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아들내미

시부모님도 가시고, jury duty도 끝나고, 다시 내가 아들내미의 주양육자가 되었다. 아들내미는 그동안 나랑 별로 시간을 못 보낸 게 불안했는지 더 나에게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한다. 밥 먹을 때도 자기 의자에 안 앉고 내 무릎에서 먹으려고 하고.

화요일엔 집 근처 네이처 센터에 가서 동물들 좀 구경하다가 근처에 있는 놀이터에 갔다. 마침 그때 다른 여자아이와 그 아이의 aunt도 놀이터에 도착했다. 그 아이는 그네를 탔고, 우리 아들내미는 미끄럼틀에 관심을 보이다가 결국 그네 쪽으로 다가갔다. 아무래도 다른 아이에게 관심은 있는데 표현을 못 하는 듯.

여자아이의 aunt와 얘기를 나눠보니, 여자아이는 시월에 만 3살이 된다고 했다. 조잘조잘 말도 잘하고 노래도 잘 부르더라. 우리 아들도 몇 달만 기다리면 저렇게 될까? 아무튼, 아들내미는 그네에 관심을 보이는 것 같았지만 정작 내가 태워주려고 하면 무섭다면서 도리질을 했다. 결국 그네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바닥에 깔린 mulch를 발로 이리저리 움직이기만 하더라.

그러다 여자아이가 그네에서 내려서 미끄럼틀로 가니까 자기도 따라갔다. 작은 미끄럼틀이 두 개가 나란히 있는 부분에서 여자아이랑 같이 나란히 앉길래 내가 밀어주니까 처음엔 무서워했지만 내려가면서는 좋아했다. 그렇게 미끄럼 몇 번 타다가 여자애가 미끄럼틀을 거꾸로 오르니까 자기도 따라하는데, 놀랍게도 성공했다!

여자애는 이내 구조물의 다른 부분으로 가서 놀다가 사다리 같은 부분에서 바를 잡고 오르기 시작했는데, 아들내미도 그걸 따라하더라. 전에도 그런 걸 오르려고 하기는 했지만 한두 단께 오르고는 무섭다고 내려가기 마련이어서 기대하지 않았는데, 덩치는 자기랑 비슷한 다른 아이가 눈앞에서 하는 걸 본 게 자극이 됐는지 끝까지 가더라. 나는 조마조마해서 애가 떨어지면 받으려고 잔뜩 긴장해서 지켜봤다. 심지어 한 손에는 라이트닝 맥퀸 장난감 자동차를 쥔 채로!

그 뒤로도 두어 번 정도 그렇게 사다리를 올라서, 나는 조금 안심하고 폰으로 찍어줬다.



어느새 이렇게 큰 걸까. 매우 뿌듯했다.

수요일은 처음으로! 내가 아들내미를 데이케어에 데려가고 약 두 시간 반의 자유를 누릴 수 있었다. 아들내미로서는 다섯 번째 가는 날이었지만 그동안 jury duty 때문에 아빠가 혹은 KG 아저씨가 데려가고 데려와서.

일단 차 문을 열고 아들내미의 가방에 기저귀를 넣고 있는데, 그새 아들내미가 스스로 자기 카시트에 올라가 앉았다! 그동안 항상 안아서 자리에 앉혀줬는데. 그리고 안전벨트도 여태 가슴 부분만 채우게 해줬는데, 이번에는 아래 버클도 내 도움 조금 보태서 자기가 채웠다. 정말 쑥쑥 크는구나.

데이케어에 도착했다. 아들내미의 방까지 가면서 라이트닝 맥퀸 배낭을 두 개나 봤다. 하나는 같은 반 아이의 것이었다. 역시 카의 인기가 대단하구나. 교실에 들어가니 아들내미는  나를 꼭 끌어안고 놓아주지 않으려 했다. 남편이 드롭오프할 때도 마찬가지였다고 했었다. 결국 교사가 아이의 주의를 끄는 틈을 타 잽싸게 나왔다. 울음을 터트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모른 척 나갔다.

