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집 아들내미

잠깐 Pete the Cat으로 외도할 때도 있었지만, 아들내미의 슈퍼윙스에 대한 집착은 여전하다. 밖에 나가서도 툭하면 go home, watch Super Wings? 이러고, 집에서도 슈퍼윙스를 틀지 않은 동안에는 자꾸 Watch Super Wings?하고 묻는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슈퍼윙스 변신피규어를 사줬더니 더 불붙은 게 아닌가 몰라.



혼자서는 아리를 비행기 모드에서 로봇 모드로만 변신시킬줄 알고, 나머지는 다 나나 남편에게 부탁한다.

만화영화에서 하듯이 Jett, transform! Jett speed! 하고 외치면 너무 귀엽고 깜찍하다.

참, 아리의 영어명은 Dizzy인데, 아들내미의 발음은 busy에 가깝다. 도니도 ‘고니’라고 발음해서 처음엔 어리둥절했다. Bello(주주)는 yellow랑 비슷하게 발음하고, Grand Albert(다알지)는 grandma처럼 들린다. Jimbo(코보)는 Jimon으로 들리고. 그나마 제대로 발음하는 게 Jett(호기)랑 재롬(이건 거의 ‘죰’으로 축약되었지만)이다.

참, 신나는 음악과 함께 춤을 추는 에피소드가 나오면 자기도 춤을 추겠다고 덩실덩실 움직인다. 그 순간이 금방 지나가버리면 더 하고 싶다고 졸라서 그 구간을 반복 재생하기도 한다. 요즘은 아예 나보고도 같이 춤추자고 일어나라고 재촉도 한다.



요즘 날씨가 꽤 풀려서 놀이터에 종종 갔는데, 같이 놀이기구에 오르고 미끄럼을 타다 보니 내 몸이 정말 예전 같지 않다는 (out of shape) 걸 느꼈다. 그래서 약간의 위기감을 느끼고 서재에 처박아뒀던 짐볼을 꺼냈다. (침대 밑 서랍에 자주 사용하지 않는 액세서리를 보관하는데, 냥이들이 종종 꺼내놓고 어지른다. 그중에 내 이름이 박힌 태권도 검은띠가 보여서 기분이 더 묘해졌다. 20여 년 전의 나는 정신은 몰라도 신체는 참 건강했는데.)

짐볼을 꺼내니까 아들내미가 신나 하더라. 내가 그 위에 앉으니까 처음엔 내 무릎에 앉아서, 나중에는 내 무릎에 서서, 바운스하는 걸 즐겼다. 밖에 못 나가면 이걸로 에너지를 소모해야겠다.

우리 가족이 또 한 차례 감기인지 뭔지로 아파서 오늘 아침에는 교회 가지 않았다. 다른 사람에게 옮기면 민폐니까. 대신 여유롭게 chaffle로 아침 식사하며 여느 때처럼 슈퍼윙스을 보다가, 어쩐 일로 아들내미가 turn off Super Wings라고 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남편이 잘됐다고 DuckTales를 틀었다. 아들내미는 마구 화를 내며 다시 슈퍼윙스를 틀라고 했지만, 우리는 look! It’s a duck! What does a duck say?(조건 반사처럼 quack이라는 답이 나온다) 하는 식으로 주의를 분산시켰다. 다행히 로봇이며 비행기며 드래곤 등 아들내미가 좋아하는 요소가 제법 있어서 결국 항의는 줄고 아들내미도 진지하게 보기 시작했다. 옛날부터 자기가 어렿을 때 즐겨보던 만화영화를 자식과 같이 보는 게 꿈이었던 남편은 매우 만족했다.

