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7월 12일
운전.
내가 운전 면허를 딴 것은 이번 1월. 대학원 3년차....
고등학교 다닐 때 부모님을 졸라 연습하고 금방 따낸 동생과 비교하면 한참 늦은 셈이다.
운전면허를 따야겠다는 생각은 진작부터 했었다.
하지만 왜인지 모르게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학부 시절 방학 때 집에 와 있던 어느 날,
교회에서 동생이 운전해서 집에 왔는데 우리 둘 다 집 열쇠가 없어서 부모님 오실 때까지 기다리는 중에 몇 블럭 가면 있는 마켓에 가서 뭐 마시고 오자고 했다. 그랬더니 동생은 이 기회에 운전대 잡아보라며 억지로 운전석에 앉혔다.
...갔다 오는 내내 동생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고, 나는 주눅이 들었다.
너 처음 운전할 땐 어땠니?
나? 전봇대 박았어.
..ok, I don't feel so bad any more.
well, it was stick shift.
그랬다, 동생은 처음부터 수동으로 배웠는데 나는 자동이면서 낑낑거린 것이다.
아버지가 수동을 좋아하셔서 우리 집 차는 항상 수동이었다.
게다가 멕시코에선 오토매틱은 잘 팔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어머니가 불편하다고 불평하셔서 바꾼 게 내가 대학생일 때였으니.. 참 아버지 고집도.
바꾸고 나선 편하다고 좋아하셨던 걸로...
아무튼 그래서 우리 가족 중 수동 운전 못하는 건 나뿐이다....
남편이 지금 모는 차도 수동이고,
시어머니도 지난 겨울에 수동으로 연습하기 시작하셨으니...
그러니까 차를 움직이는 것에 대한 거부감은 아니었다.
난 기계치는 아니니까.. (옛날부터 집의 VCR 뜯어서 고치고 했던 몸..)
그럼 왜 운전을 하기를 무서워했느냐...
나는 임기응변 같은 on-line 스킬이 부족하기 때문에.
사실 다른 일에 관심이 없어서라고 변명하지만 (즉, 내가 자기중심적인 인간이란 걸 인정하지만),
난 정말 둔하다.
시야도 좁고, 눈치도 없고, 그저 내가 원하는 것만 인식하고 사는, 아주 편협한 인간이다.
내 이 결함은 특히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도드라지는데
나는 아주 당당하게 내 결함 드러내고
그런만큼 당연하게 남의 결함도 드러내는데 주저하지 않았기에 집단 따돌림을 당하기도 하고
그 당시에 내가 그런 걸 당하고 있다는 것도 인지하지 못했던 적도 있는..
그 정도로 미련한 사람이다.
그런데 운전이란..
결국 차도라는 공간에서 생판 남들과 interact하는 일이다.
그것도 그나마 내가 스킬 찍은 언어로 소통하는게 아니라
내가 익숙치 않아서 배워야 하는 교통 법규, 차 조종술, 뭐 기타 등등..
그동안 내가 인식조차 안 했던 것들을 추가하고 어느 정도 마스터 해야 하는 일인 것이다.
(한 예로... 큰 길에서 우리 집 들어오는 골목에 street sign이 있다는것도 얼마 전에야 알았다. 여기 산 지 2년째인데...)
(가끔 동네를 돌아다니다가도 "저 건물, 원래부터 저기에 있었어?" 하기도 하고.)
아버지가 말씀하신 적이 있는데..
운전할 때는 주변의 다른 운전자들이 뭘 하려고 하는가를 잘 파악해야 한다고.
...말로 소통할 때도 못 알아듣는데 속도 조절과 깜빡이 만으로 어떻게...? (게다가 깜빡이 안 켜는 사람들도 많은데..)
하여튼 그래서 동생이 그렇게 억지로 시킨 방학 때는 더이상 운전 시도를 안 했던 것 같고...
그 다음에도 어느 방학 때 부모님이 연습을 좀 시켜주셨지만 it didn't take.
그 이후로도 매년, 새해가 되면 목표 중 하나는 운전 면허 따기 였지만 의욕이 없었다.
그런데 대학 졸업하고 대학원으로 캔자스에 오니까..
그동안 내 운전사 노릇하던 남자친구 (지금의 남편) 의 부재가..
차+운전면허 의 필요성을 극대화시키더라.
그래서 일단 첫 해에는 permit (옆에 면허 소지자가 있으면 운전연습해도 되는 허가증)을 발급받았다.
하지만 누구 차로 연습하나,
...다음 해에 결혼해서 남편 차가 생겼지만 너무 낡아서 문제였고
출퇴근용으로 마련한 고효율 차는 수동이었다.