그나저나 이 날 아침. 옷장 서랍을 열고 아이 입힐 옷을 고르는데 녀석이 라이온킹의 심바가 그려져 있는 잠옷 웃도리를 집었다. 잠옷인 거야 뭐 크게 상관 안 하지만 애가 쑥쑥 자라다 보니 이 옷이 작아지는 게 눈에 보였다. 아무래도 이걸 대체할 다른 옷이 필요할 것 같아서 원래는 이 자유 시간에 일을 할 생각이었지만 대신 thrift store에 가서 아이 옷을 잔뜩 샀다. 일단은 데이케어에서 가까운 구세군 스토어. 기왕이면 라이온킹 프린트가 있는 옷을 구하고 싶었는데 없었다. 대신 라이트닝 맥퀸 옷은 좀 보여서 상태 괜찮은 것으로 골랐다. 그리고 앞으로 올 겨울을 위해 지금보다 조금 큰 사이즈의 긴팔 옷을 골랐다. 바지도 살까 했는데 남자애들이 험하게 놀아서 그런지 특히 무릎 쪽이 구멍나고 해지고 그런 게 많아서 웃도리 위주로 샀다. 일단 바지는 애 허리 때문에 지금도 고무줄 허리로 된 걸로 12개월 18개월짜리를 입히고 있는지라 그 때 되면 어느 사이즈를 입혀야 할지 모르겠기도 하고.

그렇게 웃도리를 잔뜩 산 다음, 우리 동네 남쪽에 있는 굿윌에 갔다. 여기선 상태 좋은 두껍고 고무줄 허리인 바지가 제법 있길래 바지도 샀다. 그렇게 우리 아들 겨울 옷을 하나에 1~3불 주고 잔뜩 샀다. 이렇게 싸게 사니까 막 입히기 편하지.

그렇게 잠깐 쇼핑을 하고 집에 와서 일 조금 하다가 시간이 되어 아이를 데리러 갔다. 끝나기 한 오 분 전쯤 도착했는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창문으로 들여다 보니 아들내미도 얌전하게 서 있었다.

목요일에는 도서관에서 하는 토들러 스토리 타임에 데려갔다. 아들내미가 워낙 아침 일찍부터 나가자고 보채서 아홉 시 반 것으로 갔는데, 처음에는 역시나 아들내미가 나가겠다고 떼를 쓰고, 유리 문도 자기가 밀고 열 정도로 힘이 세어져서, 다른 사람들에게 방해가 되느니 그냥 하고픈 대로 해주자는 생각에 나갔다. 그런데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다른 사람들은 다 토들러 스토리 타임 하러 들어갔고, 넓은 도서관의 애들 공간에 아들내미 혼자 덜렁 있게 되었다. 그래선지 몰라도, 아들내미는 조금 놀다가 자기가 스스로 스토리 타임 하는 방에 들어가더라. 놀랐다.

가서 자리에 앉아 스토리 얌전히 듣고, 노래 율동 하는 시간엔 스스로 일어나서 빙글 돌라고 할 때 돌고. 원숭이 퍼펫이 종이 도형 나눠줄 때 스스로 달려 나가서 받아오고, 다시 모을 때 가서 자기 것 반납하고. 예전과는 달리 정말로 참여를 하더라. 아무래도 데이케어에 다닌 효과인 것 같다.

도서관에서 나온 다음에는 펫샵에 갔다. 새, 햄스터, 친칠라, 퍼렛, 토끼 등을 보다 나왔다. 차 문을 열고 아들내미에게 카시트에 직접 오르라고 시켰더니, 아들내미는 아주 장난끼 가득한 얼굴을 하고는... 차에 올라서는 앞자리로 넘어가 운전석에 앉더라.



저 득의양양한 얼굴 좀 봐. 저럴 땐 정말 시아버지를, 따라서 남편을, 닮았구나 실감한다. 의기소침한 나를 닮는 것보다야 훨씬 낫지 뭐.

금요일인 오늘은 공원에서 모이는 날이었다. 다운타운 나쪽에 있는, 놀이터가 있는 공원에 애들도 학부모도 모여서 같이 담소 나누라는. 우린 좀 일찍 도착했는데, 조금 있다가 아들내미 또래의 다른 남자애와 그 아빠가 와서 혹시 부엉이반이냐 묻더라. 그렇다고 하고 통성명했다. 오늘도 아들내미는 혼자서는 소심했지만, 다른 아이가 놀이기구를 타거나 오르며 노는 것을 보고서야 자기도 시도했다. 커다란 비눗방울도 만들고. 내가 워낙 사교성이 없어서 다른 학부모들과 대화는 거의 앖었지만, 아들내미는 좀 놀릴 수 있었다.


