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파와 변질. by Semilla

Mannoya님의 말레이시아 속 한국을 읽고 생각난게 멕시코.

멕시코 사람들은 일본 사람은 매우 좋아하지만 한국 사람은 싫어한다.  그 이유는 일본 사람들은 멕시코에 이민 오면 정말로 멕시코에 동화되어 사는데 한국 사람들은 그저 돈만 최대한 빨리 벌어서 (그 과정에서 사기 치기도 하고) 미국으로 넘어가는게 목적이라, 멕시코에 하등의 정도 안 붙이고 가는 데다 멕시코를 우습게 알기 때문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사람들이 꽤 많음... 어디서나 그렇듯이 제대로 하는 사람은 기본이니까 안 보이고 말썽부리는 사람들이 더 잘보이게 마련). 

스페인어는 배우려는 노력도 하지 않고, 멕시코인들과 일할 때는 못 알아듣는다고 한국말로 욕하면서 대하며, 보통 돈 주고 고용하니까 함부로 대하기 때문.  암만 말은 못 알아들어도 안 좋은 소리 하는건 다 알거든요?!  어떤 목사라는 사람은 자기를 보고 목사님이라고 안 부르고 형제라고 불렀다고 멕시코 교인의 뺨도 때렸다더라.  한국에선 목사가 벼슬인지 몰라도 여기선 다 평등하거든?  나도 내 동생이 한국말로 할 땐 누나라고 불러도, 영어나 스페인어로 얘기할 땐 그냥 이름 부르거나 마니따라고 부르게 두는데.

삼시세끼 한국식으로 밥해먹고, 한국에서 하는 TV프로까지 죄 녹화비디오로 보고, 음악도, 옷도, 책도 한국에서 공수해와서 사는, 그야말로 위치만 멕시코지 생활은 한국과 별다를게 없이 하고 사는 사람들, 교류도 한국 사람들끼리만 하고 (한인교회도 이런 장으로 전락하기 쉬움), 집도 한국 사람들끼리 한 동네에 모여 살고, 한인들끼리 정기적으로 모여 행사하고.
뭐, 나쁘다는거 아니다.  한국에서 사는게 힘들어서 멕시코로 왔지, 멕시코 사람이 되려고 온 게 아니라면 뭐 그렇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다만, 그래서, 멕시코에 이민 온 한국 사람들은, 영영 이방인이라는 거.
(뭐,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도 한국 사람들이 one of us로 안 받아주기는 매한가지일 것 같긴 하다.)

한국 음식, 맛있다고 생각한다.  잘하면 매운거 잘 먹는 멕시코인들에게도 먹힐 것 같다.  하지만 한국 음식점에는 한국 사람들밖에 안 간다.  일단 가격이 너무 비싸고 (그렇다고 역시 빈부의 격차가 큰 멕시코에서, 귀족들이 올만큼 격식있는 곳도 못 되고) 양도 적다.  메뉴에 몇몇 비싼 아이템은 두더라도, 일단 자주 와서 부담 없이 먹을 수 있게 저가형 아이템도 포함하면 좋지 않을까.  멕시코는 식재료도 싼데.  하지만 그 이전에, 멕시코인이라고 깔보는 그 태도부터 좀 어떻게 했으면 좋겠다.  한국 사람한테는 대접을 날아갈 듯이 하면서, 멕시코인 손님한테는 푸대접인 곳을 너무 많이 봤다.  뭐, 한국 사람은 단골이고 멕시코인은 앞으로 또 올 지 안 올 지 모르겠으니까 확실한 데에 투자를 하는 거라면, 너무 코앞만 내다보는 거 아닌가 생각한다. 

