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t - 구트, 겉 문화/언어

레딧에서 독어사용자 섭레딧과 멕시코 섭레딧 등을 구독 중이라 영어가 대부분인 피드에 가끔 독일어나 스페인어가 올라온다. 직접 해당 섭레딧에 들어가는 경우는 드물고 (요즘은 너무 바빠서 아예 레딧 읽을 시간도 없어서 언어 불문하고 그냥 피드 제목만 흘끗 보고 넘길 때가 많다) 그렇게 피드에 올라온 것 중에 흥미가 당기면 들어가보는 정도인데, 그렇게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다. 그나마 스페인어는 자주 올라오는데 독어는 한동안 안 보였다.

그러다 이젠 관심이 식은 구독 섭레딧 몇 개를 아예 삭제했더니 독어 포스트가 더 자주 보이게 되었다. 그리고 가끔은 궁금해져서 읽어보게 된다. 영어나 스페인어보단 효율이 많이 떨어지지만 가끔 사전 찾아보면서 대충 뜻 파악은 할 수 있다. 영어 넷체가 독어에도 비슷하게 있는 걸 발견하면 웃기기도 하고.

그러다가 어느 날, 독어 포스트 바로 밑에 영어 포스트가 있었는데, 제목 첫 단어가 Gut였다. 케톤생성식이나 간헐적 단식 관련 섭레딧에서 아마 소화기관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논문이나 기사를 소개했던 듯 싶다. 아무튼.

독어를 읽다가 그 문자열을 보니까 내 내면의 목소리는 그걸 구트라고 읽었다. 그러다 계속 보고 그게 영어니까 겉이어야 했다는 것을 깨달았지.

그러니까, 나한테 activation threshold가 평소에 매우 낮은 독일어지만, 잠깐 독일어를 읽고 있던 context에서
좋은 이라는 뜻의, 독일어로서 사용 빈도가 높은 단어 gut는 내장이라는 뜻의, 영어에선 사용 빈도가 낮은 gut보다 먼저 활성화된다는 얘기다.

머리로는 다음 포스트 제목으로 넘어간 시점에서 영어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를 했을 법도 한데 이랬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물론, 한 번의 의식적인 경험이지 통제된 환경의 실험 결과는 아니지만. 그래도 이렇게 기록해놓는 것이지. 이런 적이 있다 하고.

(한)중일 한문 읽는 데 익숙한 사람이라면 언어에 따라 쓰임새가 다른 한자를 보고 어느 뜻을 떠올렸느냐에 해당되는 경우일까. 서양 사람들이 한자를 멋있다고 생각해 엉뚱한 문신을 새기는 경우에 대해 누가 조화로울 화 자가 중국어(발음 예시를 보니 광동어였던 듯)에선 and라는 뜻이고 평이 뒤에 붙어야 평화라는 뜻인데 달랑 그것만 쓴 걸 성토하니까 일본어에선 화만 써도 말 된다고 누가 댓글에 쓴 걸 본 기억이 난다. 그런 게 제법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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