말은 이제 I did it!이라거나 I want more 등의 문장을 말하기도 한다. 그리고 내가 책을 읽어줄 때 간단한 내용이면 영어로 한 문장 읽어주고 바로 한국어로 같은 내용을 말해주고 그림에 나와있는 동물이나 사물 이름을 영어로 한 번, 한국어로 한 번 말해주는데, 전에는 영어만 따라하던 녀석이 이젠 한국어도 곧잘 따라 말한다. 요즘 계속 타요를 한국어로 틀어준 게 주효했나?

아직 자음이 많은 건 발음이 힘들어서 소방차를 fire ruck이라고 발음한다. 이젠 길 가다가 지나가는 차를 보면 트럭, 버스는 구분한다. 문득, 언젠가 버스를 타게 되면 굉장히 신나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전히 툭하면 scared라고 하는데, 딱히 무섭다기보다는 싫다는 뜻으로 쓰는 것 같다. 물론 무서울 때도 쓰고. 뭘 달라고 할 때 처음인데도 more라고 하는 것처럼.

요즘은 크레파스나 dry erase 펜으로 낙서도 곧잘 한다. 보라색 크레파스를 들고 나에게 와서 화이트, 화이트 그러길래 무슨 뜻인가 고심하다 스케치북 하얀 페이지로 넘겨달란 뜻인 걸 알고 새 페이지를 주니 열심히 긋더라. 네이처 센터에서도 백판에 낙서하고 놀았다.




한동안 맥앤치즈를 잘 먹더니 물렸는지 이제는 안 먹는다. 짜파게티는 잘 먹고 있다. 어제는 하루종일 사과 반쪽 외엔 거의 안 먹더니 오늘은 이것저것 끝없이 먹더라. 여전히 바나나우유를 제일 좋아한다.

오늘 공원에서 놀면서 옷이 더러워져서 집에 와서 갈아입혔는데, 처음에 꺼낸 셔츠는 작아서 못 입겠더라. 월요일이 노동절이라 삼일 주말인데, 이참에 아들내미 옷도 또 한 차례 솎아내야겠다.


요즘 또 제왕절개한 수술 자리가 아파와서 둘째는 포기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남편 퇴근하고 그 얘기하다가 갑자기 막 눈물이 나왔다. 아직도 수술 생각하면 무섭다. 둘째를 가지고 싶은 생각도 있지만 그렇다고 두려움이 가시는 건 아니다. 어휴. 뭐 일단 지금은 더 큰 집으로 이사하는 것만 생각하자.

덧글

  • 보리 2019/08/31 17:41 # 답글

    운전석에서 뒤 돌아보면사 씨익 웃는게 정말 큰 아이 같아요! 의기양양하고 스스로 뿌듯해하는 얼굴이 참 보기 좋으네요 ㅎㅎ 저희집애는 아직도 애기짓해요 으허허하 좋으면서도 귀찮으면서도 쪼금 좋은 느낌이알까요...;
  • Semilla 2019/09/01 11:20 #

    맞아요 좋으면서도 귀찮으면서도...! 요즘 전 얘가 정말 내 뱃속에서 나왔나 싶을 정도로 애가 쑥쑥 커서 새삼스럽게 깜짝 깜짝 놀라고 있어요. 애기짓 많이 많이 즐기세요!
  • 2019/09/05 08:11 # 답글

    말은 너무 걱정 안하셔도 될거 같아요. 한국어와 영어로 동시에 말하고 한국어로 어린이집 가고 영어로 프리스쿨가고... 뭐 말할 떄 되니까 다 하는데, 애들 성격따라 다르지만 저희 큰애는 지금... 맨날 좀 조용히 하라는 소리 듣고 살아요. 2년전만 해도 자기 말을 못하고 남들말 따라하기만 해서 걱정했는데, 이젠 좀 그만... ㅋ
  • Semilla 2019/09/07 10:53 #

    사실 저희집 아이는 지금도 혼자 재잘재잘 말 많아요. 다만 그게 어른으로서는 못 알아듣는 말이라 그렇지요... 공포의 무한 why? 시리즈 같은 건 무섭긴 하지만 그래도 빨리 소통에 진전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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