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들과 피자. SF와 CB. by Semilla

우리 프로그램엔, 어느 마음씨 좋으신 분의 주선으로, 매년 투표를 통해 가장 친근한 동료 한 명을 뽑아서 상금 천불을 전달하는 전통이 있다.  주로 친목 모임을 많이 주선하는 친구가 뽑히고, 한 번 뽑힌 사람은 다시 뽑힐 수 없으며, 대체로 사교성이 제일 많은 사람들이 돌아가면서 받는다 (즉, 술도 안 마시고 스포츠에도 관심 없는 나는 받을 일이 없는...).  그리고 받은 사람은, 자길 뽑아준 동료들에게 보답하는 차원에서, 먹을 걸 쏜다.  작년에 뽑힌 친구는 캠퍼스 근처의 샌드위치가게였다.

올해 뽑힌 친구는, 마을 동북쪽에 있는 어느 술집에서 피자와 맥주를 쏘겠다고 했다.  대충 시간이 맞을 것 같아 가겠다고 했다.  옆 연구실의 M군에게 라이드를 부탁해서 같이 갔다.  (어쩐 일인지 공짜음식에 빠지는 일이 없는 C양은 코빼기도 안 보였다.)  약속시간보다 5분 늦게 도착했는데, 대부분 이미 와있더라.
다들 맥주를 시켰는데.. 나는 맥주를 못 마셔서 그냥 물시켰다.  M군은 acquired taste라는데.. 별로 acquire하고 싶지 않아서 말이지. 

피자는 큰 걸로 세 판 시켰다.  All meat하고, 야채 좀 들은거 하고 또 고기 종류 토핑 하나.  대체로 다들 "우린 육실동물이야"하면서 고기 토핑을 선호하는 경향.  나는 원래 할라뻬뇨를 좋아하는데, 나 혼자 좋아한다고 다른 사람들 싫어하는걸 시키긴 좀 그래서 가만 있었는데, 오호라, 저번 회식 때 오징어 튀김을 시켜서 날 놀라게 했던 후배 하나가 할라뻬뇨 얘길 꺼낸다.  해서 추가했다.  이쁜 녀석.

중간에 화장실을 갔는데 세상에, 이렇게 냄새가 고약한 곳은 처음이었다.  ...내 다신 안 오리라.

세 종류를 골고루 한 조각씩 먹으면서, 한참 수다를 떠는데.. 길게 둘러앉은 이상 결국 파티가 둘로 갈리어버려서, 나는 내 쪽 얘기에만 주로 참여.  대체로 가르치는 거에 대한 얘기, 애인/남편의 일 사정, 학회에서 본 특이한 사람들, 우유, 최근 PETA의 Ben&Jerry's에게 저지른 만행, 젖소, 시골에서 자란 얘기, 뭐 이런 식으로 이야기는 흘러흘러... 간만에 재미있게 떠들어봤다.  우리 학교에 와이오밍 출신인 사람들이 최소한 12명 있다는 것도 알았다.  M군은 나중에 자식을 낳으면 이름을 Fire, Court, & Federal로 짓겠다는 농담도 했다 (성이 Marshall이라서....).  내일 텍사스에 있는 학회로 떠나는 O양은, Facebook에 JD (텍사스에 직장 잡은 선배) 만나기까지 앞으로 이틀! 이라고 썼다가 JD가 부인이 오해한다고 바꿔달랬단다.  몰랐다.  JD선배 부인이 그렇게 의부증이 심할 줄은.  전에도 Facebook에 O양이 JD에 대해서 쓴 것 때문에 부인이 O양보고 가정파괴자라고 부르는 쪽지도 보냈다고.;;; 아니..O양은 O양대로 지금 거의 결혼한거나 다름없는 애인이 있고, JD와는 그냥 동료일 뿐인데, 그런 오버가 어딨어.....

