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속의 말 실수. by Semilla

오늘 아침 알람 시계 울리기 전에 꾼 꿈이

한 무리의 사람들과 등산을 하고 있고
나는 친할머니 옆에서 얘기하면서 오르고 있고
얘기 내용은 무슨 영화에 대한 거였는데
주인공이 둘이라, 먼저 나이 많은 사람부터 얘기하고
그 다음에 젊은 쪽에 대해서 얘기하려는데
그 "젊은" 이라는 말이 "엶은"으로 나오고
이게 내가 하려던 말이 아니란 걸 알고 원래 하려고 했던 말이 뭔지 생각날 때까지 계속 "열믄, 열믄,"하면서 반복하다가 결국에는 "절믄" 하고 바로 나오긴 했다.

이게 왜 그런가 생각해보니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
하나는 영어의 young이 한국어의 젊다를 간섭한 것.
다른 하나는 ㅈ과 비슷한 j와 y의 모호함 때문.  (예를 들어 독일어의 j는 영어의 y처럼 발음되고, 스페인어의 y나 ll는 영어의 j처럼 발음되기도 한다는 것.  그래서 Semilla는 내 머리 속에선 쎄미쟈.)


한편 또 웃긴게
앞서 나이 많은 주인공 얘기하면서
'이제 저 사람 북한으로 가서 주길상을 만나요' 뭐 이런 소릴 했는데
내 머리 속에서는 이 '주길상'이 '주윤발'이었고
한편으로는 '주길상'이 '죽일상' 같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아니 무슨 이름이 이래, 왜 그동안 이걸 몰랐을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깨어나고 보니 그런 이름은 없고 내가 생각했던 배우는 '주윤발'이었고.  난 원래 평소에 그렇게 발음이 같은 다른 단어가 있는거 잘 깨닫지 못하는데 꿈 속의 나는 그걸 깨닫다니 신기하고.


하여튼 꿈은 신기하다능.

부러움. by Semilla

어제 F가족의 집을 떠나면서
남편 왈,
저 집이 부럽다고.
나는 고양이를 생각하고 있었으나 (고양이 세 마리 키웠는데 한 마리는 얼마 전에 늙어 -20년이라던가- 죽었고 5살짜리 두 마리가 남아있다) 남편은 그 집의 52인치짜리 TV를 생각하고 있었다.


J언니의 아기 사진 보느라 Facebook에 자주 접속하다보니
TN이었던 TF가 그새 애가 거의 두 돌이 되었다는 것을 발견했다.
....어느 사이에!  난 임신했었는 줄도 몰랐는데!

얘는 베트남계이고, 나보다 한 살인가 두 살인가 어리고,
우리랑 비슷한 시기에 결혼했는데
벌써 릴리만한 딸이 있어!!!
역시 혼혈이라 엄마를 더 많이 닮았다.  아빠들은 섭섭할까?

아아 부럽다.
왜 나는 아직도 학교에 있는 거지.
남들은 벌써 집도 사고 번듯한 직장을 다니고 고양이도 키우고 아기도 낳아 기르는데
우리는 뭐니 이게.

지난주에 prosem 하러 오신 손님도 임신중이라더라.  딸을.
G부부의 딸도 지금 셋째를 임신중인데.


우리 과에 있는 여자애들은
다들 일을 더 많이 사랑하는 모양이다.
내가 애기 얘기를 꺼내면 다들 도리도리.
(결혼한 사람도 나밖에 없다.  이번에 새로 들어온 사람들 외엔.)
내가 길을 잘못 들은 건가.
...아니야!  그래도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도 tenure도 받으신 G교수님이 있잖아!
하지만 입양 아니면 무자식인 교수님들이 훨씬 더 많아......


그러니까 빨리 졸업을 하란 말이다.
징징거리는거 좀 그만 하고.

나는 피해 의식이 쩔어. by Semilla

어제 교회에서 Operation Christmas Child에 대한 6분짜리 광고 영상을 보여줬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
후원하는 사람들은 주로 백인이고
받는 사람들은 주로 유색인이라
은연중에 백인우월주의를 강화하는 이미지라고.
그 얘길 남편한테 하니까 어쩔 수 없지 않냐고 하더라.
그리고 2부 예배 때 다시 보면서는
후원하는 사람들 중에 유색인이 나오거나
받는 사람들 중에 백인이 나오면 "봐, 다 그런거 아니잖아" 하면서 지적하고.

