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이름을 부분이나마 말한다 아들내미

아들내미의 이름은 주로 퍼스트 네임을 부른다. 가끔 미들네임으로 한 한글 이름을 부를 때도 있다. 일단 부르면 자기 부르는 건 안다. 하지만 그게 자기 이름이란 걸 아는지는 알 수 없었는데.

가끔 프라임 포토에서 일, 이 년 전 사진을 보고 아들내미에게 보여주면서 who’s that?하는데, 자기 이름의 세 음절 중 앞 음절을 빼고 말하고, 베이비를 붙였다. 자기가 아기일 때 사진이란 걸 아는 듯. 이 외에도 자기 이름을 그렇게 앞 음절 떼고 말하는 일이 종종 있다.

그나저나 아들내미 이름은 미국에선 그리 흔하지 않고, 그나마 이 스펠링에선 우리가 쓰는 발음과는 다른 발음이 더 많이 쓰이는데, 우린 꿋꿋이 우리가 원하는 발음으로 불러주고 있다. 이 이름의 여자 버전은 훨씬 흔한데, 이 또한 나중에 크면 또래 아이들에게 놀림감이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다.

실제로, 일요일 저녁 때 우리 집 뒷뜰에 모닥불 피우고 그릴에 소세지와 브랏부어스트 구워 친구들과 모였는데, 그때 온 애들 중 가장 어린 (만으로 4세던가 5세던가) 꼬마 아가씨가 우리 아들을 여자이름 버전으로 부르더라. 전에도 그렇게 부르는 거 본 적 있었고. 아들아 미안하다.

몇 주 전에 아들이 다니는 데이케어에서 사진을 찍었고, 그 사진사가 가족 사진 미니 세션을 한다 하여 우리도 예약을 해서 지지난 토요일에 찍었다. 오라고 한 주소를 폰에서 찾으니 구글맵에선 웬 아파트 단지 입구를 보여주길래 예약 확인 이메일에서 전화번호를 찾아 (웹사이트엔 없었다) 전화를 걸으니 구글 보이스 넘버였다. 내 이름을 녹음하고 조금 기다리니 상대가 받았다. 상황을 이야기하니 구글맵이 그렇더라면서 폰으로 다시 핀을 보내준다고 하여 끊었다. 기다리는 동안 (워낙 안 써서 어디다 숨겨놨는지 기억도 안 나는) 아이폰 고유 맵 앱을 찾아서 주소를 입력하니 전에 포켓몬고 처음 시작할 때 종종 방문했던 수목원이더라. 그래서 그리로 갔다. 마침 주차장에서 막 차를 대고 카메라를 꺼내는 사람이 보였다. 저 사람인가 생각했지만 쭈뼛쭈뼛 다가가길 망설이고 어차피 우리가 일찍 도착한 거라 포켓몬고나 좀 할까 했는데 그 사람이 우리를 보고 다가왔다. 데이케어에서 우리 아들 사진 찍은 걸 기억했다고. 아이 이름을 흔한 발음으로 말했더니 데이케어 교사들이 정정해줬다고 하더라.

흔한 발음은 두 음절인데, 우리도 그렇게 불렀으면 아이도 지금쯤 자기 이름을 온전히 말할 수 있었을까? 하지만 우린 지금 쓰는 발음이 좋다.



이 날 날씨도 좋고 바람도 별로 안 불어서 사진 찍기 딱 좋았다. 아들내미가 신나서 뛰어다녔는데, 앞으로 종종 여기 데려가야겠다.

아빠 이름, 엄마 이름도 말해 주면 따라하려고 하기는 하는데, 발음이 불분명하다. 내 이름을 원래의 한국 발음으로 말하면서, 과연 얘는 이걸 제대로 발음하게 될까 궁금해졌다. 지금은 모음만 흉내내고 자음을 싣지 못하고 있는데.