대강 어둑해질 무렵 헤어지고, 나는 M군이 집에 데려다줬다.  정말 너무 고맙다니까.  C양이 아니더라도 누가 이 총각을 좀 구제해줬으면.. 하지만 그의 말대로 그는 지금 연애할 상황은 아니다.  (나보다 나이 많은 아저씨인데 이런 말 한국말로 하니 이상하군.)  뭐, 나중에 박사 학위 따고 어딘가에 정착하면 슬슬 짝을 찾을 여유가 생...길까?  Tenure 때문에 5-6년 더 바쁜 건 아닐까?
그렇게 말하면 나도, 아이는 언제 가지느냐 같은 고민을 하게 되는데 말이지...
그러고 보니, 오늘의 주최자도 아이를 낳을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학회 때문에 오늘 못 온 다른 후배도 전부터 자기는 아이를 낳을 생각이 없다고 주장해왔는데.  그러지 말아.. 나는 애 낳을 생각이란 말이야... ....뭐, 남들이 뭘 하건 무슨 상관이겠냐마는, 신경은 쓰이거든.  학위 받고 직장 잡아서 tenure 에 힘써야 하는 시기에 저 친구들은 전력을 쏟아부을 때 나는 육아로 나뉘면... 괜찮아 괜찮아.  딱히 경쟁하는 것도 아닌데 뭐.  설사 경쟁한다 하더라도 괜찮아.  그만큼 나에겐 가족 계획도 중요하니까.

집에 와서 간만에 MSN에 들어가서 대학 때 친구들 SF양과 CB군과 채팅.  SF양에게선 비프 스튜 레시피를 받았고, CB군은 애인 생긴지 3개월째란다.  축하해주면서 어떻게 만났냐, 내가 아는 사람이냐, 물으니 교회 청년부에서 만났고, 동문이긴 하지만 무려 3년 선배라 (그러니까 CB군한텐 4년 선배..; 연상인가봐;;;) 아마 모를 거라고.  이름 들으니 모르는 사람 같다.  룸메이트는 알겠는데.

쩝... 은근히 BJ양이랑 CB군이랑 이어지길 바랬는데.  뭐 지리적으로 떨어져 있는데 뭔 일이 생기겠어.  어쨌거나 잘 됐네... CB군, 행복하길.

SF양은 그새 뱀파이어 헌터 소설을 쓰고 계셨다.  지금 읽고 있는데 꽤 재미있다.  주인공이 너무 어리면서 너무 강한 게 약간 마음에 안 들지만, 설정은 꽤 마음에 든다.  처절하다..고 할까.  우리가 원래 다 freaks 취급받던 친구들이라, 소설도 그렇게 쓰는 걸까...

내일을 위해서 똠얌궁/가이 만들었다.  통조림에 들은 토마토를 써서 약간 불안했는데, 국물 맛 보니 그런대로 괜찮다.  남편이 먹을 수 있게 하려고 매운 건 안 넣었다.  레시피 찾아보니 코코넛 밀크를 넣는 버젼도 있던데.. 다음에 해볼까.  아직 순무도, 씰란뜨로도 많이 남았으니.

Iron Man DVD가 나왔다.  남편은 동네를 돌아다녀봐서, Best Buy에서 파는 버젼이 제일 마음에 든다고 한다.  근데 35불이래.  끄응.... 할인 쿠폰 올 때가 아직 안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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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knulp 2008/10/02 05:55 # 답글

    천불 상금은 miss-mr congeniality인 건가요? 멋지네요.

    나중에 (대체 언제??) 좀더 경제적 여유가 생기면, 제가 다녔던 대학이나 varsity team 같은 데다가 소정의 giving back fund 같은거라도 하고 싶다고 와이프와 이야기 하면서, 지금 식으로 나가게 되면 어차피 폼나게 건물이라도 한채 지어줄 형편은 안될 것 같고... 흔해빠진 이런저런 merit-based scholarship을 소액으로 해봤자 그야말로 apples and oranges 하나 더해서 표도 안날 것 같다고 투덜거렸는데, miss-mr congeniality 정말 괜찮은 기부네요. 멋지네.. 게다가 여러사람한테 한 턱 내니까, 젠체하는 banquet 보다 인포멀해서 더 좋은 것 같고.. 일년에 천불 정도 나올려면 얼마 기부해야 될려나 궁금해 지네요. 천불이 순수 이자인지.. 아니면 시한제로 돈 떨어질 때 까지 주는 상인지에 따라 달렸겠지만.. 아마 전자이겠죠.
  • Semilla 2008/10/02 10:29 #

    저도 아는게 없지만 하여튼 덕분에 잘 먹으니 좋은 건 확실하죠.... 저도 나중에 형편이 나아지면 모교에 기부 좀 하려고요.. (어차피 매년 돈 달라고 우편물 날아오고 전화 걸려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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