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울면 따라 운다 아들내미

달손님이 늦게 찾아왔다. 덕분에 감정이 막 널을 뛰고.
이미 한다고 했으니 다음 학기까지만 하고 온라인 강의는 그만둬야겠다. 채점의 부담이 너무 크다. 아들내미가 책도 더 찢었다.
번역 마감도 있고 아들내미는 이앓이 때문인지 더 앵기고 더 짜증내고. 집안 꼴은 엉망진창이고 빨랫감은 늘 산더미고. 냥이들한테도 잘 신경 못 써주고. 이렇게 일이 많은데 계속 붙들고 있는 것도 과욕이다.
오늘은 특히 잠도 별로 못 자서 더 신경이 예민했던 것 같다.
아들내미도 어째선지 평소보다 더 까탈스러웠다.

그래서 울었다.
내가 우니까 따라 운다.
그러니까 내가 더 울질 못하겠다.

나 어렸을 때부터 울보였는데.
조금만 뭔가 어긋나도 눈물부터 나왔는데.
아들내미가 우니까 내 눈물이 들어간다.

옛날의 나는 우는 것밖에 할 줄 아는 게 없어서 엉엉 울었는데
지금의 나는 아들내미를 위해 뭐라도 해야 하기 때문에
마냥 울 수가 없다.


그래도 힘들 때마다 아들내미는 뭔가 성장한 표시를 보여줘서 기쁘게 한다.
오늘은 새로 ‘치즈’와 ‘땡큐’라는 단어를 말했다. 치즈의 경우 히즈와 치스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 발음이고 땡큐도 아직 발음이 분명하지는 않지만. 치즈를 달라고 요구하고, 받고 나서 고맙다고 인사했다. 것도 여러 번이나.

저녁 때 외식했는데, 다른 테이블에 앉은 또래의 여자아이를 보고 ‘베이비 바이바이’도 했다. 집에서 ‘베이비’는 자주 말했지만 자기를 가리키는 건지 아닌지 알 길 없었는데, 밖에 나와서 다른 아기를 보고 그렇게 말하니까 놀랐다. 바이바이는 원래 잘했지만, 이렇게 둘을 꽤 적절한 상황에 같이 쓴 건 처음이라.

전에 놀이터에서 18개월 딸애가 단어가 확 늘고 있다던 애아빠가 있었지. 오늘로 아들내미도 17개월이니 가까워지고 있다는 건가. 남자애라서 늦으려니 기대 안 했는데.



어느 사이에 이렇게 컸니.
나한테 이만한 아들이 있다니.
내가 얘를 키우는 엄마라니.
이상하다, 이상해.

덧글

  • 보리 2018/12/01 21:29 # 답글

    힘드시죠ㅠㅠ 저도 그래요. 근데 그래도 애기 처음 낳아서 막막할때 보다는 좀 더 나아지는 거 같아요. 저희집 꼬맹이는 14개월 되어가는데 Semilla님 아기 보면서 아 우리애도 곧 저러겠지 너무 좋겠다 나도 힘내야지 으쌰! 하면서 힘을 내고 있어요. 저한테는 좋은 본이 되어주시는 고마운 분이십니다. 그러니까 우리 힘내봐요~!!
  • Semilla 2018/12/05 21:12 #

    따뜻한 말씀 감사해요. 전 어제 친구네 세 돌 딸애를 봐줬는데, 희망이 보이더라고요. 같이 힘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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