저번에 떡을 영어로 무엇이라 부르면 좋을까에 달린 덧글들을 보고 생각해봤는데, 한국 사람들의 한국적인 것에 대한 고집도 한국 문화를 전파하는데 걸림돌이 되는 것 같다.  음식 이름을 한국말로 가르치는 것, 좋다.  태권도도 보니까 한글 구령을 가르쳐서 전수하는 것 같던데.  하지만 아무리 해도 발음이 안 되는 것들이 꽤 많다.  뭐, 한국에서 orange를 원래 발음과 별로 비슷하지 않은 '오렌지'로 바꿔 부르는 것처럼 영어에서 그나마 가까운 발음으로 대체하는게 제일 나을 듯 하다.  하지만 그렇게 할 경우 문제는, 각 한국 사람마다 그것을 다르게 할 것이라서 통일이 어렵다는 점일까.  하여튼, 한국말로는 이것을 이렇게 부른다, 라고 가르칠 경우, 발음이 쉽다면 다행이겠지만 발음이 너무 어려운데도 그것을 고집하면, 웬만큼 한국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있지 않고서는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그렇게 많지도 않거니와) 대부분은 '이거 재미 없다' 하고 관심을 돌려버린다.  괜히 안 되는 발음 따라하다가 자기만 바보 되는 것도 싫고, 맛있는 음식이 한국 음식만 있는 것도 아닌데 굳이 배울 이유도 없고.

비록 내가 미국에서 멕시코 음식점을 tex mex라고 욕하기는 하지만, 덕분에 미국 사람들이 미국화된 멕시코 음식 자주 먹는다 (덩달아 나도 불평하면서 먹을 때도 있다).  비록 미국에 있는 중국 음식점들이 중국 본토 출신 사람들에게는 비웃음을 당할지라도, 미국 사람들은 잘만 먹는다.  나도 자주 먹는다.  두반장 김치는 거들떠보지도 않지만... 뭐 그렇게 퍼진게 정말 그 나라 문화냐고 물으면.. 글쎄.  그래도 일단 지명도는 올라가잖아?  ..Quesadilla가 퀘사딜라라고 읽히는 건 볼 때마다 좀 깨긴 하지만 벌써 그렇게 퍼져버렸으니 어떡해.  pommes frites를 폼메스 프리테스라고 읽은 과거가 있는 (뽐쁘리는 알아들으면서 말이야..) 내가 뭐라 할 입장은 아니지.

결국 퍼지려면 어느 정도 변질은 감수해야 하는 것 같다.  고집을 버리고 융통성있게, 현지화를 하기 위한 노력과 연구를 하면 어느 정도 성과가 있지 않을까.  단순히, 그 나라 사람들의 입맛에 맞춘다는 효과만 있는게 아니다.  그런 노력을 하면, 그 때 비로소 이웃들도 '아, 저 사람이 정말로 우리를 이해하려고 하는구나'하고 마음을 열어줄 수 있다.  현지 사람들에 대해서는 이해하려고 하지 않으면서 '이게 나다.  잘 봐두라고.'하면서 고자세를 취하면 누가 신경을 쓸까.  결국 문화 교류는 쌍방향이다.  what goes around, comes around.  일단은 그렇게 한국 문화에 대해 친화적으로 만들어 놓은 다음에 진짜를 하나 둘씩 보여주는 거다. 

왜, 개구리도, 갑자기 끓는 물에 넣으면 도망가도, 천천히 뎁히면 그냥 목욕을 즐기다가 꼴까닥 한다잖아.  현지에서 나는 작물을 한국식으로 요리해서 맛보여주고, 그 다음에는 현지 음식과 비슷한 한국 음식 (나는 멕시코의 돼지머리 국밥 격인 pozole를 무지 좋아하니까, 멕시코인들에게도 pozole coreano 라고 돼지머리국밥을 소개한다든가)을 선뵈고, 그렇게 서서히 수위를 높이다가 (메뉴에서는 가격과 친절한 설명으로... 설명도, 현지인 붙잡고 좀 연구해서 쓰면 좋겠다.  그냥 한국 이름 발음만 고쳐 써넣고, 현지인들은 뭔지도 모르는 재료명 나열하는게 장땡이 아니다.. 정말로 읽어보고 '먹어볼까?'하는 마음이 들게끔 좀...) 나중에는 정말 한국에서 공수해온 재료로 만든 진짜 한국 요리를 맛보여주면, 그동안 길이 잘 든 사람이라면 좋아해주고, 단골이 될 수 있을 테지.

