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빨로 승부하기 아들내미

여행 다녀오면서 아들내미는
나한테 아주 더 껌딱지가 되어 들러붙어서
심지어 밥 먹을 때조차 내 무릎에 앉아서 먹으려 든다.
한편, 여행 동안 아빠와의 친밀도도 올라간 덕분에
아빠도 더 자주 찾는다.

...이는 곧 우리 둘이 다 있을 땐 둘 다 자기 눈에 보이는 곳에 있어야 하며,
한 사람하고만 있을 땐 다른 사람을 찾는 횟수가 늘었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장보러 마트에 나가면
전에는 종종 찢어져서 한꺼번에 여러 곳에서 필요한 물건을 구하곤 했다면 이제는 무조건 셋이 같이 다녀야 한다는 것. 엄마가 사라져도, 아빠가 사라져도 아들내미의 알람이 울린다.

여행 갔다온 다음 날, 도서관 스토리 타임에 처음으로 남편과 같이 갔는데, 자기편이 둘이나 있어서 자신감이 넘친 것인지 책 나눠주는 시간에 아들내미가 성큼성큼 앞으로 나가서 받앋아오더라. 전에 딱 한 번 그러고 그 뒤로 다시 나한테서 떨어지지 않으려 해서 실망했는데. 그냥 아는 사람이 많이 필요했던 걸까.

아무튼, 다시 일상 생활로 돌아와 평일 아침과 낮에 혼자 애를 보자니 너무나 힘들고 손목도 다시 아파와서
간만에 다시 온라인 쇼핑을 좀 했다.




미니 트램펄린. 이건 육아 단톡방에서 아들내미보다 몇 개월 큰 형아들이 잘 뛰어논다길래 샀는데, 아직 아들내미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남편과 내가 들어서 점프를 시뮬레이트 해주고, 음악을 틀고 손이나 발로 바운스를 넣어주고, 심지어 유튜브에서 다른 또래 애들이 뛰어노는 영상을 보여줬지만 다 소용 없었다. 우리가 인위적으로 해주지 않으면 자기는 벌러덩 눕거나 엎드리거나 의자인마냥 앉는다.
뭐, 차차 익숙해지겠지.

그 다음엔 블루투스 스피커가 달린, 노래방 분위기를 내는 마이크. 이것도 단톡방 엄마들의 추천템이었는데, 사실 아들내미 때문이라기보단 내 유흥을 위해 산 거였지만 의외로 아들내미에게 반응이 좋았다. 오늘 아침도, 서럽게 울면서 하루를 시작하던 아들내미가 울음을 그치게 만들었다. 마이크에 대고 말을 하게 유도하는 효과도 있다.

그 외에, 간단한 트랜스포머 구조대 세트도 사줬다. 사물을 조작하는 걸 좋아하니까. 일단은 헬리콥터로 변신하는 걸 제일 좋아한다. 아무래도 프로펠러가 있으니까. 원래 마트에 가서 카트에 앉히면 오래 가지 않아 내려달라는데 심바 컬러링 북이랑 트랜스포머 한 대 쥐어주니까 거의 내내 버텼다.

한편, 월마트의 아기 코너에서 운전대 모양의 장난감이 있었는데, 원래 6개월부터의 아기용이라 우린 사줄 생각이 없었지만 자기가 보고는 완전히 빠져들어서 결국 사줬다. 노래도 나오고 이것저것 움직이는 부분도 많고 뭐 애의 주의를 나한테서 돌릴 수만 있다면 나야 땡큐지.

한편, 육아랑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여행에서 돌아오던 날, 이미존에서 마침 바이타믹스를 세일하길래 저가형 모델을 백오십불에 샀다. 아마 이뉴식할 때 샀으면 만드는 데 쓰는 등 좀 더 육아템에 가까웠겠지만 지금은 그냥 나를 위한 주방템이다. 소간과 닭간을 구워 갈아 파테를 만들었다. 그리고 저탄수 재료로 대체해 초코 아이스크림도 만들었다. 요즘 해일로 탑이 초심을 잃었는지 맛이 없어졌고, 다른 추천 브랜드는 우리 동네엔 안 팔고 캔자스시티에 있는 특정 가게에서만 파는데, 이젠 굳이 살 필요가 없이 직접 만들면 된다. 이제 수프도 스무디도 만들어야지. 신난다.


아들내미는 쑥쑥 크고 있다.
부엌에 아들내미 사이즈의 플라스틱 탁자와 의자 세트가 있는데, 의자의 경우 너무 가벼워서 그냥 앉으면 뒤로 밀린다. 처음엔 내가 뒤를 잡아주곤 했지만, 내가 못 보면 못 잡아주는 건데. 요즘 보니까 자기도 그 문제를 인지하고 의자에 무릎부터 올려서 체중을 실어서 의자를 고정한 다음 다리를 내려서 앉더라. 내 아들이지만 똑똑한데! 이건 좀 감탄했다.

각 동물의 울음소리도 그냥 그림이나 실제 동물을 보면 말할 뿐 따로 외우게 시키지 않았는데, 이젠 물어보면 개, 고양이, 사자, 오리 정도는 제대로 (영어로) 대답한다.

그리고 얼마 전에는 나랑 같이 폰으로 고양이 사진 보다가 ‘귀여워’ 비슷한 소리를 했다. 정말로 의도한 것이라면 우리 아들내미의 첫 한국어는 ‘귀여워’가 되는 셈이다...;;; 하기사 내가 맨날 자기보고 귀엽다 귀엽다 하는데...

여전히 옹알이가 주지만 수다를 많이 떤다. 아까는 내가 화장실에서 볼일 보고 있는 동안 아빠한테 혼나는 소리가 들리더니 울면사 나한테 찾아와서 ‘마마, 다다 어쩌구저쩌구~’ 해서 꼭 ‘엄마, 아빠가 나한테 이랬어요~’하고 이르는 것 같았다. 나중에 남편이 말하길 요리하는 중에 방해를 했다고.

No라고 말만 해도 운다. 이건 좀 고쳐야 될 것 같긴 한데, 그냥 우리 둘 다 단호해지는 수밖에 없겠지. 내가 너무 물러서 탈이다.

얼른 말이 쌍방으로 통했으면 좋겠다. 자기가 원하는 게 아니라고 신경질 내는 대신 말로 뚜렷하게 자기 의사를 표현하는 날이... 오겠지. 조만간.


덧글

  • 2019/03/07 10:29 # 답글

    바이타믹스가 저 가격이라니 정말 득템하셨네요! 와
  • Semilla 2019/03/08 14:19 #

    감사합니다! 뽕을 뽑으려고 매일 아이스크림이나 스무디 만들어먹네요...
  • 아기이름 2019/03/07 19:33 # 삭제 답글

    아우 귀여워
  • Semilla 2019/03/08 14:19 #

    감사합니다!
  • 2019/03/07 22:29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Semilla 2019/03/08 14:20 #

    그렇군요...! 앞으로가 또 기대되면서도 아직 한참 멀었네요... 경험담 감사합니다!
댓글 입력 영역
* 비로그인 덧글의 IP 전체보기를 설정한 이글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