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조각사 감상

나 혼자만 레벨업과
템빨에 이어서
레딧에서 자주 거론되는 달빛조각사를 봤다.

제목만 보고는 뭔가 낭만적이고 서정적인 내용일 것 같았는데... 개뿔.

편수가 많다 싶었는데 무려 58권. 그리고 꽤 오래 연재해온 물건인 듯. 마침 며칠 전에 완결 났는데, 참 이상하게 끝나서 어리둥절했다. 나만 그런 게 아니었는지, 결국 마지막을 다시 썼더라. 이건 무슨 코미디인지.

옛날에 라그나로크 온라인을 플레이하면서, 대장장이 클래스가 상인의 2차직업으로 나오면서 나는 내 이름 박힌 다마 뽑는 걸 꿈으로 여겼다. 그런데 상인도, 대장장이도, 렙업하기 너무 힘들더라. 스킬의 상당 부분이 제작 위주다 보니까 전투에서 영 힘을 못 써서. 그렇다고 라이트 플레이어인 내가 무슨 길드에 들어가 쩔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한동안 열심히 퀘스트로 경험치 쌓았는데, 그것도 한계가 있었고.

나중에 와우를 하니까, 아예 전투 클래스랑 생산용 보조 직업이 따로 나뉘어서 훨씬 나았다. 그때 난 주캐로 보석 세공하면서 다녔다. 웬만한 보조 직업은 다 섭렵하면서 꾸준히 올렸고, 호드로서 업적을 위해 장비 다 벗고 아이언포지 동굴 속 연못에서 낚시하다 죽고, 스톰윈드에서도 낚시하다 아마 조나단한테 죽었던 기억이 난다. 음식도 꾸준히 만들었는데, 제법 팔렸다. 실생활에서도 호더 기질이 있는 나인지라, 잡템에 집착하고 부지런히 잡기술을 올리는 위드를 보면서 대리 만족이 많이 됐다.

VR기술이 아무리 발달해도 이런 소설에 나오는 정도의 게임은 구현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공각기동대도, 매트릭스도 다 허구일 수밖에 없는 게, 뇌는 경험에 따라 변하는 물건이니까. 지금은 특정 신호가 특정 반응을 유도한다 해도, 그게 계속 반복되면 뇌가 변할 테니까. 아니, 그 전에 개인차 또한 넘어서지 못할 장벽이고.

어쨌거나, 그래도 상상하는 것은 즐거우니까. 아예 배경이 판타지인 것과는 또 다른 맛이 있으니까.

국뽕 같은 건 훨씬 은근하고 덜해서 템빨보다 보기 편했지만, 그래도 좀 스케일이 말이 안 되는 게 많아서 깼다. 그리고 주인공이 아닌 사람들의 반응이 너무 천편일률적인 것도. 세상의 무궁무진한 변수를 99퍼센트 솎아내고 1%를 현미경으로 확대해 보여주는 식이랄까.
근데 뭐 원래 소설이란 게 그렇지. 그걸 매끄럽게 표현하느냐 아니냐가 문제고.

여기도 여캐 취급이 좀 씁쓸했다. 근데 주인공의 가치관이 그런 거라서 그러려니 하면 뭐 어쩔 수 없이 넘어가진다.

뭐 이러니저러니 아쉬운 건 많았어도
읽으면서 즐거웠다. 많이 웃고 많이 신났다. 그럼 된 거지.

클래식 와우 나온다고 캔자스시티에서 길드 모집하고 그러던데. 하지만 이젠 옛날처럼 게임 못 해.

아들내미가 크면 같이 마인크래프트 하면 된다. 그 날을 기다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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