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또 아프다 아들내미

애를 어디 보내기 시작하면 항상 아프다고 많이 듣고 읽었지만
머리로 아무리 안다 해도 막상 닥쳤을 때 그리 도움이 되는 건 없다.
(You can never be fully ready... 뭐 이런 뜻인데 이걸 한국어로는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저번에 아이가 콧물을 계속 흘리는 걸로 시작해 기침을 잔뜩 하고, 의사는 꿀 먹여보란 것 외엔 도움이 안 되고, 남편과 나한테까지 옮아 세식구가 한참 고생하다가 아들내미는 그나마 나아서 다시 쌩쌩해지고 나랑 남편은 아직도 기침하고 있었는데.

어제. 아들내미가 다시 뜨끈해지고 기침하기 시작하더니. 저녁 때 머리 자르러 G 가족의 집 드라이브웨이에 도착하자마자 애가 토했다. 다행히 이런 때를 대비해서 차 안에 키친 타올을 두고 다녀서 남편이 닦아주는 동안 나는 현관에 가서 미안하다고, 오늘은 취소해야겠다고 통보. 이 집에서 얼마 전에 개를 새로 입양해서 아들내미가 잔뜩 기대하고 있었는데 아쉬워라.

오늘도 포켓몬고 커뮤니티 데이 좀 하다 점심으로 외식했는데 아들내미가 토했다. 그래서 원래는 레이드 뛰려고 했는데 취소하고 바로 집으로 갔다. 열심히 꿀 먹이고 pedialyte 마시게 하고 사과 퓨레를 줬다. 애가 배는 고픈데 뭘 넘기질 못하고 기침하면서 토해내니까...

콧물도 계속 나오고. 기침 계속 하고. 몸은 뜨끈뜨끈하고. 거기다 깨어 있는 동안은 반드시 나 아니면 남편이 꼭 안아줘야 한다. 안 그럼 막 울고 칭얼댄다. 자기 전에 열 식히는 데 도움 되라고 샤워하고, 잠옷도 새걸로 꺼내 입혔다. 

조금 자다가 다시 기침하고 깨면서 울길래 마침 찻물 끓이러 윗층 올라갔다가 그냥 애 안고 pedialyte 더 마시게 하고 꼭 끌어안고 흔들의자에 앉아서 흔들거리며 토닥여줬다. 몸은 뜨끈한데 얼굴은 그래도 많이 식은 편이었다. 한참 그렇게 토닥여주다 다시 내려주고 나왔다.

아이가 아프면 대신 아프고 싶다는 말이 실감 나더라. 나랑 남편은 mucinex 먹으면서 많이 좋아졌는데, 이건 12세 이하는 먹이지 말라던가.

저번에는 영어로만 이럴 때 뭘 해야 하나 검색했는데(물 많이 마시게 해라, 꿀 줘라, 가습기 틀어라 정도밖에 안 나왔다), 이번에는 한국어로 검색해보니까 배, 무, 도라지 따위의 즙이나 뭐 그런 걸 먹이라는 게 보여서 혹시나 싶어 다음에 장 보러 나가면 배를 사오려고. 옛날엔 가끔 한국/동양 배를 여기 마트에서도 팔았는데 요즘도 그러려나. 도라지는 못 찾을 것 같고. 무는 냉장고에 있고.

배숙 만드는 레시피 찾아보고, 유튜브 동영상도 보면서, 뭔가 느낌이 이상하더라. 내가 이런 걸 찾아보다니. 정말로 배를 구하면 내가 이걸 만들까? 아마 그때까지도 아들내미 차도가 없다면 아마 하겠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덧글

  • 보리 2019/11/17 23:05 # 답글

    아이가 아프면 진짜 대신 아파주고 싶은 마음이죠 저도 그래요 ㅠ 하지만 그게 안되니 엄마라도 빨리 컨디션 회복해서 도와줘야겠지만요..
    저희집 꼬맹이도 아파서 고생했는데 고기 끓인 육수가 맹물보다 나을 것 같아서 소고기도 한번 돼지도 하고 이번이 닭 끓이고 있어오. 창문 닫고 끓이니까 건조한 실내에 가습기능도 되고 국물에다가 국수도 말아줘보고 우동도 한번 말아보고 밥도 한번 말아보고..덕분에 저랑 짝궁도 끼니걱정을 덜했습니다. 2주일째 갖은 고기 국밥 먹는중이라서요 허허
    아참 혹시 heisse Zitrone 라고 레몬맛나는 가루 따뜻한물에 풀어먹이는 거 있는데 거기다가 꿀 추가해서 먹이니까 감기증상은 많이 잡혔어요. 꿀물이 진짜 도움은 많이 되는 것 같아요.
    아드님 빨리 낫기를 바랄게요!! Semilla님도 몸조리 잘하시구요!
  • Semilla 2019/11/19 13:26 #

    Heiße Zitrone 검색해보니까 selber machen 포스트가 보여서 만들어 마셨더니 목이 많이 나아졌어요. 물론 아들내미는 거부했지만 저랑 남편은요. 지금 요리는 엄두도 못 내고 있는데 보리님 덧글 보니까 저도 얼큰하게 국물 끓이고 싶네요. 감사합니다!
  • 라비안로즈 2019/11/18 13:05 # 답글

    맥시부펜이나 이부프로펜 계열을 먹이세요. 일단 가래 때문에 기침이 나는데 히스타민제도 도움이 되요. 너무 애가 힘들어하면 약 먹이는게 좋아요. 항생제보단 낫겠지..하며 먹이고 평소에 유산균으로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 Semilla 2019/11/19 13:27 #

    이부프로펜 먹이고 있어요. 약은 줄 수 있는 건 다 시간 맞춰 주려고 해요. 다행히 요즘은 약이 도움 되는 걸 아는지 자기가 먼저 달라고 하네요. 조언 감사합니다!
  • 나녹 2019/11/19 22:58 # 답글

    아무래도 몸상태가 안 좋으면 투정이 많아지고 계속 안아달라고 하지요. 잘 달래주고 먹기 편한 죽 종류 자주 주고 밤에 못 자면 약 주고 하는 수밖에 없더라고요. 병원 가봤자 애들은 원래 일년 열두달 중에 열달은 아프니 어쩔 수 없다고-_-
  • Semilla 2019/11/21 15:01 #

    ㅠㅠ 어제 나이로는 어머니빨 친구들 만났더니 다들 겪은 일이라고 위로하더라고요. 버티는 것밖에는 도리가 없죠...
  • 밥과술 2019/11/20 00:58 # 답글

    아이가 아프면 만사가 다 귀찮고 정신이 없지요. 옛날 어른들 말씀에 아이들이 아프고 나을때마다 똑똑해지고 큰다는 이야기를 위안삼았던 기억이 납니다. 빨리 회복되기를 기원합니다.
  • Semilla 2019/11/21 15:02 #

    너무 아파서 뇌 손상만 오지 않으면요...
    지금은 그보다도 버릇 없어지는 게 더 걱정이네요. 아픈 것 때문에 지금 해달라는 대로 다 해주고 있어서...
    아무튼 위로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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