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씩 쉬워지고 있긴 하다 아들내미



요즘 아들내미에겐 아침에 또르띠쟈에 치즈를 얹고 전자렌지에 잠깐 돌려 녹인 다음 칠면조 햄도 얹고 돌돌 말아서 준다. 그럼 자기가 알아서 들고 먹는다. 이렇게 편할 수가!

사실 내가 저탄수 또르띠쟈로 이렇게 먹었는데 아들내미가 관심을 보이며 내 걸 뺏어먹어서 시작하게 되었다. 이젠 아들내미 주기 위해 또르띠쟈를 산다.



된장찌개나 김치찌개에 밥을 말아서 주기도 한다. 이건 아직 숟가락질이 서툴러서 거의 삼분의 일은 턱받이의 주머니로 들어가거니 바닥에 떨어진다. 정 배고프면 나한테 떠먹여달라고 숟가락을 건넨다. 그렇게 한 입 받아먹고 나면 다시 자기가 해보겠다고 숟가락을 도로 가져간다. 이런 날은 밥 먹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뭐... 경험치 쌓아야 하는 걸.

물은 여전히 내 걸 뺏어마시길 좋아한다. 그런데 배트맨 로고가 있는 병을 꺼내니까 그건 자기 거라고 인정하는지 관심을 보여서 거기에 물 담아 주니 그건 곧잘 마시더라. 단, 목마르지 않을 땐 뒤집어서 물을 흘리곤 한다.

우유는 여전히 거부 중. 그냥 포기할란다. 어차피 치즈를 많이 먹으니 칼슘 같은 건 모자라지 않겠지.

어느 저녁, 우리가 먹는 것을 보고 김치를 달라고 마구 떼를 써서 김치 그릇을 가져다주니까 자기가 한 조각 집어서 입에 넣어보고는 매웠는지 울더라.
그런데 카레라이스는 미국 기준으로 extreme hot이라고 써있는 건데 잘만 먹고, 김치찌개도 밥 말아주니까 (건더기에 김치는 포함하지 않았지만) 잘 먹더라. 조금씩 매운 음식에 적응하는 거겠지.

어제는 계란을 두 입 먹었다! 그동안 내가 얘한테 계란을 먹이려고 얼마나 애를 썼는데. 늘 뱉고 거부했는데 드디어!

지난 토요일에는 모처럼 캔자스 시티로 나갔다.
Thrift store에 가장 좋은 물건이 많이 들어오는 시기가 크리스마스 직후라는 글을 레딧에서 봤더랬다. 선물 덕분에 쓸모없어진(하지만 아직 쓸만한) 옛날 물건을 처분하거나, 마음에 안 드는 선물을 처분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그래서 일단 한 곳에 들어갔는데, 오호라! 전에 아는 집에 가서 아들내미가 아주 신나게 갖고 놀았던 Sit n Spin이 있었다. 이게 단종된 물건인지 파는 곳이 없더라고.
아들내미는 핑크색 우쿨렐레를 집어들었다.


집에 돌아와서 아빠가 열심히 닦아줬는데, Sit n Spin은 잘 안 갖고 놀지만 우쿨렐레는 종종 가지고 논다.

부엌에 점퍼루가 있던 자리에서 점퍼루를 치우고 작은 탁자와 의자 세트를 놓았다. 탁자는 윗면 뚜껑을 벗기면 레고판도 된다. 의자가 두 갠데, 자기만한 곰 인형을 들고 오더니 한 의자에 앉히려고 애를 쓰더라. 귀여워서 내가 조금 도와줬다.



아직 크레파스는 쓰기보다 입으로 맛보는 데 더 관심 있다. 그래도 스케치북을 펴놓으니까 자기가 조금씩 흔적을 남기기는 한다.

주초엔 날씨가 꽤 좋아서 종종 데리고 나갔다. 하루는 작은 유모차를 끌도 나갔는데 처음엔 타지 않고 자기가 유모차를 밀었다. 그러다 지쳐서 유모차에 태워줬는데, 내가 아직 기운이 있어서 빨리 밀어주니까 좋아하더라. 그렇지만 이내 나도 체력이 바닥나고 그냥 천천히 미니까 싫증을 냈다. ...그래서 우는채로 유모차에 태우거나 내가 기운이 조금 나면 팔로 안아주면서 빈 유모차를 밀어서 집에 간신히 돌아갔다.
다음 날은 그래서 아기띠를 두르고 갔는데, 이번에는 자기가 잘만 걸어다녔다. 인도보다는 인도 옆 잔디에서 걷는 걸 좋아했다. 낙엽을 밟아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좋았는지도.



수요일엔 다시 도사관에서 열리는 스토리타임에 갔는데, 문득 이젠 우리 아들내미가 거기서도 큰 편에 속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날 특히 겨우 4주 된 신생아도 와서 더 대비가 되더라. 이제 토들러반으로 옮길 날이 반 년도 안 남았구나.

음악을 틀어주면 신나서 몸을 흔들고, 아는 노래면 따라 부르려는 듯이 행동한다. 티비유치원에서 액션 잉글리시 오프닝할 때 애, 애, 애거리는 부분이라거나. 업타운 펑크에서 아우~하고 추임새를 넣는다거나.

옹알이는 참 많이 하는데, 진짜 단어로 말하게 되는 날은 언제 올까? 아직까지는 말로 하기보다 손가락으로 가리켜서 뭘 원하는지 표시하는데, 우리가 눈치 없는 척 안 따라주면 자기가 답답해서 말문이 트이려나? 근데 그러기 전에 마구 성을 내고 난동을 부려서 우리가 금방 원하는대로 해주기 마련이다.
우리가 너무 물러서...

우리가 하는 말은 제법 잘 알아듣는다. 자기 내킬 때만 말을 들어서 문제지.

조금씩 조금씩
사람이 되고 있다.



덧글

  • 밥과술 2019/01/14 12:06 # 답글

    저도 언제부터 말을 하여 의사표현을 할지 궁금하게 지켜보는 독자의 한명입니다. 어느날 갑자기 툭 터진다고 하던데... 말하기 시작하면 여기에 꼭 올려주세요.
  • Semilla 2019/01/15 04:51 #

    저도 매우 기대하고 있어요!
  • 나녹 2019/01/15 08:41 # 답글

    오오 혼자 들고 베어 먹는단 말입니까. 저희는 아직 뭐 쥐어주기만 하면 십중팔구 주물주물확찢-_-
  • Semilla 2019/01/19 16:05 #

    나녹 님 따님도 조만간 혼자 하게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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