....하지만 한국에서 형편이 어려워서 이민을 나오신 분들은 그렇게 하기가 힘든가보다.  ....그럼, 그 도시에 있는 한인 유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좀 도와주면 어떨까.  한인학생회에서는 그냥 행사비 스폰서받으면서 회지에 광고만 때리지 말고, 그 음식점의 메뉴를 어떻게 하면 현지인들에게 좀더 매력적으로 바꿀 수 있을까 연구도 하고, 현지인 친구들 데려가서 멕여보면서 인터뷰도 하고, 아이디어도 좀 내보고, 그 식당 운영하시는 분들에게 건의를 하고.. 그 식당 운영하시는 분들은 그런 거에 자존심 상해하면서 화내지 말고, 겸허하게 검토하면서 받아들이시면...
아아, 꿈일런가.

그래도, 다음에 한인학생회에서 이멜 날라오면 건의 해봐?

우리 동네에는 한인 식당은 없고, 한국 분들이 운영하시는 일식집은 몇 개 있다.  가끔 점심 메뉴에 한국밥이 올라오긴 한다.  듣기로, 어느 집은 우동 같은 걸 내올 때, 손님이 동양인일 때와 동양인이 아닐 때 맛을 달리한다고 한다.  그러다 실수로 한국사람한테 백인용 우동이 나갔다가 욕 바가지로 먹었다던데.  뭐, 실수는 줄여야겠지만 그런게 좋은 것 같다.  현지화, 변질이라기보단 그냥, 적진으로 침투하기 위한 물밑작업이라고 하자.  어차피 미국 사람들을 한국 사람으로 바꾸겠다는게 아니라, 한국에 대해서 알리자는 취지 아니었나.  그러면 기왕이면 얘네들이 알아먹을 수 있는 첫인상을 준비하자고.



뭔가 엄청 이상한 글이 되어버린 것 같은데.
해서 역시, lo que s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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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찬별님의 글, 단상/한국 음식의 세계화를 보니 예전에 썼던 전파와 변질.도 생각나고. 반찬이 많은 것이 한국 음식의 특징이라면 이것을 전파하는 건 참 어려울 것 같다. 내가 살아본 외국이 독일, 중남미와 미국일 뿐이지만 대체로 레스토랑에 ... more

덧글

  • 당근 2008/10/19 08:36 # 답글

    우리나라 사람들은 좀 인내와 끈기도 없고 전략과 전술도 없고..
    그러면서 배에다가 딱 힘주고 "우리는 우리 거!" "한국인은 한국음식!"
    "이건 모찌가 아니라 찹살떡이라고 이 병진들아!" 뭐 이런 으름장 같은 게 있어서..

    무엇보다도 한국음식이 체계가 덜 잡혔죠
    뭐 한국은 모든 분야가 깊이도 얕고 체계도 덜 잡혔음.. -_-

    저는 싸구려 자본주의라고 욕하지만 뭐..
    멜라민 중국보다는 그래도 나은 거라고 자기위안을..
    (하지만 중국 걔네는 그래도 한 번 하면 제대로 하려고 하고 깊이도 있다능..)
  • Semilla 2008/10/19 10:01 #

    전쟁이 나고서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려니까 체계가 덜 잡힐 밖에요.... 그걸 인지하고 배우려는 자세를 취하면 좋을텐데 '내가 왜 남을 이해해야 돼?'하면서 고집을 부리시는 데엔 (제 부모님부터;;;) 어쩔 도리가 없더라고요...
  • 오이 2008/10/19 15:53 # 답글

    퀘사딜라..라고 하신 음식 어제 먹은 것 같은데.. 메뉴판에는 퀘사디아라고 적혔던데 그럼 그렇게 읽는 게 맞나요? 께사디야? 이게 더 스페인어 스러운 것 같기도 하구요^^;
    ..그리고 우리나라 사람들의 오만한 민족주의는 참-.-
  • Semilla 2008/10/20 04:36 #

    께사디야 혹은 께싸디쟈 (저는 이 쪽!) 라고 발음합니다.. 저는 이것도 오아하까 치즈가 들어간 걸 제일 좋아해요. 고등학교 때 학교 앞에서 팔던 직접 구운 초록색 또르띠쟈에 오아하까 치즈 넣고, 버섯이랑 돼지껍질이랑 듬뿍 얹어서 만든 게 제일이었는데..ㅠㅠ.... 미국에서 파는건 전혀 달라서 서운하지요;;; (사실 저도 배타적으로 '저건 께사디쟈가 아니야!'라고 말하곤 하지만 그래도 가끔 남편이 먹는거 뺏어먹는;;)
  • Mannoya 2008/10/19 21:08 # 답글

