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세 식구 생활 아들내미

목요일 아침에 시부모님이 가셨다. 아들내미는 천진난만하게 바이하며 손 흔들었다. 그 뒤로 종종 나나와 파파를 찾았다.

시부모님 와계신 동안 나는 늦잠을 즐기고 아들내미가 깨면 시부모님이 기저귀 갈고 옷 입히고 아침을 먹여주셨다. 아침은 주로 시리얼. 잡곡 치리오를 우유에 말아 먹여주셨다. 중간에 다른 치리오를 시도했더니 그건 안 먹더라.

내가 미국에 처음 유학 왔을 때 기숙사에서 이웃들끼리 친해져보자고 모여서 서로 소개하는 시간에 favorite cereal도 얘기하라고 했던 게 참 인상적이었다. 막상 나는 뭐라고 답했는지 기억도 안 난다. 독일 살 때 뮈슬리 먹던 것 빼고는 시리얼을 좋아한 적이 없어서. 아무튼, 나중에 아들내미가 그런 질문을 받는 날이 오면 현재로서는 Multigrain Cheerios가 답이 되겠군.

얼른 긴팔 옷을 입히고 싶은데 날씨가 계속 여름이라 조바심 났는데,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졌건만 아들내미는 답답하다고 자기가 소매나 바짓단 걷거나 아예 입힐 때 반팔 (그것도 라이트닝 맥퀸이나 라이온킹 그려진 걸로) 입겠다고 고집부린다.

말은 많이 늘어서 어느 날 아침은 have a good day라고 해서 놀랐다. 뭘 달라고 하면서 주기도 전에 thank you를 남발하는 게, 마치 please의 강화판으로 아는 것 같다. 자기가 넘어지고서도 sorry하는 걸 보면 조금 애처로운 마음도 든다.

자기에게서 도망가는 케일리를 쫓으면서는 I’ll play with you라고도 하더라. 그런데 아직 with의 의미를 정확하게는 모르는지 come with me라고는 안 하고 come, me라고 한다.
뭘 물어보면 항상 no!라고 대답했는데, 이젠 sure!라고도 대답한다.

지난 토요일엔 아는 집 돌잔치에 갔는데, 돌잡이에서 남편이 마우스 잡는다고 맞힌 사람들 중에 뽑혀서 스타벅스 기카를 받았고, 모든 사람들 표를 한데 모아서 뽑았더니 내가 당첨되어서 나는 다른 사람에게 주라고 사양했다. 아기 아빠가 우리보고 이 자리에서 가장 운 좋은 커플이라고 했다. 아들내미는 기카가 들어있던 작은 선물 봉지를 가지고 잘 놀았다. 돌잔치가 인상적이었던지 그 뒤로도 며칠 동안 차에 타면 party 타령을 했다.

외식하면 아들내미에게 닭가슴살에 튀김옷 묻혀 튀긴 치킨 텐더를 종종 시켜주곤 하는데, 별로 성공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 (어느 레스토랑의 파티룸에서 한) 돌잔치에 나온 치킨 텐더는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잘 먹더라. 시부모님 가시기 전날에도 우리는 치팅하는 걸로 하고 캔자스시티 쪽에 있는 한인 치킨집에 갔는데, 아들내미에게 메뉴명은 팝콘치킨이지만 크기가 치킨 너겟은 되고 튀김옷의 형태는 치킨 텐더에 가까운 걸 시켜줬더니 그것도 참 잘 먹더라. 입맛이 변했거나 아주 맛있는 것만 먹거나...

된장찌개는 여전히 실패하지 않는 메뉴이지만 시부모님 와계신 동안에는 한 번만 만들었다. 대신 소분하여 얼려서 가끔씩 준다.

화요일에는 오전에 잠깐 토피카 동물원에 갔는데, zoo보다는 shoe에 가까운 발음으로 동물원을 말하며 가기도 전부터 신나 하더라.