오후에는 캔자스시티로 쇼핑 갔다. 원래는 어제 나갈 생각이었는데 아직 몸이 안 좋아 미루었던 것인데 오늘은 많이 나아져서. 일단 다운타운 근처의 중국식품점에서 두리안 말린 것(개별포장 되어있는데, 곧 있을 쓸데없는 선물 교환파티 선물에 넣을 생각이다)과 소주를 조금 샀다. 막걸리는 바나나맛만 있고 하이트 맥주도 없어서 실망했다. 저번에 갔을 때는 잔뜩 샀더니 술 담당 직원이 신나서 이것저것 덤도 잔뜩 챙겨줬는데.
캔자스시티에 있는, 남편이 종종 가는 술가게가 지점이 총 세 군데인데, 아직 안 가본 지점이 북쪽에 있었다. 그래서 일단 거기 근처에 Tuesday Morning(TJ Maxx나 Ross처럼 이월상품 싸게 파는 곳)이 있나 찾아보고 거기로 먼저 갔다. 가서 나는 쓸데없는 선물 포장에 쓸 기프트백을 보고, 남편은 내가 집중할 수 있도록 아들내미를 데리고 장난감 있는 곳으로 갔는데... 거기서 파란색 라이트닝 맥퀸 봉제인형도 고르고, 불가사리 모양의 장난감을 포함한 bath toy set도 골랐는데(어째서인지 요즘 아들내미는 starfish에 꽂혀서, 애완동물샵에 가서도 일단 햄스터와 토끼 등을 실컷 보고 나면 스타피쉬를 찾더라) 마침 오늘 아침 본 덕테일의 스크루지 맥덕 인형도 있길래 사줬다. (진짜, 거의 외출할 때마다 아들내미 장난감이 는다. 이게 문제라는 건 아는데... 우리 둘 다 수집벽이 있어서... ㅠㅠ 멈출 수가 없다...)

아들내미가 라이트닝 맥퀸보다도 스크루지 인형을 더 갖고 놀고, 쇼핑 중에 때때로 go home, watch Super Wings하던 게 이따금씩 watch DuckTales로 변주되는 것을 보고 남편은 기뻐하며 나와 하이파이브를 날렸다. 나는 질세라 내가 어려서 즐겨보던 만화영화를 검색했고, 거미베어스도 디즈니 플러스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환호했다. 달타냥과 멍멍기사는 아마존 프라임에서 돈 내면 볼 수 있더라. The Bluffers는 의외로 프랑스 것이던데, 현재 스트리밍 옵션은 없는 모양이더라.
한편, 우주선이 나오고 삼각형이 잔뜩 있는 로고가 나오는 만화영화를 열심히 봤던 기억이 있어 일단 80년대 만화영화 목록을 찾아봤는데, 뭐였는지 모르겠다. 언젠가는 Defenders of the Earth도 같이 볼 생각이다. 참, 전에 모았던 My Little Pony 피규어 하나는 아들내미가 부러트려서 슬픈데, 어쨌거나 관심을 보였으니 이것도 조만간 같이 볼 생각이다. 어렸을 때 마리포 무척 보고 싶어했지만, 그때 그거 방영하던 채널이 우리집엔 안 나왔다. ZDF랑 Tele 5만 기억난다. 나는 쉬라를 보고 싶어했는데 그것도 안 나오고 히맨만 나왔지.
아무튼. 이렇게 각자 어린 시절의 욕망을 아들내미의 삶에 투영하려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내 엄마가 내 삶을 마음대로 휘두른 것은 원망하면서 나도 그러려는 거냐 하는 반감도 들지만, 엄마가 억지로 시켰던 것들 중에는 서예나 태권도처럼 내가 좋아했던 것도 있으니까, 일단 다양한 분야에 노출시키는 건 좋은 의도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비록 지금은 그게 만화영화와 언어에 국한되기는 하지만.

아들내미는 자기가 익숙한 것만 보고 먹고 하려는 경향이 있다. 애가 고집부린다고 그것만 들어주는 게 더 나쁜 것 같다. 일단 먹는 건 영양 불균형도 걱정되고 말이지.
요즘 또 아파서 더 어리광을 받아줬는데, 계속 이럴 수는 없는 거잖아.

결국에는 고집 대결로 귀결된다.
하지만 사사건건 다 대립할 수는 없으니까, (have to pick my battles) 옷 입힐 때는 저항을 줄이기 위해 열심히 만화 캐릭터나 자동차나 공룡 프린트가 있는 옷을 산다.

덧글

  • 밥과술 2019/12/31 11:20 # 답글

    새해 주님의 은총이, 부처님의 축원이, 조상님의 보살핌이 두루두루 댁내 충만하길 기원합니다
  • Semilla 2020/01/04 09:33 #

    감사합니다! 밥과술님도 올해 뜻하는 바 모두 이루시고 건강하며 행복하시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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