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뜰에 모닥불 생활

뒷뜰은 이 집에 처음 이사왔을 땐 매년 봄에 텃밭을 일구어 토마토니 고추니 심곤 했지만
임신하면서 그만두고 나는 거의 나가보지 않았는데

아들내미가 자라면서 자주 나가 놀게 되면서
남편이 모닥불을 놓자고 했다.

그간 모아놓은 나뭇가지가 뒷뜰 한 구석에 쌓여있는데, 그걸 태워서 처리하고 싶고, 뒷뜰에서 우리가 함께 시간을 보내기에도 좋으니까. 이미 야외용 의자도 샀고 말이지.

가장 간단한 건 시판 화로를 사서 피우는 거지만 집값도 올릴 겸 제대로 하기 위해 이리저리 브레인스토밍을 하고, 시에서 불 피우는 거에 대한 규제는 뭐가 있나 홈페이지 들어가 확인도 하고, 소방서에 들러서 알아둘 게 있나 문의도 했다.

시부모님이 오시면서 시아버지가 삽을 드셨다.

우선 모닥불을 놓을 자리를 정하고, 둥글게 원을 그린 다음, 그 자리의 흙을 파고, 양철 고리를 사서 놓고, 경작기로 주변 풀을 갈아엎으셨다(집에 있던 유선 경작기 쓰시다가 시원찮아서 홈디포에서 더 큰 걸 대여했다).



그담엔 홈디포에서 경계석이랑 조경용 벽돌을 사왔다. 이 날은 시부모님 밴을 가져가서 유리창도 네 개 싣고 벽돌도 실어오느라 힘 좀 썼다.




검은 천으로 흙바닥을 덮고 경계석을 놓은 다음, 그 위에 뿌릴 자갈을 사러 메나즈에 세 번 갔다왔다. 반 큐빅 피트짜리 자루 하나가 약 23킬로가 나가는데, 그걸 처음엔 10개, 그담엔 14개, 그담엔 18개 해서 총 42개 사서 나랑 시아버지랑 열심히 앞마당에서 뒷뜰로 동산을 오르며 날랐다. 간만의 육체 노동이었다. 시아버지가 나보고 trooper라고 칭찬하셔서 기분 좋았다.



이건 자갈 자루 24개 깔았을 때. river pebble로 40자루 사서 모닥불 주변에 깔고, 2자루는 river rock으로 사서 모닥불 자리 안에 깔았다.



완성하고 나서 비가 또 많이 와서 한동안 가운데에 물이 고였다. 그래서 개시를 못 하다가 금요일에야 드디어 불을 붙였다.




아들내미는 자갈을 밟는 것도 좋아했고, 아빠와 할아버지를 따라 나뭇가지를 주워다 불에 던져넣는 것도 좋아했다. 아주 신나서 자갈 위에서 마구 발을 굴렀고, 나뭇가지를 주우러 신나게 뛰어다녔고, 나뭇가지가 안 보이니까 낙엽도 줍기 시작하더라. 후후후... 이렇게 체력을 소진시키는 거다. 이날 밤은 두말할 것도 없이 아주 푹 잤다.

재료값은 약 사백 불 들었다. 시아버지께는 감사의 인사로 어제 레드윙 매장에 모시고 가서 작업화 한 켤레 사드렸다.

아들내미에게 맛보여주려고 마시멜로도 사고 쇠꼬치도 샀다. 우리는 소시지를 구워먹어야지. 쥐포를 구워도 좋겠다.




덧글

  • 나녹 2019/08/12 10:41 # 답글

    사진 기다렸습니다. 프로의 솜씨네요 ㄷㄷ
  • Semilla 2019/08/13 02:32 #

    헤헷 감사합니다!
  • 허수룩맹 2019/08/16 14:07 # 삭제 답글

    와 너무 멋져요. 이렇게 간단해 보이는 모닥불자리도 엄청난 노동과 재료가 드는군요. 그래도 완성된 모습 보니까 정말 좋아보이네요. 이런데 주변에 둘러앉아 소시지나 꼬치 구워먹고 싶어요. 가족들이랑 많이 즐기시길 바랍니다. 지금 아파트 살고 있는데 아주 조그매도 좋으니 정원이 있는 주택에서 살고 싶어요. ㅠㅠ
  • Semilla 2019/08/16 22:58 #

    감사합니다. 보기엔 간단한데 노가다가 많이 들어갔네요. 허수룩맹님도 좋은 정원이 있는 주택 찾으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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