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없이 굴린다 아들내미



시아버지가 목공예가 취미셔서 저런 웨건도 만들어오시고



이런 바퀴 목마(?-irish mail이라고, 앞바퀴를 발로 조종해 방향을 제어하고, 손잡이를 앞으로 밀었다 당기면 뒷바퀴가 움직여 앞으로 나아가는 장난감)도 만들어 오셨다.

내가 한동안 일홍수에 잠겨서 허우적대고 있었는데, 고맙게도 시부모님이 아들내미를 열심히 놀려 주셨다. 밖에 나가서 저 웨건에 태우고 이리저리 끌어주거나, 저 목마 타는 거 연습시키거나 하면서. 저 목마는 아직 아들내미 다리가 조금 짧아서 능숙하게 방향전환이 안 된다. 하지만 손잡이를 움직여 앞으로 나아가는 원리는 조금 터득한 것 같다.

집안에서도 할아버지 할머니가 놀아주시니까 애가 깔깔거리며 웃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덕분에 전에는 2~3시에 낮잠 자던 녀석이 이젠 1~2시에 낮잠을 자고, 밤에도 금방 곯아떨어진다.

내가 (못 잔 잠 보충하느라) 침대 아님 (작업하는 공간인) 지하실에 틀어박혀 있다가 나오면 마마! 외치며 달려와 내 다리를 껴안으며 무척 반가워하더라. 조금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평소에 이 정도로 무리하는 일정의 일감은 안 받는데, 이번엔 좀 특별한 사정이 있었다. 나는 원래 호구고. 어쨌거나 이제 끝내서 홀가분하다. 데이케어 시작 전까진 쉬엄쉬엄 해야지.

시부모님이 말을 자꾸 거셔서 그런지, 말도 더 는다. What is that? I want mama! 등 세 단어 문장도 간혹 말한다. 거기다 더 귀여운 것은, what does the dog say? Woof! What does the cat say? Meow! 하는 식으로 여러 동물의 소리를 묻다가 what does mama say? 혹은 What does dada say? 하면 love you를 자기 나름대로 줄인 브유~라고 대답하는 것이다. 아직 I love you는 한 단어씩 끊어서 우리가 말하면 따라하는 정도지만, 그래도 장족의 발전이다.

여전히 동영상 보고 싶어해서 나만 보면 cars, bus, song 그러지만, 시부모님이 계실 때는 시부모님이 놀아주셔서 동영상 보는 시간이 훨씬 줄었다. 아예 하나도 안 보고 지나가는 날도 많으니.

요즘은 눈 코 입 손 발 무릎 등 신체 부위를 가리키며 말하기도 하는데, 전에 맨가슴 내놔도 젖 안 찾는 것 보고 내가 느슨해졌더니, 이젠 내 가슴을 가리키며 boob이라고 한다. 옷으로 가렸을 때도.

우리는 애정의 표시로 뽀뽀를 많이 하는데, 얘는 뽀뽀로 답하지 않고 머리로 쿵 찧기를 좋아한다. 덕분에 우리와 마찬가지로 시아버지 역시 안경이 자주 찌그러지게 되었다. 시어머니는 알아서 잘 피하신다.

요즘은 얼굴을 깨물기도 한다. 엊그제는 내 턱 옆을 물었고 오늘은 남편 볼을 물려고 했다. 어우 좀비처럼 왜 그러니. 것도 진짜 아프게 문다. 정말 뜯어먹을 것처럼.

냥이들한테는 여전히 손짓이 거칠어서 냥이들은 여전히 도망다닌다. 밤에 일하고 있으면 이나라가 내 무릎에 찰싹 달라붙고, 낮에 자고 있으면 케일리가 육중한 몸으로 내 배 위에 앉아 같이 자곤 한다. 아들내미 태어나기 전에는 상전이었던 냥이들인데... 이제는 이렇게 아들내미를 피해서 내게 애정을 구한다. 언젠가 아들내미와 꼭 친해지기를.

