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쓰는 데 휘둘리지 말자. 아들내미

엊그제 된장찌개를 끓였다. 아들내미 먹이기 쉽게 재료를 평소보다 잘게 다졌다. 다 끓이고 그릇에 푸는 것을 본 아들내미가 갑자기 발광했다. 당장 먹게 내놓으라고.

아뿔싸. 미리 준비 다 된 다음에 보여줬어야 했나.
하이체어에 묶인 채 숨 넘어갈 듯이, 혹은 토할 듯이 울어대는 아들내미를 두고 얼른 냉동밥을 해동해 말아주고 식기를 기다렸다.

그 몇 분의 시간 동안 아들내미는 마치 우리가 평소에 굶기기라도 하는 것처럼, 하루 종일 아무것도 못 먹은 것처럼 서럽게 울어댔다.

그리고 다 준비된 후에 정신을 차리고 먹기 시작하면서 다시 급 방긋.
게다가 양도 평소의 두 배를 먹었다.

...된장찌개가 그렇게 좋은가?



물론 이날 이게 첫 끼니는 아니었다. 오전에 A형 간염 2차 접종(원래 18개월 검진 때 맞아야 했는데 1차 접종 후 지나야 하는 날짜가 이틀 모자라다고 못 맞았다) 맞히러 나갔다가 근처 식당에서 브런치 먹었는데 우리가 주는 햄과 소세지만으로는 성이 안 찼는지 저렇게 아빠 베이컨도 뺏어먹었다.

요즘은 쿠키 대신 미니머핀을 만들었는데 그것도 잘 먹고 있고, 마시는 요거트도 좋아하는 제품을 발견해서 잘 마시고 있다. 여전히 또르띠쟈에 치즈 발라주는 걸 좋아하고, 블루베리나 사과도 먹는다. 그렇게 간식도 많이 먹는데! 된장찌개 앞에서  마치 며칠은 굶은 듯이 구니 나로선 그저 억울할 밖에.

전자렌지에 뭘 돌리면 구경하는 걸 좋아했는데, 이제는 구경만으로는 성이 안 차고 자기가 버튼 눌러보고 문 열고 하기를 원한다. 처음에는 안아들어서 해보게 하지만 그 다음에 내려놓으면 바로 떼를 쓴다.
스토브 앞에서 요리하고 있을 때도 마찬가지다. 안아달라고 떼를 쓰고, 안아주면 자기가 요리를 저으려고 한다.
차를 끓이는 전기 주전자는 자기가 레버에 손이 닿아서 종종 틀었다 껐다 한다.
식기세척기 살 때 일부러 버튼이 바깥에 없는 걸 샀는데 (문 위쪽에 있어서 닫으면 안 보인다) 그러길 정말 잘했다 싶다.

그 외에도 떼를 쓰고 울 때가 있는데 나로선 이유를 알 수 없을 때가 많다. 나는 당황해서 그냥 애가 해달란대로 해주거나 안아서 어르고 달래려고 하곤 하는데, 주말 동안 남편을 보니 단호하게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라고 하니까 애가 떼를 그리 오래 부리지 않고 결국 넘어가더라. 나도 좀 더 단단해져야겠다.



한편, 양치질도 이젠 세면대 앞에 풋스툴을 놓아줘서 직접 치카치카하게 한다. 물론 아직 도움이 필요하긴 하지만.

연말 동안 월마트에서 세일하길래 애가 커가면서 맞춰 바꿔갈 수 있다는 trike를 샀는데, 날이 추워서 박스에서 꺼낼 생각도 않고 있다가 집에서 가만 있지를 못하고 난리이던 날 결국 박스를 뜯었다.



이날 굉장히 추웠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너무 좋아하더라. 좀더 크면 앞바퀴에 페달을 달아 세발자전거가 되기도 한다.
그렇지 않아도 마트에 가면 자전거를 보고 매우 좋아하는데 날씨만 좋다면 매일 나갈 텐데...

요즘 우린 드디어 넷플릭스에 가입해서 열심히 에이전트 오브 쉴드를 보고 있는데, 같이 잘 보다가도 갑자기 막 짜증을 낼 때가 있다. 자기가 좋아하는 업타운 펑크 영상을 틀어주면 조용해진다. ...이제 악동 뮤지션은 뒷전이다.

세서미 스트리트도 꽤 좋아한다. 틀어주면 TV유치원보다 더 열심히 본다.

자동차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일이 더 많아졌다. 월마트에 가서도 트럭 장난감을 집고 안 놓으려 하길래 결국 사줬다. 집에 와서도 잘 갖고 노니 잘 사줬다 싶다.

옷도 슬슬 2T를 입히고 있다. 쑥쑥 크는구나.
그저 건강하고 씩씩하면 됐지.
내가 단호해져야 한다.

덧글

  • 나녹 2019/02/12 03:48 # 답글

    그 된장찌게 저도 한입 먹어보고 싶... 저희도 곧 떼를 부릴 시기라 긴장하고 있습니다. 얼마전에 쇼핑몰 바닥에 쫙 깔고 우는 애 보니까 좀 무섭더라고요.
  • Semilla 2019/02/12 12:00 #

    평범한 된장찌개인데요.
    아직까지는 다행스럽게도 밖에서 심하게 떼를 부린 적은 없는데 저희도 무섭네요... 굳건하세요!
  • 꿈이길 2019/02/13 01:18 # 답글

    잘 먹는 아기들 넘 예뻐요. 저희 도톨이는 새로운 것을 보면 yucky 라는 말부터 꺼내서 ㅡㅡ;;;
  • Semilla 2019/02/13 03:16 #

    앗...! 저희집 아들내미는 물어보면 무조건 no no라고 대답해요. 실제로 원하든 원하지 않든...
댓글 입력 영역
* 비로그인 덧글의 IP 전체보기를 설정한 이글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