뭐 확실히 전부 그런 건 아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백인이 보내고 유색인이 받는 양상이 강조된 느낌이었는걸.
백인 아이들이 선물 받는 장면은 휙휙 지나가면서 흑인이나 동양인 아이가 받는 건 길게 잡아주고.
동정심을 유발하는 불쌍한 장면은 유색인종 아이들만 나왔어.

그리고 아마 그런 인상을 강조해야 백인들이 더 많이 후원할 것 같은 느낌도 들고.

그래서 좀 심기가 불편했다.



오후에는 간만에 날씨가 좋아서 캠퍼스에 가서 사진 찍으려고 나섰는데
낙엽이 이미 많이 져버리고 바람도 너무 불어서 사진 찍기에 그다지 좋은 환경은 아니었다.
하여튼, 어느 건물의 옆에 옥상까지 이어지는 철계단이 있는데 접근을 막아놓지 않은 것을 보고
남편이 올라가길래 나도 따라올라갔는데
와아, 고소공포증!
근데 평소에 나보다 더 고소공포증 있는 남편은 잘만 올라가데.
역시 passion은 phobia를 뛰어넘는구나 하고 감탄하면서
나는 다시 내려갔다.

그 다음에 걸으면서 도보 옆에 주욱 평행주차 해놓은 차들을 보면서
나는 생각없이 '평행 주차는 무서워'라고 말했는데
몇 초 뒤에 남편이, 정확한 구절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대충 '하나님을 믿는다면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식의 얘기를 했는데, 그 말을 듣자 내 피해 의식이 넘쳐 올라서 "그런 말을 하면 우울증 있는 사람은 더 죄책감 느껴서 더 상처입는다" 고 얘기했고, 격려의 의미로 이 말을 꺼냈던 남편은 기분이 팍 상해서 서로 다투고, 캠퍼스 한복판에서 나는 서럽게 울고, 남편은 don't make a scene이란 말을 해서 나는 또 '내 기분보다 체면이 더 중요하단 말이지'하는 생각에 더 서럽게 울고.  결국 남편이 화를 버럭 내면서 '알았어 더이상 나는 아무 말도 안 하고, 니가 나보다 더 교육 받았으니까 무조건 니 말이 옳다고 할게' 하고, 나는 '그렇게 하는 건 전혀 문제 해결이 안 돼, 그냥 이 순간을 모면하려고 하는 거잖아, 비겁하게 덮으려고 하지 마, 서로 얘기해서 풀어야 하잖아' 뭐 그렇게 공방.
이건 교육의 문제가 아니라 우울증의 경험의 유무인데.  우울증이 없는 사람은 우울증이 있는 사람을 이해 못하고.  우울증이 있는 사람은 우울증 없는 사람이 일부러 나를 상처주려고 한 말이 아니란 걸 알면서도 상처 받고.

이럴 땐 참 삶은 피곤해.

결국은 서로 사과하고 끝났지만
약간의 두려움은 남는다.
언제까지 나는 나 자신과 내 주변 사람들을 괴롭히며 사는 걸까.
이것 때문에 옛날의 나는 절대 결혼 하지 않으리라 생각했었는데.
그리고 남편과 사귀기 시작했을 때의 기쁨도, 가족에 대한 희망이 생겨서였는데.

결국은 그래.
화가 나서, 감정적으로,
나는 나쁜 사람이야,
나는 못난 사람이야,
라고 말해버리는 것은 결국 '난 원래 이런 사람이니까 앞으로도 발전이 없을 거야.  그러니까 아무 노력도 소용 없어'라고 단정짓고 개선의 의지도, 노력도 포기해버리는 비겁한 짓이야.

이런 잘못을 했구나, 하고 반성하고
왜 그러게 되었는가 상황을 살피고
앞으로는 그러지 않도록 다짐하는게 좋은 거야.

희망을 가지라고.
상황을 이해하고
앞으로는 그러지 않도록.

그냥 쉽게 나를 condemn하지 말아.
도망치지 말아.

이렇게 힘겹더라도 조금씩 level up하다보면
의식적으로 피해 의식도 해제할 수 있는 날이 오겠지.....

