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니까 더 난폭해졌다 아들내미

주말에 열이 있었으나 이젠 다 떨어졌다. 기침과 콧물은 여전하지만. 월요일에 이어 수요일에도 데이케어 안 보냈다.

밖에 나가면 추우니까 건물 안에 들어가 쇼핑을 하곤 하는데, 요즘 그럴 때마다 아들내미 장난감 한 개씩 사오곤 했다. 남편이 그러지 말라고 쓴소리 했다. 나도 이러면 안 된다는 생각은 있는데, 집에서 아들내미한테 하도 시달리니 새로운 장난감으로라도 잠깐 주의를 돌릴 수 있다면 고마운지라.

그러다 오늘 조금 폭발했다. 우리 집은 신혼 때 엄마가 장난감 가게라고 말했을 정도로 피규어가 잔뜩 진열되어 있다. 포장 안 뜯은 게 지하실 벽에 다닥다닥 붙어 있고, 포장 뜯은 것도 비슷한 시리즈 애들끼리 진열되어 있다. 그중엔 아들내미가 좋아하는 트랜스포머도 있고, 핫휠 자동차 모형도 있고, 여러 종류의 배트모빌이나 백투더퓨처 드로리안이나 스타워즈의 슬레이브 원 등도 있다. 자동차와 변신 로봇을 좋아하는 아들내미 눈에는 다 유혹 덩어리란 말이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자기 나이에 맞는 레스큐봇이나 자동차 모형을 가지고 놀던 아들내미가, 아빠의 전시물에 눈길을 주기 시작했다. 결국 핫휠 배트모빌 하나는 남편에게 허락 맡고 뜯어주었고, 시아버지가 만드신 목제 배트모빌 하나도 먼지를 닦아서 갖고 놀라고 주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이지. 눈에 보이면 다른 것도 뜯어달라고, 혹은 자기에게 달라고 요구하는데.

전에 시부모님 와계실 때 같이 쇼핑 나가서 아들내미가 뭐 사달라는 거 남편이 거절하면, 시아버지가 짐짓 “하지만 아빠는 장난감 마음대로 사잖아?” 하는 식으로 비꼬는 말씀을 하셨다. 그때는 별 생각 없었는데, 지금 보니 진짜 좀 그렇다. 우리가 절제를 안 하는데 애한테 절제를 기대할 수 없잖아?

어차피 이사하려면 짐 정리도 해야 하니까, 남편에게 이제 애 눈에 안 보이는 곳으로 치우자고 했다. 내 정신 건강을 위해서라도.
진짜 큰 집으로 이사해 애는 못 들어가는 공간을 따로 두어서 거기에 전시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우리 형편에 그건 무리겠지.

오후에 매년 있는 건강 검진과 백신 접종을 위해 케일리를 동물병원에 데려갔다. 아들내미는 처음엔 안 나가겠다고 반항하다가 (아프지 않을 땐 자기가 먼저 나가자고 떼를 썼는데...) 케일리를 이동장에 넣으니까 막 신나 하더라.



집에 돌아오는 길에 아들내미가 Go Checkers(우리가 자주 장보는 마트 이름)라고 하길래, 케일리 일단 집에 데려다주고 가자고 했다. 알아듣지 못했는지, 집에 가까워지니까 Checkers, Checkers, Checkers라고 반복하며 외치더라. 얼른 드라이브웨이에 차 세워 케일리를 지하실에 풀어주고 다시 나섰다.

체커스에서라고 아들내미가 딱히 말을 잘 듣지도 않았다. 자기가 원하는 곳으로 직접 걸으면 좋을 텐데 내 품에 안겨서는  (엉거주춤 안아서 카트 손잡이 위에 앉힌 자세로 밀고 다녔다) 내가 자기가 원하지 않는 곳으로 가면 마구 화를 내며 that way! That way!이러고. 원래 시리얼은 잡곡 치리오만 사줬는데 마시멜로까지 들어간 형형색색의 Fruit Loops를 고르길래 어쩔 수 없이 카트에 담았다. 트럭 모형도 고르길래 어차피 1.5불 정도밖에 안 하니까, 라고 합리화하며 샀다.

원래는 뭘 살 계획이 없었는데, 전날에 남편이 치킨 누들 수프 주는 게 어떻겠냐고 한 게 기억나 (그리고 화요일 저녁 때 뜨개질 모임에서 내가 끝나고 Sprouts라는 다른 마트 들른다니까 거기서 마침 세일하고 있는 Pacific 브랜드의 곽에 들은 크림 오브 치킨이 맛있다는 추천을 들어서 두 곽 사온 참이었다) 일단 아들내미 먹일 통조림으로 이미 만들어져 있는 거 두 개 사고, 우리가 먹을 수 있는 걸 만들기 위해 닭고기도 따로 샀다. 요즘 아파서 요리도 한동안 못 했는데 이거라도 끓이면 좀 나을까.



화장실에서 내가 큰 일 보고 있으니까 반쯤 먹던 빵은 세면대에 빠트리고 저렇게 레스큐봇(+다이노봇 하나) 진열하면서 놀더라. 얘가 자는 밤에 화장실 사용하면 이나라가 들어와서 치댄다. 이래저래 내 사생활은 못 지킨다.

금요일엔 제발 데이케어 가자.



덧글

  • 라비안로즈 2019/11/21 17:39 # 답글

    애기가 아프면 이래저래 많이 힘들죠. ㅜㅜ 애가 아프다고 칭얼대고 부모의 마음도 뾰족뾰족.
    피규어가 가득한 벽면이라니... 그건 애기가 아니라도 보물창고.. 이지 않을까요 ㅎㅎㅎ
  • Semilla 2019/11/23 03:39 #

    뾰족뾰족 맞아요... ㅠㅠ 부모가 아직 철이 안 들어서 애가 애를 키우려니 힘드네요...
  • 2019/12/07 12:01 # 답글

    아프면 아이도 힘드니까 짜증도 많아지고 , 모두가 너무 힘들어지는거 같아요ㅠㅠ
  • Semilla 2019/12/09 00:27 #

    맞아요... ㅠㅠ 어른이라도 기운 차려야 하는데 같이 아파가지고...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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