시부모님 오시고 첫 이틀은 할머니인 나나를 주로 찾았는데, 그 뒤로는 할아버지도 파파라고 부르며 거의 같은 비율로 찾는다. 시아버지는 여전히 호칭으로 grandfather를 원하시지만 아들내미가 그 말을 발음할 수 있는 날은 오려면 아직 한참 멀었다.

아무튼, 매일 매일 네 어른이 작당하고 아들내미 열심히 굴려서 체력을 빼놓아 잘 자고 잘 먹고 잘 싸게 만들고 있다. 그러다 보니 애가 커가는 게 눈에 보인다. 약간 오싹할 정도로.



어제 무한 새우 먹으러 교회 친구들과 레드랍스타에 갔는데, 이젠 제법 크레용으로 낙서도 하고 빵도 자기가 들고 먹는다. 우유도 다 마셨다!

아기 티가 어느새 사라지고 완연히 어린이가 되어가는 아들내미. 일요일에 교회에서도 이젠 자기가 먼저 널서리 가자고 계단으로 우릴 잡아끌고, 들어가면 우리는 가거나 말거나 장난감 갖고 놀기 바쁘다. 지지난 주에는 내가 데리러 가도 본체만체 하며 계속 놀길래, 내가 파파한테 가자고 꼬시니까 그제서야 일어나서는 쪼르르 달려나가더라.

이제 삼 주쯤 뒤면 데이케어도 시작하는데. 잘 적응할 수 있기를.



덧글

  • 밥과술 2019/07/31 14:36 # 답글

    데이케어가 시작하면 부모도 불안하지만 일단 1차 해방이겠네요. 쑥쑥 커가는 모습이 보기좋습니다.

    http://semilla.egloos.com/2212973
    "크기는 한 앱은 할라뻬뇨, 다른 앱은 복숭아랜다. 그냥 월넛이 입에 익어서 계속 월넛으로 부르고 있다."

    할라뻬뇨, 호두만 하던 아이가 세상에 나와 이렇게 클동안 나는 뭘했나 생각하니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됩니다.
  • Semilla 2019/07/31 14:50 #

    안 그래도 요즘 들어 부쩍 “얘가 내 뱃속에서 나왔다고?”하는 생각이 자꾸 들어요. 저때는 참 설레고 두근거렸는데, 지금 보니 아직 여유가 넘치던 시절이었네요. 지금은... 생활이 치열해졌어요.
  • 보리 2019/07/31 20:17 # 답글

    와... 놀아주시는 할머니 할아버지라니 부럽습니다 ㅠ 저희 부모님은 잘 놀아주시지만 멀리계시고 짝궁네 부모님은 와서 애를 보기만 하고 가세요; 절대 힘든거 안한다는 주의리서.. ㅠㅠㅠㅠ 짝궁부모님 오시면 외려 일이 더 많아져서 스트레스고 외식하면 자기먹느라 바빠서 저는 밥을 제대로 먹은적이 없네요 ..그리고 3주쯤 후에 온다는.... ㅠㅠㅠ
  • Semilla 2019/07/31 21:58 #

    아... 작년이었나 재작년이었나, 같은 레스토랑에 시부모님과 함께 외식하러 갔는데 남편이 손이 많이 가는 게다리 주문해서 속으로 무척 화났던 게 생각나요. 저도 게다리 먹고 싶었지만 애 보면서 먹을 자신 없어서 안 시켰던 건데... 지금은 애도 손이 덜 가서 외식이 한결 편해졌어요. 보리 님도 화이팅입니다!
  • 나녹 2019/07/31 22:31 # 답글

    이야 수제 탈것들 멋지네요. 데이케어 가면 말이 훨씬 더 늘 거예요. 친구들 이름도 금방 기억하고 ㅎ
  • Semilla 2019/08/03 02:21 #

    잘 적응했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다른 애들 보면 어는데 친구도 사귀면 좋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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