아가들은 신기해. by Semilla

어제는 F가족의 집에서 모였다.
요즘 우리는 12편짜리 Truth 시리즈 DVD를 보며 공부하고 있는데,
나는 그저 졸음이 쏟아져서 결국 윗층에서 애기 보는데 합류하고 안 봤다.
나중에 남자들의 후기를 들으니 이번 화는 특히 강사가 캡틴 커크같았다는 모양.
그리고 듣기로 이 사람의 박사 학위도 사실 학력이 인정되지 않는 곳에서 받은 거라고.
(그리고 PB의 박사 학위도 그런 거라고 들었다.  충격!) 그런 얘기를 들으면 참 쓰다.
학력이 뭐라고 그렇게들...

아무튼 한나와 릴리를 보는데
한나는 이제 스스로 일어설 수 있고
한두걸음 스스로 디딘다.
아직은 기어다니는게 더 빨라서 금새 주저앉아버리지만.

한나가 가장 많이 하는 말은 daddy와 doggy
그리고 what does a dog say? 하면 woof와 비슷한 말을 하고
what does a duck say? 하면 quack과 비슷한 (깍 에 더 가깝지만) 말을 하고
what does a cow say? 하면 moo와 비슷한 말을 하는둥
조금씩 조금씩 말이 늘어가는걸 알 수 있다.

아 그리고 이번에도 피자를 가져갔는데
내가 피자 먹고 있으니까 와서 피자를 가리킨다.
그래서 손톱만큼 뜯어서 줬는데
부모가 please라고 말하라고 시키니까
좀 비슷한 발음을 내더라.
내가 피자 다 먹으니까 제 아빠한테 가고
내가 피자 한 조각 더 가져오고 아빠가 피자 다 먹으니까
다시 나한테 오더라.  에구 귀여운 것.

그리고 fireplace에 자꾸 가려고 하는데
그동안은 직접 가서 저지해야 했는데
이제는 엄마가 Hannah!하고 부르고 uh-oh 몇 번 해주면
그 자리에서 멈추더라.  하지 말라는 걸 알아듣나봐.

한편 릴리는
아직 또렷하게 하는 말은 없지만
부모가 수화를 가르쳐와서
이런저런 손짓은 많이 한다.

그리고 말은 잘 알아듣는 것 같은게
한 번은 한나엄마가 한 쪽에서 한나에게 바나나를 먹이고
다른 쪽에서 릴리는 자기 엄마랑 있었는데
한나엄마가 릴리야, 바나나 줄까? 하니까
아장아장 한나엄마한테 걸어가는거야.
그리고 바나나 조각을 받아서는...
입으로 가져가는 대신 바닥에 던지더라. ㅠㅠ
애가 입이 짧아서 잘 먹지를 않아요.
내가 얘들만 보다가 또래의 다른 집 애들을 보면
성장 차이에 놀란다.
한나야 팔삭만에 낳아서 그러려니 하지만
릴리도 5% 미만이래.

반대로 J언니의 딸은 그저 쑥쑥 크고 있다는데.
J언니 주려고 아기모자 떴는데 좀 큰가 싶지만
그냥 보낼 생각이다.  반은 한국 애기라서 머리가 큰 건가 싶고.
(K는 머리가 진짜 작은데.)


당뇨? by Semilla

오늘 아침에 교회에서 찬양 연습 끝나고 다운타운에 가서 좀 걷고 고양이들도 만지고 (지난번에 이어서 오늘도 Alice가 골골송을 들려줬다!  하지만 말리는 정전기만 잔뜩 올라서 미안하게 됐다...) 코믹북스도 사고 그랬는데... 너무 어지러운 거였다.
먹을 거 사가지고 집에 와서 열심히 먹다 보니 나아졌는데.. 전에도 이런 일 종종 있었다.  상태가 안 좋다가 먹기 시작하면 바로 괜찮아지는거.  그래서 남편이, 혹시 당뇨 아닐까, 하는 말을 꺼냈다.

위키에 증상을 찾아보니 소변을 자주 보고, 자주 목이 마른 것이 나온다.  소변 자주 보는 것은 몇 년째 있는 일이라 지금은 체념했지만 목이 자주 마른 것은 요 근래 들어서 시작된 증세라... 결국 그동안의 내 운동 부족, 건강하지 못한 식생활, 등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되는 것일까.

검사를 받아야 하겠지, 아무래도?
나 아직 혈압은 낮은 편인데... 그새 올랐으려나?

뭔가 찬물을 맞은 느낌.

결과가 어찌 되든, 생활 습관을 바꾸긴 바꿔야 하겠다.
제발 남편이 협조를 해주면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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