(영어로는 blow raspberries) 해서 사방으로 튀기도 한다.

지난 토요일에 이케아 가서 점심을 먹었는데, 계산하던 직원이 아기 음식 파우치는 공짜라고 해서 하나 가져와 우리가 미트볼과 채소를 먹는 동안 아들내미도 좀 빨아먹게 했다. 딸기와 사과가 들은 제품이었는데, 당분이 19그램이던가. 아들내미는 사분의 일이나 먹었을까. 집에서는 동결건조 과일을 줘도 한두 조각 먹으면 많이 먹는 거다. 대부분은 바닥에 던진다. 암튼, 시판 제품은 과일 위주 이유식이 대부분이긴 한데 나는 일부러 고기와 야채 위주만 골라서 먹이고 있다. 요거트도 아기용으로 나온 건 마뜩찮아서 그냥 내가 먹는 Fage Total을 이유식에 섞어줬는데 잘 먹는다.

근데 사실 이유식보다 더 잘먹는 건 우리가 먹는 콜리플라워를 매시드 포테이토처럼 한 것. 뭐 슬슬 이유식이든 우리 먹는 음식 잘게 잘라서든 집밥을 줘야 할 것 같은데 시판 쓰니까 너무 편해서...

아니 그보다 컵 사용법을 익히는 게 더 급한가? 시피컵 여러 개 있긴 한데 장난감 구실밖에 안 하고 있다. 일반 컵을 줘봤는데 그냥 쏟아버린다. 뭐 이것도 그냥 꾸준히 줘봐야 하려나.

아무튼 젖도 조만간 떼지 않을까 생각하는 건 내가 너무 순진한가? 뭐 일단은 계속 젖도 주고 물도 주고 돌 지나면 우유도 주고...

젖 떼고 싶은 건지 아닌지 모르겠다. 신생아 시절과 달리 지금은 직수가 참 편하고 쉬운데, 자기가 자기 마실 것 알아서 챙길 수 있어야 하니까... 뭐 좀 더 커야 그럴 수 있게 되겠지만.

왜 젖을 쭈쭈나 찌찌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생각했는데 (근데 스페인어도 비슷하니까 그 소리에 뭔가 있긴 한가 싶긴 했다) 아기가 보채면 젖 줘? 젖 줄까? 하다가 그 소리가 쩌쩌, 쩌쭈, 뭐 그렇게 들리는 걸 보고 한국어의 경우는 그래선가? 하는 생각도 일순 들었다. 그나저나 나는 비슷하게 들리는 말소리에서 다른 의미를 생각하는 거 정말 못했는데, 이제야 좀 느슨해진 건가...


아들내미는 정말 사랑스럽다. 가끔 옛날 사진을 들여다보면 얘가 저랬었나 싶고 지금 모습이 더욱 사랑스럽다. 밉다는 토들러가 되어서도 쭈욱 그렇게 날이 갈수록 더 사랑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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