    왜 일본인이라던가 다른 선진국 사람들이 우리나라 사람들에 비해 대접을 잘 받고 환영받는 것에 대해서 많은 분들이 '돈이 많으니까 그렇지' 라던가 '그 사람들은 겉다르고 속다른 얌체족들인데 몰라서 그런다, 누가 뭐래도 한국인이 진국이다' 라는 대답으로 일관하는 경우가 많더군요. 물론 일리가 없는게 아니지만 대 놓고 무례한것 보다는 형식적이더라도 'respect'는 어디가서든 환영받는다고 생각합니다.
    음식같은 경우에도 타국에서 식당을 경영하는 경우에는 정말이지 음식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제공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한국음식'만 강조하는 게 아니라 말이죠. 일식당을 경영하는 한국분들이 한국음식을 섞어 파는것도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결국 그런분들이 한국음식을 일본음식으로 인식하는데 일조하는 거거든요.
    전 사실 여기서 한국음식점들 한국사람 상대로 삼겹살이나 이런거 팔게 아니라 삼계탕이라던가 간장닭찜 같은 누구나 먹을 수 있는 메뉴를 중점적으로 마련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무슬림들도 먹을 수 있는 저런 음식은 옆에 (halal)이라고 써주고 좀 매운건 매운지수를 옆에 표시해준 다던가 하는 배려 말이죠.
  • Semilla 2008/10/20 04:44 #

    그러고보니, 태국이나 중국 음식점도 메뉴 옆에 고추나 빨간 별표로 매운 정도를 나타내주는 데가 종종 있군요.. 한국 음식점도 그런 곳 더러 본 것 같기도. 그리고 점원이 추천도 잘 해야 할 듯!

    일본인이 겉다르고 속다른 얌체라서 겉으로만 외국인/현지인에게 잘해주는 거라면, 우리 나라 사람은 속으로도 외국인을 싫어하기 때문에 당당하고 정직하게 겉으로도 정떨어지게 행동한다는 건가요;;;; 체면을 중시하는 문화들이 아직 많은 가운데 겉으로라도 예의를 갖춰주는건 외교의 기본인데;;;

    한인이 운영하는 일식집에서 한국음식 섞어 파는게 그런 단점이 있군요; 하긴, 제 친구도 순두부찌개를 잘 먹는데, 일식집에 같이 갔을 때 저한테 이것 한국 음식 아니냐고 묻더라고요 (전에 다른 한인식당 - 지금은 냄새 난다고 건물 주인이 내쫓아서 문닫은..;; - 에서 먹어봐서 알아본 듯). 저도 메뉴 설명만 보고는 이게 순두부일 거라고 생각 못했다가 친구가 시켜서 나온 걸 보고 놀랬습니다. 그 가게 오는 다른 사람들도 다 일본 음식이겠거니 하고 먹겠군요, 진짜.
  • Carbonara 2008/10/19 22:08 # 답글

    외국 내 한국 사회라는 것이 외롭고 각박한 타지 생활 중에 편안한 안식처가 될 수도 있겠지만, '선 긋기'의 정도가 심해지면 자신들을 스스로 그 사회 내에서 이방인으로 만드는 어리석은 결과를 낳는다고 생각해요. 자신들이 왜 그 땅에 발을 딛게 되었는지를 원점으로 돌아가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죠^^ (해당 국가에서 철저히 '알맹이'만 챙겨 먹고 빠져 나가려는 사람들에게는 통하지 않는 말이려나요...)
  • Semilla 2008/10/20 04:47 #

    그러게 말예요.. 특히 자식들을 고집부려 한국인과 결혼시키려는 부모님들이 제일 이해가 안 가요. 그렇게 한국을 고집하실 것이면 왜 나왔는지. 자식이 정서적으로 완전히 한국 사람이 아니게 된 그 환경을 생각하고 좀 양보해주시면 좋을 텐데. 딸이 비한국인과 사귀는 걸 억지로 갈라놓았다가 그 남친의 부모가 인종 차별이라고 따지니까 다시 연애하게 해주는 부모도 봤어요;; 그런 분리주의는 결국 이민지에서 계속 살아갈 자식들에게도 유익하지 못할 텐데 말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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