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나. 가족

엄마가 오셔서 처음엔 잘 지내려나보다 했다.
하하하 그럴 리가.

토요일. 아침에 잠이 덜 깬 표정을 보고 엄마가 와 있는 게 싫은 것이냐 트집을 잡는 것으로 시작해 폭발했다.

어찌어찌 진정시키고 이케아로 갔다. 거기서도 또 잘 구경하다가 갑자기 엄마가 그렇게 싫으냐, 평생 용서 안 할 거냐, 엄마는 널 사랑해서 왔는데 네가 이러면 난 자살하고 싶다, 하는 식으로 또 마구 쏟아내서 그 사람 많은 이케아에서 드라마 찍었다.

내가 당장 비행기표 끊어드릴 테니 바로 한국으로 돌아가시라 했다. 그건 절대 못한다고, 차라리 돌아가는 날짜까지 교회에 있겠다고 하시더라. 우린 그 교회 나왔는데.

아무튼 지금은 다시 진정된 상태지만, 나는 결심했다. 이번에 동생 결혼식 보러 한국에 갔다오고 나면, 정말로 연을 끊자고.

솔직히 동생에게도 별 정 없다. 한국 방문은 그저 건강이 많이 악화되신 친할머니를 다시 한 번 뵙는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


동생이 하나 더 있을 뻔했던 얘기를 들었다. 나는 그 애가 차라리 부럽더라. 나야말로 안 태어나고 그 애가 태어났으면 아들 둘 데리고 오손도손 잘 사셨을 텐데.

아직도 엄마에게 이렇게나 휘둘리는 내가 싫다.

그나마 아프던 게 어느 정도 나은 상태에서 폭발해서 다행이랄까. 아직 골골거릴 때 이랬으면 진짜...


내가 아스퍼거 경향이 있단 얘기를 하면서 그게 자폐증과 비슷한 거라고 설명하자 처음엔 어쩐지 아빠를 보고 자폐아 같다는 생각 했다 하시더니
금세 본인도 아스퍼거 같다고 하실 때 알아챘어야 했는데. 여전히 모든 것이 엄마 중심이고 언제나 엄마만이 피해자인 세상에서 사신다는 걸.
심지어 그 동생이 생길 뻔했던 상황에서 엄마의 전화를 이틀 못 받은 당시 다니던 교회의 목사님 자녀분이 지금도 미혼인 것을 들어 그때 그걸 못 막은 죄로 벌 받아 손주가 없는 거라는 소릴 하는 거 보고 진짜 제대로 미쳤구나 생각했다.
물론 나는 상담치료 받으라고 권했지만 본인을 치료할 수 있는 이는 없다며 거부하신다.

나도 넉살 좋게 그냥 뭐라고 하든 웃고 고개를 끄덕였으면 드라마 안 찍었을 텐데 너무 욱해서 참.


지금까지는 동생 약혼자에 대해 좋은 소리만 하시는데, 그게 과연 얼마나 갈까, 동생이 제 부인 잘 보호할 수 있을까, 뭐 그런 생각도 들었지만, 내가 알 바 아니다.
나는 남편과 결혼하기로 했을 때, 시아버지가 welcome to my dysfunctional family라고 하시며 콩가루 집안인 거 다 밝히셨지만, 우리 부모님은 그러시지 않겠지.

뭐, 동생 약혼자는 나보다는 현명한 사람 같으니까 잘 헤쳐나가겠지. 적당히 거리 유지하면서.


기분 더럽다.



덧글

  • 2019/12/03 22:17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9/12/07 07:15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9/12/04 03:43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9/12/07 07:16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9/12/04 12:59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Semilla 2019/12/07 07:18 #

    반갑습니다. 사실 연 끊는다는 소리는 속으로만 생각하고 겉으로는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들지 않으려 할 것 같아요. 다만 답답함에 미쳐버리는 순간에는 왜 진작에 안 끊어서 이런 고생을 하나 싶은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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