지난 토요일에는 남편 직장 동료 둘과 캔자스시티에 있는 박물관에 갔다. 와 내가 자발적으로 박물관에 가다니. 어렸을 적에 서유럽에서 부모님 휴가 때마다 박물관을 가서 박물관 하면 지겨움, 지루함만 연상되어서 싫어하는 나인데.

역시 아들내미도 싫어했다. 자꾸 go home거렸다. 남편의 동료들은 먼저 둘러보라고 했는데, 어느 순간에는 아들내미가 where uncle go?라고 묻기도 하더라.

의사 표현이 늘긴 늘었다. 하기 싫다는 뜻으로 like it!이라고 하거나 yes의 상황인데도 no!라고 해서 우리가 찰떡같이 알아들어야 하지만. 정말로 좋아하는 걸 하자고 하면 손을 들면서 sure!라고 해서 귀엽다.

날이 추워져서 긴팔을 입히는데, 자긴 답답한지 자꾸 소매랑 바짓단 걷어서 반팔을 만든다. 모자 씌우는 것도 굉장히 싫어한다. 아는 분께 선물받은 목도리가 있어서 둘러주고 싶었는데 워낙 강경하게 거부해서 안타까웠다. 그런데 지난 목요일에 도서관 가는데 날이 추워서 그런지 목도리 해주니까 얌전히 매고 있더라.



슬슬 장갑이랑 부츠도 마련해야 하나 싶다. 간밤에 첫눈이 왔고, 내일이랑 모레는 남편네 회사에서 전 직원에게 재택 근무를 권할까 고려 중이란다. 그렇지 않아도 오늘 아들내미가 콧물이 더 많이 나고 체온도 더 올라간 것 같아 내일 데이케어 쉬어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더라. 내일 할로윈 파티인데 아쉽지만.

모자라도 좀 얌전히 써주면 좋겠는데.

참, 그동안 애 바지는 허리가 고무줄로 된 것만 입혔는데, 단추로 여미는 바지(주로 청바지)도 잘 보니까 안쪽에 고무줄로 되어 있고 단추로 고무줄을 고정해 허리를 조절할 수 있더라. 그래서 전에 사두고 허리가 너무 커서 흘러내려 못 입히던 바지도 다 꺼내보니까 역시 조절이 가능해서 이제 열심히 입히는 중이다.

데이케어에서 같은 반인 다른 한국인 여자아이네도 외삼촌이 결혼한다고 3월 말에 한국 간단다. 우리가 돌아올 때 가는 거라 한국에서 보는 일은 없을 듯.

그러고 보니 우리가 간 박물관에서도 야외촬영하는 웨딩파티가 많았다. 조각품은 야외에 전시했는데, 계단이나 통로에서 사진들 찍느라 우린 이리저리 피해서 돌아서 다녀야 했다. 그 박물관 외관이 웅장하고 멋지긴 했다.



이렇게 커다란 셔틀콕(ㅋㅋㅋㅋ)도 여러 개 있었다.

가을을 즐기기도 전에 너무 금방 추워진 것 같아 아쉽다.
아들내미는 과연 눈을 보면 좋아할까?

덧글

  • 2019/11/04 11:30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9/11/04 11:33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9/11/04 12:54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9/11/04 23:10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9/11/17 00:57 # 답글

    단추여밈 바지는 지금 입히세요. 대소변 가리기시작하면 슬슬 다시 풀온으로 한동안 돌아가실거예요ㅠㅠ 애가 침착하게 잘 준비(?)하고 일을 봐야하는데, 노는데 정신이 팔리기도 하고 의외로 참... 저는 학교유니폼도 풀온으로 바꿨어요.
  • Semilla 2019/11/17 15:01 #

    아... 그걸 생각 못했네요. 감사합니다! 올 겨울에 potty training 했으면 좋겠지만 지금은 그저 요원하기만 한 것 같네요. 아무튼, 앞으로 한동안은 고무줄바지만 사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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