전날 모기지 상담하러 은행에 갔다가(자기 15년 커리어에서 부부의 크레딧 점수가 똑같은 걸 보는 건 우리가 처음이라더라) 이 동물원 간다고 말하니까 여기서 상어도 만지게 해준다고 했는데, 우리가 갔을 땐 작은 상어들이 물 속에서 꼼짝을 안 해 만지는 데엔 실패했다. 가오리 한 마리만 관심을 보이며 손에 닿을락말락 가까이 오더라.



금요일엔 데이케어에서 마을 외곽의 호박밭 방문이 있었다. 우리 집에서 십 분 거리였는데, 주차장이 꽉 차서 그 옆 풀밭에 차를 대고 아들내미를 카시트에서 내려주니 조금 걷다가 안아달라 했다. 풀이 듬성듬성 나 있고 약간 진흙밭이라 기꺼이 안아들고 입구로 가니까 마침 헤이라이드 두 대가 있었고, 아들내미와 같은 반인 다른 한국인 엄마와 딸을 보고 옆자리에 앉았는데, 그때서야 아들내미 신발이 하나 없는 걸 발견했다.

헤이라이드에서 내리고 온 길을 되짚어 차로 갔지만 보이지 않았다. 혹시 오는 길에 아들내미가 슈 슈 거리던 게 동물원(zoo)이 아니라 신발이 한 짝 없다는 shoe라는 뜻이었나? 그럼 집에 한짝 떨구고 온 건가? 아무튼 신 한짝 없이 진흙밭에서 놀 순 없으니 집에 가서 다른 신발 신겨오려고 내가 차에 아들내미를 태우고 있으니 아들 반 교사 한 명이 다가와서 인사하길래 사정을 설명하고 집에 갔다. 집에는 그 신발이 없었다. 차 근처 풀밭을 더 찾아볼걸 그랬다는 후회를 하며 옛날에 사둔, 9 사이즈 운동화를 신겼다. 지금 8 사이즈를 신는데, 다른 건 다 샌들/슬리퍼라. 다행히 아들내미는 자기가 좋아하는, 움직이면 불 들어오는 라이트닝 맥퀸 신발이 아닌 그냥 펴ㅇ범한 운동화인데도 투정 부리지 않았다. 지금 워낙 저 맥퀸 신발을 좋아해서, 나중에 그 신발 작아졌을 때 다음 신발로 어찌 바꾸나, 괜히 일찍 사놨다 후회하고 있던 참이었는데 기우였는지도 모르겠다 생각하며 다시 호박밭으로 갔다. 가서 헤이라이드 타니 호박밭 한가운데 내려줘서 조금 돌아다니다 아들내미가 하얀 호박을 하나 골랐다.



다시 헤이라이드를 타고 입구 쪽으로 돌아갔는데, 다른 한인 엄마에게서 딸애가 보채서 일찍 집에 간다는 카톡이 왔다. 날씨 좋은 날 다시 만나자고 아쉽게 인사하고 우린 농장에 딸린 놀이터로 갔다. 한 삼십분쯤 놀다가 날이 추워 아들내미에게 집에 가자 꼬셨다. 차를 향해 가는데 아들네 반 교사가 멀리서 다른 교사가 아이 신발 찾았는데 이미 집에 갔다고, 월요일에 가져온다고 외쳐주었다. 나는 고맙다고 인사하고 우리 차를 찾아갔다. 집에 도착해서 아들내미를 보니 흙 묻은 호박을 먹으려고 하고 있어서 기겁했다.

토요일엔 남편 회사에서 르네상스 페스티벌 표도 주고 식품교환권도 줘서 가려고 했는데, 주차장까지 갔지만 비도 오고 날도 춥고 아들내미가 요즘 기침해서 결국 포기했다. 표는 다음 주에도 쓸 수 있으니까.

대신 야외 쇼핑몰에 가서 쇼핑 조금 하다 왔다.



파이브가이스 가서 베이컨치즈버거 시켜줬는데 이젠 야무지게 들고 먹는다. 이렇게 조금씩 사람 구실을 갖춰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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