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무 물렀다 아들내미

시부모님이 오시면서
아들내미가 떼를 쓰고 편식하는 것에 내가 물렀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그동안 나는 아이가 먹고 싶은 것 달라는 대로 줬고, 하고 싶다는 것은 웬만하면 하게 했다. 밖에 나가서도 웬만하면 사달라는 것 사줬고.

일단 no라고 하면 울고불고 떼를 쓰는 게 싫어서 그런 것도 있고, 내가 일 때문에 바쁘니까 신경 못 써줘서 달래느라 그런 것도 았고, 혹은 그렇게 신경 못 써주는 것 때문에 미안해서 그런 것도 있고.

뭐 아무튼 그래서 아들내미는 쿠키와 구미 따위를 고기와 야채보다 더 찾는 그런 아이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자기 뜻대로 안 되면 마구 소리 지르거나 바닥에 드러눕거나 하면서 시위하거나 얼굴을 마구 일그러뜨리고 울거나 했다.



눈물 콧물 흘리며 저래 운다.

그런데 시부모님이 오셔서 아들내미가 저래도 꿈쩍 안 하시니까 얘도 조금 울다가 안 통하는 걸 알면 금세 그치더라. 그걸 보고 난 그 영악함에 혀를 내두르게 되었다. 그리고 시부모님의 본을 받아 좀 더 강하게 나가기 시작했다.

애가 암만 간식을 달라 해도 제 식사를 어느 정도 먹지 않았으면 주지 않고
밖에서 암만 안아달라 떼를 써도 걷게 했다.

그렇게 며칠 하니까 밥 먹는 건 놀라울 정도로 변해서 이젠 제법 잘 먹는다.
그동안 맨날 안 먹으려고 하고 자꾸 내 무릎에 올라앉으려 하고 그래서 골치였는데 할머니 할아버지가 엄하게 꾸중하시니까 처음엔 빽 울었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얌전해졌다.
군것질거리도 이젠 하루에 한 번만 주는 것으로 정했다.



이젠 거의 반항 안 하고 제 자리에 앉아서 먹는다. 다 먹으면 내려가서 놀고.

시부모님이 안 오셨으면 계속 내가 무르게 행동했을 텐데, 시부모님 방식에 완전히 동의하지는 않지만 아무튼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한편. 시부모님이나 아빠가 엄하게 대하면 나를 곧장 찾는 것을 보니
내가 무르다는 걸 알아서 그러는 건가 하는 마음도.

말은 이제 다음절 단어도 어느 정도 발음한다. 공룡의 다이노소어는 다인 소어. 소방차의 파이어트럭은 파이어 럭. 이런 식으로 중간을 좀 빼먹고 발음한다.

무언가를 분리한다는 뜻으로 apart라고 하는 대신 apark라고 발음한다. 주로 오리오를 쪼개달라고 할 때 말한다. 오리오를 그냥은 안 먹고 꼭 크림 부분 쪼개서 한 쪽씩 먹는다. 남편이 그랬다더라.





시어머니가 포도를 사서 씻어서 식탁 위에 놓으셨는데, 얘가 그걸 잘 먹더라. 의외였다. 얼마 전에 데이케어에서 간식으로 나온 걸 아는데, 역시 그래서일까.

시부모님이 아이오와 가시기 전에 얘가 please는 잘 말하지만 thank you는 잘 말하지 않아서 그걸 집중 공략했었는데, 이제는 kyou는 거의 매번 말하고, 가끔 thank you rimuch도 말한다. 너무 귀엽다.

아 참. 나는 mama, 남편은 dada라고 부르는데, 요즘 들어 부쩍 mom, dad라고 부르는 빈도가 늘었다. 여전히 끝에 ‘아’ 붙여 부르는 게 압도적으로 많지만, 슬슬 맘/댇으로 넘어가지 않을까.

여전히 툭하면 scared라며 싫다고 하고, 뭘 물어보면 설령 본심은 yes라도 무조건 no!하고 본다.

요즘 케일리는 아들내미한테서 도망다니는 걸 포기했는지 거의 매일 한두번씩은 잡혀준다.



그렇다고 즐기지는 않는다. 아들내미 손길이 아직 거치니까...
이나라는 여전히 아들내미가 가까이 다가오면 하악질부터 하고 재빨리 내뺀다.

아무튼, 시부모님도 이제 떠나실 날이 이주도 안 남았다. 그사이에 내가 마음을 굳게 먹고 아들내미에게 휘둘리지 않도록 체계를 잘 잡아야겠다.



배트맨 80주년 기념으로 찰칵. 프라임 포토 보니까 재작년 오늘에도 아들내미한테 배트맨 옷을 입혔더라.


덧글

  • 나녹 2019/09/23 03:26 # 답글

    초반 내용과 언어얘기에 공감하며 내리다가 고양이 표정에 뜬금 터졌네요ㅋㅋ
  • Semilla 2019/09/24 16:02 #

    눈에 많은 것이 담겨있지요?
  • 라비안로즈 2019/09/23 14:40 # 답글

    저도 고양이 표정에 터졌습니다. 저희집은 어릴때부터 엄하게 했는지라 바깥에 나가면 말 잘 들어요. 대신 외사촌이 문제...네요. 동생은 너무 무르게 키웠다고 속상해 합니다만... 동생의 마음도 블로그 주인분의 마음도 다 이해를 합니다.
  • Semilla 2019/09/24 16:05 #

    말씀 감사합니다...
  • 2019/09/23 15:41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9/09/24 16:07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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