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클라호마행 취소 생활

오늘은 미국의 독립기념일이라 쉰다. 남편이 금요일도 휴가를 내서 삼박사일로 오클라호마에 다녀오려고 했다. 지금은 노스캐롤라이나로 이사한 BJ가 네 돌 된 딸 데리고 지금 오클라호마시티에 있는 친정을 방문 중이고, 딸 아들 남매를 키우는 J 언니도 거기 살고, 몇 년 전에 캔자스시티 코믹콘에 참여하면서 우리 집에 묵었던 DT와 SB2 역시 거기 살기 때문에, 모처럼 볼까 하고. J 언니네 집에서 묵기로 하고, 다른 친구들은 토요일쯤 볼까 했는데.

그런데 집에 문제가 생겼다. 식기세척기의 물이 새는 것이다. 며칠 전부터 지하실에서 퀴퀴한 냄새가 나긴 했다. 처음엔 아들내미가 먹다 남긴 바나나가 쓰레기통 안에서 썩어서 나나 했다. 그러다 어제, 남편의 컴퓨터 책상 쪽 바닥이 축축한 것을 발견했다. 아들내미의 가제 수건도 하나 떨어져 있었는데, 곰팡이가 피었더라. 아들내미가 물컵이라도 쏟았나 생각하고 수건은 버리고 카펫에는 선풍기를 밤새 틀었다.

어젯밤에 자기 전에 식기세척기를 돌렸다. 그리고 오늘 아침. 한창 짐도 싸고, 태블릿에 아들내미 보여줄 영화도 저장하고 차 안에서 아들내미 앞에 달 수 있게 (드디어 카2도 샀다) 케이스에 스트랩도 달고 여행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지하실 상태를 확인한 남편이, 선풍기가 전혀 소용이 없었다더니, 아무래도 물컵 따위가 아니라 그쪽 벽 전체가 젖었다며, 여행은 취소해야겠다고 하더라.

떠나기 전에 발견한 건 다행이지만 속이 참 쓰리다. 친구들과 그 자녀들 볼 생각에 들떴었는데.

처음엔 그 물이 비인가, 부엌 싱크인가, 식기세척기인가를 놓고 고민했다. 남편과 이런저런 정황을 따져보고 식기세척기라는 결론을 내렸다. 남편은 시아버지한테도 전화해 조언을 구했다. 그래서 지금은 식기세척기를 뜯어내고 있다. 부디 고칠 수 있기를.

결국 예년처럼 저녁 때 H가족의 파티에 가기로 했다. 아들내미 일찍 재워서 불꽃놀이는 여전히 못 보겠지만.

아들내미는 아빠가 집에 있어서 신나서 아빠한테 달려들었는데, 남편은 너무 스트레스를 받은 상태라 그만 크게 소리를 질렀다. 아들내미가 울고, 남편도 울고, 나는 둘을 껴안고 남편 등을 토닥토닥. 이런 날도 있는 거지 뭐.

그래서 지금 내 주 임무는 남편이 식기세척기 뜯으며 상황을 파악하는 동안 아들내미를 탱킹하는 것이다. 책도 읽어주고 태블릿으로 영화도 보여주고.

휴일이라 도서관이나 네이처센터도 문을 닫았고, 밖은 비 와서 뒷뜰이나 공원도 못 간다.

흑흑. 오클라호마시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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