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는 아들내미가 치대고 밤에는 냥이들이 치댄다 아들내미

아들내미는 주중에 가끔 아빠를 찾을 때가 있긴 하지만
대체로 나를 더 찾는다. 나를 꼭 끌어안고, 내 머리카락 만지고, 내 어깨 토닥이고, 밥 먹을 땐 자꾸 내 무릎에 앉아서 먹으려고 하고, 자기 먹으라고 준 음식을 자꾸 내 입에 넣으려고 한다. 아빠가 있는 주말 아침엔 난 늦잠을 자고 이빠가 애 깨면 기저귀 갈아주고 옷 입혀주고 아침 챙겨주는데, 내가 일어나면 매우 반가워한다. 환호성을 지르며 안겨오거나, 아직 침대에 있으면 내 품으로 올라타거나.

내가 뭐라고 이렇게 날 좋아하나 싶다. 딱히 살가운 엄마도 아닌데. 나라면 재밌게 놀아주는 아빠를 더 좋아하겠구만.

아무튼 아들내미는 자기 하고 싶은 거 못하게 하면 울고불고 난리를 치는데, 그래도 꿋꿋하게 버티거나 다른 것으로 주의를 돌리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방긋 웃는다. 가끔은 소름이 끼칠 정도다. 오늘 아침에는 밖에 나가는데 뭣 때문에였는지 마구 울고불고 떼를 써서, 모자를 씌워줬더니 급 해맑게 hat! 이러더라.

전에 사과를 주면 그리 잘 먹지는 않았는데, 요새 애플이라고 말하면서 달라고 하고, 여덟 조각으로 잘라서 껍질도 깐 건 싫다고 하고 그냥 물에 씻어서 닦은 통사과를 달라고 해서 한 입 베어문다. 게다가 사과 퓨레 파우치도 먹는다. 갑자기 왜 이러나 싶었는데, 데이케어에서 이메일이 왔다. 그동안 A is for Apple이라고 사과 위주로 뭘 많이 했던 모양이다.

목요일에 도서관의 스토리타임에서도 전보다 많이 얌전하게 있었다. 결국에는 다시 문으로 가서 내보내달라고 울고불고 했지만...

토요일에는 올해 처음으로 파머스 마켓에 갔는데, 꽃 파는 스탠드에서 꽃을 하나 아들내미에게 주더라. 아들내미가 제법 오래 들고 다녔다.



모처럼의 파머스마켓 나들이라 큰맘먹고 뼈 붙은 염소고기를 샀다. 오늘 크록팟으로 토마토소스랑 각종 향신료 넣고 로스트 해먹었는데 맛이 끝내줬다. 교회 장로님네 스탠드에서 닭도 샀다. 주중에 백숙 해먹으려고.

개를 데리고 온 사람들이 많있는데, 아들내미는 그렇게 크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대신 차에는 여전히 관심이 크다. 요즘은 신호등에도 관심을 보여서 차 탄 동안에 그린 라잇 레드 라잇 고 웨잇 등의 단어를 자주 말한다.



파머스마켓 다음에는 동네 코믹콘에 갔는데, 아빠의 코믹스 용 백 오브 홀딩을 굳이 자기가 들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하기사 나랑 마트 가면 장바구니도 자기가 들겠다고 끙끙거린다.

가서 아들내미는 달러빈에서 진흙으로 완전히 덮인 라이트닝 맥퀸 장난감을 건졌다.

오후에는 낮잠 재우기 전에 에너지 방출하라고 놀이터에 데려갔는데, 한 대여섯 살쯤 되었을까 싶은 여자애랑 둘이 서로 쫓고 쫓기면서 신나게 놀더라. 그 애 엄마랑 우린 매우 흐뭇하게 지켜봤다. 덕분에 집에 돌아와서 낮잠은 잘 잤다.