Permit의 유효 기간이 1년이라 매해 갱신하면서도 (할 때마다 외국인용 그림 버젼 필기 시험을 봐서 Don't you speak English?하며 의심스러운 눈초릴 받았던..) 그냥 신분증으로밖에 거의 사용치 않았었다.
3번째 permit을 받고 얼마 안 가서 오토매틱 차가 생겼다.
시외할머니의 옛 차로, 시부모님이 미국에 계실 땐 시부모님이 쓰시고, 나머지는 우리가 쓰게 되었다.
시부모님은 겨울에만 오시니까 거의 우리가 쓰게 된 거지만 사실 겨울에 제일 차가 아쉬운데..
뭐 그래도 공짠데 좋지 뭐.
...그래서 그 겨울에 연습 몇 번 하고 실기 시험 한 번에 붙었다.
쓸데 없는데에 대기만성이라니깐.
결국은 대인기피증이 운전에 extend되어서 그걸 극복하는데에 systematic desensitization을 쓰는데 거의 5-6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셈이다. 뭐 그 와중에 전공을 살려서 시각 정보를 처리하는 것에 관해 visual attention 관련 연구에 대해 읽고, 듣고, 옆 lab의 친구와 얘기하고, 그러면서 보통 사람과는 다른 경로로 도로 교통 상황 읽기 기술을 익히기도 한 것도 있고. 막판에 차가 생겼다는게motivation을 올리는데 꽤 주효했고.
운전을 시작하고 나니까 확실히..
인식되는 parameter가 늘었다.
특히 좌회전 하고 싶을 때의 상황...
attention의 경우 아직 전부를 쏟아야 하는 것 같다.
혼자이거나 남편이랑 운전할 땐 괜찮은데
친구가 옆에 앉아서 같이 얘기하면 multitasking을 못하는 거다.
Stop sign을 못 보고 지나치려고 한다거나,
옆 레인에 너무 신경을 쓴 나머지 앞의 차가 브레이크하는 걸 캐치 못한다거나
아직까지 사고는 안 냈지만...
위험할 수 있다.;;
내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게 된 건 좋은데
사실 운전하는 건 귀찮다....
어머니가 왜 그렇게 운전하는 걸 싫어하셨는지 알 것 같다.
그래도 처음 캔자스 시티까지 갔다왔을 때는 뿌듯했다.
수동.. 배워야겠지?
고등학교 다닐 때 부모님을 졸라 연습하고 금방 따낸 동생과 비교하면 한참 늦은 셈이다.
운전면허를 따야겠다는 생각은 진작부터 했었다.
하지만 왜인지 모르게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학부 시절 방학 때 집에 와 있던 어느 날,
교회에서 동생이 운전해서 집에 왔는데 우리 둘 다 집 열쇠가 없어서 부모님 오실 때까지 기다리는 중에 몇 블럭 가면 있는 마켓에 가서 뭐 마시고 오자고 했다. 그랬더니 동생은 이 기회에 운전대 잡아보라며 억지로 운전석에 앉혔다.
...갔다 오는 내내 동생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고, 나는 주눅이 들었다.
너 처음 운전할 땐 어땠니?
나? 전봇대 박았어.
..ok, I don't feel so bad any more.
well, it was stick shift.
그랬다, 동생은 처음부터 수동으로 배웠는데 나는 자동이면서 낑낑거린 것이다.
아버지가 수동을 좋아하셔서 우리 집 차는 항상 수동이었다.
게다가 멕시코에선 오토매틱은 잘 팔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어머니가 불편하다고 불평하셔서 바꾼 게 내가 대학생일 때였으니.. 참 아버지 고집도.
바꾸고 나선 편하다고 좋아하셨던 걸로...
아무튼 그래서 우리 가족 중 수동 운전 못하는 건 나뿐이다....
남편이 지금 모는 차도 수동이고,
시어머니도 지난 겨울에 수동으로 연습하기 시작하셨으니...
그러니까 차를 움직이는 것에 대한 거부감은 아니었다.
난 기계치는 아니니까.. (옛날부터 집의 VCR 뜯어서 고치고 했던 몸..)
그럼 왜 운전을 하기를 무서워했느냐...
나는 임기응변 같은 on-line 스킬이 부족하기 때문에.
사실 다른 일에 관심이 없어서라고 변명하지만 (즉, 내가 자기중심적인 인간이란 걸 인정하지만),
난 정말 둔하다.
시야도 좁고, 눈치도 없고, 그저 내가 원하는 것만 인식하고 사는, 아주 편협한 인간이다.