낮잠이든 밤잠이든 재우기 전에 흔들의자에 앉아서 책을 읽어주는데, 요즘은 Berenstain Bears 책을 제일 좋아한다. 우리 집에는 남편이 어린 시절에 읽었던 얇은 책이 여러 권 있어서, 아들내미가 대충 뽑아오는 걸로 읽어준다. 주인공 가족은 남매가 있는 곰 일가 네 식구로, 등장 인물이 다 곰이다. 나이 차이가 조금 있는 남매 사이에서 생기는 갈등이나 학교 생활, 손톱 물어뜯는 버릇, 친구와의 관계 등 있을 법한 줄거리를 간단하게 잘 풀어서 꽤 마음에 든다.

언젠가 육아 관련 레딧에서였던가, 이 시리즈가 기독교 버전으로 새로 나왔다는 글을 보았다. 원래 쓰던 작가 부부의 아들이 맡았다던가. 원래 이 집안은 유태인이라 기독교도 아닌데, 기독교인들이 하도 부탁해서 쓰기 시작했다던가. 아무튼, 우리야 옛날 버전만 있으니까 신경 안 썼는데, 언젠가 쇼핑 나갔다가 아들내미가 두꺼운 하드커버 이야기 모음집을 발견하고는 꼭 사달라고 떼를 써서 결국 샀다. 근데 그게 그 새오 나온 기독교 버전이었다.

처음에 난 신경을 안 썼는데, 요즘에 아들내미가 부쩍 그걸 읽어달라고 할 때가 많다. 그리고 나는... 이 기독교 버전이 너무 싫다. 처음엔 여느 이야기처럼 잘 시작하다가... 갑자기 성경에서는 어쩌고저쩌고 하면서 기승전성경으로 뜬금없이 결론이 나. 전혀 자연스럽지도 않고 순 억지스러워. 꼭 우리 친정/시부모님 보는 것 같아 답답해.

남편과 이 이야길 하면서 결국 은근슬쩍 이 책이 아들내미 눈에 보이지 않게 숨기자고 했다. 그렇지 않아도 시부모님 오시면서 I Dissent나 You Be You! 같은 PC한 어린이책들을 숨겼는데. 우린 참...

아무튼. 주말에 이리저리 돌아다닌 덕분에 아들내미는 잘 놀고 잘 잤고, 나는 밤이 되어 컴퓨터 앞에 앉아 작업을 하니... 냥이들이 와서 치댄다.

사실 둘 다 똑같다. 화장실에 있으면 문 슬쩍 열고 들어와 치대고. 책상 앞에 앉아있으면 무릎에 올라와 치대고. 가끔 침 흘리며 내 손이나 얼굴이나 옷에 묻히는 것까지!

주중에 아들내미 데이케어 간 동안에 냥이들이 부엌에 읹아있는 모습을 보고 평소에 아들내미 무서워 숨는데 없다고 나왔구나 싶어 짠하더라. 아들내미가 있을 땐 주로 지하실이나 우리 방에 숨는다.

아들내미는 냥이들을 매우 좋아한다. 다만 손길이 거칠어서 문제다. 꼬리를 잡아당기고 귀를 접고 목을 조르고 아예 깔고 앉으려고도 하니. 그래도 요즘은 케일리가 가끔 잡혀주는 것 같다. 이나라는 여전히 재빠르게 도망 다니지만.

아들내미는 요즘 타요에서 다시 수리노을 동영상으로 갈아탔다. 오히려 타요 볼 때보다 더 집중해서 본다. 그새 그집에 둘째가 태어났더라. 아악 부러워.


언젠가 냥이들이 아들내미에게 먼저 다가오는 날이 있기를. 이나라가 아들내미 무릎에서 골골대는 모습을 볼 수 있기를.

덧글

  • 2019/09/14 00:30 # 답글

    Berenstain Bears는 정말 시리즈가 많아 좋더라구요. 그래도 읽어주는대로 읽는 아이라니 착하네요ㅠㅠㅠㅠ
  • Semilla 2019/09/15 02:38 #

    아니요 자기가 읽고 싶은 책만 읽겠다고 고집 피워요! 읽어주는 입장에선 새로운 책도 읽어주고 싶은데 맨날 똑같은 책 도돌이...
    곰 시리즈 옛날 건 정말 좋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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