내 이 결함은 특히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도드라지는데
나는 아주 당당하게 내 결함 드러내고
그런만큼 당연하게 남의 결함도 드러내는데 주저하지 않았기에 집단 따돌림을 당하기도 하고
그 당시에 내가 그런 걸 당하고 있다는 것도 인지하지 못했던 적도 있는..
그 정도로 미련한 사람이다.
그런데 운전이란..
결국 차도라는 공간에서 생판 남들과 interact하는 일이다.
그것도 그나마 내가 스킬 찍은 언어로 소통하는게 아니라
내가 익숙치 않아서 배워야 하는 교통 법규, 차 조종술, 뭐 기타 등등..
그동안 내가 인식조차 안 했던 것들을 추가하고 어느 정도 마스터 해야 하는 일인 것이다.
(한 예로... 큰 길에서 우리 집 들어오는 골목에 street sign이 있다는것도 얼마 전에야 알았다. 여기 산 지 2년째인데...)
(가끔 동네를 돌아다니다가도 "저 건물, 원래부터 저기에 있었어?" 하기도 하고.)
아버지가 말씀하신 적이 있는데..
운전할 때는 주변의 다른 운전자들이 뭘 하려고 하는가를 잘 파악해야 한다고.
...말로 소통할 때도 못 알아듣는데 속도 조절과 깜빡이 만으로 어떻게...? (게다가 깜빡이 안 켜는 사람들도 많은데..)
하여튼 그래서 동생이 그렇게 억지로 시킨 방학 때는 더이상 운전 시도를 안 했던 것 같고...
그 다음에도 어느 방학 때 부모님이 연습을 좀 시켜주셨지만 it didn't take.
그 이후로도 매년, 새해가 되면 목표 중 하나는 운전 면허 따기 였지만 의욕이 없었다.
그런데 대학 졸업하고 대학원으로 캔자스에 오니까..
그동안 내 운전사 노릇하던 남자친구 (지금의 남편) 의 부재가..
차+운전면허 의 필요성을 극대화시키더라.
그래서 일단 첫 해에는 permit (옆에 면허 소지자가 있으면 운전연습해도 되는 허가증)을 발급받았다.
하지만 누구 차로 연습하나,
...다음 해에 결혼해서 남편 차가 생겼지만 너무 낡아서 문제였고
출퇴근용으로 마련한 고효율 차는 수동이었다.
Permit의 유효 기간이 1년이라 매해 갱신하면서도 (할 때마다 외국인용 그림 버젼 필기 시험을 봐서 Don't you speak English?하며 의심스러운 눈초릴 받았던..) 그냥 신분증으로밖에 거의 사용치 않았었다.
3번째 permit을 받고 얼마 안 가서 오토매틱 차가 생겼다.
시외할머니의 옛 차로, 시부모님이 미국에 계실 땐 시부모님이 쓰시고, 나머지는 우리가 쓰게 되었다.
시부모님은 겨울에만 오시니까 거의 우리가 쓰게 된 거지만 사실 겨울에 제일 차가 아쉬운데..
뭐 그래도 공짠데 좋지 뭐.
...그래서 그 겨울에 연습 몇 번 하고 실기 시험 한 번에 붙었다.
쓸데 없는데에 대기만성이라니깐.
결국은 대인기피증이 운전에 extend되어서 그걸 극복하는데에 systematic desensitization을 쓰는데 거의 5-6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셈이다. 뭐 그 와중에 전공을 살려서 시각 정보를 처리하는 것에 관해 visual attention 관련 연구에 대해 읽고, 듣고, 옆 lab의 친구와 얘기하고, 그러면서 보통 사람과는 다른 경로로 도로 교통 상황 읽기 기술을 익히기도 한 것도 있고. 막판에 차가 생겼다는게motivation을 올리는데 꽤 주효했고.
운전을 시작하고 나니까 확실히..
인식되는 parameter가 늘었다.
특히 좌회전 하고 싶을 때의 상황...
attention의 경우 아직 전부를 쏟아야 하는 것 같다.
혼자이거나 남편이랑 운전할 땐 괜찮은데
친구가 옆에 앉아서 같이 얘기하면 multitasking을 못하는 거다.
Stop sign을 못 보고 지나치려고 한다거나,
옆 레인에 너무 신경을 쓴 나머지 앞의 차가 브레이크하는 걸 캐치 못한다거나
아직까지 사고는 안 냈지만...
위험할 수 있다.;;
내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게 된 건 좋은데
사실 운전하는 건 귀찮다....
어머니가 왜 그렇게 운전하는 걸 싫어하셨는지 알 것 같다.
그래도 처음 캔자스 시티까지 갔다왔을 때는 뿌듯했다.
수동.. 배워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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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 2008/07/12 12:30 | 잡담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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